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눈 오는 소리에 깜짝 놀라 깼습니다. 천둥이 쳤거든요. 동네 아짐들은 전쟁 난 줄 알았다, 집안에 있던 뭣이 날아가 깨지는 줄 알았다, 눈 온다고 천둥치는 것은 난생 처음이다고들 하십니다. 저도 처음이었습니다. 눈이 참 많이도 왔습니다. 할머니들은 키가 작기 때문이겠지만 “물팍(무릎)까지” 들어가더랍니다. 공식적으로 고창읍내는 26CM의 적설량을 보였습니다. 겨울 꾸러미에 곧잘 등장하던 시금치도 두툼한 눈 이불을 덮고 눈만 깜박이고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많은 눈이 쌓이다니....날씨까지 추워서 며칠동안 하얀 설국의 풍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올해 마지막 꾸러미를 준비하며 오랫동안 쌓인 꾸러미의 시간을 생각해 봅니다. 올 한해도 변함없이 함께해주신 회원 여러분 감사합니다. 새해도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잘 지켜나가요~~!!
1.양배추(생산자 김맹자)- 속이 꽉 차기로 치자면 양배추만 한 게 있을까요? 꽁꽁 싸여서 먹으면 내 몸 속을 잘 보호해 줄 거 같아요. 치킨 집에서 보내주는 양배추 샐러드처럼 얇게 채썰어서 샐러드를 해 먹으면 사분의 일 조각씩 사라집니다. 고기와 같이 볶아도 좋습니다.
2.알배추(생산자 김오순)- 배추 속을 농업 전문 용어로 ‘결구’라고 합니다. 채소 잎이 여러 겹으로 겹쳐서 둥글게 속이 드는 일이 결구인데 토종 배추는 결구가 들지 않습니다. 중국배추가 결구가 듭니다. 지금 우리가 먹는 속이 꽉 찬 배추들은 오래 전 중국에서 온 녀석들의 후손이랍니다. 이름도 호배추였는데, 어느 순간 대세가 되면서 그냥 배추라 불리게 되었지요. 이미 호배추를 우리 것으로, 알배추를 양념장에 찍어 먹는데 익숙해져 버렸지만 ‘아, 그렇구나’ 차원에서 써 봅니다.
3.뽕잎나물(생산자 최정숙)- 말린 나물을 먹을 때면, 여러 번의 공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참 귀한 음식이라 천천히 꼭꼭 씹어 먹습니다. 물에 불렸다가 부드럽게 삶아줍니다.참기름과 액젓에 무쳐 먹습니다. 짠 맛을 낼 때, 액젓과 소금, 조선간장 등을 골고루 섞어서 넣으면 더 감칠맛이 나는 것 같습니다. 들기름에 볶으면 뽕잎이 더 부드러워집니다.밥할 때 같이 넣어서 양념간장과 비벼먹어도 좋습니다.
4.양파(생산자 정경자)- 며칠 전 양파를 듬뿍 넣고 끓인 카레를 먹었습니다. 마을회관에서 할머니들이 끓여 놓고서는 초대해 주는데, 할머니들의 카레가 참 맛있는데 비법은 볶은 채소와 고기를 생각보다 폭폭 끓인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끓여야 맛있습니다.
5.호박즙(생산자 김주환)- 따뜻하게 데워서 드시면 보약입니다. 소화에도 좋고 몸도 띠뜻하게 해줍니다.
6.표고버섯(생산자 김순금)- 주말이면 한 끼는 꼭 국수를 먹습니다. 멸치, 다시마, 표고버섯, 흑새우를 넣고 육수를 냅니다. 약간의 액젓과 소금으로 간을 맞춥니다. 이 육수에 애호박과 같은 초록 채소를 나물로 볶아 고명처럼 듬뿍 얹어 먹습니다. 나물에 들어간 참기름 맛이 더해지면 국수가 더 맛있어집니다. 향이 강한 버섯은 소금과 참기름만 넣고 고기굽듯 볶아도 맛있습니다.
7.동물복지 유정란(생산자 이주봉)- 달걀을 쪄 두었다가 샐러드에 섞어 먹으면 아침식사로 족할 때가 있습니다. 몸이 가벼운 것이 마음에 들지요.
2022년 12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