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MLB] 6개의 스톤 모두 모은 류현진
2019.05.09. 오후 01:58
해외야구 김형준 MBC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류현진(32·LA 다저스)이 2170일 만에 통산 2호 완봉승을 달성했다. 류현진이 제물로 삼은 팀은 리그 공격력 5위(wRC+ 기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다. 류현진이 9이닝을 6K 무실점(4피안타 무사사구)으로 봉쇄하는데 사용한 공은 93개(6년 전 완봉승은 113구였다). 이른바 '매덕스'로 불리는 100구 미만 완봉승에 성공했다. 카일 헨드릭스(81구)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로 나온 100구 미만 완봉승이다(매덕스는 2위 선수에 두 배에 해당되는 14번을 기록했다). 투구수가 공식 기록으로 인정된 1988년 이후 '매덕스'에 성공한 다저스 투수는 류현진이 11번째. 2003년 이후 지난 17년으로 한정하면 세 번째다. 다저스의 '매덕스' 달성 투수들
1988 - 팀 리어리(98구) 오렐 허샤이저(96구) 1989 - 오렐 허샤이저(97구) 1990 - 마이크 모건(96구) 1991 - 팀 벨처(99구) 1992 - 케빈 그로스(99구) 1998 - 대런 드라이포트(97구) 발데스(97구) 1999 - 이스마일 발데스(97구) 2002 - 오달리스 페레스 2회(91구, 87구) 2008 - 구로다 히로키(91구) 2013 - 클레이튼 커쇼(94구) 2019 - 류현진(93구) 지난해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4862번의 선발 등판에서 19차례 완봉에 성공했다. 그 중 100구 미만 완봉승은 단 두 개(코리 클루버 98구, 제임스 팩스턴 99구 노히터). 0.04%의 성공 확률은 닥터 스트레인지의 '타임 스톤'을 사용해야 할 정도다(커쇼 통산 15완봉, '매덕스' 1회). 올 시즌 44.1이닝 2볼넷(9이닝당 0.41개), 다저스타디움에서 56.2이닝 연속 무볼넷을 이어가고 있는 류현진은 1이닝당 13.5구를 던진다. 이는 88명의 규정이닝 투수 중 1위에 해당되는 것으로, 최하위 레이날도 로페스(시카고 화이트삭스)의 18.8구보다 5.3구가 적다. 7이닝을 던진다고 가정하면 류현진은 95구, 로페스는 132구다(게릿 콜 16,6구, 크리스 세일 17.1구, 코리 클루버 17.1구, 제이콥 디그롬 17.8구). 류현진을 상대하는 타자들은 마치 '핑거 스냅'을 당한 것처럼 등장하자마자 사라진다. 류현진의 스트라이크 비율(66.3%)는 메이저리그 평균(63.8%)보다 높지만 그렇다고 유달리 돋보이는 편은 아니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 역시 그렇다(류현진 62.6%, ML 평균 60.4%). 아웃존 스윙률(류현진 34.3%, ML 평균 30.0%)과 콘택트율(류현진 75.4%, ML 평균 76.0%)도 리그 평균보다 약간 좋은 정도다. 류현진이 강점을 보이는 영역은 컨트롤이 아닌 커맨드다. 올 시즌 류현진에게서 눈에 띄는 것은 지난해 47%에서 51%로 늘어난 땅볼 비율로(베이스볼서번트 기준) 데뷔 후 가장 많이 던지고 있는 투심 패스트볼이 결정적인 활약을 하고 있다. 류현진은 평균 발사각도가 지난해 12.5도에서 7.7도로 낮아졌다. 포심을 던졌을 때는 18도인 반면 투심은 -2도로, 투심이 땅볼 생산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 것이다. 애틀랜타전에서 2회와 5회 좌타자 닉 마카키스를 땅볼로 유도한 공이 모두 투심이었다. 류현진 포심 & 투심 비율 변화(베이스볼 서번트)
2017 [포심] 34.1% [투심] 2.9% 2018 [포심] 31.9% [투심] 5.6% 2019 [포심] 31.5% [투심] 16.2%
[다시 보기] 투심, 류현진의 엘도라도 될까 메이저리그는 포심 패스트볼의 시대다. 홈런을 위해 어퍼스윙을 하는 타자들에게 특효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앞으로 투심을 섞어 던지는 투수들이 유리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류현진이 놀라운 것은 헛스윙 유도를 위한 포심(엘리베이티드 패스트볼)과 땅볼 유도를 위한 투심(낮은 코스)의 로케이션 분리가 완벽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아래 이미지. 포수가 바라본 시각). 메이저리그 데뷔 후 류현진의 가장 큰 고민은 좌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기 위한 '풋어웨이 피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류현진은 데뷔 2년차 시즌에 고속 슬라이더를 던졌지만 부상을 당했고, 올 시즌에 앞서서는 윤석민에게 슬라이더를 배웠지만 역시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구속을 낮추고 횡무브먼트를 늘린 '슬라이더 같은 커터'를 활용하고 있다. 1회 좌타자 프레디 프리먼에게 던진 체인지업이 강한 타구(1루수 땅볼)로 연결된 류현진은 4회 두 번째 대결에서 패스트볼만 네 개를 구사했다(유격수 땅볼). 7회 프리먼을 다시 만난 류현진은 짧은 각의 87마일 커터에 이어 84마일 커터를 바깥쪽으로 던졌다. 마치 슬라이더와 같은 예상 못한 움직임에 프리먼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루킹 스트라이크). 메이저리그에 처음 데뷔했을 때, 류현진은 좌타자에게 체인지업을 충분히 던지지 못했다.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릴 경우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3년 류현진의 좌타자 상대 체인지업은 어정쩡한 높이로 들어왔다. 하지만 자신감을 얻은 올해는 우타자 상대 바깥쪽 모서리와 같은 위치의 로케이션을 선보이고 있다(아래 이미지. 포수가 바라본 시각).
또한 류현진은 '체인지업 마스터'의 최종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슬라이더 같은 체인지업'까지 자유자재로 던지기 시작했다. 과거 최고의 체인지업 좌완이었던 톰 글래빈은 서클 체인지업을 세 가지 형태로 던졌다. 역회전이 들어간 전통적인 형태의 서클 체인지업과 역회전을 없앤 체인지업, 그리고 서클 체인지업과 반대의 궤적을 보이는 (마치 커터나 슬라이더처럼 좌타자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체인지업이다. 류현진은 그 세 번째 체인지업을 통해 프리먼과의 7회 승부를 마무리했다(3루수 땅볼). 메이저리그에서 롱런하기 위한 6개의 '스톤'(포심 체인지업 커브 커터 투심 & 슬라이더 같은 커터)을 모두 모은 류현진의 관건은 건강을 증명하는 것이다. 105구, 4일 휴식, 107구, 5일 휴식, 93구. 다시 나흘 휴식 후 등판할 예정인 류현진에게는 지금의 최소 투구수 피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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