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초심의 회복을 촉구한 예언자 아모스
베들레헴에서 남쪽으로 8킬로미터가량 떨어진 트코아 유적에서는 기원전 8세기에 활동한 예언자 아모스(아모 1,1)를 떠올리게 됩니다. 아모스라는 이름의 어근은 ‘짐을 운반하다’ ‘나르다’라는 뜻입니다. ‘아모스’는 수동형으로서 ‘(주님의) 지지를 받는 자’ ‘(주님에 의해) 보호받는 자’로 풀이됩니다. 이는, 아모스가 태어났을 때 주님께서 그를 보호해주시기를, 그가 사는 동안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주시기를 기원하며 붙인 이름일 터입니다.
잘 알려진 사실은 아니지만, 아모스는 「예언서」의 예언자들 가운데 가장 앞선 시대에 살았습니다. 성경 목차에는 이사야서가 예언서 중 제일 앞에 나오므로 이사야가 가장 먼저 활동한 듯 보이지만, 연대로는 아모스가 더 빠릅니다. 아모스 신탁의 분량이 적은 탓에 - 물론 다른 요인도 작용하였지만 - 열두 소예언서에 포함되며 뒤로 밀렸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아모스는 ‘문서 예언자’의 선두에 해당합니다. 엘리야, 엘리사 등은 본인 이름으로 된 예언서 없이 역사서 안에 등장하지만, 아모스 때부터는 예언자들이 전한 신탁이 따로 수집되어 글로 엮이기 시작합니다. 이런 이들을 ‘문서 예언자’라 칭하여 이전 예언자들과 구분하는데요, 이 가운데 최초가 바로 아모스입니다. 또한 역사서 안의 예언자들보다 후대에 활동하였다는 뜻으로 ‘후기 예언자’라고도 일컫습니다.
전기와 구분되는 후기 예언자의 출현에는 그만한 배경이 존재합니다. 본래 이스라엘은 지파 중심의 평등 사회였지만, 사무엘이 경고한 대로(1사무 8,11-18) 왕정과 함께 귀족층이 출현하자 변화가 생깁니다. 하느님께서는 공정과 정의를 지키라고 율법을 주셨는데, 부유층이 땅을 독식하며 약자를 착취하기 시작한 것입니다(이사 5,8; 아모 2,6). 예언자 무리도 이런 기류에 편승해 예언을 밥벌이처럼 생각하게 됩니다. 민생을 우선시 해야 할 종교 지도자들이 이익 집단으로 변질된 것이죠(미카 3,5.11). 이렇듯 사회적 불평등과 종교의 타락이 극에 달하자 비판의 소리를 높이며 등장한 이들이 바로 후기 예언자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앞선 아모스는, 자신이 돈 받고 예언하는 직업인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아모 7,12-14). 그보다 조금 이후 활동하게 되는 미카도, 돈 되는 걸 쥐어 주면 듣기 좋은 신탁을, 아무것도 안 주면 나쁜 신탁을 선포하는 예언자들을 질책하였고(미카 3,5.11), 미카와 동시대 예언자 이사야 역시 공정과 정의는 실천하지 않고 비싼 제물만 바치면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을 꾸짖었습니다(이사 1,10-17). 말하자면, 아모스를 필두로 한 후기 예언자들은 모세와 같은 초심으로 돌아가 주님의 참된 대변자가 되려고 노력한 이들입니다. 그래서 자기를 찾지도 않은 백성을 일부러 찾아가 신탁을 전하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후기 예언자의 첫 인물인 아모스, 그의 고향 트코아에서는 말씀을 전하는 예언자도 초심을 잃으면 어떻게 되는지 돌아보게 해주어 자기 자신을 늘 성찰하라는 가르침을 되새겨 보게 합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4년 7월 14일(나해) 연중 제15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