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2개의 국가론을 수용하자, 통일을 포기하자]는 임종석의 주장에 대한 반박
1. 들어가기에 앞서
좌파들은 처음엔 우리가 어리둥절해 할 수밖에 없는 주장을 시기를 기다렸다가 슬그머니 꺼내어 주변의 동정을 살펴보고 어느덧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그런 주장을 밀어붙여도 되겠다는 확신을 갖게 되면 점차 세력을 형성하여 자기들의 주장을 우리 사회 담론의 중앙에 올려놓고 그와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바보 취급하거나 우스꽝스러운 사람으로 몰아가서 모든 사람들의 생각과 판단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진리가 아닌 것도 서서히 진리로 만들어 가는 재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즘의 1948.8.15.의 건국절 논란도 그러합니다. 1919년 3ㆍ1 운동의 여파로 생겨난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이 곧 건국이라는 발상은 엉뚱하기 그지없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해방 후 여운형이 이른바 <건국준비위원회(건준)>라는 것을 만들어 건국 준비를 했던 사실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해방되고 건국 준비한다 해서 나도 기쁜 마음으로 거기에 참여했다"라고 밝힌 적이 있으며, 그가 1998. 에 대통령에 취임하고 건국 50주년을 맞아("건국 50주년"이라는 표현을 썼음) <제2의 건국운동>을 벌인 사실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며, 이종찬 씨도 당시 그에 적극 참여하였던 것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이승만이 중심이 된 1948.8.15.대한민국 건국이 부정되고 그것은 한갓 남한정부 수립으로 격하되기 시작하였는데("해방전후사의 인식"에서 그러한 분위기가 엿보이는 것은 사실), 반면에 1948.9.9. 의 북한정권수립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립이라는 태도를 보여 온 것은 사실이지만, 1919년의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을 국가건국이라고 하는 주장은 생뚱맞긴 하지만 결국 이승만이 주도한 1948.8.15. 의 대한민국 건국과 대한민국의 탄생을 부정하려는 태도의 발현이라고 보이고 어느새 이 주장은 우리 사회 건국담론의 중심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금번 임종석의 남북2국가론ㆍ통일포기론도 같은 맥락의 접근이라는 생각입니다.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2. 북한을 국가로 봐야 하는가- 국가는 왜 존재하는 것인가
이 문제를 논하기에 앞서 통일 전 서독이 동독을 어떻게 다루었는가는 통일을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 중요한 참고가 된다는 판단에서 이를 살펴보겠습니다.
서독의 기본법은 전문에서 "모든 독일 국민은 자결로써 통일과 자유를 성취할 의무를 부담한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서독은 "국가는 국민의 자유의 보장과 확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그러한 자유가 없고 자유선거에 의해 수립된 정부가 없는 동독을 진정한 국가로 볼 수 없으며 따라서 동독의 자유를 위해 통일을 해야 한다"는 확고한 철학과 신념에 바탕해서 서독기본법을 만들었고, 서독은 통일의 그날까지 그러한 신념과 철학에 바탕하여 자유가 없는 동독을 국가로 인정한 적이 없으며, 통일을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1972. 에 빌리브란트의 사민당정부가 동방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동독과 "동서독기본조약"을 체결한 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바이에른 주정부가 동서독기본조약이 동독을 국가로 인정하여 연방헌법에 위반하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로 서독연방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기했었는데, 이에 대해 사민당 정부는(사민당은 독일의 좌파정당으로서 굳이 우리와 비교한다면 민주당 격이라 할 것이나, 사민당이 가졌던 對동독관이나 인권관은 우리의 민주당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 할 것임) 답변에서 "동독을 국가로 인정한 것은 결코 아니고, 독일의 한 州정부 정도로 인정하고 있다"라고 했는데, 이로 인해 서독연방헌재도 그렇다면 위헌이 아니라는 결정을 할 정도로 통일의 그날까지 서독은 헌법재판소 등 국가기관은 물론이고 여야가 일치하여 동독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탄생 때부터 UN에 의해 한반도에서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받았는데 독일의 경우는 국제사회가 서독을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한 적은 없지만 서독이 주체적으로 할슈타인 원칙 같은 것을 만들어 동독과 수교하는 나라와는 외교 관계를 맺지 않는 정책을 써 온 것입니다.
일찍이 영국의 존 로크가 인민은 생명ㆍ자유ㆍ재산권이라는 천부인권을 보장받기 위해 정부를 만들었는데, 만일 그 정부가 그에 역행한다면 인민은 그 정부를 무너뜨리고 새 정부를 세울 권리가 있다고 설파했습니다만, 이러한 로크의 시민정부론은 오늘날 모든 문명 국가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헌법원리라 하겠습니다.
유독 우리나라의 민주당과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문명국가의 헌법관에 맞지 않는 엉뚱하고 퇴행적인 국가관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J.Locke의 정부론과 정치철학에 따른다면 북한은 국가로 인정할 수가 없고 하루 빨리 전복시켜야 할 체제인 것이며, 또한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합법정부임을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을 통해 명백히 선언하고 있는데도 금번에 임종석이 슬그머니 김정은의 주장에 발맞추어 2 국가론을 공론화하고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반헌법적ㆍ반국가적 태도의 노골화입니다.
3. 통일은 포기해도 되는 것인가
남북이 왜 통일을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과 주장은 사람마다 다르겠습니다만,
앞서 봤듯이 통일 전 서독은 동독의 자유를 위해 통일을 성취해야 함을 헌법전문에서 선언하고 있었습니다.
우리헌법은 그냥 국가의 평화통일 노력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김정은은 세습체제 유지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그 체제 하에서 인민의 삶의 질 향상 내지 자유의 확대를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도 통일 전 서독과 같이 북한 주민의 자유의 성취를 위해 통일을 해야 한다는 확고한 통일관을 형성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통일 과정에서의 어려움 및 통일 후의 통일비용 부담 등에 대한 우려로 반통일론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금번에 임종석이 이를 과감하게 공론화한 것이라 보입니다만, 이는 결국 어려움에 처한 김정은 체제를 도와주자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일 뿐 분단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유가 없는 북한주민의 고통은 길어질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임종석이 2국가론 ㆍ통일포기론을 들고 나오자 지난 좌파정권에서 남북문제를 다루었던 정세현ㆍ이종석 등이 이에 찬동하면서 이 거대담론을 키워나가려는 태도를 노골화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이제 이 정도의 친김정은적ㆍ반대한민국적 사고의 표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1960. 에 독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가 "서독이 통일정책을 포기하면 동독에 주둔하고 있는 (30만) 소련군이 철수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동독이 자유로워질 것 아니냐, 동독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굳이 통일을 추구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주장을 한 적이 있습니다만, 냉엄한 정치현실을 모르는 철학자의 현실성 없는 주장으로 치부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임종석과 그 주변의 2국가론ㆍ통일포기론 주장이 김정은의 노선과 궤를 같이 하는 가운데 우리 사회에서 어떠한 반향을 일으킬지 심히 우려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