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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진도초등학교 총동문회 원문보기 글쓴이: 56이세진
화악산, 참닻꽃 보러 가는 길 – 실운현,북봉,중봉,조무락골
1. 참닻꽃
국명은 참닻꽃, 용담과의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학명은 ‘할레니아 코레아나(Halenia coreana)’입니다. 기존에 분류했던 ‘할레니아 코르니쿨라타(Halenia
corniculata)’란 학명의 닻꽃에 비해 <꿀주머니가 길고 좁으며 안으로 굽었으며, 잎끝이 뾰족한 꼬리 모양>으로 형
태상 뚜렷하게 차이가 난다는 주장이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것이지요. 또한 유전체 분석 결과에서도 디엔에이(DNA)
염기서열이 차이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참닻꽃은 중국 등지에 분포하는 기존의 닻꽃과 달리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특산식물, 즉 한반도 고유 자생식물로 분류되었습니다.
―― [김인철 칼럼] ‘멸종위기 우리꽃’-7-참닻꽃(논객닷컴, http://www.nongaek.com)
▶ 산행일시 : 2024년 8월 17일(토), 산정은 흐림, 폭염경보의 무더운 날씨
▶ 산행코스 : 사창리 쪽 화악터널 입구,실운현,북봉,중봉,조무락골,쌍룡폭포,복호동폭포,삼팔교,용수동 종점
▶ 산행거리 : 도상 11.2km
▶ 산행시간 : 7시간 5분(09 : 00 ~ 16 : 05)
▶ 갈 때 : 동서울터미널에서 사창리 가는 시외버스 타고(요금 14,000원), 사창리에서 택시 타고 화악터널 입구
로 감(요금 18,400원)
▶ 올 때 : 용수동 종점에서 군내버스 타고 목동터미널로 와서, 군내버스로 환승하여 가평터미널에 와서 저녁
먹고, 군내버스 타고 가평역으로 와서, 전철 타고 상봉역으로 옴
▶ 구간별 시간
06 : 50 – 동서울터미널
08 : 37 – 사창리터미널
08 : 54 – 화악터널 입구(890m), 산행준비( ~ 09 : 00), 산행시작
09 : 22 - 실운현(實雲峴, 1,046m)
10 : 25 – 1,406m봉
11 : 14 – 화악산 북봉(1,440m), 휴식( ~ 11 : 25)
12 : 06 – 화악리 건들내(5.7km) 갈림길, 중봉 0.2km
12 : 21 - 중봉(1,446m), 휴식( ~ 12 : 35)
13 : 28 – 조무락골, 휴식( ~ 14 : 00)
14 : 25 – 석룡산(2.2km) 갈림길, 삼팔교 3.7km
14 : 42 – 쌍룡폭포, 휴식( ~ 14 : 55)
15 : 08 – 복호동폭포, 삼팔교 2.9km
15 : 58 – 삼팔교
16 : 05 – 용수동 종점, 산행종료, 버스 출발(16 : 20)
17 : 10 – 가평터미널, 저녁( ~ 19 : 30)
19 : 54 – 가평역
20 : 48 – 상봉역
2. 흰진범 꽃봉오리
미나리아재비과 여러해살이풀이다.
3. 흰진범, 새들이 서로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다.
5. 금강초롱꽃
초롱꽃과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특산종이다. 경기도와 강원도 지역에 30여 곳의 자생지가
있으며, 개체수는 풍부하다.
7. 화악산 정상이 잠깐 보였다
8. 송이풀(Pedicularis resupinata L.)
현삼과 여러해살이풀이다. 깊은 산 숲속에서 자란다.
9. 둥근이질풀(Geranium koreanum Kom.)
쥐손이풀과 여러해살이풀이다.
10. 쉬땅나무(Sorbaria sorbifolia (L.) A.Braun var. stellipila Maxim.)
장미과 낙엽활엽 관목이다.
꽃차례가 수수이삭 같기 때문에 쉬땅나무라고 한다.
▶ 실운현(實雲峴, 1,046m), 북봉(1,440m)
지난주 도봉산 산행이 무더위로 너무 힘들어서 이제는 산에 가기가 제발 싫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할 만큼
들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까맣게 잊어버리고 또 산에 가는 주말이 기다려진다. 하루는
일주일을 위해 살고, 일주일은 하루를 위해 산다. 그 하루는 산에 가는 날이다. 이번 주는 화악산이다. 참닻꽃을
보러간다. 작년에는 8월 20일에 갔었다. 그때 참닻꽃은 한창이었다. 3일 일찍 간다고 꽃이 피지 않을 건 아닐 게다.
오히려 날이 연일 더워 개화시기가 이르지 않을까.
차창 밖으로 내다보는 백운계곡은 아침부터 많을 사람들로 북적인다. 전에 보지 못한 풍경이다. 광덕고개 넘어 광덕
계곡은 조용하다. 맹대와 햇불정류장 지나면 사창리터미널이다. 버스운행안내에는 동서울터미널에서 2시간을 예상
하는데 오늘은 그에 훨씬 못 미치는 1시간 47분 걸렸다. 오늘만 특히 그러는 게 아니다. 통상 1시간 45분 정도 걸린
다. 화악산 들머리인 화악터널 입구로는 택시를 타고 가야 한다. 피서철 주말에 택시가 있을까. 일동과 이동에는
승강장에 택시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사창리는 달랐다. 터미널 옆 택시승강장에는 3대의 택시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터미널 매점에 들러 시원
한 커피 한 잔을 사서 마시고 싶지만 그새 택시들이 출장 나갈까봐 버스에 내리기 바쁘게 택시를 탄다. 택시기사님
은 이곳 토박이다. 나는 50년 전에 이곳 사창리에서 가까운 명월리에서 군대생활을 했다. 그때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한 사창리는 무척 번화했다. 주말이면 다방과 음식점, 여관은 면회객들로 붐볐다. 택시기사님과 사창리의 흥망성쇠
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금세 화악터널 입구다.
화악터널 입구로 오는 내내 골짜기마다 야영객들이 여럿 보였다. 화악터널 입구도 야영객과 차박(車泊)하는 사람들
이 여럿이다. 그들 눈 때문에 노상방뇨를 삼가고 약간 떨어진 간이 화장실에 다녀온다. 택시기사님은 화악터널 입구
오른쪽 임도로 실운현을 오를 것을 추천하는데 나는 화악터널 입구 왼쪽의 소로를 간다. 임도가 더 멀뿐더러 흰진범
등의 풀꽃을 볼 수 없을 것 같아서다. 데크전망대에 서지만 안개가 자욱하여 사방 막막하다.
풀숲 소로를 지나고 자갈 깔린 도랑을 길게 오르면 다시 풀숲 소로와 이어진다. 지난겨울 설해(雪害)는 이곳도 예외
가 아니었다. 등로가 바뀌었다. 납작 엎드려 긴다. 교통호 건너고 갈지자 연속해서 그리며 사면 돈다. 흰진범(-秦范,
Aconitum longecassidatum Nakai)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런, 아직 부화(孵化)하지 않았다. 3일 늦은 작년에는
여기저기서 재잘거리는 영락없는 흰 새 모습이었다. 이럴진대 참닻꽃은 피었을까 불안하다.
임도에 올라서고 곧 실운현이다. 차를 몰고 온 몇몇 등산객들과 수인사 나눈다. 그들은 임도 따라 중봉을 오른다.
나는 능선에 붙고 북봉을 향한다. 헬기장은 갈아엎어버렸다. 작년에 헬기장 풀숲에서는 마타리와 내가 서로 누가 키
가 더 크나 자랑했었다. 하늘 가린 숲속에 들어간다. 혼자다. 숨이 막힐 듯한 더위는 한풀 꺾였다. 그래도 오르막에
서는 비지땀 쏟는다. 가파른 데는 밧줄이 달려 있다. 등로 주변 풀숲은 단풍취, 둥근이질풀, 흰진범 등이 반긴다.
드물게 금강초롱꽃을 본다. 어둑한 숲속 밝힌다. 여기던가 저기던가 금강초롱 곱게 피어 있던 곳이. 작년에 한 중년
남자가 중장비(어둑한 숲속이라 조명등도 켰었다) 펼쳐놓고 무리지은 금강초롱꽃을 보던 바위 주변은 변했다. 그 곱
던 꽃들은 모두 가고 없다. 수년 이래 매년 이곳을 찾아온다던 그 중년 남자는 얼마나 실망할까. 마치 내 일처럼
안타깝다. 확실히 가도 가도 그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나마 평평한 풀숲에 몇 송이 보이기에 배낭 벗어놓고
그들과 탁주 나눈다.
스타 또는 주빈은 항상 극적으로 나타난다. 갑자기 깜짝 등장하기 마련이다. 1,406m봉에 올라서고 관목 비킨 햇볕
이 잘 드는 교통호 주변이다. 참닻꽃이다. 층층 다발로 핀 한 그루가 보이더니 여기저기서 나도 나도 하고 얼굴 내민
다. 천상의 화원에 들어선 것이다. 배낭 벗어놓고 잠시 숨을 가다듬고 카메라 세팅모드 다시 확인하고 엎드려 눈 맞
춤하기 시작한다. 이곳을 나보다 먼저 보러 온 흔적은 없다. 이때는 시간도 생각도 멎는다. 카메라 셔터소리만이
산울림하게 들린다. 꽃도 움찔한다.
김인철 칼럼 ‘멸종위기 우리꽃-7-참닻꽃’의 계속이다.
“닻꽃으로 불리던 2012년부터 이미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의 보호·관리 대상으로 지정된 데서 알 수 있듯 흔히 만
날 수 있는 야생화는 아닙니다. 북쪽에 고향을 둔 전형적인 북방계 식물로서 화악산과 대암산, 방태산 등 불과 3~4
곳의 높은 산 풀밭이나 숲 가장자리에 자생합니다.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풀인 만큼, 한두 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면 뿌리까지 고사하기에 자칫 서식 환경이 악화해 이듬해 싹을 틔우지 못하면 아예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
예전에 지리산과 설악산, 한라산에서도 자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최근 수년간 발견된 기록이 없어 아예 절멸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고개 드니 저 멀리 화악산 정상은 안개구름에 휩싸이기 직전이다. 혹시 보지 못한 꽃이 있는지 살피고 또 살핀다.
배낭을 메고 발걸음을 옮긴다. 참닻꽃을 보려고 등로 벗어나 풀숲을 누빌 필요가 없다. 참닻꽃은 햇볕이 잘 드는
등로 주변에 있다. 북봉 오르는 중에도 줄이어 피었다. 이들도 카메라에 다 담는다. 넓고 평평한 숲속에 이르고 등로
는 풀숲에 가렸다. 발로 더듬어 등로 찾는다. 한 피치 가파르게 오르면 북봉 갈림길이 나오고 오른쪽 바위 슬랩 오르
면 북봉 정상이다.
11. 참닻꽃(Halenia coreana S.M.Han, H.Won & C.E.Lim)
속명 할레니아(Halenia)는 이명법을 창안한 린네(Carl con Linnaeus, 1707~1778)의 제자인 할레니우스
(J. P.Halenius, 1727~1810)의 이름에서 따왔다. 종소명 코레아나(coreana)는 우리나라가 원산지임을 나타내고,
명명자 S.M.Han, H.Won & C.E.Lim은 우리나라 식물학자인 한수민, 원효식, 임채은 씨이다.
▶ 중봉(1,446m), 조무락골
안개가 사방 가렸다. 안개가 걷히기 기다릴 겸사로 휴식한다. 이른 점심 요기한다. 샌드위치다. 도시락은 가다가
허기지면 먹을 요량이다. 안개는 걷히기는커녕 더 짙게 몰려온다. 그만 배낭 챙겨 중봉을 향한다. 군사보호지역이니
가지 말라는 경고판을 넘는다. 화악산 남쪽 사면 철조망 울타리를 따라간다. 인적 쫒는다. 예전에 이 길을 가며 혼쭐
난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는 절대로 조심하고 살금살금 가야지 몇 번이고 다짐하며 간다.
그런 다짐이 별 소용없다. 가시철조망에 걸려 엎어지고, 풀숲 허방을 잘못 디뎌 고꾸라지고, 이끼 낀 바위에 미끄러
지고 자빠지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땀난다. 바위 오를 때는 철조망 울타리에 손가락을 끼어 붙든다. 울타리
안에도 참닻꽃은 피었고, 울타리 밖은 관목 숲이라 키 큰 까실쑥부쟁이가 화려하다. 군부대 정문까지 험로가 길다.
40분 가까이 걸린다. 두 번째 층층 돌담옹벽 바로 옆을 기어오르고 가드레일 넘으면 부대 정문이고 도로다.
정문 경비병이 검문할 줄 알았는데 정문을 나가는 승용차 2대를 안내하느라 나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비로소 허
리 펴고 간다. 도로 주변은 꽃차례가 수수이삭을 닮았다는 쉬땅나무가 한창 꽃 피웠다. 이윽고 실운현 갈림길이다.
중봉은 바위길 오르막 0.2km이다. 갈림길 너른 공터는 용문산 북한산까지 볼 수 있는 화악산 최고의 경점인데 오늘
은 아쉽게도 짙은 안개구름에 가렸다. 중봉을 오른다. 가파른 바윗길이다. 둥근이질풀과 참닻꽃 응원으로 단숨에
오른다.
중봉. 안내판의 내용이다.
“화악산은 지리적으로 한반도의 정중앙에 위치한다. 우리나라 지도를 볼 때 전남 여수에서 북한 중강진을 잇는 국토
자오선(동경 127도 30분)과 위도 38도선을 교차시키면 두 선이 만나는 지점이 바로 화악산이다. 현재 화악산 정상
은 군사시설이 들어서 있으므로 이를 대신하는 중봉이 한반도의 중심이란 뜻이다.”
다음은 2019.9.15.자 월간 산의 테마산행 화악산의 일부 내용이다.
“화악산(華嶽山, 1,468.3m)은 삼국시대부터 등장한 명산이다. <삼국사기>에 그 이름 그대로 등장한다. 당시 화악
산은 한반도 중심이었기 때문에 군사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산이었다. <삼국사기>권32 잡지 제사조에 금강산,
설악산, 감악산, 월출산, 덕유산 등과 함께 ‘화악(花嶽)’으로 소사(小祀)로 지정됐다고 나온다. 국토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서 국가에서 직접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그런 산이었다. 다만 지금의 한자인 華嶽과는 조금 다르다. 하지만
뜻은 같다.”
화악산은 예로부터 구름이 많은 산이었다. 농암 김창협(農巖 金昌協, 1651~1708)은 백부인 곡운 김수증(谷雲 金壽
增, 1624~1701)이 1689년 기사환국으로 벼슬을 그만두고 이곳 화악산 북쪽 삼일계곡에 화음동정사(華陰洞精舍)를
짓고 후학을 가르치며 운둔하던 터라 자주 그곳을 찾았고 많은 시문을 남겼다. 농암은 화악산이 늘 구름이 끼여 있
다고 해서 구름을 관장한다는 의미로 ‘관운산(管雲山)’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의 시 「관운산(管雲山)」 3연 중 제2연
이다.
山中有雲人得管 산속에 깔린 구름 사람이 관장하고
雲亦不放人下山 구름 또한 사람이 하산하길 원치 않아
畢竟還誰是主客 구름과 사람 중에 그 누가 주인인고
悠然一笑倚蒼巒 푸른 산에 기대어 초연히 웃음 짓네
ⓒ 한국고전번역원 | 송기채 (역) | 2002
31.까실쑥부쟁이(Aster ageratoides Turcz.)
국화과 여러해살이풀이다.
32. 중봉 정상표지석
33. 잠깐 안개가 걷혔다. 멀리 왼쪽은 국망봉, 그 앞 오른쪽 가운데는 석룡산
34. 석룡산
35. 흰진범
일단의 젊은 등산객들도 씩씩거리며 오른다. 데크전망대 한쪽에 자리 잡고 휴식한다. 젊은 등산객들은 석룡산을
간다고 야단이다. 중봉에서 거기까지 4km다. 나도 가볼까 하는 욕심이 생겼으나 이내 고쳐 잡는다. 거기는 안개가
걷히더라도 조망이 트이는 데가 없고, 덕순이도 살지 않으니 조무락골 5km 물구경을 하는 게 백번 더 낫다. 데크전
망대에서 바라보는 석룡산은 아주 잠깐 안개구름이 걷혔다가 잠기고 만다. 조무락골을 향한다. 이정표는 조무락골
직접 안내하지는 않는다. 갈림길이 나오면 오른쪽 길로만 가면 된다.
중봉에 올랐을 때 연인산을 오르고 있다는 메아리 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산행 후 가평에서 만나자고. 그러려면
시간이 남을 나더러 애기봉이나 수덕산 쪽으로 계속 산행을 이어가시라고 하는데 도저히 그럴 힘이 없다. 시간이 남
는다면 조무락골에서 물놀이나 하겠다. 가파른 내리막이다. 작년에는 이 바위틈에서도 금강초롱꽃을 다수 보았는데
오늘은 한두 송이 간신히 피었다. 중봉에서 조무락골까지 1.5km이다.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조무락골 상류는 Y자 계곡이다. ‘등산로 없음’ 팻말대로 등산로도 인적도 없다. Y자 계곡 모두 물이 철철 흐른다. 십
수 미터 위쪽에서 전에 보지 못한 폭포를 본다. 비폭(秘瀑)이다. 오른쪽과 왼쪽 계곡 각각 2단 폭포다. 먼저 오른쪽
폭포에 다가간다. 수 갈래 물줄기에서 흩날리는 물보라가 시원하다. 왼쪽 폭포는 긴 외줄 뭉툭한 물줄기다. 그 아래
소는 깊다. 그냥 갈 수가 없다. 물에 뛰어든다. 잠수한다. 수 초를 버티지 못하고 물 밖으로 나온다. 그러기 서너 번,
개운하다.
오가는 사람 없는 나 혼자다. 얼마쯤 내려왔을까. 왼쪽 손목이 허전하다. 물에 들어갈 때 벗어놓은 시계를 잊고 왔
다. 헐레벌떡 뒤돌아 오른다. 시계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나는 이런 사소한 일에도 큰 기쁨을 느낀다. 계류 따라
내리며 물구경 한다. 유난히 물소리가 크게 들리면 다가가 어찌된 사정인지 살피곤 한다. 그중 쌍룡폭포는 미폭(美
瀑)이다. 가파른 비탈길 내리고 미끄러운 바위 살금살금 내려 관폭대인 암반에 올라선다. 남은 탁주 마저 비우며
오래 바라본다.
이다음은 복호동폭포다. 주류 아닌 지류에 조무락골 대표인 폭포가 있다. 50m 데크로드가 안내한다. 관폭대에서
그 대강의 모습으로 보고, 난간 넘고 너덜 지나고 가파른 슬랩을 기어올라 다가가서 물보라 맞으며 그 세부를 본다.
복호동폭포 지나면 물구경과 아울러 사람 구경한다. 그늘진 계류 또는 소에는 사람들이 떼로 몰려 있다. 물장구도
친다. 그걸 보는 나도 즐겁다. 삼팔교 대로가 아직 먼 카페나 음식점 너른 마당에는 승용차가 빼곡히 들어찼다.
마지막 석룡산 들머리인 부채골 입구 지나고 산모퉁이 길게 돌면 삼팔교다. 용수동 종점은 조금 더 가야 한다. 목동
가는 16시 20분 버스는 시간을 정확히 지킨다. 메아리 님 일행(하운 님, 해마 님)은 백둔리로 하산하여 목동에 도착
하였다고 한다. 용수동 버스는 종점에서는 빈자리 여유가 있었으나 다음 정류장인 관청리에서 발 디딜 틈 없이 꽉
찬다. 목동에서 이 승객과 추가의 승객(메아리 님 일행 포함)이 다른 버스로 환승하여 가평으로 간다.
오랜만에 가평 단골식당에서 반가운 악우들과 함께 저녁 먹는다. 덕순주 너 본 지도 오래 되었다. 술발 받는다. 어제
키르기스스탄과 카자흐스탄 여행에서 돌아온 메아리 님과 하운님의 여행담을 곁들이니 2시간이 너무 짧다. 그곳에
서도 덕순이를 보았는데 우리나라의 덕순이와는 전혀 다른 아무 향기도 맛도 없더라나.
37. 조무락골 가는 길
38. 조무락골 상류, 등산로는 없다.
41. 흰물봉선(Impatiens textori Miq. var. Koreana(Nakai) Nakai)
봉선화과 한해살이풀이다.
42. 조무락골
43. 쌍룡폭포
46. 복호동폭포
48. 조무락골 하류
49. 삼팔교 아래 도마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