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에 대하여 2
2.
희망이 스토리 텔링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말해둬야 할 게 있어. 그것은 말이지.
첫 번째 녹화를 하려고 하는 중. 별안간 희망이가 내 발 밑에 누워있다 일어나더군.
그러더니 작업실로 들어가 베란다를 쳐다보며 노래를 하는 거야. 그게 다 녹음이 된 것 알지?
희망이는 노래도 기똥차게 잘 해!
요즘 자주 노래를 즐겨하더군. 참 신기했어. 녹화하는 중 별안간 일어나더니 혼자 목을 세우고 우우우~ 워워워~ 하는 게 말이야.
그럼 다시 지난 번에 이어서 희망이에 대해서 이야기 이어나갈 게.
들어갑니다용~뽕~
그야, 희망이 가족이 애지중지하고 사랑으로 보살피는 것은 나도 알지만,
희망인 지극히 정상적인 생리 현상에 대해서는 그다지 너그럽지 못 했던 게 틀림 없었어.
가족 중 다는 아니고 단 한 사람이라도 말이지.
난 그때부터 희망가 용변을 정해진 곳에서 누도록 훈련시켰지.
세심하게 관찰해 왔어.
미용에 대해서는 서서히 몇 개월에 한 번씩 만나면서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어.
곤혹은 여전히 치뤘지만…변화의 모습이 보이는 거야. 좋아지는 모습이…
그 관찰 기록도 일기로 남겨 두었지만, 여기서는 기억나는 대로 일단 써보지.
난 희망이가 소변를 실수로 신문지 위나 패드에 보고 와도 기립 박수를 쳐주며 내가 더 좋아 방방방 뛰며 오도방정을 다 떨었지.
“희망이 신문지 위에 쉬했네. 아이구 이뻐라. 어쩜 이리도 똑똑해요~대단해요~” 그러면서 호들갑스럽게 박수 쳐 주고, 엄지 척해 주었지.
간식 챙겨 주는 것은 당근이지!
또 응가도 신문지 위에 어~쩌다 하고 오면 눈물이 나도록 기뻐하고 좋아해 줬어.
그렇게 점차로 발전하는 모습에 난 그지없이 축하해 줬고, 날로 새로워지는 조화에 대견스러했지.
앞다리, 앞 가슴, 얼굴, 귀, 목 주변에 손을 대는 것은 절대 금물! 금기시했던 희망이.
어느 사자도 무섭지 않게 포악스럽게 이를 다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것도 살살 달래가면서 고쳐주었지.
서서히 녀석은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으르렁거리다가 점차로 소리가 잦아들더군. 나중에는 스스로 얼굴 표정도 관리하더군. 실룩거리며 억지로 참느냐 부들부들 떨며 이를 갈더라고. 그리고 차츰 온화한 모습을 보여줬어. 그 노력하려는 자세가 또한 내게 깊은 감동줬지.
이 어린 녀석이 무서운 소리를 줄이더니 이젠 입만 실룩거리고 인내하려는 그 맘이 어찌나 대견스럽던지…눈물이 찔끔 날 정도였어.
자연스럽게 만져주는 것도 받아들이며 좋아서 자기 배를 드러내고 벌러덩 눕게 되었어.
지금은 목도, 앞 다리도 뼈 마디 마디마다 꾹꾹 눌러 주며 손 맛사지도 해 주지. 내 팔이 떨어져 나가도록…팔이 저려왔지…
이 애가 과연 1년 전에 봤던 아니, 얼마 전에 봤던 그 희망인지 나도 놀라워.
그러니, 이 애를 5년 가량을 같이 살았고, 지켜보던 주변 지인들은 눈이 휘둥그래지지 않을 수가 없었겠지?
글구, 자신의 몸 만지는 것에 대해서 심하게 경계를 하는 부분에 대해
“아이, 이쁘다. 아이 이쁘다. 어쩜 이리도 손이 이쁠까? 어쩜 이리도 똥꼬가 이쁠까? 뽀뽀~” 엉덩이에도 뽀뽀를 해줬지. 이러면서 조금씩 몸을 장난스럽게 터치해 주었어.
한 번 만질 때마다 눈꼽만치의 간식 던져주면서…
우리의 주인공 드디어 희망이 등장!
희망이 왈: 아줌마! 드럽고 치사해서…나원참…이 사이에도 안 끼게 주면서 그걸 줬다고 할 수 있어? 그게 준 거야? 내가 많이 봐줬다. 봐줬어! 에이그~
나: 아참, 희망이와 저는 보모 관계야. 그래서 희망이가 나더러 아줌마라고 하지.
그러니까 친구 사이나 다름 없어. 날 얼마나 업수이 여기던지…
나도 자존심 상할 때도 사실 없는 것은 진짜 아니거든.
희망이 왈: 뭐라고요? 아줌마! 보자보자 하니 날 보자기로 보나 본데. 나 그렇게 호락호락한 애가 아니야. 나 멍청하지 않아요? 아줌마!
나: 그래서 내가 너에게 뭐라고 했니? 왜 과잉 반응을 보이니?
희망이 왈: 그런가….그럼, 나의 실수! 내가 예민해 졌나? 그리고, 실수 할 수도 있지 뭐? 그런 걸 갖고 또 날 민망하게 망신주고 그래! 그러니까 아줌마는 아직 덜떨어진 거야. 언제 사람 구실할래? 으이그…
나: 희망아, 그만하자! 지금 나 너에 대해서 글을 쓰고 있잖니? 스톱!
희망 왈: 그래, 나중에 보자…(효과음: 떠는 모습)부들부들 부르르르르~
난 사람의 손길, 또 미용 도구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에서 벗어나도록, 친숙하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미용 가위 , 면도기, 부러쉬 그 위에 간식을 올려놓고 먹게 했지.
자신의 손 위에도 올려놓고 먹도록 도와줬어.
뭐든지 상처가 아물려면 시간이 필요한 거잖아. 기다려 주고 참아주고 해야 하는 것처럼 나도 인내했지.
희망이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처음부터 그렇게 오줌 지릴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질겁을 한 애가 아니잖아. 다 인간들의 잘못으로 인해 길들어진 행동이잖아.
그걸 원래대로 되돌려 주면 되는 거야. 그러면 되는 거야.
희망이가 미용을 하러 오면 그래서 최소한 일주일 가량은 나랑 같이 있다가 보내고 싶어했지. 나는…
주인이 허락하면 한 열 흘까지도 데리고 있었어.
오늘을 잊지 말고 집에 가서도 이대로 너의 모습을 보이라고…잘했지?
희망인 용변을 보고 와도 그렇지만, 아무튼 뭐든지 쳐다만 봐도 겁을 냈어.
야단 맞을 걸 미리 염려해서 오줌을 질질질 쌌지.
왜 그랬을까? 그 만큼 두렵고, 야단 맞을 일이 많았던 거야. 얼마나 안스러워!
안아 주려고만 해도 소변을 지려 그럴 때마다 난 엉덩이를 두드렸지.
‘괜찮아, 괜찮아…’라고 하며 끊임없이 안심 시켰지.
하도 이 습성이 심각해 보여 사실은 나도 의문이 들었어.
과연 이 애가 좋아질 가능성이 있으려나 습관을 들이려고 하면 며칠 후 또 집에 보내야 하니 말이지. 해줘 봤자 뭐해! 또 집에 가면 도로 아미타불인 걸.
만 가지에서 오줌 지리던 애가 서서히 오줌의 양이 줄어들더니 지금은 소변 지리는 일이 ‘딱, 뚝~’ 끊어졌다는 거야.
신기하지. 이게 신비야!
나중에 안 일이지만, 희망이 가족 중에 작은 아들이 희망일 그렇게 야단을 쳤다고 하더군. ‘그랬구나!’ 싶으니 더 가슴이 아려 왔어.
참고로 희망이 엄마는 편의점을 여러 개 운영해. 그러니까 얼마나 바쁘겠어.
또 직원들이 별안간 펑크 내고 못 나오면 거기에도 땜빵을 때워야 하고, 수시로 알바가 바뀌니까 힘들지 않았겠어.
밖에서 그렇게 일하고 쉬려고 집에 돌아오면 여기 저기 용변을 아무 데나 싸놓고 했으니 싫은 소리도 많이 했을 거야.
그래서 희망이 엄마가 얼마나 힘든지 그 속마음을 한 번은 말하더군.
희망이를 데려온 작은 아들에 대해서도 약간 원망하는 말투를 비쳤어.
그 서운한 맘이 내게도 그대로 전해진 것처럼, 희망이에게도 전해졌을 거란 생각이 들었지. 안 그래?
동물들은 말을 해서 아는 게 아니라, 그 상대의 눈빛과 상대의 음성, 톤, 제스추어, 얼굴 표정을 보고 그 모든 답을 얻지.
우리도 그렇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래서 직감이 빨라. 눈으로 다 알아 들으니까.
<신과 나눈 이야기> 책 읽어봤어? 안 읽었으면 읽어봐.
아니, 영화부터 봐. 유튜브에서 무료로 볼 수 있어.
그 곳에서 신도 그러더군.
말은 가장 미개한 소통 방식이라고 했어.
정확한 내용은 지금 기억 나질 않지만 그런 의미로 말 했다고.
진화된 존재들은 말보다는 그 느낌으로 안다고 했지.
말은 가장 미개한 족속들이 주로 하는 대화 방법, 수단, 소통이라고 했어.
내 말 잘 들어봐! 가장 미물이라고 여기는 존재들은 지진이나 재난, 지각 변동, 침수, 화재…이런 큰 대 재앙이 닥칠 때면 제일 먼저 높은 산이나 안전한 곳으로 다 이동을 해 버려!
개미들도 그렇잖아!
그들이 갑자기 바빠지거나 어디론가 이사 갈 때는 우리는 그걸 보고 눈치를 채야 돼. ‘곧 천재지변이 벌어지겠구나! ’ 라고.
참, 이 말을 하니 그냥 또 지나갈 수가 없네. 입이 간질간질해서…
참고로 여기서 부터는 시간 관계상 ‘2배 속’으로 낭독 할 게.
그러니 잘 들어 둬!
나 아는 분은 집에 주워온 고양이 여러 마리를 키웠대.
한 번은 냥이들이 불에 데인 듯 펄쩍펄쩍 뛰고 괴성을 지르고 난리가 났더래.
‘저 애 들이 왜 갑자기 저러지?’ 라고 생각했대.
그러더니, 그 아이들이 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졌대. 그리고 바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어.
그 집에 가스가 ‘뻥~’하고 폭발해 집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지. 이 분들이 하는 말이 겨우 목숨만 건졌지.
그게 마치 액운처럼 보이지? 그치? 그치? 그런데 말이지. 내가 분명히 말해 두지만, 그런 것만은 아니야!
기존에 살던 집은 ‘구옥’이야. 그런데 그러면서 아주 이쁜 집을 짓게 되었지. 또 작년에는 더 넓혀서 어마어마한 펜션을 지었어. 수영장이 딸리고 아주 아름다운 펜션을…
그러니 결국 좋아진 거야? 나빠 진거야? 진위를 잘 파악해야 해. 알았어.
비록 겉으로 보기에 나빠 보여도 결국은 좋게 되기 위해서 벌어진 일이지.
이 분들은 집에 불이 안 났다라면 새 그런 멋진 집, 펜션을 지을 수 있었겠어?
아니잖아. 절대로 못 하지만, 환경, 조건이 바뀌도록 하늘이 도운 거지.
이 얘기는 여기서 계속할 것은 아니니 그만하겠지만, 바로 그거야!
그 분은 그러더군. 이 분도 냥이들 밥을 주러 다니는 분이야.
그런데, 이상하게도 집에 우환이 닥칠 때는 꼭 냥이들이 한 마리씩 죽었대.
그 이유가 뭐냐면 말이지.
그거야. 그 아이가 대신 해서 그 집의 우환을 짊어지고 떠나간 거야. 그리고 또 스므스하게 그 안 좋은 상황이 다 잘 타고 넘어가더라고 했어.
그게 뭔지 알어? 그거 있지. 나 대신 누군가가 죽어주는 거야.
나 대신…우리 가족 대신…
예수도 그랬잖아. 이 지구촌의 미개한 족속들이 하도 안스러워 다른 별에서 왔다고 했어. 신이…
예수는 진화된 나라에서 사는데, 우리 지구촌을 보니 하도 한심하고 복장 터져서
‘저요? 제가 지구란 별에 가서 인간들을 회개하도록 하고 오겠습니다. 저를 보내 주세요.’ 라고 예수는 자신이 그 어린 양의 피로 가겠다고 자진해서 왔다는 거야.
누가? 신이 그렇게 말했어.
그거랑 똑같아.
가만 봐봐. 집안에서도 그렇지만, 내게 어떤 안 좋은 일이 닥칠 때, 우리 집에…
그러면 이상하게 어떤 사람이나 어떤 무엇이 대신 그 안 좋은 상황에 대신 처해 지면서 나와 우리 집안이 다시 별탈없이 스무스하게 고개를 넘어가는 걸 보게 될 거야.
그게 바로 그런 거야.
그 어떤 존재, 그 어떤 사물, 그 어떤 사람이, 나 대신 우리 가족 대신 죽어 주고 우리가 살아나는 거야.
놀랍지 않아? 우리가 너무 바쁘고,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아서 그렇지 가만히 돌이켜 보면 그걸 느끼게 돼.
얼마 전 일이야.
한 할머니가 있지. 그 할머니는 혼자 사시고 외롭게 사세. 그런데 4년전인가 내게 냥이 한 마리를 데려다 달라고 하더군. 외롭다고…
난 아주 귀여운 방울이 녀석을 할머니 품에 안겨줬지.
할머니는 그 녀석 때문에 산다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몰라. 행복하다고 했어. 자식들이 여럿 있지만 이 할머니가 대화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입에서 하루 종일이라도 말한 마디 할 수 없었다고 했어. 그나마 방울이가 있어 말을 할 수 있어 좋다고 했어.
그 정도면 알 것 같지.
그런데 지난 4월에 할머니가 울면서 전화가 왔어. 방울이가 죽었다는 거야.
방울이를 의지하고 살았는데…어어엉엉 날 데려가지…엉엉엉~
난 허구헌 날 탱글탱글 방바닥에서 굴러다니며 뒹굴거리다가 백수도 가끔은 바쁠 때가 있거든, 그 날 따라 바빠서, 그 할머니네 집을 밤 11시경인가? 쯤에 갔어. 아침에 통화할 때는 할머니에게 어서 가서 방울이를 묻으라고 하니까 묻지 않고 하룻 밤 옆에서 보고 낼 뭍어 주려고 한다고 하더군.
할머닌 하루 종일 피죽도 못 먹고 기력이 쇠진해 울고만 있었어.
난 할머니네 집도 그 동안 몰랐어. 그런데 갑자기 찾아간다는 게 쉽지는 않잖아!
집도 한 마디로 말하면 산골짜기라고 표현하면 맞을 듯 해.
난생 처음 가는 낯선 시골 길, 난생 처음 외진 길을 가야했지.
네비게이션도 다른 길을 인도했어. 그런데 막상 그 네비가 인도한 길을 따라 가 보니 허허 벌판, 다 논밭만 있는 불빛도 없는 곳이었어. 너무 황당하더군.
그런 곳에 날 데려다 놨더군. 얼마나 암담해. 도저히 찾을 자신이 없더군.
난 그때 죽은 방울이에게 하소연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