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귀에 경 읽기
오전에는 불전에 공양 올리고
내일은 비가 많이 오신다는 예보에
도량 안팎을 돌아 보며
물길을 내고 흙을 돋우며
비서러지에 대비하였습니다
조금만 미리 준비해 놓으면
큰 재난은 방비할수 있는 것인데
매년 여름마다 겪는 수재등은
자연 재해라기보다는
인재에 가깝다는 말을
결과론적으로 하기는 하면서도
언제나 뒷북 행정을 거듭하는 모습이
우리네 현실입니다
예전에 어느 양반이
모처럼 자기 논에 가보니
논둑에 구멍이 생겨서
물이 콸콸 흘러 나가는 것이
금방이라도 둑이 터져서
논농사를 망칠것 같은 상황입니다
머슴을 부를 사이도 없이
가지고 간 삽으로 뻘흙을 한삽 떠서
구멍을 막고는 후유 한숨을 돌리는데
잠시 후에 다시 물구멍이 터져서
억수같은 물이 쏟아 집니다
다시 물구멍을 막고 하기를
오전 내내 하느라 초주검이 되었는데
아침에 논을 보러 간다더니
돌아 오지 않는 주인을 찾아
머슴이 어슬렁 거리고 다가옵니다
야 이녀석아
빨리 안오고 무엇 하느냐
논둑이 다 무너지게 생겼다
네 놈 몸이라도 눕혀서
논둑 터지는 것을 막지 못하면
올해 네놈 세경은 그만이다
하고 소리치니
머슴은 물끄러미
양반이 하는 양을 바라보며
방기원 하고 웃습니다
양반이 화가 잔뜩 나서
삽자루를 집어 던지며
욕을 하려고 하는데
머슴은 그제사
삽을 들고는 뻘흙을 한삽 떠서
방기원 하며 막습니다
그런데 양반이 오전 내내
막아도 안되던 물줄기가
한순간에 그쳐 버리니
양반은 머슴의 재주가
신기할 따름입니다
양반과 머슴이 한 일은
한삽의 흙을 사용한것은
피차일반 마찬가지인데
양반은 물이 흘러 나오는 둑의
바깥에 가져다 부친 것이고
그것을 보다 못한 머슴은
방기원 방기원 하고
비방을 일러 주어도
주인이 알아 듣지 못하니
마침내 흙 한삽을 떠서
물이 새는 논둑의 안쪽에다
부쳐 놓은 것입니다
방기원防其源
그 물이 새는 근원을 막으시요
아무리 일러 주어도
도무지 물의 흐르는 이치를
모르는 주인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가 된 것입니다
너와 나 할것 없이
방기원의 지혜를 알지 못하면
여럿이 힘들고 어려워 지는 것
스스로를 점검하십시다
지금 나라가 하겠다는
사대강 살리기라는 사업도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마당에
몇몇 앞장선 정치인들에 의해
양두구육식으로 추진됨 역시
쇠귀에 경 읽기의 한 단면이라
할것입니다
올해는 전국에 집중 호우가
내리는 곳이 많아질 전망이라고 하니
일이 생긴 후에 손볼것이 아니라
집안 곳곳의 하수도를 살피고
공사 현장마다 안전 조업이 되도록
각별히 서로 살필 일입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물의 속성을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배를 전복시키기도 하는 법
만물의 근원인 물을 잘 사용하여
요익 중생의 법선을 띄우는
자비의 물결로 바꾸어야 하겠습니다
*오만원권 두장의 숨은 그림 찾기는
왼쪽 숫자 부분에 내리 그은 점선이
같은 지폐임에도 불구하고 위치가
균일하지 않은 것을 말합니다
(오른쪽에 동그란 부분도)
방기원을 못하여서
조폐 공사가 구설이 많습니다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아미타불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