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395. 이런 세상에!
필리핀에 도착하자마자 MK 인터넷 사장님께 연락을 해야 한다.
유심을 받아서 라우터에 끼우고 2700페소를 선불로 내면 곧 바로 모든 게 ok이다.
우리가 도착했다고 유심을 보내 달라고 전화를 하려 하니 도무지 전화가 불통이다. 신호가 가도 중간에 끊어지고 또 시도를 해도 안 된다.
죠셉이 자기 전화를 해도 마찬가지란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한국에 가 있는 두 달 동안을 그대로 요금을 내고 있을 걸 그랬다는 후회가 태산이다. 우리는 13만 5천원을 아끼려다가 이게 웬 생고생인지 모르겠다.
이틀 동안을 무려 삼사십 번 전화를 해 보았지만 아예 통화가 안되니 속수무책이다. 이런 일은 또 처음이다.
이웃집에 가서 비번을 넣고 간신히 카톡을 하면서 돈보스코에게 연락을 하니 당장에 PLDT 회사에 인터넷 신청을 하고 이 기회에 바꾸라고 한다. 이젠 PLDT선이 곳곳에 모두 깔려서 그 집도 무척 잘 되고 이젠 모두들 바꾸는 추세란다. 역시그는 선견지명이다.
전기요금 영수증과 신분증을 가지고 그와 함께 PLDT 사무실로 찾아갔다.
서류 작성을 하는데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 이름까지 썼다.
그곳에서는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만 하는데 삼사 주 이상은 걸리는 모양이다.
게다가 연말이라 크리스마스 전부터 새 해 초까지 이 나라는 줄곧 휴뮤이니 하세월이다.
3일 아침 이른 새벽에 뜻밖에 죠셉이 MK사장님과 통화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 유심을 LBC 택배로 보내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다음 날 이른 아침에 유심이 도착했다. 이렇게 빠른 것도 통쾌하고 켜자마자 모든 게 정상인 것도 통쾌하다.
갑자기 너무 행복해져서 TV도 보고 인터넷 전화도 하고카톡도 연달아 보냈다.
그런데 행복도 잠시, 단 이틀 후,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모든 게 단절되었다. 유심과 라우터는 정상인데 서버에 연결이 안된다도 한다.
이번엔 이웃도 모두 불통이다. 무슨 일일까? 그로부터 5일동안 전화도 카톡도 컴퓨터도 TV도 다 안 된다.
할수없이 휴대폰으로 한국의 통신회사에 연락을 해서 해외로밍을 한 달간 신청을 했다. 데이터를 켜고 카톡을 하는데도 그것조차 우리집에서는 안 되고 크리스티나 집에서만 되니 더 답답하다. 언제까지일지 모르는 이 암울함!
저녁 6시면 사방이 어두워지고 우리 두 사람은 모든 게 단절된 세상에서 오두마니 밤을 맞아 자연인처럼 그냥 앉아 있다.
읽은 책을 또 읽고, 괜히 말다툼을 하고, 아홉 시도 안 되어 적막하게 잠자리에 든다.
새해가 될 때까지 이래야 하나? PLDT는 언제쯤이나 되려나?
그런데 오늘 아침, 서버에 연결이 되었다고 한다. 갑자기 카카톡 거리고, 우리는 그동안 못 본 드라마를 다시 보기로 볼 수도 있다.
서둘러 휴대폰의 데이터를 껐어도 컴퓨터도 잘 되고 전화도 되고, TV도 보고, 갑자기 사람 사는 세상이 된 것 같다.
풍요로운 이 큰 행복은 결핍에서 오는 것 같다.
첫댓글 필리핀 이민사에서
가장 큰 전쟁 중에 하나는
역시인터넷 이엇네요
그런것들을 보면
우리대한민국은 별천지 세상인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