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무 가는 길
2013년 6월 22일(토)
새벽녘에 비가 내리고 방에 비가 샌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잠이 깨어 둘러보니, 무연님이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을 플라스틱 통에 받고 있고, 바닥에 두었던 여행용 가방은 흙물이 튀어 엉망이다. 천정뿐 아니라 벽에서도 물이 줄줄 흐른다. 우선 가방과 배낭을 빗물이 튀는 범위 밖으로 옮겨놓고, 요와 이불이 벽에 닫지 않도록 끌어 놓는다.
어찌 보면 티베트에 와서 가장 티베트다운 경험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서구문명이 자연을 정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데 비해, 티베트문화는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과의 공존에서 비롯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비새는 방 정도는 크게 신경 쓸 것이 못 되기 때문이다.
이집은 제법 규모가 큰 게스트하우스다. 앞으로 세월이 흐르고, 중국의 티베트 병합이 기정사실화 되어, 관광객들이 더 늘게 되면, 체면을 중요시하는 중국이 비새는 방을 묵인 할 리가 없을 터이니, 지금은 중국화가 덜된 덕택에, 비새는 방에서 잘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그런 시기가 길지는 않을 것 같다.
다행이 아침이 되니 비가 멎는다. 아침식사를 하고, 9시가 조금 못 되어 숙소를 출발한다, G318국도를 타고 잠시 서진(西進)하다, 먼푸((門布)를 지나면서 남하하여, 약 150Km 떨어진 장무로 향한다. 황량한 광야를 달린다. 간간이 묘목을 심어 놓은 곳들이 눈에 뜨인다. 乃龍을 지나는 모양이다. 마을은 보이지 않는데, ‘發展乃龍 敎育先行’이라는 하얀 글씨가 산허리에 커다랗게 새겨져있다. 차창 밖으로 빗방울이 흩날리다 이내 멎는다. 9시 45분 경 먼푸마을에 도착하여 잠시 차가 멎는다. 오래된 마을이다. 개들이 한가롭게 도로 위를 산책하고, 펌프로 물을 긷는 여인들이 보인다.
먼푸(門布)마을
10시 45분 경, 라롱라(拉龍拉,5,200m)고개 올라, 시샤팡마(8,027m)와 히말라야 연봉을 바라보고, 11시 30분 경 니알람(Nyalam,3,900m)에 도착하여 이른 점심식사를 한 후, 한동안 휴식을 취하고, 12시 30분, 장무(樟木,2,300m)로 향한다.
라롱라 고개
고개에서 본 히말라야
구름에 가린 시샤팡마
니알람과 장무간의 고도차는 1,600m나 된다. 산허리를 잘라 만든 도로를 따라 내리며 보는 계곡의 풍광이 일품이다. 우리들은 차에서 내려 30분 정도 도로를 따라 걸으며 멋진 풍광을 즐긴다. 마치 신선이라도 된 기분이다.
산허리를 깎아 만든 구절양장의 도로에 화물차 통행이 빈번하다.
파곡하(波曲河)깊은 계곡
폭포
도로로 떨어지는 폭포 1
도로로 떨어지는 폭포 2
아름다운 풍광에 흠뻑 빠지신 스님
신선이 되신 스님들
줄지어 서 있는 타타 화물트럭
2시 40분 경 장무에 도착하여 財綠賓館(Cai Yuan Hotel)에 투숙한다. 방을 배정받고, 우선 샤워부터 한 후, 길거리 구경에 나선다.
투숙한 호텔
호텔 로비에 걸린 장무 전경
장무 풍경 1
장무풍경 2
장무풍경 3
주빠(酒吧)
손님을 기다리는 여인들
건물 사이의 좁은 계단길
장무는 중국과 네팔 국경에 자리 잡은 무역도시이고, 중국 국경수비대가 주둔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을 통해 네팔과 인도 등과의 교역이 활발하여, 중국은 라싸에서 카트만두까지 G318국도를 연장하여 우정공로(725Km)라 부르고, 한족을 대거 이주시켜 중국화 시킨 도시다. 가파른 절벽에 떨어질 듯 걸려 있는 집들, 좁은 도로 양쪽에 빽빽하게 늘어선 다양한 상점들, 여기저기 건축 중인 건물들, 그리고 다양한 인종들... 무역도시답게 활기가 넘친다.
2013년 6월 23일(일)
10시에 업무를 시작하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제일 먼저 도착하여 차례를 기다리려고, 아침식사를 서둘러 마치고, 8시 40분 경 호텔을 떠난다., 9시 경에 출입국사무소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0순위다. 제일 앞줄에서 업무시작을 기다리며 주위를 둘러본다.
이른 아침 출입국 사무소로 향하고
제일 앞에서 문 열기를 기다린다.
우의교
강 건너 네팔
출국울 기다리는 세련된 모습의 중국 젊은이들
10시 정각, 업무가 시작되고, 출국절차를 밟는다. 출국수속은 간단하지만, 짐 검사가 무척 까다롭다. 가방이고, 배낭이고, 속속들이 뒤진다. 특히, 책은 책갈피까지 살피고, CD같은 것은 어딘가로 들고 갔다 다시 가져와 되돌려 준다. 고약하다. 출국절차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서 뜻밖의 사람들을 만난다. 쿰부히말, 그리고 안나푸르나와 랑탕을 두 차례에 걸쳐 안내해 주었던, 가이드 옹추와 셀퍼 파쌍이다.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들이라 카일라스도 이들을 인정하고, 네팔 쪽의 가이드를 부탁한 모양이다.
우의교를 건너면 네팔의 코다리((Kodari), 출입국사무소가 있다. $25을 내고 비자를 받은 후, 간단하게 입국절차를 마친다. 짐 검사 같은 것도 없다. 방금 전에 치렀던 출국절차와는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다.
우의교를 건너, 네팔 땅, 짐을 끌고 출입국 사무소로 향한다.
입국 수속
입국수속을 마친 일행은 버스에 올라 카트만두로 향한다. 이윽고 카트만두에 도착하여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국하는 팀은 네팔 잔류 팀과 작별을 하고 공항으로 향한다.
(2013. 7.21.)
첫댓글 맑은 스님!
참 ~! 고우시다 _()_
고우시죠!
그리고 분위기도 있으시구요.
어찌 지명을 그리 잘 아시는지요
안나푸르나 랑탕트래킹에 중국도 수십차례 여행하신듯해요 중국말 읽기도 어려워하는 접니다
지도에서 지명을 찾지요.
산에 다니다 보니, 지도는 필수라, 버릇이 되어서
여행할 때도 꼭 지도를 가지고 다닙니다.
좋은 사진 많이 담으셨고..일목요연한 일정을 읽으니 다시 그때로 돌아간 듯 합니다.
이제 거이 거이 끝나가네요.
티베트말도 배우셨다구요?
대단한 열정이네요.
즐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