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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산꾼의 산행기와 대기업 안내산악호 목요 오지팀 산행 계획을 참조해 '금룡사 입구 → 금룡사 → 금주산 → 촛대봉 → 희망봉 → 곰넘이봉 → 관모봉 → 풍혈산 → 양문공단 입구 버스정류장'의 14km 코스를 7시간 동안 달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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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산(金珠山)
[정의] 경기도 포천시 영중면 금주리와 일동면 길명리의 경계에 있는 산.
[개설] 금주산은 일제 강점기에 영중 광산이라는 금광이 있어 반세기가 넘게 채금하였으며, 이후에는 금주 광산에서 채광하였다.
[명칭 유래] 금주산의 명칭 유래는 명확하지 않으나 금(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지도에는 금주산(金柱山, 金主山) 등 다양하게 표기되고 있으나 일제 강점기 이후에는 (金珠山)으로 표기하고 있다.
[자연환경] 해발 568.1m의 금주산은 산세가 아담하며 산길이 비교적 짧아 초보자들에게 인기가 있으며, 가족이 당일 산행지로 선택하기 알맞은 산이다. 산기슭에는 금룡사와 청학동 계곡 등이 있으며, 산 정상에 서면 북쪽으로 명성산, 광덕산, 백운산, 국망봉, 화악산, 명지산, 운악산 등이 마치 부챗살을 펼친 듯 조망된다. 서쪽으로는 종현산과 소요산, 왕방산 등이 보인다.
[현황] 등산 코스는 ‘영중면 금주리 금룡사 입구~금룡사~능선~정상’에 이르는 제1 코스와 ‘금주리 저수지 마을 입구~계곡~주 능선~남서 능선~정상’으로 가는 제2 코스가 있다. 금주산 인근에는 일동 온천 지구, 청계산, 풍혈산 유원지, 포천 아트 밸리 등의 관광지가 있으며, 지역 먹을거리로 풍혈산 유원지 부근의 파주골 순두부가 유명하다. -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관모봉(冠帽峰)
[정의] 경기도 포천시 영중면 양문리와 일동면 수입리 경계를 이루는 산
[명칭 유래] 관모(冠帽)는 모자를 총칭하는 뜻으로, 산의 모양이 갓처럼 생겨서 관모봉이라 부른다. 한편, 관모봉은 깃대봉이라고도 하는데, 일제 강점기 때 세부 지적 측량을 위하여 깃대를 꽂았던 곳이라 하여 유래되었다.
[자연환경] 경기도 포천시 영중면 양문 3리 양문 산업 단지와 일동면 수입 4리 산내지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금주산에서 북쪽 능선으로 연결된 흙산이다. 높이는 569m이다.
[현황] 관모봉 정상은 과거 군부대가 주둔했다가 철수하여 지금은 그 시설물 일부만 남아 있다. 2007년 경기도 포천시 영중면사무소와 주민 자치 위원회에서 관모봉으로 오르는 등산객의 편의를 위해 이정표를 설치했다. 등산 코스는 양문 3리[햇골], 양문 공단 뒤[독지골], 성동리[파주골], 일동면 수입리 방향에서 시작할 수 있으며, 금주산에서도 연계 산행이 가능하다. -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2024년 10월 마지막 주 월요일인 28일, 포천의 오지? 금주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계속된 무리한 산행과 그에 따른 폭음, 그리고 불볕더위에 더위까지 먹어, 그 전주 평일에는 꼼짝도 하지 않고, 그동안 진행한 산행을 정리하고, 다음 산행 계획을 검토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토요일 마누라와 함께 서해랑길 48코스와 47코스를 거꾸로 이어달리기만 해, 앞으로의 산행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둘레길 걷기가 아닌 산행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평일 산행을 진행하는 대기업 안내산악회의 산행 일정에서 갈만한 산이 있는지 찾아봤다. 하지만, 이미 다 다녀온 산이지만, 그래도 무박 화요일 영남알프스 종주는 마음에 들었으나, 목요일 영월의 오지 망경대산 산행을 필두로, 일요일 무박 한강기맥 10 구간, 화요일 충남의 향적산, 목요일 화천 재안산 등 산행 간 거의 하루 쉬고 계속이다. 와중에 영알 종주로 무리했다가는 또 한 주를 쉬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포기했다. 해서 선택한 게 이런 때를 대비해 대중교통으로 다녀올 수 있는 산행 목록 중에서 포천의 금주산을 꺼냈다.
대기업 안내산악회 일정 게시판에서 신규 등록된 목요 오지팀 2024년 5월 16일 산행을 발견하고, 늘 그렇듯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신청한 산이 포천 금주산이다. 이후 한국의 산하에서 금주산을 찾아, 소개를 읽어본 후 소재지가 포천으로 대중교통 반경 내라, 대중교통으로도 당일 산행이 가능한지 확인했다. 할 수 있다! 그것도 포천의 지장산이나, 종자산보다 더 쉬웠다. 그럼, 안내산악회를 이용해 갈 만한 산이 없을 때를 위해 저장해 두어야 할 산이라, 먼저 분 단위로 대중교통 이용 절차와 산행 계획을 세운 후 안내산악회에 신청한 산행을 취소했다. 이건 대기업 안내산악회뿐만 아니라, 어느 안내산악회든 초면의 산이 대중교통 반경 내에 있으면, 늘 하는 일이다. 물론 대중교통 반경 내라도, 교통편이 많지 않아, 택시까지 동원해야 하는 오지 중의 오지일 때는 대중교통 이용을 포기하고 예정대로 안내산악회와 다닌다. 그런데, 안내산악회 개인산행 게시판에 올라온 산행기를 보면 이와 비슷한 사례를 가끔 볼 수 있다.
게시판에 글을 쓰지 않는 산꾼이 많은 걸 고려하면, 나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해 산에 다니는 산꾼이 꽤 될 거라는 게 내 예상이다. 어쨌든 산행 일인 10월 28일 월요일 기상청 중기예보에 의하면 포천 지역은 종일 구름이 조금 낀 날씨에, 기온은 영상 11℃~20℃ 사이로 산행에는 꽤 좋은 날씨가 될 거라는 정보다. 그리고 산행 준비는 같은 포천 지역의 산으로 2024년 4월 대중교통으로 다녀온 지장산행기를 참고했다. 그래봐야 안내산악회 산행과 별 차이가 없으나, 출발지가 다르니, 김밥을 사당역표가 아닌 불광역표로 준비하는 것만 다를 뿐이다. 물론 하산주는 목요 오지팀 산행 계획을 참고하고 그 팀과 같은 곳에서, 아니면 포천 시내에서 먹을 수도 있으나, 몇 번의 경험상 오히려 포천 시내에 먹을만한 곳이 없어, 될 수 있으면 하산주라는 명칭에 맞게 날머리 부근에서 늦은 점심을 겸해 마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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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경 기상해 아지트로 나와 배낭을 싼 후 기상청 날씨누리에서 포천 지역 날씨를 확인한 결과 이미 알고 있던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비록 날이 흐리기는 하나, 비 소식은 없다. 물론 닥쳐봐야 알 수 있지만. 이후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간절기용 바람막이를 입은 후 의정부행 버스를 타기 위해 6시 15분경 집에서 나와 불광역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24시간 김밥집에 들려, 김밥 한 줄을 사서 바람막이 주머니에 넣고, 중앙버스정류장으로 가, 의정부행 버스의 도착 시간을 확인했다. 34분은 정보가 없고, 360번은 5분이다. 이후 6시 37분 도착한 버스를 타고 의정부로 향했다. 6시 37분 불광역 도착이라면, 종점인 양광교회 앞에서 6시 35분에 출발했을 확률이 높다. 앞으로 포천 지역 산행 계획을 잡을 때 고려해야 할 시간이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의정부로 향하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환승 정류장과 갈아타야 할 버스 번호를 모르고 있다는 게 기억났다. 물론 온라인으로 등산방 카페에 들어가서 확인하면 되지만, 번번이 번거로워, 산행 지도와 계획 중 대중교통 부분을 캡처해 핸드폰에 저장했다.
버스 내 와이파이를 이용해 지도 앱으로 출발지와 도착지 정류장을 세팅해, 도착지 한 정류장 전에서 알람을 울리게 했다. 그리고 패드로 책을 보며 가, 7시 36분 공사 중인 의정부 버스터미널에 내려, 7시 44분 포천 시청 앞 정류장으로 가는 가장 빠른 버스인 137번을 타고, 역시 알람을 세팅한 후 책을 읽으며 가, 8시 51분 내렸다. 당시만 해도 포천 시청 앞 버스정류장에서 '금주4리'로 가는 버스가 많이 있을 거로 생각해, 의정부 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금주4리로 바로 가는 138-5번을 기다리지 않았다. 이게 첫 번째 실수다. 어쨌든 정류장 버스 도착 정보로 가장 이른 금주4리행 버스를 확인했다. 의정부역에서 회항하는 138-5번으로 6분 후 도착이다. 고로 의정부에서 기다려야 했다. 와중에 볼일이 급해 주변을 둘러보니, 포천시 도서관이 보여, 그곳으로 갔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월요일은 휴관이라, 화장실을 오픈한 빌딩을 찾아 헤매다, 겨울 일을 보고,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가며 보니, 138번 버스가 정류장 사거리를 지나고 있어, 138-5번이 아닌 것에 안심했다.
정류장으로부터 10여 미터 지점에 도착해 보니, 138번 뒤를 따라 138-5번이 막 정류장에서 출발해, 급하게 기사를 향해 손을 흔들었으나, 무시하고 버스는 제 갈 길을 갔다. 그걸 지켜보다 서둘러 지도 앱으로 포천시청을 기점으로 금주4리 마을회관을 종점으로 '길찾기'를 해 봤다. 그러자, 138-5번이 한 번에 가고, 금주4리 마을회관 4 정류장 전 '신평2리·요꼴사거리' 버스정류장'에서 다른 차가 있는 걸로 나와 9시 8분 도착한 138번을 타고 신평2리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이게 두 번째 실수다. 일단 버스를 타기는 했는데, 무언가 이상해 다시 자세히 ‘길찾기’로 확인했다. 신평2리 정류장도 금주4리로 향하는 버스는 포천시청 앞 정류장과 같다. 어쨌든 9시 24분 우여곡절 끝에 신평2리 간이 버스정류장에 내려, 버스 도착 정보를 보니, 이미 알고 있듯이 138-5번 외에 다른 차는 없고, 22분 후 도착이다. 와중에 주변에 마을이 있는 게 아니라, 내리거나 타는 승객이 없어, 버스가 지나쳐, 138-5번 도착 1분 전에 알람을 맞추고 책을 보다가, 9시 45분경 버스 정류장에서 나와 다가오는 버스를 향해 승객이 있다는 신호로 손을 흔들었다.
예상대로 빠르게 지나치려던 버스가 내가 손을 흔드는 걸 보고, 간이 정류장 앞에 정착해 재빨리 올라탔다. 그 시각이 9시 46분이다. 그리고 일동 방향으로 우회전한 버스는 9시 51분 금주4리 마을회관 정류장에 도착했다. 고로 불광역 중앙버스정류장에서 360번을 타고, 의정부 시외버스터미널 버스정류장에서 138-5번을 갈아타면 도착할 마을회관 버스정류장에, 의정부에서 137번, 포천시청에서 138번, 신평2리에서 138-5번을 타고, 3시간 14분이 걸려 도착했다. 어쨌든 10시 전 도착이라, 산행에는 별문제가 없다. 일단 버스에서 내려 먼저 ‘기상청 날씨알리미’로 이 지역의 날씨를 확인했다. 이후 길을 건너 마을회관 앞에서 버스정류장을 기록으로 남긴 후 두 등산 앱의 GPS로 현 위치의 고도도 확인했다. 101m~104m로 생각보다 낮다. 이번 산행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금주산 정상이 569m니, 고도차는 467m 정도로 준수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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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 고도차를 확인하는 동안 주변을 샅샅이 둘러봤으나, 이정표나 안내도 등 금주산에 관련된 건 하나도 찾지 못했다. 말인즉 삼거리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 해서 등산 앱의 지도로 찾아봤으나, 마을회관이 들머리가 아니라, 핸드폰의 작은 화면에는 등산로가 안 보인다. 그렇다고 지도의 축척을 키우면 지명이 사라지고, 줄이면 산세와 등산로의 전반적인 모습을 머릿속에 그릴 수가 없다. 이런 때는 일단 어느 방향이든 10여 미터를 움직인 후 다시 지도를 확인하는 게 정답이라, 일단 마을회관과 모텔로 보이는 건물 사이로 난 아스팔트 포장도로로 산행을 시작했다. 오른쪽으로 금주산이라 생각되는 산을 끼고 도는 도로를 따라 20여 미터를 가다, 다시 두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진행 방향에 금강사라는 절이 있다. 그런데, 내가 가고자 하는 코스에는 금룡사가 있어야 해, 앱의 지도를 확대, 축소를 반복하며 금룡사를 찾았다. 잘못 왔다. 금룡사는 삼거리에서 일동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올라가야 해, 걸음을 돌려 마을회관 삼거리로 돌아 나와 고속으로 달리는 차량을 피해 일동 방향으로 올라갔다.
의도된 거기는 하지만, 산행 시작부터 알바다. 그런데, 지자체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산객을 위해 금주산과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에는 안내도나 이정표 정도는 설치해야 하는 거 아닌가? 참고로 처음 진행했던 방향으로 가도 금주산에 오르는 등산로가 있다. 물론 그걸 알고 있었으나, 내가 가고자 하는 코스와는 달라, 발걸음을 돌렸다. 오히려 다음 지도에는 금룡사에서 금주산으로 바로 올라가는 등산로는 없고, 처음에 갔던 방향에서 금주산으로 가는 등산로만 있을 뿐이다. 어쨌든 금룡사 입구를 향해 가며, 수시로 제대로 가고 있는지 지도를 확인했다. 그리고 10시 3분 드디어 금주산 안내도와 금룡사 이정표가 있는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당연히 그것들을 기록으로 남긴 후 우회전하자, 우리가 흔히 아는 일주문과는 다르나, 분명 금룡사 일주문이 반겨준다. 철제 아치형 일주문을 통과해 가끔 급경사도 나오는 아스팔트 포장도로 금룡사를 향해 올라, 10시 12분경 금룡사라 생각되는 건물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일주문이 전통적인 모습과는 다르듯 절집 또한 전통적인 모습과는 달라, 그 앞의 소개문을 읽어봤다.
고종 때 세운 절이니, 다른 고찰에 비하면 역사가 짧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조계종, 천태종 등 종파에 관한 얘기가 없다. 고로 종파에 소속된 절에서 보면 사이비다. 내가 보기에는 독자노선을 걷는 절일뿐이지만. 어쨌든 오른쪽에는 절집이 그런데, 아무리 독자노선을 걷는다고 현판이 없는 절집은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정면 장독대 앞에 돌부처와 사천왕 중 두 천왕이 그 부처를 호위하고 있어, 일단 돌부처에게 인사 후, 주변을 둘러보니, 왼쪽으로 이번 산행에서 처음 보는 등산로 이정표다. 해서 눈으로 등산로를 따라 위로 올라가 봤다. 그리고 앱의 지도도 확인했다. 금룡사는 아직이고, 저 등산로는 금룡사를 우회하는 암릉 코스다. 평소 산행 습관으로 보면 당연히 암릉 코스로 가야 하나, 그럼, 금주산 정상을 왕복해야 한다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그리고 독자노선을 걷는 금룡사의 본존불도 보고 싶었다. 해서 암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를 포기하고, 돌과 시멘트로 만든 계단으로, 금룡사로 향했다. 그리고 10시 19분 산 중턱에 자리를 잡은 금룡사에 도착해, 고개를 들어 위로 보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미륵대불로 생각지도 못한 크기다.
미륵대불의 규모로 봤을 때, 독자노선을 걷는 절이지만, 종파 소속 절에 뒤지지 않는 신도를 거느린 듯하다. 아무리 그래도 지방도부터 여기까지 시멘트 포장도로에 암벽을 깎아 절을 세우고 계단을 만든 건 보통 신자로는 어려운 일인데, 주변에 부대가 많으니, 사단장 아니 군단장급? 수량이 적어, 고로 비가 내리면 장관일 듯한, 폭포라고 부르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듯한 암벽 위에 절집들이 보인다. 그리고 시멘트 문을 하나 통과해 위로 가니, 종무소로 보이는 건물이 있고, 그 앞에는 '금룡사 약수'라고 쓴 생수통이 놓여 있다. 어느 절을 가든 감로수를 찾아 맛보는 게 절을 찾는 즐거움 중 하나이고, 절의 위치상 어디 내놓아도 부럽지 않을 감로수가 있을 듯한데, 생수통 약수라 실망이 컸다. 그래도 등산객을 위해 생수와 종이컵을 준비해 놓은 것에는 감탄했다. 종무소를 지나, 암벽에 잔도 형태로 만든 급경사 계단을 올라가자, 널찍한 광장에서 개가 반겨준다. 아래에서 개의 기척을 듣고, 약간 긴장했는데, 이놈은 짖을 생각은 안 하고, 반가움의 꼬리치기에 여념이 없다. 이 친구 이름이 '릴리'로 절이라는 분위기와는 안 어울리나, 생김새와는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릴리 집이 있는 곳에서 오른쪽에 대웅전이 직진하면 산신각이 있는 듯해 직진해 산신각을 향해 가며, 오른쪽 작은 계곡을 보니, 움푹 파인 바위에 물이 고여 있고, 그 앞 석축에는 플라스틱 바가지가 걸려있다. 고로 이게 감로수다. 해서 산신을 보고 내려올 때 맛을 보기로 하고, 계속 올라갔으나, 산신각이라 생각했던 건물은 산신각이 아니라, '호국석굴(護國石窟)'이라는 이름의 바위굴인데, 문 손잡이를 전선으로 칭칭 동여매 그걸 풀고 내부를 구경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걸음을 돌려 내려왔다. 결과적으로 절집을 다 훑어봤지만, 산신각이든 삼성각이든 산신이 거처하는 집은 찾지 못했다. 이후 석축에 걸린 바가지를 들고 감로수라 생각되는 바위 우물로 가서 물속을 들여다보니, 지렁이 사체다! 지렁이탕도 먹는다지만, 그 바위 우물의 물맛을 보고 싶지는 않아, 용왕이 버티고 있는 아래에서 물을 떠 맛을 봤다. 무엇보다 거기에 설치한 수도관이 아래 절집으로 들어가고 있어, 망설임 없이 떠 마셨다. 금룡사가 금주산 중턱의 유일한 인간이 사는 곳이고, 등산객이 많이 찾는 산도 아니라, 오염원이 있을 수도 없다. 물맛을 보고, 바가지를 원위치한 다음 대웅전이라 생각되는 건물로 갔다.
암벽에 지은 건물이라, 정면의 공간이 좁고, 애초 정문은 개방 안 하고, 옆문을 개방하는 게 일반적이라, 앞에 있는 옆문으로 갔다. 해서 현판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으나, 대웅전은 아닌 듯해, 5월에 방문한 오지팀의 기록을 찾아봤다. 미륵전(彌勒殿)이다! 고로 본존불인 미륵불에게 신고 후, 미륵전 뒤로 돌아, 다시 계단을 오르며 왼쪽이 이상해 보니, 암벽을 평평하게 깎고 그 위에 작은 돌부처를 앉혀 놓은 좌대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중에는 저기를 어떻게 깎았을지 궁금한 위치도 있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계단을 오르자, 미륵대불이 서 있는 석축이다. 대불을 어떻게 여기까지 가져와 세웠는지 정말 굼긍하다. 군의 힘? 미륵대불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대불이 서 있는 석축을 오른쪽으로 끼고 돌자, 밧줄이 설치된 암릉이 나타났다. 현재 시각 10시 37분으로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행의 시작이다. 금룡사를 우회하는 암릉 코스는 가 보지 않아, 뭐라고 할 말이 없으나, 이 코스도 만만치 않은 암릉으로, 날이 흐려서 그렇지 전망 또한 좋았다. 오히려 흐린 날씨 덕분에 운무를 뚫고, 마치 섬처럼 빼꼼히 드러난 봉우리의 모습이 더 운치가 있다. 물론, 전체 산세를 볼 수 없다는 건 아쉽지만!
아주 당연히 우회로가 있음에도 앞을 가로막는 바위를 오르며 가, 11시 정각 등산 앱이 정상이 멀지 않다고 알려줘, 동영상을 촬영하며 갔다. 하지만, 정상은 요원하고, 오히려 전망 암릉이 펼쳐져, 가던 길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봤다. 바로 앞에 보이는 저 능선 위에 금주저수지에서 올라오는 등산로가 있다. 이후 다시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11시 6분 철판으로 만든 정상 표지가 있는 금주산 정상에 도착했다. 하나 놀라운 게 있다면, 그 정상 표지를 포천이 아니라, 고양시 산악회에서 만들어 설치했다는 거! 어디에서 만들었던 삼각대를 이용해 정상 표지를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고, 정상표지 뒤에 있는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기며 보니, 이번 산행 거의 마지막 봉우리나 다름없는 관모봉까지의 거리가 9.8km에 달한다는 것에 놀랐다. 하긴 전체 코스가 14km, 마을회관에서 여기까지 3km 정도, 단순히 계산해도 남은 거리가 11km니, 관모봉 9.8km는 당연하고, 관모봉까지 기복 정도가 문제다. 이런 때를 대비해 지도와 코스를 이미지로 캡처한 거라, 확인해 보니, 중간에 이름을 가진 봉우리로 촛대봉, 희망봉, 곰넘이봉이 있다. 물론 무명봉도 많을 거다.
정상에서 해야 할 일을 마치고 거기를 떠나, 지도상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촛대봉으로 향해, 11시 16분 금룡사 갈림길에 도착했다. 금룡사 입구 등산로에서 올라오면 만나는 갈림길이다. 고로 거기서 암릉 코스를 택했다면, 여기서 정상까지 400m를 왕복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 이정표에는 관모봉까지 8,489m다. 9.8km에서 0.2km를 왔으니, 9.6km가 정상인데, 1km 이상이 줄어, 8.5km가 남았을 뿐이다. 이래서 이정표는 참고만 할 뿐이지 신뢰하지 않는다. 어쨌든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길을 재촉하다, 가끔 뒤로 돌아, 울창한 숲 사이로 보이는 금주산 정상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물론 운무를 뚫고 솟아오른 봉우리의 모습도 기록으로 남기며, 그 봉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봉우리 주변을 살펴봤다. 왼쪽은 한북정맥이고, 그럼, 운악산?! 정체가 뭐든 낙엽 쌓인 완만한 경사의 능선을 따라 계속 가자, 앞에 119에서 세운 이정표로, '헬리포트 1'이라 적혀 있다. 첫 번째 헬기장이다. 그리고 촛대봉까지는 남은 거리는 0.6km! 해서 서둘러 촛대봉으로 향하는데, 오른쪽으로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바위 전망대가 있어, 그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한북정맥과 그 주변의 능선을 감상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드물게 보이는 단풍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며 길을 가자, 어는 순간부터 앞에 뾰족한 봉우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촛대봉이다. 해서 남은 거리가 궁금해 11시 37분경 두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등고선으로 봤을 때, 높이는 60m, 거리는 200m가량 남았다. 하지만, 60을 올리며 가는 200m는 평지 200m와는 달라, 지도를 확인한 지점에서 3분 정도를 더 가, 11시 40분 등산 앱이 고지가 멀지 않다고 알려준다. 평균적으로 고지 반경 50m 내에서 알려주니, 150m를 오는데, 3분이 걸렸다는 얘기다. 고로 남은 50m도 1분 이상 걸릴 거다. 어쨌든 그 지점부터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1분이 아닌 5분이 걸린 11시 45분 촛대봉 정상에 도착했다. 촛대봉이라고 알 수 있는 건 119에서 세운 이정표에 '촛대봉 분기점'이라 적혀 있고, 산꾼이 갈림길 이정표와 119 이정표에, 매직으로 '촛대봉'이라 써놓았다. 물론 앱의 지도로도 확인했다. 갈림길 이정표에 의하면 왼쪽은 금주2리로 내려간다. 즉, 금주저수지에서 시작하면 만나는 갈림길이다. 산 소개에 쉬운 산행이라고 얘기한 건 금주저수지를 들머리를 하는 이 코스를 두고 한 말이다.
고도가 높아지고, 시야를 방해하는 울창한 숲이 잠깐 사라진 사이에 왼쪽 포천 일동 방향에서 보이는 외로운 섬! 여기까지 오면서 정체가 궁금해 계속 주시했던 섬으로, 운악산이 아닐지 추측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보니, 운악산이 맞다. 해서 가던 길을 멈추고 그 모습을 감상하고 사진에도 담았다. 그리고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길목 나뭇가지에 안내산악회의 익숙한 리본이 매달려 있다. 2024년 즉, 올 5월 16일 먼저 달린 목요 오지팀 선두 조가 매단 리본이다. 해서 기념으로 그것도 기록으로 남기고 계속 전진해, 인적이 드문 아니, 인적이 거의 없는 오지답게, 길목의 거미줄 때문에 앞으로 나가는 게, 힘들 지경이라, 바닥에서 나뭇가지를 주어 진행 방향 거미줄을 제거하며 갔다. 와중에 그 장면도 기록으로 남겨야 할 거 같아 동영상을 촬영하려는 순간, 오른쪽 앞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그 방향을 주시하니, 한 쌍의 담비가 반대편에서 달려온다. 당연히 놓칠 수 없는 장면이라, 카메라 렌즈를 그 방향으로 돌렸다. 그 둘도 나를 인지한 듯 한 마리는 계속 달려, 아래 숲으로 들어갔고, 다른 한 마리는 길목의 나무로 올라가, 나를 쳐다본다.
그 모든 장면을 동영상으로 남겼다고 생각해, 사진으로도 남겨야 할 거 같아, 영상 촬영을 중지하고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동영상 촬영 버튼을 눌렀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고로 동영상으로 촬영된 담비의 모습은 그걸 깨달은 후 찍은 짧은 영상만 있다. 그것도 다른 걸 촬영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 카메라 앱을 기동한 순간 담비 한 쌍을 발견해서 남길 수 있었던 영상이다. 어쨌든 오지 산행의 즐거움 중 하나인 평소 보기 힘든 동물을 자연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그것도 남한 최고의 포식자라는 담비 한 쌍이다. 그 한 쌍이 아래 숲으로 사라지는 걸 지켜본 후, 원래 목적대로 나뭇가지로 거미줄을 제거하며 전진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며 가, 12시 3분 또 다른 전망대에 도착해 광덕산에서 운악산에 이르는 한북정맥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계속 전진해 12시 18분경 좌우가 아니라, 그나마 울창한 숲 사이로 지나온 능선의 모습이 보이는 전망대에서 촛대봉 능선도 사진에 담았다. 그런데, 뾰족한 두 봉우리 중 어느 게 촛대봉인지 단정할 수가 없다.
그렇게 길을 재촉해, 12시 21분 일동 기산리 갈림길을 지나, 12시 22분 희망봉이라 생각되는 봉우리가 보이는 지점에서 당연히 그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계속 가자, 12시 27분 등산 앱이 고지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해서 거기서부터 동영상을 촬영하며 희망봉으로 향해, 12시 30분 헬기장이자 쉼터인 희망봉 정상에 도착했다. 헬기장 끝부분에는 이번 산행에서 처음 보는 정상석이 있다. 금주산 정상은 정상석이 아니라, 철판으로 만든 정상 표지다. 그나마 다행은 금주산 정상은 고양시 산악회에서 정상 표지를 세웠으나, 희망봉 정상석은 포천 산악회에서 세웠다는 거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지만, 어쨌든 금주산 정상과 같이 삼각대를 이용해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겼다. 현재 시각 12시 34분, 점심시간이라, 슬링백에서 불광역표 김밥을 꺼냈다. 그리고 그걸 먹으며, 다음 봉우리인 곰넘이봉으로 향해, 12시 36분 일동 기산리 갈림길을 지나고, 12시 44분 이정표 기준 관모봉 6,520m 거리의 일동 갈림길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내가 먹기에는 양이 많은 김밥을 다 먹어, 입가심으로 거의 1주일을 들고 다닌 귤을 먹으며 계속 전진해, 국방부에서 세운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는 경계석을 지나자, 저 앞에 119 이정표다.
앱이 반응하지 않아 무언가 이상했지만, 모든 봉우리에 앱이 반응하는 것도 아니라, 당연히 곰넘이봉이라 생각하고 119 이정표에 가까이 다가가 보니, 곰넘이봉이 아니라, ‘폐광지대’ 갈림길 이정표다. 폐광? 여기에 광산이 있었다고?! 해서 앱의 지도로 확인했다. 광산이든 뭐든 산경표는 갈림길과 등산로 표시가 확실한데, 램블러의 ‘네이버 지도’는 희망봉을 지난 후 등산로 표시가 사라졌다. 그건 ‘다음 지도’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폐광지대를 떠나, 앞에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겠지만, '곰이 넘어간?', '곰을 넘긴?', '곰을 닮은?', '곰넘이봉'이라 생각되는 봉우리가 보여 그걸 기록으로 남긴 후 그걸 목표로 전진했다. 1시 12분경 깔딱을 오르며, 아무래도 그 위가 곰넘이봉인 거 같아 동영상을 촬영했다. 그리고 1시 15분경 정상에 도착해 혹시 정상 표지가 있나 주변을 샅샅이 살펴봤으나, 그런 건 없다. 해서 앱의 지도로 확인했다. 맞다. 여기가 곰넘이봉 정상이다. 하지만, 램블러 배지가 없는 정상이라, 반응이 없었다. 어쨌든 앱으로나마 정상을 인증하고, 이번 산행에서 처음으로 들고 온 생수병을 꺼내 타는 목을 축였다. 그리고, 정상 나뭇가지에 매달린 '3050 알파산악회' 리본이 있는 나뭇가지에 그 생수병을 올려놓고, 인증을 남겼다.
정상에서 아래로 보이는 마을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긴 후, 다음 봉우리이자 거의 끝이나 다름없는 관모봉을 향해 가는데, 왼쪽으로 그나마 몇 그루 모여 있는 단풍이라, 그걸 동영상으로 촬영하며 가다, 낙엽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은 쌓인 낙엽 위에 주저앉은 거라 충격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냥 주저앉아 미끄러져 내려가는 걸 고민했을 정도다. 그렇게 노닥거리기도 하며, 동영상을 촬영하며 작은 깔딱을 오르자, 갈림길 이정표다. 직진은 관모봉, 우회전은 '일동 산내기'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2분가량 간, 1시 27분 또 다른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좌회전은 ‘금주2리’, 우회전은 어떠한 정보도 없는 게, 폐쇄된 등산로인 듯했다. 그리고 무엇에 홀렸는지, 그때는 날머리가 '금주2리'라 생각했다. 그럼, 당연히 우회전이라, 우회전해 갔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왼쪽 능선 위의 가장 높은 쌍봉이 관모봉이다. 그리고 이 길로 계속 가면 관모봉에서 점점 멀어진다. 해서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애당초 네이버 지도에는 등산로가 없으니, 고려 대상이 아니고, 산경표 지도는 확실히 관모봉으로 향하는 등산로에서 벗어나 있어, 걸음을 돌려,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로 돌아갔다. 그리고 아까와는 반대편에서 이정표를 보니, 반대편에는 어떠한 정보도 없던 방향 지시에 '관모봉'이라 적혀 있다. 아니 이정표를 만들려면 어느 쪽에서든 같은 걸 볼 수 있어야지 보는 위치에 따라 정보가 다르면 어쩌자는 건가? 어쨌든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서 보니, 거의 낭떠러지 수준의 급경사라 잡고 오르내릴 수 있도록 밧줄까지 설치했다. 그래서 내가 이어지는 능선이 없다고 생각하고 미련 없이 '금주2리' 방향으로 좌회전했던 거다. 당연히 밧줄은 무시하고 앞에 보이는 관모봉을 주시하며, 급경사에 쌓인 낙엽 덕에 더 미끄러운 능선을 따라 내려가, 완만한 경사의 고개에 도착했다. 그런데, 능선 왼쪽으로 바닥이 보이지 않아 섬찟하기까지 한 수직굴이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그 굴과 연결된 직선의 굴이다. 고로 'ㄱ'의 굴로, 등산로는 그 위를 지난다. 이런 형태의 굴이 관모봉까지 두세 개 더 있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2시 9분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임도, 아니 군사도로에 도착했다.
여기부터 등산로를 임도, 아니 군사 도로를 따라 이어진다. 그리고 그 길목 양문리 갈림길 이정표에 의하면 관모봉까지 1.5km가 남았다. 보이는 건 1km가 채 안 되는 거 같은데, 이정표는 1.5km란다. 어쨌든 갈림길을 지나, 도저히 1.5km 거리라고는 보이지 않는 관모봉을 주시하며 가다가, 언제까지 군사 도로를 따라가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에 능선을 사이에 두고 갈라지는 도로를 버리고 능선으로 올라섰다. 그리고 낙엽 쌓인 급경사라, 오르는 게 쉽지 않아, 기묘한 바위를 찍는다는 핑계로 가던 길을 멈추고 숨을 돌리며 위로 향해, 2시 26분 마지막 깔딱이라 생각되는 깔딱 아래에서 숨을 고른 후 급경사를 올라, 2시 31분경 정상이라 생각되는 곳에 도착했으나, 앞에 봉우리가 또 있다. 멀리서 봤을 때 쌍봉으로 보인 관모봉의 작은 봉우리 정상이다. 뭐든 다 왔다. 관모봉이 앞에 있어, 신이 나서 정상을 향해 가는데, 2시 34분 앱이 고지가 멀지 않다고 알려줘, 늘 그렇듯이 동영상을 촬영하며 갔다. 그런데, 반경 50m 내라는 정상 도착에 3분이 걸렸다.
관모봉 정상은 예상대로 상상을 초월하는, 지금은 폐쇄된 군산 시설로, 왼쪽 포천 지역의 광활한 개활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감시 초소와 그걸 지원하는 다양한 시설이 있었던 거로 보였다. 와중에 관모봉 정상임을 알려주는, 바닥에 떨어진 정상 표지를 누군가 기둥에 기대어 놓았다. 그리고 다른 이정표는 그 옆에 1열로 세워놓았다.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긴 후 역시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찍었다. 그리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과거 감시 초소로 올라가 뭐가 보이는지 둘러봤다. 군부대가 떠난 후 관리를 하지 않아, 잡목이 시야를 방해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포천의 개활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와중에 붉게 물든 단풍도 장관이라, 그것도 사진에 담았다. 이후 정상을 떠나, 참호로 이어진 급경사 능선을 내려가다, 지도 인증을 남기지 않은 게 떠올라, 가던 길을 멈추고 정상은 아니나, 인증을 남겼다. 그리고 다시 길을 재촉해, 2시 57분 독지골 약수터 갈림길에 도착했다. 직진은 파주, 좌회전이 약수터다. 그 갈림길에서 어디로 갈지 고민에 빠졌다. 앞은 어느 지도에도 없는 ‘풍혈산’이라는 봉우리도 아닌 작은 산이 있지만, 독지골의 약수 맛이 궁금했다.
뭘 선택할지 고민하다, 애초 계획대로 풍혈산 방향으로 직진했다. 즉 파주 방향이다. 관모봉이 이번 산행 봉우리 중 정상과 높이가 거의 같으니, 지도에 없어 높이를 알 수 없는 풍혈산이 관모봉보다 낮다는 건 확실하다. 그리고 갑자기 봉이 아니라, 산이라 불리는 건 산을 구분해야 할 정도로 많이 내려왔다는 거다. 말인즉 다시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등산로는 생각보다 완만해 과연 이걸 따로 산으로 분류해야 하는지 의심스러웠다. 어쨌든 앞에 작은 언덕이 보여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간 후, 혹시 정상 표지가 있을지 주변을 샅샅이 뒤졌으나, 없다! 해서 앱의 지도를 확인했으나, 애초 지도에 풍혈산이라는 지명은 없으나, 등고선으로 봤을 때 정상은 맞다. 누가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3시 7분 풍혈산 정상에 올랐다. 이제는 하산만 남았다. 정상을 떠나, 양문공단을 향해 내려가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혼란스러운 지점이 곳곳이다. 물론 이정표 따위는 없다. 해서 전적으로 등산 앱과 주변의 지세와 인적에 의지해 가야 했다.
가끔 왼쪽으로 보이는 관모봉을 감상하며, 낙엽 쌓인 급경사를 내려가, 3시 34분 과거 임도에 도착했다. 그리고 어디로 갈지 잠깐 고민하다가, 5월 오지팀이 갔을 거로 예상되는 임도를 버리고 앞에 보이는, 수풀 사이로 난 길로 가자, 이정표가 있는 약수터 갈림길이다. 위에 본 독지골 약수터다! 결과적으로 등산로를 잘 선택한 덕분에 풍혈산과 약수터 둘 다를 방문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당연히 좌회전해 약수터로 가서 보니, 생각보다 수량이 풍부해 놀랐다. 일단 짊어진 모든 걸 약수터 의자에 내려놓고, 등산화를 벗어 이물질을 제거하는 등 정리를 한 후, 생수병에 약수를 담아 물맛을 봤다. 그리고 생수병을 약수로 가득 채워 슬링백에 넣고, 알탕할 상황은 아니니, 세수만 했다. 그리고 3시 47분경 약수터를 떠나, 날머리인 양문공단 입구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규모가 꽤 되는 공단이라, 길이 미로라, 등산 앱이 아니라, 지도 앱으로 길을 찾으면 가는 동안, 버스정류장에서 포천시청으로 가는 버스 시간을 확인했다.
5분 후 60-1번이 도착한다. 그런데 내가 정류장에 도착하는 시간은 7분 후라, 그 차는 포기하고 일단 버스정류장에서 다음 버스 시간을 확인한 후 '금강산 한식뷔페'에서 늦은 점심 겸 하산주를 마실 건지 결정하기로 하고 정류장으로 갔다. 그런데, 정류장에 버스를 기다리는 여성이 보인다. 주민이나, 공단의 직원이라면 버스 시간을 잘 알 텐데, 버스가 떠난 지 얼마 안 된 시간에 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리는 게 이상해, 정류장으로 가며 계속 주시했다. 그런데, 왼쪽에서 버스가 들어온다. 포천 시정은 왼쪽으로 가야 하니, ‘저 버스는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계속 가는데, 버스가 유턴한다. 응? 좀 전 지도 앱에서 보고 떠난 거로 알고 있던 그 버스가 지금 도착했다. 해서 정신없이 정류장으로 뛰어가, 막 출발하려는 버스에 올라타는 거로 산행을 마감했다. 그리고 이제는 하산주고 뭐고, 없이 집으로 가야 한다. 당연히 집에서 반주로 하산주를 마실 거지만!
3
오후 4시 4분 지도 앱의 정보보다 늦게 도착한 마을버스를 타고, 포천시청 앞 버스정류장으로 향해 4시 39분에 도착했다. 그리고 시청 앞 버스정류장에서 4시 46분 138번 버스를 타고, 5시 47분 의정부 시외버스터미널 버스정류장에 내렸다. 이후 버스 도착 정보 LED 전광판에서 불광역으로 향하는 34번과 360번 버스의 정보를 확인했다. 360번은 '차고지'다. 그런데, 계속 전광판을 주시했음에도 34번 정보는 없다. 무언가 이상해 버스정류장 버스 번호 정보를 보니, 34번이 있기는 한데, 누군가 훼손했다. 감히 싸해, 버스 정보 앱을 찾아봤으나, 34번은 안 보인다. 해서 '의정부 34번’으로 구글링했다. 폐선이란다! 응? 불광동에서 북한산성 입구와 사기막골로 가는 두 버스가 704번, 34번으로 주말에는 늘 콩나물시루가 되는데, 그중 34번을 없앴다고? 그럼, 주말에는 일산, 양주 방향을 들머리나 날머리로 하는 북한산행을 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그거야 어찌 됐든 지금 선택지는 계속 차고지라는 뜨는 360번이 유일하다. 해서 의정부역으로 갈까도 생각해 봤으나, 번거로워 포기하고 끈질기게 360번을 기다려, 다행히 6시 11분 도착한 차를 타고, 불광동성당 버스정류장에 7시 24분경 도착했다.
※ 참고로 구글링하다가 알게 된 건데, 의정부 34번이 폐선되고, 그 자리를 양주 37번이 대신했다. 물론 코스는 불광역에서 구파발역으로 의정부에서 송추지역으로 줄었다. 그런데, 양주 37번을 구글링해 보고 깜짝 놀랐다. 704번도 없앨 예정이란다. 그럼, 불광동에서 북한산성 방향으로 가는 버스는 다 없어진다! 앞으로 사기막이나, 북한산성 입구를 들머리를 하는 산행은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면 하지 말아야 할 듯하다. 추가로 주말에만 운행하는 8772번도 있지만, 구파발역에서 시작해 북한산성 입구에서 끝나는 버스라 불광동 부근 산꾼에게는 의미가 없다!
들머리부터 길을 혼동하기는 했으나, 처음 계획대로 '금주4리 마을회관 → 금룡사 입구 → 금룡사 → 금주산 → 촛대봉 → 희망봉 → 곰넘이봉 → 관모봉 → 풍혈산 → 양문공단 입구 버스정류장'의 18.6km(램블러) 오지를 6시간 10분 동안 달렸다. 이동 6시간 2분, 휴식 8분!
버스와 정류장을 착각하는 바람에 약간의 고생과 시간이 지체되기는 했으나, 마음에 딱 드는 산이고 산행이었다.
날씨가 흐려 조망이 좋지 않았으나, 오히려 운무에 싸인 한북정맥이나, 보개지맥의 봉우리들이 마치 섬처럼 보여 더 좋은 듯도 했다. 어쨌든 날이 좋을 때 한북정맥과 보개지맥을 조망하기 위해 다시 찾을 가치가 있는 전망대를 보유한 산이다.
어차피 안내산악회에서 찾지 않는 산이라, 대중교통을 이용해 한 번쯤은 달려볼 만한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