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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牛♡│ 시 선 ‥| 스크랩 상수리나무의 절규 / 임보
동산 추천 0 조회 76 14.10.10 10:17 댓글 5
게시글 본문내용

 

 

 

 

 

상수리나무의 절규 / 임보

 

 

1
겨울산은 참 을씨년스럽다

잎들을 다 잃고 떨고 있는 나무들의 모습은 처량도 하다

수많은 나목들 사이에 우뚝 서 있는 상수리나무는

허리와 어깨에 힘을 주며 다짐한다

“떨지 말자!

우리는 나무들 가운데서도 참나무,

참나무 중에서도 상수리나무가 아닌가!“

 

앙상한 가지들만 남아 얼핏 보면 그놈이 그놈 같지만

상수리나무는 다른 참나무들과도 다르다

선풍도골(仙風道骨)의 매끈한 뼈대를 타고났다

 

2

참나무 마을의 씨족들은

굴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그리고 상수리나무다

참나무는 예로부터 사람들의 의식주를 도우며 헌신적으로 살아왔다

옛날 산골의 굴피집 지붕을 덮었던 것이 굴참나무 껍질이며,

농군들이 짚신 바닥에 푹신하게 깔았던 것이 신갈나무 넓은 잎이며,

명절 떡시루에 떡을 싸서 함께 찌던 것이 떡갈나무 향긋한 잎이다

늦가을까지 고운 단풍으로 자태를 뽐내는 갈참나무며,

작은 도토리 올망졸망 많이도 달고 있는 졸참나무도 얼마나 기특한가

 

또한 흉년이 들면 사람들은

참나무 씨족들이 공들여 만든 열매― 도토리들을 주워서

죽을 쑤기도 하고, 묵을 만들어 연명을 하지 않았던가?

여러 도토리 가운데서도 상수리 맛이 으뜸이어서

임금님의 수라상에까지 오르다 보니 ‘상수리’라는 이름을 얻기도 했다

여인네들은 상수리 삶은 황갈색 물을 물감으로 쓰기도 했으니……

참나무 씨족들이야말로 나무 중의 진짜 요긴한 나무라고

사람들이 부르기를 ‘참나무’라

그 참나무 가운데서도 제일인 것이 상수리나무가 아닌가?

 

요즘은 먹을 것 잔뜩 있는데도 욕심 많은 인종들이

상수리를 탐하여 익어 떨어지기 무섭게 모조리 다 주워가니

아니, 그것도 모자라, 매달린 열매 떨어뜨리려

돌멩이로 몸뚱이를 무참히 찍어서 만신창이가 되었도다

상수리 자손들 제대로 못 번식케 한 죄(罪) 크기도 하려니와

다람쥐 산짐승들이 배를 곯고 지내게 되었으니

어이할꼬 어이할꼬 한탄하는 소리 숲에 가득하다

 

3

인제 봄이 오고 있다

양지쪽에선 눈을 인 복수초가 노란 꽃잎을 열었다

그러자 직박구리가 어서 일어나라고 요란스럽게 떠들어대며

이 나무 저 나무 옮겨 다니며 안달이다

때까치도 짹짹이고,

멧비둘기도 구국구국 목을 틔우고 있다

노루귀가 별처럼 반짝이며 작은 꽃들을 밀어올리자

생강나무와 산수유가 깨어나

황금 수술 같은 꽃 타래를 터뜨린다

진달래도 안간힘을 쏟으며 꽃 문들을 열기 시작하고

딱따구리는 아직도 겨울잠에 빠져 있는 나무들을

딱따르르륵 딱따르르륵 깨우고 있다

 

나목들의 가지에는

연록의 새순들이 달팽이 뿔처럼 밀고 나와 밖을 내다본다

상수리나무도 서둘러 싹을 틔워야겠다고 생각하며

푸른 기운이 감도는 산록을 굽어본다

“저 놈들은 겨울잠도 아니 자고 저리 극성이란 말이야”

푸른 소나무 마을을 건너다보며 중얼거린다

“하지만 두고 봐라,

한여름이면 우리 참나무 마을의 무성한 숲을

제깟 놈들이 어디 당해낼 수 있을지……”

 

상수리나무는 참나무 마을의 씨족들을 향해

어서 무성하게 잎을 피우라고 고함을 지른다

참나무 마을 주위의 오리나무, 아까시나무들도

앞을 다투어 잎들을 내미느라 소란스럽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이지?

참나무 마을의 신갈나무 몇 놈이 아직도 늑장을 부리고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있다

“저놈들이 저렇게 게으름을 피우니

제대로 열매를 맺을 수 있나, 쯧 쯧……“

상수리나무가 혀를 차며 못마땅해 한다.

그러자 지나가던 직박구리가 한마디 건넨다

“잠든 게 아니에요. 갔어요!”

“가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참나무시들음병으로 죽었단 말이에요”

“아니, 참나무시들음병이라니?”

“아저씬 아직 그것도 모르고 있나요?

참나무에게만 달려들어 말라 죽게 하는 돌림병인데…”

“뭐? 우리 참나무가 시들어 죽어가는 병이라고?”

기가 막힌 상수리나무는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그때 때까치가 날아와 참견을 한다

사람들이 죽은 참나무들을 베어내

무덤을 만들면서 올라오고 있다고――

이 봄날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그러고 보니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

붕붕거리며 돌아가는 기계톱날 소리며

웅성거린 사람들 말소리며

우지직 우지직 나무 넘어지는 소리며……

 

언젠가 멧비둘기가 날아와

소나무혹파리라는 병 소식을 알려주었을 때

참, 소나무 동네 안 됐다고 안타까워했었는데,

이젠 우리 씨족들을 말살하려는 시들음병이라니……

상수리나무는 발을 동동거리지만 움직일 수도 없다

 

4

도대체 우리 참나무가 무얼 그리 잘못했기에

왜 그 몹쓸 돌림병이 우리 씨족에게 달려든단 말인가?

열매 맺어 뭇 중생들 다 나누어 먹이고

구멍 뚫린 몸뚱이로 버섯도 길러 주고

끝내는 숯으로 온몸 불태워 인간에게 헌신커늘

대대로 베푼 우리의 보시 적선 무엇이 아직 부족하여

그런 천형을 받아야 된단 말인가?

 

하늘이여, 하늘이여,

이 원통함을 굽어 살피소서!

사람들아!

그대들이 잘 살려거든

부디 우리 참나무를 어서 돌보시라!

 

상수리나무의 절규가 온 산천을 흔들지만

사람의 귀에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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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4.10.10 11:19

    첫댓글 내가 공을 들여 쓴 장시인데 아직 세상이 눈여겨 보아 주지 않은 것 같습니다.

  • 작성자 14.10.10 11:58

    오늘 아침에 다시 읽었습니다....
    (제가 들르는 카페에 다시 소개해야 겠습니다)

  • 14.10.10 22:48

    상수리나무의 절규가 곳곳에서 처절합니다.
    요즘 우리집 뒷산에도 새롭게 허연 무덤들이 생겨나 심란합니다.
    어떻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는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 14.10.11 14:02

    "떨지말자" 아 저 참이 ..교수님, 참은 떨지 않습니다 죽을 뿐 입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사람들의 회개가 산천을 진동 할 것입니다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14.10.11 14:05

    니느웨에는 요나가 있었고
    소돔과 고모라에는 롯이 있었고
    우리 한국에는 임보가 있습니다
    롯은 썩은 소돔 물에 동화되었지만 요나는 외쳤고
    임보도 지금 외치고 있습니다 듣는이가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옵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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