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22.
1월 어느 날 책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어디선가 유성기를 틀었는지 잠결에 구성진 옛 노래가 귓가로 스며든다.
아버지가 트셨나?
Sp판이 돌아가듯 먼 옛날 가수 진방남이 불렀던 '꽃마차'가 들리는 거다.
시골집이라도 음악을 좋아하시는 아버지 덕분에 축음기와 내셔널 전축이
있었고, 어렸을 때 Sp판으로 들었던 익숙한 노래가 Tv에서 아련하게 흘러
나온다.
'트롯 전국체전'이라는 프로에서 가수 '신미래'가 옛날 창법 그대로 노래를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잠이 달아난다.
발라드와 알아듣지 못하는 그룹댄스곡이 싫어 가요무대, 불후의 명곡, 복면가왕
정도나 시청하였는데 최근 트롯이 대세라 관련된 프로를 자주 보게 된다.
미스 트롯 1편을 볼 때 송가인, 정미애, 홍자, 정다경, 숙행 등을 관심 있게 보며,
송가인을 우승자로 예측을 하면서도 내심 정미애를 응원하였다.
미스터 트롯의 예선에서 '임영웅'이 이야기 하듯 편하게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그의 우승을 자신있게 점치면서도 성악가였던 김호중을 응원하고 문자투표까지
하는 이중성을 발휘하기도 했다.
보이스 퀸에선 '난감하네'의 조엘라와 '배 띄워라'의 전영랑에게 관심이 있었고,
진행 중인 미스트롯2에선 전유진과 윤태화, 김다현, 황우림, 홍지윤, 공소원,
은가은이 관심대상이다.
트롯 전국체전에선 신미래, 오유진, 김산하, 이송연, 설하윤, 윤서령, 재하, 진유성을
관심 있게 보는데 그중 레트로(Retrospect) 형식의 '신미래'에게 특히 주목을 한다.
Sp판으로 배웠던 노래,
애수의 소야곡, 낙화유수, 타향살이, 꽃마차, 짝사랑, 눈물젖은 두만강, 번지없는 주막,
나그네 설움, 홍도야 울지마라, 선창, 꿈꾸는 백마강, 귀국선, 울고 넘는 박달재, 꿈속의
사랑, 고향무정, 눈물을 감추고, 덕수궁 돌담길, 뜨거운 안녕, 종점 등이 문득 생각난다.
20대 가수 조명섭이 현인의 복고풍(復古風) 창법으로 부르는 옛 노래를 들으며 추억에
잠기기도 했는데, 이번엔 신미래라는 가수가 레트로풍으로 '꽃마차'와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구슬프게 부르며 아버지의 애틋했던 부정(父情)과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미스 트롯이 트롯에 대하여 관심을 촉발했다면,
이어진 미스터 트롯이라는 프로에 출연한 임영웅과 김호중 등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최근엔 트롯이 대세가 되었다.
트롯은 분명 한국적 느낌이 강한 장르다.
꺾고, 늘어지고, 호소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트롯은 국악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감성을
대변한다.
발라드란 주로 사랑에 대해 노래하는, 느리고 서정적인 음악의 형식이다.
따라서 '발라드'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애잔하지만 뭔지 모르게 힘없이 들리는 발라드풍의 노래는 맥이 풀리게 해 싫었던 거다.
그룹댄스곡은 뭔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 외면을 했고,
학생 때부터 '클래식'을 즐겨 들었는데 어느 날부터 서양의 전통적 작곡 기법과 연주법에
의한 교향곡 등을 들으면 가슴이 답답하고 묵직한 느낌을 받았다.
어느 때부터인가 생활뿐만 아니라 내가 듣는 음악에 대해서도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무거운 음악보다는 장식적, 주관적인 요소를 피하고 생략과 절제의 미로 창조한 음악,
즉 단순하고 경쾌한 경음악이 좋아진 거다.
꽤 많았던 Sp판과 Lp판은 오래 전 형님한테 보냈고,
조금씩 사서 모은 CD와 DVD를 정리하며 손이 닿기 좋은 곳에 세미클래식(Semiclassic)
위주의 CD를 배치한다.
가벼운 분위기 위주의 경음악은 마음을 편하게 하기에 책을 볼 때나, 심지어는 청소기를
돌릴 때도 볼륨을 올리고 들었는데, 이번에는 신미래의 노래를 들으며 트롯에 홀딱
빠진 거다.
음악이란 참 묘하다.
음악이란 무질서한 소리들에게 질서를 부여하며 만들어낸 소리의 창조물이다.
과학적으로 따지자면 공기의 진동에 불과하지만 신미래의 노래에는 위로와 희망이 담겼다.
소리가 귀와 뇌를 통해 마음에까지 다가오는 신미래의 노래를 들으며 마음이 평온해지니
이 소리야말로 생명을 살리는 마음이 담겼는지도 모르겠다.
신미래의 노래가 트롯 전국체전에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지는 모르겠다.
설사 그녀가 우승을 못해도 나는 신미래의 복고풍 노래를 좋아하고 짝사랑을 할 것이다.
2021. 1. 22.
석천 흥만 졸필
첫댓글 코로나 진정되면 노래방가서 한번 불러야 겠구먼 ..
대니는 잘부를꺼야
그 시절에 축음기와 내셔널 전축이 있었다니, 석천 선생은 진천 부잣집 도령이었네?:
부잣집?
ㅋㅡ맞아
축음기 전축은 기본
동네에서 유일한 기와집에
전화까지 있었으니 ㅡㅋㅋ
전화번호는 진천 2004번,
2001 진천군수, 2002 진천읍장, 2003 교육장
2004번 우리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