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다이빙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오후 일정을 챙겼다.
원래 계획은 천주교 성지순례길 하논성당길을 돌아보기로 했었는데
아침 살짝 돌아본 서복전시관과 정방폭포를 먼저 들르고
그 다음 성지순례길 출발과 종점인 서귀포 성당으로
하논성당길 가는 길에 천지연폭포도 들르고
이런 식으로 오후를 알차게 보내기로 작정하고
먼저 서복전시관으로 향했다.
처음 보고 듣는 이름이지만
전시관과 공원을 돌아보곤 금새 감이 온다.
이곳도 중국 선전관이로다.
허긴 가는 곳마다 들리는 말소리가 대부분 중국어였고
한국어가 드물었으니 제주도는 이미 중국사람 세상이 되어가나 보다.
십여년전 배타고 중국드나들 때
아마 중국에서 일본으로 발길을 돌릴려던 무렵
웨이하이 남쪽 바닷가 중국 동쪽 끝마을
成山斗를 찾은 적이 있다.
여기도 바닷가 절벽에 조금 떨어저 이어진 바위덩어리
진시황이 두차례 찾았던 곳이라
관광단지로 조성해놓고 케이블카도 설치해놓았다.
그 때 느낌은 파도가 매서웠고
누런 색으로 황해란 말이 어울리는 바다였다.
서복이 이 진시황의 불로초를 찾으러 거제도 서귀포 그리고 일본으로
서귀포의 지명도 서복이 서쪽으로 돌아간 포구라는 뜻이라고
글쎄~~~
서귀포에 불로초는 없지만 감귤은 사방에 널려있다.
연하여 정방폭포로
여기는 입장료를 받는다.
천원인가?
시니어 우대로 무료로 들어가서 시원한 낙수장면을 폰카로 담고
곧바로 되돌아 나왔다.
이 지역이 4.3 당시 산남 최대 학살터라고
이 주변에 버려졌던 시신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4.3사건이 무슨 사건인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제주의 한 맺힌 역사라는 것을 처음 제대로 알았다.
나도 세월이 쌓임에 간은 작아지고 쫄아들어서
덩달아 담력도 사라지고
잔인한 사건이나 사건사고 등은 지레 외면하고 자세히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여행길 한적한 곳에서나 오지에서 홀로 걷다가 사람 만나면 일단 긴장하게 되고
어쩌면 사람이 가장 잔인하고 무서운 동물일지도 모른다.
나오는 길에 정방 4.3희생자 위령공간을 살짝 보고선
곧바로 서귀포 성당으로 내달았다.
이렇게 시작된 발품팔이는 6시경 숙소로 돌아와서야 멈췄다.
출발은 서귀포성당에서 했지만
하논성당길에서 벗어나
천지연폭포도 들러보고
서귀포 어항도 세연대교도 올라보고
다시 칠십리공원으로
여기서부터 하논성당길을 찾을 수 없게 되었고
다리도 아프고
해도 기울려고 하는지라
서귀포 유일? 재래시장 올레시장을 종점으로 한나절 발걸음을 멈췄다.
몇시간 걷는 동안에
주변 처음 만나는 풍경이 반겨주었는데도
떠올리기 싫은 일들만 줄지어 나를 괴롭힌다.
올해 저질러놓은 실수도 그렇고
안타깝지만 그런 실수한 일들이 머릿속에서 맴돌면
답답해지고
줄지어 지난 세월 과오나 실수들만이 떠오른다.
아직 살아가야 할 날들이 수월찮게 남았건만
왜 아픈 기억들 후회스런 기억들만 솔솔 머리를 내미는지 나도 모른다.
아마 오늘 4.3사건의 잔인한 학살을 좀 더 깊게 알게 되었고
제주도 전체가
마을이 통채로....
그래서인가 계속 무겁기만 하다.
70년도 넘게 살았으면서
잘한 일 뭐 없을까?
제 멋대로 살았으니
결정도 결과도 다 자신의 몫으로 되돌아와
남들과 달리 쌓은 게 없다.
초라한 인생성적표에 아쉬워할 필요가 없지
지금부터라도 남은 세월 열심히 살면 되니까.
그저
살면서 잘한 결정이랄까 선택이랄까
굳이 찾아보라면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린 것 뿐이다.
지금부터는
지기들과의 헤어짐에도 더 담담해야 하고
즐길 수 있을 때는 열심히 즐겨야 하고
걸을 수 있을 때에는 바지런히 걸어야 한다!
자신과 가족들 위하는 길이라곤
할 수 있는 것 단 하나
건강 잘 챙기면서 맑은 정신으로 살아가는 것 뿐이다~~~
첫댓글 저도 제주에 가게되면 보통 천지연 주변에 숙소를 잡고,
한라산등반,둘레길,올레길 6코스,올레길 7코스 정도 돌다가
올레시장에서 한잔 하는 정도의 일정을 짜고는 합니다.
많이 가셨군요. 저는 한번 더 내년에 가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