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은 나에 부담감을 없에 주는 것
마예람
-인물사진-
옛날에 나는 유튜브를 보다가 어느 한 사진작가에 사진을 보게 됐다. 그 작가에 사진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만의 포즈를 하고 있는 사진들이 있었다. 사진에 있는 사람들이 형편이 어렵듯 좋듯 모두가 다 평등하게 멋있어 보였다. 그래서 나도 그 사진작가처럼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멋있는 사람들을 찍고 싶었지만 어릴 때라 부끄럽고 ‘커서 해야겠다’라는 마음밖에 없었다.
-하고 싶던 것-
나는 사진을 시작하고 나서도 사람을 찍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래도 필리핀에서는 개인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나는 꼭 사람을 찍고 싶어 인터뷰 형식으로 사진을 찍기로 했다. 처음에는 필리핀 선생님 마리아쌤, 조이쌤 그리고 진쌤을 인터뷰하기로 했다. 아직 인터뷰를 혼자 하기엔 부끄러워서 주은이와 은빈이와 같이 마리아쌤과 조이쌤을 인터뷰했다. 처음 하는 인터뷰여서 말을 많이 버벅거리기도 하고, 사진을 찍는데 계속 이상하게 찍히기도 했지만, 옆에서 계속 마리아쌤이 괜찮다고 말해주셔서 인터뷰를 끝까지 할 수 있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마리아쌤과 조이쌤에 사진은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너무나도 다시 찍어드리고 싶었다. 진쌤을 인터뷰할 때는 내가 영어를 못해서 공감을 잘해드리진 못했지만, 진쌤은 웃으면 친해졌다는 의미로 같이 사진도 찍고 진쌤의 비밀도 알려주셨다. 난 그 뒤로 진쌤 그리고 마리아쌤 조이쌤과 서로 소통이 안 돼도 웃으면서 인사하는 관계가 됐다. 나는 필리핀쌤들과 친해져서 좋았지만 개인 프로젝트 때문일까? 짜증과 여러 답답한 감정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사실 난 알고 있다. 부끄러워서 내가 하고 싶었던 로컬 사람 찍기를 하지 않고 선생님에 말에만 따라갔 다는 것을 그래서 진정 내가 하고 싶은 주제를 하지 못해 짜증 나고 하기 싫었던 것이었다. 또 다시 난 부끄러워진다. 내가 잘 못 된 길로 가고 있기 때문에 또 다시 난 슬퍼진다. 나만 뒤처지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난 로컬사람을 계속 만나보고 사람과 함께한 경험뿐 아니라 시간까지 사진에 담고 싶다. 그래서 난 내 스타일대로 개인 프로젝트를 다시 하기 시작했다. 인터뷰 없이 로컬 사람을 찍고, 나를 도와줄 멘티 은빈이 그리고 스트릿 포토그래퍼에 영상도 많이 찾아보며 어떻게 말해야 그 사람이 진짜 웃음을 지을 수 있는지도 생각하면서 차근차근 은빈이와 합을 맞추기 시작했다.
-찰칵찰칵-
사실 로컬 사람을 찍는다는 건 나에겐 정말 큰 도전이기도 하다. 나는 앞에서는 사람을 좋아하지만, 뒤에서는 많은 부담감을 갖고 있다. ‘내가 잘 말한 걸까?’ ‘화가 났으면 어떡하지?’ ‘나랑 친구 하고 싶지 않은 건가?’ 이런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며 최대한 친해지려 노력하지만, 나에겐 부담이 너무 큰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이 부담을 덜어내고 편하게 사람과 대화하며 내가 좋아하는 사진도 찍고 싶다. 그래서 난 이제 직진할 거다.
처음에는 발렌시아에서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을 찾으며 돌아다녔다. 너무 더워서 그런지 드러그에서 아이스 캔디를 사고 나왔는데 앞에 크리스피킹 가게가 보였다. 가게 안에서는 직원들이 웃으면서 재밌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딱 느낌이 와서 가게 앞까지 걸어갔지만 들어가기에 좀 뭐해서 가게 앞에서 얼쩡거리기만 했다. 하지만 크리스피킹 분들은 웃으면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 것 같아 용기내어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봤다. 크리스피킹 분들은 유쾌한 표정으로 ‘당연하지’라고 말해주셨다. 순간 너무 기대됐지만 직원들을 더 잘 찍고 싶어 요리하시는 모습을 찍으려 했는데 갑자기 포즈를 하시더니 밝은 미소로 나의 카메라를 보셨다. 그때 알았다. ‘이게 진짜 웃음이구나’ 그 시작으로 페인트칠하고 계신 아저씨, 세븐 일레븐 경찰관, 핫도그 사장님, 의자에 앉아서 쉬고 계신 분을 찍었다. 그리고 하교 시간이라 학생들도 찍고 싶었지만 긴장되고 부끄러워서 돌아오는 길에 레인보우를 만나 찰스쌤과 인보우랑 같이 차를 타고 학교로 돌아왔다. 며칠 뒤 다시 은빈이와 함께 발렌시아 거기를 돌아다니며 마음에 콕 집히는 사람을 찾아다녔다. 오늘도 너무 더워서 티플스에서 음료를 사고 나왔는데, 홈스테이에서 정말 힘들 때 맛있게 먹었던 아이스크림 오토바이가 지나가길래 은빈이랑 3초 눈빛 교환을 한 뒤 전속력을 다해 뛰어 오토바이를 찾아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그런데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주시는 동안 아저씨가 계속 웃고 계시길래 ‘이분은 꼭 찍어야겠다’라고 생각이 들어 허락을 받고 아이스크림 아저씨와 그분에 딸까지 같이 사진을 찍어드렸다. 이것도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컴퓨터로 아이스크림 아저씨와 딸에 사진을 크게 보니 사진이 흔들리게 찍혀 있었다. 난 이 사진들이 ‘흔들렸는데 전시해도 될까?’ ‘이상하게 찍었다고 하면 어떡하지?’라고 할까 봐 이 사진들을 전시할까? 말까? 고민을 하기도 했다. 난 그 뒤로 또 다양한 사람들을 찍으며 돌아다녔다. 그중에서 발렌시아 공원 안에 있는 정자에 똑같은 자리 똑같은 포즈 똑같은 옷차림으로 매일 앉아계신 분이 있었다. 그분에게도 말을 걸어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분에 자세가 너무 편해 보여서 내가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면 그분이 편안한 자세로 사진을 찍지 못할 것 같아 얼굴이 안 나오게 사진을 찍었다. 얼굴이 안 나와서 아쉽긴 했지만, 그분을 편하게 사진 찍은 것 같아 그래도 좋았다.
-가족사진-
난 기은 쌤에 아이디어를 받아 기동쌤, 찰스쌤, 그리고 레인보우의 가족사진을 찍어드렸다. 누군가를 위해 사진을 찍어주는 건 처음이어서 ‘가족사진처럼 안 나오면 어떡하지?’ ‘마음에 잘 드시려나?’ 걱정이 좀 됐다. 처음에 어떻게 말해야 할지 잘 몰랐지만, 옆에서 기음쌤이 도와주시고 기동쌤이 이런 스튜디오 가족사진은 처음이라고 너무 감사한다고 말해주셔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나중에는 내가 찍은 사진과 기은쌤이 찍은 사진을 합쳐서 몇 개는 작게 몇 개는 크게 뽑아 액자에 넣어 선물해 드렸다. 기동쌤은 ‘자기 집에 걸어 놓겠다’라고 말해주셨다. 나는 다음에도 누군가를 위해 사진을 찍어 선물해 주고 싶다.
-나와 다른 사람-
난 중간중간에 태리와 서준이 그리고 기은쌤과 같이 출사를 나가기도 했다. 릴로 안에서 외향적인 사람을 정말 많이 본 것 같다. 바다에서 수영하고 있는 아빠와 아들, 농구를 하고 있는 청년들, 오토바이 아저씨, 이탈리아 레스토랑 사장님. 사진을 찍어 달라는 사람들도 있었고 망고를 주시는 분과 초면인데도 웃고 가시는 분들도 있었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보고 나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느꼈다. 부담감 없이 말을 걸 수 있는 사람 언제나 밝게 웃은 사람 내 것을 남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스트릿 포토그래퍼-
난 흔들리거나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사진들은 다 쓸모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사진에 의미가 있으면 어떻게 찍히든 소중한 사진이 될 거고, 더 기억에 남을지도 모른다.
휼룡한 인물사진은 인물에 내면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것을 드러내지 않으면 사진에 담을 수 없다. 처음에는 이 말이 귀에 그렇게 잘 들리진 않았지만 지금 보면 ‘그때 좀 덜 부끄러워 볼걸’ ‘좀 더 편하게 말해 볼걸’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난 지금도 이 말이 내가 실천하기엔 어렵고 어떻게 해야 인물이 진짜 내면을 드러낼 수 있는지도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난 더 사람을 만나보고 사람과 더 많은 대화를 해보고 싶다. 나는 개인 프로젝트가 끝나도 인물사진을 계속 찍고 나중에는 내 사진으로 스티커도 만들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