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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국어(桓國語)와 노스트라틱어, 유라시아어, 그리고 한국어(韓國語)
나는 이른바 ‘인도아리안 祖語’는 환인시대와 환웅시대에 걸쳐 우리의 고대어인 한국어(桓國語)가 기층적(基層的)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그이 많은 어휘의 차용(借用)으로 성립된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있다.
다시 말해 ‘인도아리안 조어’가 한국어의 피진어화를 거쳐 나아가서는 크리올어가 된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에 따라 인도아리안어에서도 유사한 음운의 어휘를 찾아서 검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고대에 지금과 같은 개념의 국가형태로 인정하지는 못할지라도 구석기시대와 신석기시대를 걸쳐 한국(桓國)
이라는 동일 문화권이 분명 존재했었음은 거의 전 세계로 퍼져나가 유럽의 동쪽 끝에서 인도를 거쳐 아시아의
동쪽 끝까지 고인돌과 선돌이라는 공통된 유적이 지금도 의연히 서서 증명하고 있는 것은 절대 부인 못할 사실
이다.
그와 함께 언어의 자취 또한 한 뿌리에서 갈려 나온 것임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이미 고(故) 세르게이 스타로스틴 박사가 생전에 연구하던 ‘노스트라틱어’⑴와 그린버그 박사의 ‘유라시아어’⑵의 조어가 바로 한국(桓國)의 말이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고 독일의 코펠만(H. Koppelman), 귄테르트(H. Güntert), 람스테트(Ramstedt)와 에카르트(A. Eckardt)등의 학자들은 이미 20세기 초에 한국어와 인도 유럽어와 동계임을 주장한 바 있다⑶.
또한 동시대에 한국에 파견되었던 선교사이기도 했던 헐버트(Hullbert)는 한국어와 드라비다어와의 동계설을
주장한 바 있다.
나는 드라비다어가 수메르어와 함께 생각해야할 언어일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나와 같은 생각을 했던 대표적인
학자가 멩게스(K. Menges)와 보우다(Bouda)이다.
드라비다족은 원래 북방에서 이동한 것으로 알려지고 지고 있는데 그들의 기원이나 그들이 인도에 들어오기
전의 역사에 관해서는 아무 것도 알려진 것이 없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들의 언어와 다른 언어와의 유사 이전의 접촉에 관한 몇 가지 가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한 가설 중의 하나가 드라비다어와 우랄어족 혹은 우랄-알타이어족 사이에 어떤 접촉이 있었다고 보든가
혹은 먼 친근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⑷.
이런 여러 학설들의 업적을 약간의 수정을 가하여 종합하면 역시 원시의 한국어(桓國語)로부터 이러한 제언어
들이 각각 다른 기층언어와 접촉하면서 갈라져 나왔다는 이론구성이 충분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현재 우리 국어학계는 우리 언어가 알타이어족에 속한다는 것이 거의 통설로 되어있으나, 알타이어족이라는
개념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⑸이 있고 알타이어족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한국어 어원연구』라는 우리
민족이 아닌 핀란드 사람으로서 기념비적 업적을 남긴 람스테드 박사조차 동류의 연구자인 포페(Poppe)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국어는 앞으로 더 연구를 요하는 불가사의한 언어이다’라고 하였다.
또한 람스테드 본인이 ‘한국어를 용이하게 알타이 어군에 포함시킬 수는 없다’라고도 말하고 있다⑹.
이러한 점 때문에 포페도 알타이어 단일체에서 한국어(韓國語)가 가장 먼저 갈려나오는 것으로 가설을 수립
하고 있다.
미국의 알타이어 학자 스트리트(Street) 또한 북아시아조어에서 가장 먼저 한국어가 갈려 나왔다는 가설을
수립하고 있다.
결국, 만일 알타이어 단일체나 북아시아 조어 혹은 그의 공통조어를 한국어(桓國語)로 본다면 결국 나와 같은
견해가 된다.
강조해 둘 것은, 한국어가 인도아리안 조어 등에 영향을 끼치는 방식은 같은 조어에서 갈려나온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기층적이고 무차별적으로 차용이 이루어져 이른바 그림법칙과 같은 언어법칙으로 설명하기는 거의 불가능 할 것이다.
이런 경우는 어떤 형식으로 결합이 될지는 그 어휘가 사용될 때의 정황의 인상이 가장 강하게 작용할 뿐 아니라 복잡다단한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4개국어 이상에 능통하신 도올 김용옥 선생님조차도 생소한 티벹어를 접하시면서 ‘카조다’⑺라는 족보 없는 단어를 탄생시키셨다.
만일에, 선생님이 달라이 라마를 만나시고 돌아오셔서는 깊은 인상이 남아 수행비서격인 사람을 ‘카조다’라는
별칭으로 즐겨하셨고, 그것이 후대에 유행이 된 사태를 상상해 볼 수 있다.
이 정체불명의 단어 ‘카조다’는 ‘윗사람을 잘 보필하는 수행비서격인 사람’이란 뜻의 새로운 어휘로 한국어에
차용되어버리고 그에 따른 많은 파생어로 ‘메인 카조다’, ‘서브 카조다’ ‘카조다 절친’ 등등도 나타날 수 있을 것
이다.
한국어(桓國語)가 제반 세계 언어에 미친 영향이 바로 이런 식이다.
따라서, 무턱대고 발음이 비슷하다고 무작정 연결시키는 것은 엄히 지양하여야 하겠으나, 최남선류의 인상주의적 억측론 (비슷한 발음끼리 막 꿰맞추는 것)이나 환단고기니 단군할아버지 운운하면서 어원을 논하는 국수주의자의 논변이라는 비판 등은 그리 타당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한국어(韓國語)와 중국어의 관계는 충분히 달리 볼 여지가 많다⑻.
덧붙여, 시간이 흐르면서 어휘의 음운이 계속 변천을 하는데 현대언어의 어휘로 상호비교가 가능하겠느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방한 선생님도 지적하신 바와 같이 음운의 변화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많은 경우 그 결과 만이다. 원인과 그 변화 과정은 대부분의 경우 설명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과정을 가장 큰 개연성에 의해서 추정하고 설명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블룸필드는 「아직도 음운변화와 그 어느 선행 현상과의 사이에 상관성을 수립하는데 성공한 학자가
없다.
음운변화의 원인은 불명이다」라고 하여 음운변화 원인의 탐구에서 아예 눈을 돌리는 예도 있다⑼.
내가 생각하기에는 일단 언어의 변천은 단순화되고 각 언어의 특유의 발성법에 따라 발음이 수월한 방향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변해 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음운변화를 정밀하게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수도 있고,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결국에는 그 어휘의 인상이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생각한다면 현대의 어휘로써 상호 비교한다고 해서 반드시 틀리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비교선상의 두 어휘가 오히려 같은 세월동안 같은 과정의 음운 변화를 겪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군다나, 모든 어휘가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한다고 단언할 수도 없는 것이다.
쉽게 한번 가보는 것도 무방하다는 생각이다.
뿌리를 찾아가는 길에 일단 지워지지 않은 자취라도 있는 것에 감사할 일이지, 잔뿌리에 불과할 수도 있는
지표(指標)를 하나하나 분석하고 앉았을 여유는 지금은 그리 없어 보인다.
註]
⑴ 1990년 후반 러시아 모스크바 대학 비교언어학자인 세르게이 스타로스틴 박사와 미국의 산타페 고등연구소 그리고 러시아 과학아카데미철학부(The Russian Academy of Sciences (Dept. of History and Philology)
홍콩의 The City University of Hong Kong 등이 공동연구로 진행한 비교역사언어연구이다.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 주요 어족의 어휘를 비교하여 그 원형 (proto type)을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한자어의 고대음가는 홍콩대학과 중국 복단대등이 참여하고 있다.
⑵ 미국 스탠퍼드대 조셉 H 그린버그(Joseph H. Greenberg)박사는 포르투갈로부터 일본에 이르는 지역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포괄하는 상위의 어족(語族)으로 ‘유라시아어(Eurasiatic)’를 제시했다.
궁극적으로는 인류의 언어가 하나 또는 소수의 언어에서 분화됐으리라는 주장이다.
그린버그박사는 유전학자들이 사람들 사이의 유전자 유형으로 원시인의 이동로를 재구성하는 데 주목했다.
스탠퍼드대의 선구적인 집단유전학자인 루카 카발리-스포자박사도 “언어와 유전자 사이에 의미 있는 유사점
들이 많이 보인다”고 분석한다.
그린버그박사는 언어사에서 중요한 언어집단들을 골라 300개의 핵심 어휘를 기초로 어휘을 비교하며 언어의
분화를 추적한다.
‘p’가 ‘f’로 변한다든지, ‘m’으로 시작하는 말은 일인칭을 가리키고, ‘n’이 속한 말은 부정을 나타낸다는 등의
공통점을 찾아내 추론하는 것이다.
그린버그의 연구는 아프리카 언어에서 시작됐다.
1955년 발표한 논문에서 그는 아프리카대륙의 언어들을 4개의 주요 어족(語族)으로 묶었다.
그의 아프리카 언어 분류법은 10년간의 논쟁을 거치며 널리 받아들여졌지만, 연구방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미시건대의 언어학자인 사라 토머슨박사는 “그린버그박사는 소리와 의미를 엄밀하게 보지 않기 때문에 그의
자료는 우연적인 데이터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그린버그박사와 그의 동료인 메리트 룰렌박사가 보기에 이들의 요구는 결국 어족(語族)의 구성을 방해
하는 것일 뿐이었다.
룰렌박사는 “그들이 요구하는 그런 방식은 너무 완벽해서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하는 그릇된 완벽주의”라고
비판한다.
이들의 목표는 인간언어의 전 역사를 추론할 수 있는 언어계통도를 만드는 것이다.
아프리카어에 이어 아메리카어 연구에 들어간 그린버그박사는 아메리카어에서 100여개의 독립된 어계(語系)
가 있다고 주장하는 일반 학자들과 달리 아메린드(Amerind)어계, 나-딘(Na-Dene)어계, 에스키모-앨류트(Eskimo-Aleut)어계 등 단지 세 개의 어계를 내세운다.
이렇게 아메리카어들을 분류하면서 아메리카의 주요 어족이 유라시아 대륙과 관련이 있음을 깨달은 그린버그
박사는 유라시아어들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87년 ‘아메리카의 언어(Language in the Americas)’(스탠퍼드대 출판부)를 발간한 지 13년만에 내놓은 이번 저서에서 그는 유럽과 아시아 대부분의 언어들을 분류해 이른바 ‘유라시아어(Eurasiatic)’라는 상위 어족에 포함시켰다.
유라시아어는 인도-유럽어, 우랄어, 알타이어, 한국-일본-아이누 그룹, 에스키모-앨류트, 그리고 길략어와 축치어라는 두 개의 시베리아 어족으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유라시아어 그룹이 받아들여진다면 전 세계 약 5000개의 언어들은 12개의 상위 어족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단일 언어로 정리될 차례다.
⑶ 김방한, 『한국어의 계통 (서울: 민음사, 1989)』, 45쪽~46쪽 참조.
⑷ 위의 책 46~47쪽 참조.
⑸ 헝가리의 학자 리게티 (L. Ligeti)와 벤찡(J. Benzing)과 같이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는 견해에서부터 되르퍼 (G. doerfer)와 클로슨(G. Clauson) 등에 이르러서는 알타이 제어의 친근성을 전적으로 부인한다.
위의 책 84쪽~92쪽 참조.
⑹ 역시 위의 책 38~39쪽 참조.
⑺ 나중에 선생님께서 티벹사람들에게 녹음테이프를 들려주고 확인해본 결과 ‘카조다’라는 말은 카리싸(qa ra sa, 뭐라고?), 카리세고레(ga re ser go ray, 뭐라고 할까?)라는 말을 님께서 잘못 들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즉 영어로 말문이 막히실 때마다 수행비서격인 라크도로 스님께 “그걸 뭐라고 말해야 좋지?”하고 물어보신 말씀 이었던 것이다.
자세한 것은 김용옥, 『달라이 라마와 도올의 만남 3 (서울: 통나무, 2002)』, 註 731쪽 참조.
⑻ 최영애 선생님께서 중국상고음과 우리말의 관계를 놓고 언어법칙을 연구 중이시라고 하는데, 나는 현대 중국어는 한자를 기반으로 한 당시 만주에서 구사된 중국어와 마의태자가 구사하던 신라어간에 형성된 피진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가설을 수립하고 있다.
자세한 것은 나의 글 ‘중국어란 이것이다’ 참조.
김용옥, 『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 (서울: 통나무, 2000)』, 138~139쪽 참조.
⑼ 김방한, 『한국어의 계통 (서울: 민음사, 1989)』, 27쪽.
(조환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