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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잡글은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을 원본으로 하는 패러디물입니다.
* 사회주의 시장경제주의자 허충성의 일대기를 담았습니다.
* 설렁탕 배달은 옆방입니다.
* 최대한 문화어에 가깝게 하려 했습니다만 지적은 언제나 감사히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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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충성은 장진2동에 살았다. 곧장 무진천 옆에 닿으면, 산업동으로 가는 길 우에 오래 된 장선다리가 서 있고, 다리를 향하여 민족적 양식의 문이 열렸는데, 구역당에서 배정해 준 하모니카집은 비바람을 막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허충성은 항일빨치산투쟁사 연구만 좋아하고, 그의 처가 평양산원 복무원을 해서 입에 풀칠을 했다. 하루는 그 처가 몹시 배가 고파서 울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평생 입당을 하지 않으니, 항일빨치산투쟁사는 읽어 무엇합니까?"
허충성은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아직 당의 혁명력사를 익숙히 하지 못하였소."
"그럼 직장 출근이라도 못 합니까?"
"직장은 열지를 않는데 출근을 어떻게 하겠소?"
"그럼 종합시장에서 장사는 못 합니까?"
"종합시장 장사는 화폐개혁으로 결딴이 났는데 어떻게 하겠소?"
처는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투쟁사를 읽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소?' 소리만 배웠단 말씀입니까? 출근도 못 한다, 종합시장 장사도 못 한다면, 동선 잘라다가 팔아먹기라도 못 합니까?"
허충성은 읽던 김일성 전집을 덮어 놓고 일어나면서,
"아깝다. 내가 당초 당의 혁명력사 련구로 십 년을 기약했는데, 이제 칠 년인걸……."
하고 휙 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허충성은 거리에 서로 알 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본평양으로 나가서 시중의 사람을 붙들고 물었다.
"누가 피양에서 제일 부자요?"
김영일 내각총리를 말해 주는 이가 있어서, 허충성이 곧 총리의 집을 찾아갔다. 허충성은 총리를 대하여 길에 읍(揖)하고 말했다.
"내가 집이 가난해서 무얼 좀 해 보려고 하니, 1억 원을 변통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총리는
"그러시오."
하고 당장 1억 원을 내주었다. 허충성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 버렸다. 총리의 자제들이 허충성을 보니 적대계층이였다. 인민복의 단추가 빠져 너덜너덜하고, 구두의 뒷굽이 자빠졌으며, 쭈그러진 인민모에 색 바랜 김일성 배지를 걸치고, 입에서 남조선 가요가 흘렀다. 허충성이 나가자, 모두를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저이를 아십니까?"
"모르지."
"아니, 이제 하루 아침에, 평생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1억 원을 그냥 내던져 버리고 성명도 묻지 않으시다니, 대체 무슨 영문입니까?"
총리가 말하는 것이였다.
"이건 너희들이 알 바 아니다. 대체로 남에게 무엇을 빌리러 오는 사람은 으레 자기 뜻을 대단히 선전하고, 주체성을 자랑하면서도 외세의 물을 먹은 빛이 얼굴에 나타나고, 말은 외래단어가 가득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저 객은 형색은 허술하지만, 말이 간단하고, 눈을 오만하게 뜨며,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재물이 없어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해 보겠다는 일이 작은 일이 아닐 것이매, 나 또한 그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안 주면 모르되, 이왕 1억 원을 주는 바에 성명은 물어 무엇을 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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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충성은 1억 원을 입수하자, 다시 자기 집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남양으로 내려갔다. 남양은 중국 도문과 맞닿아 있는 곳이요, 평라선 철도로 조선 전역으로 이어지는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쌀 강냉이 밀 보리며 콩 팥 수수 등의 곡물을 모조리 두 배의 값으로 사들였다. 허충성이 곡물을 몽땅 쓸었기 때문에 온 나라가 밥 한 그릇을 못 먹을 형편에 이르렀다. 얼마 안 가서, 허충성에게 두 배의 값으로 곡물을 팔았던 남양의 차들이군들이 도리어 열 배의 값을 주고 사 가게 되였다. 허충성은 길게 한숨을 내쉬였다.
"1억 원으로 온갖 곡물의 값을 좌우했으니, 공화국의 형편을 알 만하구나."
그는 다시 텔레비죤, 라디오, 디브이디재생기 따위를 가지고 남포로 건너가서 중국제 자전거를 죄다 사들이면서 말했다.
"몇 주 지나면 조선의 모든 근로자들이 출근할 때 전차에 매달려가야 할 것이다."
허충성이 이렇게 말하고 얼마 안 가서 과연 자전거 값이 열 배로 뛰어올랐다. 허충성은 늙은 어업지도원을 만나 말을 물었다.
"바다 밖에 혹시 사람이 살 만한 빈 평지가 없던가?"
"있습니다. 언젠가 풍파를 만나 중국 쪽으로 줄곧 사흘 동안을 흘러가서 어떤 빈 섬에 닿았습니다. 아마 신의주와 대련의 중간쯤 될 겁니다. 꽃과 나무는 제멋대로 무성하여 과일 열매가 절로 익어 있고, 짐승들이 떼지어 놀며, 바닷고기가 조선 군함을 보고도 놀라지 않습니다."
그는 대단히 기뻐하며,
"자네가 만약 나를 그 곳에 데려다 준다면 함께 부귀를 누릴 걸세."
라고 말하니, 지도원이 그러기로 승낙을 했다.
드디어 지도선을 타고 북서쪽으로 가서 그 섬에 이르렀다. 허충성은 높은 곳에 올라가서 사방을 둘러보고 실망하여 말했다.
"땅이 제주도만도 못 되니 무엇을 해 보겠는가? 토지가 비옥하고 물이 좋으니 단지 특별행정구는 될 수 있겠구나."
"텅 빈 평지에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대체 누구와 더불어 사신단 말씀입니까?"
지도원의 말이였다.
"령도력이 있으면 사람이 절로 모인다네. 령도력이 없을까 두렵지, 사람이 없는 것이야 근심할 것이 있겠나?"
이 때, 함흥에 수만의 떠돌이 장사군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당에서 화폐개혁으로 숨통을 조였으나 좀처럼 근절되지 않았고, 장사군들도 감히 나가 장사를 못해 돈을 못 벌어서 배고프고 곤란한 판이였다. 허충성이 텅 빈 장마당을 찾아가서 장사군들을 달래였다.
"열 명이 1만 원을 벌어서 나누면 하나 앞에 얼마씩 돌아가지요?"
"한 사람당 1천 원입니다."
"모두 당증이 있소?"
"없습니다."
"대학 졸업장은 있소?"
장사군들이 어이없어 웃었다.
"당증이 있고 대학 졸업장이 있는 놈이 무엇 때문에 괴롭게 이 꼴이 된단 말입니까?"
"정말 그렇다면, 왜 새로 당을 만들고, 대학을 짓고, 도시를 사서 시장경제를 닦고 지내려 하지 않는가? 그럼 비사회주의적인 존재라는 소리도 안 듣고 살면서, 집에는 가족의 낙이 있을 것이요, 돌아다녀도 보안원에게 뇌물로 뜯길까 걱정을 않고 길이 의식의 요족을 누릴 텐데."
"아니, 왜 바라지 않갔습니까? 다만 돈이 없어 못 할 뿐이지요."
허충성은 웃으며 말했다.
"장사를 하면서 어찌 돈을 걱정할까? 내가 능히 당신들을 위해서 마련할 수 있소. 내일 항구에 나와 보오. 로씨야 깃발을 단 것이 모두 돈을 실은 배이니, 마음대로 가져가구려."
허충성이 장사군들과 언약하고 내려가자, 장사군들은 모두 그를 미친놈이라고 비웃었다. 이튿날, 장사군들이 흥남에 나가 보았더니, 과연 허충성이 30억 달러의 돈을 싣고 온 것이였다. 모두들 대경해서 허충성 앞에 줄지어 절했다.
"오직 지도자 동지의 명령을 따르겠소이다."
"너희들, 힘껏 송금하고 가거라."
이에, 장사군들이 다투어 돈을 송금했으나, 한 계좌가 1천 달러 이상을 처리하지 못했다.
"너희들, 계좌가 한껏 1천 달러도 못 감당하면서 무슨 장사질을 하겠느냐? 인제 너희들이 공화국 공민이 되려고 해도, 이름이 보위부의 반역자 목록에 올랐으니, 갈 곳이 없다. 내가 룡천항에서 너희들을 기다릴 것이니, 한 사람이 1천 달러씩 가지고 가서 사업계획서 한 부, 시장조사보고서 한 부를 작성해가지고 오너라."
허충성의 말에 장사군들은 모두 좋다고 흩어져 갔다.
허충성은 몸소 20만 명이 1년 먹을 양식을 준비하고 기다렸다. 장사군들이 빠짐없이 모두 돌아왔다. 드디어 다들 대홍단호에 싣고 그 빈 섬으로 들어갔다. 허충성이 비사회주의 요소들을 몽땅 쓸어 가서 조선의 보안서들에 시끄러운 일이 없었다. 그들은 철근 시멘트로 집을 짓고, 기중기를 동원해 아빠트를 만들었다. 로동당원이 따라오지 않았기 때문에 규제가 많지 않아서, 한 해나 세 해만큼 투자설명회를 갖지 않아도 유치가 잘 되였다. 3년 동안의 양식을 비축해 두고, 나머지를 모두 화물선에 싣고 신의주로 가져가서 팔았다. 신의주라는 곳은 삼십만여 호나 되는 평안북도의 도당 소재지이다. 그 지방이 한참 흉년이 들어서 구휼하고 100억 달러를 얻게 되였다.
허충성이 탄식하면서,
"이제 나의 조그만 시험이 끝났구나."
하고 이에 남녀 이십만 명을 모아 놓고 말했다.
"내가 처음에 동무들과 이 섬에 들어올 때엔 먼저 부(富)하게 한 연후에 따로 사상체계를 만들고 국기를 새로 제정하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땅이 좁고 령도력이 한계니, 나는 이제 여기를 떠나려 합니다. 다만, 아이들을 낳거들랑 오른손에 용돈기입장을 쥐고, 하루라도 먼저 태어난 사람이 먼저 쓰도록 양보케 하십시오."
남조선 드라마들을 불사르면서,
"파는 사람이 없으면 보는 사람도 없으렷다."
하고 100억 달러를 바다 가운데 던지며,
"바다가 마르면 주워 갈 사람이 있겠지. 100억 달러는 우리 나라에도 용납할 곳이 없거늘, 하물며 이런 작은 특구에서랴!"
했다. 그리고 주체사상을 아는 자들을 골라 모조리 함께 배에 태우면서,
"이 섬에 후환거리를 없애야 되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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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충성은 나라 안을 두루 돌아다니며 꽃제비와 메뚜기들을 구제했다. 그러고도 신권이 10억 원이 남았다.
"이건 총리에게 갚을 것이다."
허충성이 가서 총리를 보고
"나를 알아보시겠소?"
하고 묻자, 총리는 놀라 말했다.
"동무의 안색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으니, 혹시 1억 원을 실패 보지 않았습니까?"
허충성이 웃으며,
"재물에 의해서 얼굴에 기름이 도는 것은 썩어빠진 자본주의자놈들의 일입니다. 1억 원이 어찌 사상을 살찌게 하겠습니까?"
하고, 10억 원을 총리에게 내놓았다.
"내가 고난의 행군을 견디지 못하고 당 혁명력사 련구를 중도에 폐하고 말았으니, 당신에게 1억 원을 빌렸던 것이 부끄럽소."
총리는 대경해서 일어나 절하여 사양하고, 십분의 일로 이자를 쳐서 받겠노라 했다. 허충성이 잔뜩 역정을 내어,
"당신은 나를 정춘실로 보는가?"
하고는 소매를 뿌리치고 가 버렸다.
총리는 가만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 허충성이 무진천 옆으로 가서 조그만 하모니카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한 늙은 할미가 아빠트 세탁소에서 빨래하는 것을 보고 총리가 말을 걸었다.
"저 조그만 하모니카집이 누구의 집입니까?"
"허 동무 댁입지요. 가난한 형편에 당 혁명력사 공부만 좋아하더니, 하루아침에 집을 나가서 5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으시고, 시방 부인이 혼자 사는데, 집을 나간 날로 직맹 명단에서 삭제되였지요."
총리는 비로소 그의 성이 허 가라는 것을 알고, 탄식하며 돌아갔다. 이튿날, 총리는 받은 돈을 모두 가지고 그 집을 찾아가서 돌려주려 했으나, 허충성은 받지 않고 거절하였다.
"내가 부자가 되고 싶었다면 10억원을 버리고 1억 원을 받겠습니까? 이제부터는 동지의 도움으로 살아가겠습니다. 동지께서는 가끔 나를 와서 보고 강냉이나 떨어지지 않고 인민복이나 입도록 하여 주십시오. 일생을 그러면 족하지요. 왜 재물 때문에 사상을 흐릴 것입니까?"
총리가 허충성을 여러 가지로 권유하였으나, 끝끝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총리는 그 때부터 허충성의 집에 양식이나 옷이 떨어질 때쯤 되면 몸소 찾아가 도와주었다. 허충성은 그것을 흔연히 받아들였으나, 혹 많이 가지고 가면 좋지 않은 기색으로,
"나에게 재앙을 갖다 맡기면 어찌합니까?"
하였고, 혹 대동강 맥주를 들고 찾아가면 아주 반가워하며 서로 권하여 지도자 동지를 “그 양반”이라 부르도록 마셨다.
이렇게 몇 해를 지나는 동안에 두 사람 사이의 정의가 날로 두터워 갔다.
어느 날, 총리가 5년 동안에 어떻게 10억 원나 되는 돈을 벌었던가를 조용히 물어 보았다. 허충성이 대답하기를,
"그야 가장 알기 쉬운 일입니다. 조선이란 나라는 배가 외국에 통하질 않고, 뜨럭이 나라 안에 다니질 못해서, 온갖 물화가 제자리에 나서 제자리에서 사라집니다. 무릇, 1만 원은 적은 돈이라 한 가지 물종을 독점 할 수 없지만, 그것을 열로 쪼개면 천원이 열이라, 또한 열 가지 물건을 살 수 있겠지요. 단위가 작으면 굴리기가 쉬운 까닭에, 한 물건에서 실패를 보더라도 다른 아홉 가지의 물건에서 재미를 볼 수 있으니, 이것은 보통 이를 취하는 방법으로 썩어빠진 자본주의 소매상인놈들이 하는 짓 아닙니까? 대개 1억 원을 가지면 족히 한 가지 물종을 독점할 수 있기 때문에, 곡물이면 곡물 전부, 자전거면 자전거를 전부, 한 장마당이면 한 장마당을 전부, 마치 총총한 그물로 훑어 내듯 할 수 있습니다. 뭍에서 나는 만 가지 중에 한 가지를 슬그머니 독점 하고, 물에서 나는 만 가지 중에 슬그머니 하나를 독점하고, 김만유병원으로 들어가는 만 가지 약품 중에 슬그머니 하나를 독점하면, 한 가지 물종이 한 곳에 묶여 있는 동안 모든 장사군들이 고갈될 것이매, 이는 인민을 해치는 길이 될 것입니다. 후세에 당국자들이 만약 나의 이 방법을 쓴다면 반드시 나라를 병들게 만들 것입니다."
"처음에 내가 선뜻 1억 원을 꾸어 줄 줄 알고 찾아와 청하였습니까?"
허충성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동지만이 내게 꼭 빌려 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능히 1억 원을 지닌 사람치고는 누구나 다 주었을 것이오. 내 스스로 나의 재주가 족히 10억 원을 모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운명은 하늘에 매인 것이니, 낸들 그것을 어찌 알겠소? 그러므로 능히 나의 말을 들어 주는 사람은 복 있는 사람이라, 반드시 더욱더 큰 부자가 되게 하는 것은 하늘이 일일 텐데 어찌 주지 않겠습니까? 이미 1억 원을 빌린 다음에는 그의 복력에 의지해서 일을 한 까닭으로, 하는 일마다 곧 성공했던 것이고, 만약 내가 사사로이 했었다면 성패는 알 수 없었겠지요."
총리가 이번에는 딴 이야기를 꺼냈다.
"방금 인민군 장령들이 대청해전에서 남조선 괴뢰해군에게 당했던 치욕을 씻어 보고자하니, 지금이야말로 지혜로운 인민들이 위대한 어버이 수령께서 내어주신 주체사상에의 내면화 수준을 뽐내고 일어설 때가 아니겠소? 동지의 그 재주로 어찌 괴롭게 파묻혀 지내려 하십니까?"
"어허, 자고로 묻혀 지낸 사람이 한둘이었겠습니까? 우선, 김무정 같은 분은 팔로군에서도 포병의 신으로 불렸지만 평양 방어 문제로 숙청당했고, 박봉주 같은 분은 조선을 못해도 동남아세아 윁남 수준으로는 끌어올릴 만한 재능이 있었건만 해임되어 순천 비날론기업소에서 소요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의 집정자들은 가히 알만한 것들입니다. 나는 장사를 잘 하는 사람이라, 내가 번 돈이 족히 지도자 동지의 머리를 살 만하였으되 바닷속에 던져 버리고 돌아온 것은, 도대체 쓸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총리는 한숨만 내쉬고 돌아갔다.
총리는 본래 장성택 행정부장의 측근이였다. 장성택이 당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되어서 그와 이야기하다가 토대가 불량하여 입당하지 못한 자들 중에 추천할 만한 사람이 있는가를 물었다. 총리가 허충성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장성택 부장은 깜짝 놀라면서,
"기이하다. 그게 정말인가? 그의 이름이 무엇이라 하던가?"
하고 묻는 것이였다.
"내레 그분과 상종해서 3년이 지나도록 여태껏 이름도 모릅니다."
"그인 이인(異人)이야. 자네와 같이 가 보세."
밤에 장성택 부장은 참모들도 다 물리치고 총리만 데리고 벤츠를 타고 허충성을 찾아갔다. 총리는 장성택 부장을 문 밖에 서서 기다리게 하고 혼자 먼저 들어가서, 허충성을 보고 장성택 부장이 몸소 찾아온 연유를 이야기했다. 허충성은 못 들은 체하고,
"동무레 가지고 온 대동강맥주나 어서 이리 내놓기요."
했다. 그리하여 즐겁게 술병이 빌 때까지 들이키는 것이였다. 총리는 장성택 부장을 밖에 오래 서 있게 하는 것이 민망해서 자주 말하였으나, 허충성은 대꾸도 않다가 야심해서 비로소 손을 부르게 하는 것이였다. 장성택 부장이 방에 들어와도 허충성은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않았다. 장성택 부장은 몸둘 곳을 몰라하며 나라에서 선군시대 강성대국 건설에 필요한 인재를 구하는 뜻을 설명하자, 허충성은 손을 저으며 막았다.
"밤은 단전 때문에 짧은데 말이 길어서 듣기에 지루하다. 너는 지금 무슨 직책에 있느냐?"
"중앙당 행정부장이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오."
"그렇다면 너는 지도자 동지의 매제로군. 내가 연형묵 같은 이를 추천하겠으니, 네가 지도자 동지께 상신해서 중앙당 조직비서를 하게 할 수 있겠느냐?"
장성택 부장은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제이(第二)의 계책을 듣고자 합니다."했다.
"나는 원래 '제이'라는 것은 모른다."
하고 허충성은 외면하다가, 장성택 부장의 간청에 못 이겨 말을 이였다.
"조총련 교포들이 조선이 조국이라 하여, 그 자손들이 많이 조선으로 귀국해 와서 한두가지 꼬투리로 관리소에 가고 있으니, 너는 당에 청하여 로동당원들의 자녀들을 내어 모두 그들에게 결혼시키고, 부패한 당군 간부들의 집을 빼앗아서 그들에게 나누어 주게 할 수 있겠느냐?"
장성택 부장은 또 머리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했다.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 하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느냐? 가장 쉬운 일이 있는데, 네가 능히 할 수 있겠느냐?"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무릇, 천하에 혁명을 외치려면 먼저 천하의 부르주아지들과 접촉하여 결탁하지 않고는 안 되고, 강성대국을 건설하려면 먼저 적들의 제도를 수용하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지금 미국이 갑자기 핵 없는 세상을 외쳐대서 수리야, 이란과는 친근해지지 못하는 판에, 조선이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시사해 저들이 우리를 제일로 믿는 터이다. 진실로 2008년 녕변 랭각탑 폭파 때처럼 우리 학생들이 유학 가서 졸업까지 하도록 허용해 줄 것과, 맥도날드가 창광거리에 지점 내 줄 것을 간청하면, 저들도 반드시 자기네에게 휴전하려 함을 보고 기뻐 승낙할 것이다. 제1중학의 수재들을 가려 뽑아 자본주의의 옷을 입혀서, 그 중 과학기술 영재들은 가서 MIT에 응시하고, 또 인문사회과학 수재들은 멀리 월가에 건너가서 금융업을 하면서, 저 나라의 실정을 정탐하는 한편, 저 땅의 반전주의자들과 결탁한다면 한번 천하를 뒤집고 조선전쟁의 한을 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조총련들 중에서 구해도 사람을 얻지 못할 경우, 북남 7천만 조선민족을 거느리고 적당한 사람을 주석으로 천거한다면, 잘 되면 사상 군사 경제강국이 될 것이고, 못 되어도 UN가입국의 지위를 잃지 않을 것이다."
장성택 부장은 힘없이 말했다.
"로동당원들이 모두 조심스럽게 김일성민족의 주체성을 지키는데, 누가 썩어빠진 자본주의의 옷을 입으려 하겠습니까?"
허충성은 크게 꾸짖어 말했다.
"소위 로동당원이란 것들이 무엇이란 말이냐? 인민 200백만을 굶겨 죽이면서 모두가 잘 사는 사회주의 락원을 건설하겠다니 얌통머리가 없지 않느냐? 피양시내 한복판에 종합시장을 개설해 놓았으니 이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전형이고, 군대는 정신력만 강조하니 일본제국주의원쑤놈들의 습속에 불과한데, 대체 무엇을 가지고 주체라 한단 말인가? 박헌영은 일제 경찰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자신의 똥을 먹었고, 김원봉은 조선의 독립을 위해 부르지아지들의 림시정부에서 일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이제 사상 군사강국을 이루었으니 경제강국을 이루어내겠다 하면서, 그까짓 당원증 하나를 아끼고, 또 장차 불도저를 달리고 삽을 쓰고 합영계약서를 쓰며 사업을 유치하고 경제무역지대를 열어야 할 판국에 실리적인 사상을 채택하지 않고 딴에 주체라고 한단 말이냐? 내가 세 가지를 들어 말하였는데, 너는 한 가지도 행하지 못한다면서 그래도 신임받는 당원이라 하겠는가? 신임받는 당 간부라는 게 참으로 이렇단 말이냐? 너 같은 자는 곡괭이로 목을 따야 할 것이다."
하고 좌우를 돌아보며 건설부대에서 쓰던 곡괭이를 찾아서 휘두르려 했다. 장성택 부장은 놀라서 일어나 급히 뒷문으로 뛰쳐나가 도망쳐서 돌아갔다.
이튿날, 다시 찾아가 보았더니, 집이 시당 보위부에 의해 불타버리고, 허충성은 관리소에 끌려갔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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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으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쓰셨네요
막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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