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류 속을 순환하는 DNA가 암 치료를 안내한다. 단, 과학자들이 그 활용방법을 알아낼 수만 있다면..."
BEAMing 기법을 개발한 존스홉킨스 대학교의 버트 보겔스타인 박사 (http://en.wikipedia.org/wiki/Bert_Vogelstein)
2012년, Cancer Research UK 런던 연구소(Cancer Research UK London Research Institute)의 찰스 스완턴 박사는 암(癌)이 부릴 수 있는 최악의 장난질(dirtiest tricks)에 직면했다. 동료들과 함께 한줌의 신장종양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하던 그는 당연히 수많은 돌연변이들이 발견되리라 기대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겨우 하나의 종양에서 발견된 유전적 다양성(genetic diversity)의 폭(幅)은 실로 엄청났다. 한쪽 언저리의 암세포는 다른쪽 언저리의 암세포와 달랐으며, 종양 덩어리 전체에서 나타난 돌연변이 중 공통된 것은 고작 1/3에 불과했다. 설상가상으로, 원발병소에서 전이되어 다른 곳에 뿌리를 내린 2차종양(secondary tumours)은 또 다른 양상을 나타냈다(참고 1).
이상(以上)의 결과는 현재의 표준 진단방법인 조직생검(tissue biopsy)이 얼마나 불충분한지를 말해 준다. 그건 마치 전국민의 의식을 알아보기 위해 특정 지역 주민들(예: 구로구)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나의 생검은 불과 몇 센티미터 옆에 있는 돌연변이를 놓칠 수 있으며, 이는 환자의 생존율에 극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설사 생검을 통해 표적치료법(targeted therapies)에 취약한 종양의 특정 돌연변이를 찾아냈다 치더라도, 그 정보는 정적(static)이어서 암의 진화에 따라 얼마든지 부정확한 정보로 전락할 수 있다.
스완턴과 동료들은 난공불락처럼 보이는 돌연변이의 다양성에 질리고 말았다. “솔직히 말해서, 난 아직도 기분이 억눌려 있다. 만일 우리가 고해상도의 검사를 실시했다면, 돌연변이 양상은 더 복잡하게 나타났을 것이다”라고 스완턴은 토로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환자의 암(癌)을 좀 더 다각적으로 들여다보고, 심지어 그 변화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여, 혈액검사를 이용하는 것이다. “뭐? 혈액검사로 암을 진단한다고?” 여기저기서 의아해 하는 독자들의 표정이 보이는 듯하다.
암세포가 파열되어 사멸하는 경우 암세포는 그 내용물을 혈류 속으로 방출하는데, 그 속에는 종양의 DNA, 즉 혈류 속을 순환하는 종양의 DNA(ctDNA: circulating tumour DNA)가 포함되어 있다. 부연설명하면, ctDNA란 혈류 속을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는 종양 게놈의 부스러기(genome fragments)라고 할 수 있다. 정상적인 세포의 찌꺼기는 청소부 세포(예: 대식세포)들이 잘 수거하여 처리하지만, 종양은 덩치가 너무 크고 신속히 증식하기 때문에, 청소부들의 처리 능력(capacity)을 넘어서게 된다.
따라서 “혈류 속에 떠돌아다니는 ctDNA를 포착할 경우, 종양의 동태를 파악하는 결정적 단서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생각이다. ctDNA를 측정/시퀀싱하는 기법을 개발하고 정교화함으로써, 과학자들은 ‘혈액이 담긴 바이알’을 ‘액체 생검(liquid biopsies)’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기존의 조직생검이 ‘열쇠구멍’이라면 혈액검사는 ‘풍경화’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혈액샘플을 채취하면, 치료의 경과를 체크하는 것은 물론 ‘종양이 저항성을 진화시키고 있는지 여부’도 감시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신기술이 그렇듯, 혈액검사를 통한 암 진단 방법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초기 단계의 작은 종양의 경우, ctDNA의 수준이 개인마다 다르고 검출하기도 까다롭다. 그리고 지금껏 발표된 대부분의 연구들은 수십 명 미만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데다가, 연구된 암의 종류도 몇 가지 안 된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ctDNA를 이용한 암 진단법」이 정확성을 인정받으려면,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그 성능을 검증받아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것이 환자의 생명을 살리거나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지도 검증받아야 한다. “과학자들의 당면과제는 ctDNA의 진정한 효용(true utility)을 증명하는 것이다”라고 존스홉킨스 대학교의 루이스 디아즈 박사(종양학)는 말했다.
“만일 과학자들이 (위에서 지적한) 당면과제를 해결한다면, ‘액체생검’은 임상의들로 하여금 보다 나은 치료방법을 선택하게 하고, 그러한 의사결정을 상황에 따라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게 해 줄 것이다. 게다가 액체생검은 새로운 치료표적을 제공할 수도 있으며, 맞춤형 의료(personalized medicine)의 실현을 앞당길 수도 있다”라고 존스홉킨스 대학교의 빅토르 벨쿨레스쿠 박사(종양유전학)는 말했다.
(1) 개발이 지연되는 이유
‘인간의 혈액 속에 DNA가 떠돌아다닌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1948년이며(참고 2), 암 환자의 혈액 속에서도 이 사실이 확인된 것은 1977년이다(참고 3). 그런데 이런 DNA가 암의 전형적 특징(hallmarks)인 돌연변이를 포함하고 있으며, 그것이 종양에서 유래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데는 그로부터 14년이 더 필요했다(참고 4, 5).
혈액 속의 DNA가 처음으로 실용화된 곳은 암 치료 분야가 아니었다. 현재 홍콩 중문대학에 재직 중인 데니스 로 교수(화학병리학)는 “종양이 혈액 속으로 DNA를 방출한다면, 태아도 틀림없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추론했다. 1997년 그는 남자 아이를 임신한 임신부의 혈액 속에서 태아의 Y 염색체를 찾아냈다(참고 6). 로 교수의 발견은 의사들로 하여금 - 태아를 건드리지 않고 - 태아의 성별을 조기에 감별할 수 있게 해 줬고, 궁극적으로 침습적 방법(invasive testing)에 의존하지 않고도 발달장애(예: 다운증후군)를 검사할 수 있게 해 줬다. 이처럼 혈액 속의 DNA는 산전진단(prenatal diagnostics) 분야에 대혁명을 가져왔다. (http://www.nature.com/news/prenatal-screening-companies-expand-scope-of-dna-tests-1.14807 참조)
“혈액 속의 DNA를 이용하여 암을 추적하는 연구는 지금까지 지지부진했다. 왜냐하면 종양의 DNA를 찾아내는 것은 태아의 DNA를 찾아내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Cancer Research UK 케임브리지 연구소의 니찬 로젠펠트 박사(유전체학)는 말했다. 혈액 속에 포함된 종양의 DNA는 양이 매우 적은 데다가 극도로 가변적이다. 진행성 암의 경우 혈중 DNA 중 대부분이 ctDNA이지만, 통상적으로 ctDNA가 혈중 DNA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를 넘지 않으며, 0.01%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따라서 초기 시퀀싱 기술로 ctDNA를 탐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으며, 설사 가능하더라도 ctDNA를 생체지표로 이용하기에는 일관성이나 신뢰성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고감도의 기법들이 개발되어 미량의 DNA를 감지하고 정량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컨대, BEAMing이라는 증폭 기법은 ctDNA를 작은 자석공(magnetic beads)에 부착시킴으로써 분리와 측정을 용이하게 해 준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건강한 DNA의 10,000분의 1에 해당하는 미량의 ctDNA를 탐지할 수 있다고 한다(첨부그림 참조).
BEAMing을 개발한 사람들은 존스홉킨스 대학교의 버트 보겔스타인 및 케네스 킨즐러 박사(유전종양학)다. 그들은 2007년 발표한 논문에서, 18명의 환자들(대장암 치료를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BEAMing을 이용하여 ctDNA를 탐지하는 방법을 소개했다(참고 7). 이 논문에 의하면, 수술을 받은 환자들 중에서 일부는 ctDNA 농도가 99%나 감소했지만, 많은 경우 ctDNA 수치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첫 번째 확인검사에서 ‘ctDNA 검출(detectable)’ 판정을 받은 환자들을 추적해 보니, 한 명을 제외하고 - 궁극적으로 - 전원이 재발을 경험했다고 한다. 이에 반해, 수술 후 ‘ctDNA 미검출(undetectable)’ 판정을 받은 환자들 중에서는 재발한 환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보겔스타인과 킨즐러의 연구결과는 “‘수술에 잘 반응하는 환자’와 ‘(암세포 잔류로 인해) 화학요법이 필요한 환자’를 확인하는 데 ctDNA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 후 과학자들은 다른 암에도 ctDNA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함을 알게 되었다. 예컨대, 로젠펠트 박사가 이끄는 Cancer Research UK의 연구진은 “ctDNA를 이용하여 진행성 난소암 및 유방암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참고 8). 그리고 디아즈 박사가 이끄는 존스홉킨스 대학교의 연구진은 사상 최대규모의 연구를 통해, 췌장, 방광, 피부, 위, 식도, 간, 두경부 등 다양한 장기에 진행성 암을 보유한 환자 중 75% 이상에서 ctDNA를 탐지했다고 보고했다(참고 9; 단, 뇌종양만은 예외다. 왜냐하면 뇌 주변에는 혈뇌장벽(BBB: blood–brain barrier)이 존재하여, 종양의 DNA가 혈류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2) 더 나은 생체지표
혈류를 순환하는 DNA는 과학자들이 지난 수십 년간 추구해 왔던 단백질 생체지표(protein biomarkers)보다 성능이 뛰어나다. 단백질은 임상에서 질병을 진단하고 환자의 치료 경과를 모니터링하는 데 사용되고 있지만, 고질적인 문제점이 있다. 예컨대 전립선특이항원(PSA: prostate-specific)은 전립선암 진단에 사용되고 있지만, 위양성(false positives) 판정의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혈중 PSA는 다른 원인에 의해서도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ctDNA는 암세포의 특유의 돌연변이 및 기타 유전적 변화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위양성 판정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 또한 대부분의 단백질 생체지표들은 수 주 동안 혈류 속에 머물지만, ctDNA는 반감기가 2시간 미만이어서 종양의 (과거보다는) 현재 상태를 좀 더 명확하게 보여준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와 존스홉킨스 대학교의 연구팀은 각각 “유방암(참고 10)과 대장암(참고 9)을 탐지하는 데 있어서 ctDNA의 감도(sensitivity)가 단백질 생체지표보다 우수하며, 종양의 사멸·전이·재발을 더 정확하게 추적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또한 두 연구팀은 ctDNA가 순환하는 종양세포(CTC: circulating tumour cells)보다도 감도가 뛰어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CTC란 혈류를 떠돌아다니는 ‘멀쩡한 암세포’로, 지금껏 과학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 왔다. 그러나 디아즈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16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ctDNA의 수가 CTC보다 50배나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참고 9). 게다가 CTC가 검출된 환자에게서는 예외없이 ctDNA가 발견됐지만, ctDNA가 검출된 환자에게서는 CTC가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디아즈 박사에 의하면, 과학자들이 ctDNA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종양의 진화및 적응과정을 경시적(經時的)으로 감시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한다. “ctDNA는 지금껏 종양학의 난제로 여겨져 왔던 의문들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디아즈 박사는 말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을 괴롭혀 왔던 종양학의 난제 중 하나는 “그렇게 많은 표적 치료법들(targeted therapies)이 궁극적으로 실패하는 이유는 뭘까?”라는 것이다. 예컨대 게피티니브(gefitinib)와 파니투무맙(panitumumab)은 표피성장인자(EGFR: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세포의 성장 및 분화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많은 암세포에서 과잉발현됨)을 차단하는 약물들이다. 그런데 이 약물들을 투여받은 환자들은 일시적으로 반응을 보일 뿐, 몇 개월 후에는 암세포들이 다른 유전자(예: KRAS)의 돌연변이를 통해 저항성을 획득하게 된다. (상당수의 암들이 KRAS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임상의들은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다음 조치를 결정하기 위해, 여러 차례 생검을 실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진행성 암 환자들은 여러 개의 종양들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하나의 종양이라도 부위에 따라 상이한 저항성을 나타낼 수 있다. 게다가 폐암 등의 경우 조직이 연약한 데다가 접근하기도 어렵다. “치료에 실패할 때마다 환자에게 다가가 다섯 군데의 조직을 떼어내는 것은 고역이다. 이에 비해 혈액을 채취하는 것은 얼마나 간단한가!”라고 벨쿨레스쿠 박사는 말했다.
2012년 디아즈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EGFR로 치료중인 환자들을 ctDNA를 이용하여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참고 11). 연구진에 의하면, “ctDNA를 이용하여 환자별로 평균 42개의 KRAS를 발견했는데, 그로부터 5개월 후 영상 소견에서 종양이 진행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디아즈 박사 연구팀은 처음부터 KRAS의 돌연변이를 분석 대상으로 못 박았지만, 로젠펠트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특정 유전자를 사전에 지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저항성 돌연변이를 추적했다. 즉, 2013년의 연구에서 로젠펠트 박사 연구팀은 6명의 환자들(진행성 유방암, 폐암, 난소암으로 치료받고 있는 환자)로부터 혈액을 채취하여 전(全)엑솜(exome: 전체 게놈 중에서 단백질을 코딩하는 부분, 약 1%로 추정됨)을 시퀀싱한 결과, 5명의 환자들로부터 ‘저항성 관련 돌연변이(약물이 표적에 결합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돌연변이)’를 발견했다(참고 12).
약물 저항성을 조기에 확인하면, 환자들이 (독성 강하고, 값 비싸고, 효과도 없는) 항암제를 투여받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나아가 저항성을 초래한 돌연변이를 찾아냄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약물(또는 약물조합)로 대체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가 바라는 최소한의 목표는, 암을 치명적 질환에서 만성질환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암이 하나의 약물에 반응하지 않으면 다른 약물로 대체하거나, 몇 가지 약물들을 교대로 투여할 수도 있다”라고 벨쿨레스쿠 박사는 말했다.
(3) 임상적용의 한계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ctDNA는 아직 임상에서 주연(主演)으로 데뷔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현재 최고의 감도를 자랑하는 기법(예: BEAMing)조차 ‘탐지 대상 돌연변이’에 대한 약간의 사전지식에 의존해야 하며, 이러한 사전지식은 생검을 통해 얻어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환자에게서 채취한 암 조직을 시퀀싱하여 돌연변이를 찾아내고, 환자 특이적 분자탐침(patient-specific molecular probes)을 설계한 다음, 이 탐침을 이용하여 혈액 샘플을 분석해야 한다. 이 같은 과정을 환자마다 되풀이한다는 것은 여간 힘들지 않다. 물론 이에 대한 대안은 있다. 그것은 - 로젠펠트 박사 연구팀이 그랬던 것처럼 - 엑솜을 시퀀싱하는 것이다. 엑솜 시퀀싱은 암에 대한 사전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엑솜 시퀀싱에도 문제는 있다. 희귀한 돌연변이를 탐지하는 경우, 모든 샘플을 시퀀싱하고 분석하려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웬만한 환자들은 엄두도 낼 수 없다.
한편 스탠퍼드 대학교의 막시밀리안 딘 박사(방사선 종양학)는 두 가지 방법(ctDNA 검사와 생검)의 장점을 결합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가 이끄는 연구진은 “폐암의 게놈에서 빈번히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부분은 극히 일부분(0.004%)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하여, 새로운 혈액을 채취할 때마다 이 부분만을 10만 번 이상 시퀀싱했다(참고 13). 이 같은 집중적 접근방법(focused approach)을 이용하여, 딘 박사 연구팀은 매우 희귀한 돌연변이도 찾아내고 검사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폐암 환자들은 특정 부분에 하나 이상의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우리가 개발한 기법은 거의 모든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다”고 딘 박사는 말했다. 현재 딘 박사 연구팀은 이 기법을 다른 암에도 적용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는데, 개발과 임상시험이 완료되려면 여러 해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하지만 ctDNA와 생검을 결합한 기법들이 모두 그렇듯 - 딘의 접근방법 역시 초기 암을 탐지하는 데 썩 뛰어나지는 않다. 소규모 연구결과에 의하면, 딘의 접근방법은 2단계 이상의 폐암을 모두 탐지해 냈지만, 1단계 폐암의 경우에는 50%밖에 탐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진행성 암은 대량의 DNA를 방출하지만, 초기 암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충분히 이해할 만한 결과이기는 하다. 그러나 ‘초기 암을 제대로 탐지하지 못 한다’는 점이 ctDNA의 임상적용을 제한하는 주요 요인인 것만은 분명하다.
딘 박사는 “좀 더 감도 높은 기법이 등장할 경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디아즈 박사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ctDNA의 유용성을 제한하는 것은 생물학적 요인이다. 첫 번째 문제는 혈류 중에 존재하는 ctDNA의 개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ctDNA가 미검출 암(undetected cancer)의 존재를 알려주기는 하지만, 그 위치를 알려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혈류 중에서 ‘암 관련 돌연변이’를 찾았다고 치자. 그것이 어디에서 유래하는지를 모른다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고 디아즈 박사는 말했다.
그밖에도 몇 가지 문제점이 더 있다. ctDNA가 암을 묘사하는 진정한 ‘초상화’라고 할 수 있을까? 다른 장기로 전이된 종양이 원발성 종양과 동일한 양의 DNA를 방출할까? 종양을 구성하는 세포들이 모두 동일한 양의 ctDNA를 방출할까? 디아즈 박사에 의하면, 이상의 모든 질문에 대답하는 방법은 ‘따끈한 생검(warm autopsies)밖에 없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암 환자가 사망한 직후에 전신의 종양들을 모두 채취하여 분석한 다음, 생전에 추출한 ctDNA와 비교해 보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임상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작업이다.
그러나 ctDNA의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다른 데 있다. 그것은 “종양을 정확히 묘사하는 것(즉, 돌연변이의 등장 현황을 실시간으로 포착하는 것)이 환자의 생명을 살리거나 삶의 질을 증진시킬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종양이 저항성을 획득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그 돌연변이를 겨냥하는 항암제가 개발되어 있지 않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ctDNA의 진정한 한계는, 그것을 받쳐 줄 만한 표적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돌연변이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갖고 있으면 뭐하나, 치료제가 없는데. ‘암을 이해하는 접근방법’이 ‘암을 치료하는 접근방법’을 너무 앞서 가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라고 벨쿨레스쿠 박사는 말했다.
ctDNA가 아직은 치료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하더라도, 과학자들은 ctDNA를 ‘매우 가치있는 연구도구’고 여기고 있으며, 임상의들 역시 ctDNA를 일상적으로 탐지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스완턴 박사는 1,400만 유로(미화 2,400만 달러)짜리 연구(TRACERx: Tracking Cancer Evolution Through Therapy)를 이끌고 있는데, 이 연구에서는 전통적 생검과 ctDNA 모두를 3개월마다 한 번씩 사용할 예정이다. “ctDNA가 연구에 필요한 단서를 제공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폐암의 진화를 더 잘 이해하고 제어하는 방법을 알려줄 가능성은 있다”는 것이 스완턴의 생각이다.
‘첫술에 배부르랴’는 말도 있듯, ‘아직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ctDNA의 이용가치를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당신이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손발로 더듬어 가며 길을 찾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이때 누군가가 당신의 손에 조그만 손전등을 하나 쥐어 줬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로젠펠트 박사는 반문했다.
※ 첨부그림: BEAMing의 핵심단계
출처: http://www.genengnews.com/gen-articles/beaming-for-cancer/4972/
※ 참고문헌: 1. Gerlinger, M. et al. N. Engl. J. Med. 366, 883–892 (2012). 2. Mandel, P. & Metais, P. C. R. Séances Soc. Biol. Fil. 142, 241–243 (1948). 3. Leon, S. A., Shapiro, B., Sklaroff, D. M. & Yaros, M. J. Cancer Res. 37, 646–650 (1977). 4. Vasioukhin, V. et al. Br. J. Haematol. 86, 774–779 (1994). 5. Sorenson, G. D. et al. Cancer Epidemiol. Biomarkers Prev. 3, 67–71 (1994). 6. Lo, Y. M. D. et al. Lancet 350, 485–487 (1997). 7. Diehl, F. et al. Nature Med. 14, 985–990 (2008). 8. Forshew, T. et al. Sci. Transl. Med. 4, 136ra68 (2012). 9. Bettegowda, C. et al. Sci. Transl. Med. 6, 224ra24 (2014). 10. Dawson, S.-J. et al. N. Engl. J. Med. 368, 1199–1209 (2013). 11. Diaz, L. A. Jr et al. Nature 486, 537–540 (2012). 12. Murtaza, M. et al. Nature 497, 108–112 (2013). 13. Newman, A. M. et al. Nature Med. 20, 548–554 (2014). ※ 출처: 『Nature』 511, 524–526 (31 July 2014) http://www.nature.com/news/cancer-biomarkers-written-in-blood-1.15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