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이야기/매지구름
흔히들 '똥(excrement)'하면 역겨워 하고, 인상을 찌뿌리며, 저속한 언어라고 무시하고자 한다.
'똥'에서 퍼져나오는 냄새만 맡아도 나 역시 얼굴이 일그러지니....
그러나 난 옛부터 '똥'이라는 단어가 정감있고, 친근하고, 소박하고, 포근한 느낌으로
다가왔었다.
농부들의 땀으로 얼룩진 먹거리들이 입부터 시작해서 항문에 이르기까지는 10여 미터의 긴 터널
을 지나게 된다.
터널을 지나는 동안 위와 장의 기계적 운동과 수 많은 효소들과의 화학반응을 거쳐서 우리에게
필요한 성분은 저장 하고 나머진 항문을 통하여 배설을 하게 되니 '똥'은 우리 몸속을 꿰뚫고
있는 산 증인이며, 몸 안에 오래 있으면 우리를 해칠까 봐 알아서 우리를 떠나주니 어찌 '똥'을
예뻐하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지와 미와 색을 겸비한 황진이도, 나라의 님이신 대통령도, 미모의 톱 텔런트도,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도 '똥'을 누고 나서는 자기 스스로 항문을 닦아야지( 요즘은 비데가 있어서 닦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절대 남이 닦아주지 않는다.
재벌의 회장님이라 해서 비서가 항문을 닦아주겠는가 그러다 보면 손에 '똥'이 묻을 수도,
똥물에 엉덩이가 더럽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똥'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한 것이며 아무리 많은 재물도 그 위력을 떨칠 수가 없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화장실에서 구부정한 자세로 항문에 묻은 '똥'을 닦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지구상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이지만 '똥' 앞에서는 우리나 똑 같은 모습이니...
그런 '똥'이 냄새가 심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시당하는 게 안타까운 마음이며 병원에서도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는 기본이지만 '똥'에 대한 검사는 무시를 해버리니 답답한 마음이다.
'똥'을 이화학적으로 검사를 하면 진단에 유용한 정보가 참 많으리가 생각이 드는데 냄새 때문에
소홀히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똥의 점도, 굵기, 색깔, 배변횟수 등을 육안으로만 봐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질병들이 있으니
이화학적 검사까지 하게 된다면 진단에 유용함은 당연지사다.
초가집 마루 위를 기어다니던 아이들이 누런 똥을 누면 언제 달려왔는지 '똥'을 게눈 감추
듯 먹어치웠던 똥개, 수업시간에 똥을 참지 못하고 옷에 누어버려 '똥쟁이'이란 별명을 얻은 친구,
거름이 부족했던 시절 똥통에서 퍼올린 똥을 똥지게에 매고 산등성을 뒤뚱뒤뚱 걸어가던 옛 어른들,
기생충 검사를 한다고 작은 비닐봉투에 똥을 담아 학교에 가서는 수줍어 꺼내놓지도 못했던
나의 어린시절의 추억, 언제 어디서 묻었는지 검정 고무신 바닥에 흙과 범벅이 되어 철썩 달라
붙어 있던 '똥' 등이 재미있고 아련한 추억으로 다가온다.
며칠 전, 여명이 깃든 이른 아침.
여느 때처럼 고3 아이를 위해 정성들여 준비한 아침식사를 한 후 12년이나 된 고물 승용차
에 시동을 켜고 학교를 향하여 출발하는데 아랫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한다
' 에이 가끔 있는 일인데 그러다 말겠지 뭐' 가벼운 복통을 무시하고 바람을 가르며 속력을
내는데 점점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심해진다.
통증을 견디려고 며칠 전에 혼자 노래방에 가서 녹음해 온 내 노래를 틀었다. 노래도 엉망이지만
아파오는 통증에 노래가 귀에 들어오질 않는다. 겨우 학교에 도착해서 아이를 내려주고 집을
향해 오는데 격렬한 통증을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아무 건물이나 들어가서 화장실을 찾아보자' 사람이 드문 건물 앞에 차를 세우고
2 층으로 올라가는데....
왼손은 아랫배를 움켜쥐고, 오른손은 계단 난간을 부여잡고, 허리는 펴지를 못하고 직각으로
구부러진 상태이며, 얼굴은 오만상으로 일그러진 험악한 모습이었다.
경험해 보진 않았지만 출산의 고통이 이 보다 더 하겠는가. 하여튼 내 삶에서 이런 육체적 고통
은 겪어보질 못했다.
배를 쥐어짜는 통증이 잠시 가벼워질 때 발걸음을 옮겨가며 건물 두 곳을 가보았으나 화장실
철문은 야속하게도 굳게 닫혀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다시 운전을 하는데 금새라도 거대한 용암이 굉음과
함께 터질 것만 같았다.
'에라 그냥 옷에다? 마눌님에게 휴지와 수건을 가지고 주차장으로 내려오라 하고?'
'아니야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지금까지 살아온 체면이 있지 내가 어디다 실례를'
'아이고 똥쟁이란 별명이 붙여지면 평생 놀림을 당할 텐데...참자, 참아보는 거야'
몇번의 고비를 넘기면서 지하 주차장에 도착을 하고 또 다시 집까지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
아는 사람들을 만날까 봐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드디어 1403호 앞에 도착을 했다.
기다시피 화장실을 향해 가는데 깜짝 놀란 마누라 눈이 휘둥그레져서 하는 말
" 아니 여보 어디가 아파? 왜그래? 응? 말 좀 해봐"
'흥!! 자기가 언제부터 나를 생각했다고...아니야 사랑하긴 하나 봐 귀여운 짜~식'
변기통에 앉자마자 거대한 폭발음은 10 초도 안돼 멈추고 얼굴에 웃음 가득한 모습으로
보무도 당당히 걸어나오니 그제서야 눈치를 챈 마누라 어깨를 탁탁 때리며 하하, 호호,히히.
난 긴 한숨을 몰아쉬며 조금 전의 일을 무용담처럼 얘기했다.
요즘 웃을 일이 별로 없던 집안에 웃음꽃이 가득하게 해 준 조금 전에 떠나보낸 질펀한 '똥'에
고마움을 느끼고 변기통에도, 나의 인내심에도 고마움과 경의를 표해본다.
s자형 결장에 항상 고여있는 황금색 '똥'을 슬쩍 만져본다. 잘 잡히진 않지만 소중한 인연
이라 생각하고, 매일 겪어야만 하는 '똥'과의 이별을 웃음으로 맞이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본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똥'에 대한 얘기에 얼굴 찌푸리지 않고 환히 웃을 수 있는 큰 마음을
가져달라고 애교를 떨면서 다시 한 번 어깨를 쭉 편 채 긴 숨을 몰아쉬며 해맑은 웃음으로 그날
아침을 회상한다.
사라진 고통을 추억의 페이지에 등록하면서 '똥'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똥'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여백이 우리 모두에게 있길 기대(?)하며
한 꺼풀만 벗기면 별반 다를 게 없는 인간이기에 늘 겸손함을 잊지 말자는 다짐과 함께 굉음을 내며
사라져버린 '똥'의 여정을 상상해 본다.
|
첫댓글 냄새나는 글이라고 구박하지 마세요ㅎㅎ 일부(?난 몇분은 알고 있는데ㅎㅎ) 산꾼 님들이 변비와 설사에서 해방되는 그날을 위해 우리 모두 화이팅!!! 제목에 '똥'이라고 쓰면 냄새난다고 다 도망갈 것 같아 어제가 한글날인데도 부득이 영어를 사용했음도 이해를...ㅎㅎㅎ
갑자기 배가 살살 아파오는게 고맙디 고마운놈 버리고 와야 될랑가 봅니다..자기가 떠날때 미련없이 떠나주는 멋진놈..
그분(?) 잘 보내셨는지요? 이별은 아픔이지만 아마도 좋은 곳으로 갔을 테니 마음 편히 가지시길 ㅎㅎ. 편한 주말이길 바랍니다.
왜들 이리웃기세요! 맛깔나게 ??글도 잘쓰셨지만, 미련없이 떠나주는 멋진 놈!ㅎㅎㅎ매지구름님의 글은 요술 "꾼"같아서..... "똥"!! 역한 냄새로만 생각했는디 ...요로코롬 멋진 글이될줄이야.....두분대화가 넘 웃게해서 잠시 끼어들기했음니다......(극적 극적).................
제가 아는 ㄸ ㅗ ㅇ은 아주 점잖고 예의가 발라서 시간과 장소와 때에 맞춰 기다려 줄줄도 알고, 알아서 건너뛰기도 해 주는데, 전날 무얼 잘못 드셔서 ㄸ ㅗ ㅇ집을 화나게 했을까요
어쨌든 ㄸ ㅗ ㅇ 쟁이 소린 면하게 됐으니 
해 드려야겠지요
잘
하면 똥쟁이라고 놀릴수 있었는데 아쉽당. 


ㅎㅎㅎ 전 고등어를 조금만 과식해도 배탈이 납니다. 아마 그날도 고등어조림을....그냥 *쟁이 하면서 날 놀리면 안 되나유? 난 그 별명이 참 좋은데 ㅎㅎ 하복부가 시원한 하루이길 바랍니다.
한편의 드라마를 본 듯...
혼자서 실실나오는 웃음을 참을수가 없네요... 누구나 다 겪는 얘기를 드라마틱하게 아주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실실 웃는 모습이 훤히 보이네요. 그런데 침은 닦으면서 웃어야지 침이 줄~~줄~~ㅎㅎ "똥"에 대한 글을 올리고 괜한 짓을 한 건 아닌지 후회도 했지만 한 번 엎지러진 물이니 어찌하겠습니까. 신분, 지위, 권력, 돈, 직업 등이 좋아보여도 껍질 하나만 벗겨보면 인간으로서 본성은 큰 차이가 없기에 제 자신에게 겸손하라고 매질을 한 글이지요
죠~ 위에 저 제목 으루다 숨김음씨,당당히 글쓰는 사람은 매지 구름님 뿐일 끼야요.
죠~ 기 있잖아유. 누구하고나 거리낌 없이 진솔하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은 한스푼님 뿐이 아니라 산꾼님들 모두일 끼야요 ㅎㅎㅎㅎㅎㅋㅋㅋㅋ재밌다.
고스톱의 묘미를 잘 아는 볼링멘은 참고로 똥을 좋아합니다



건강하시죠 매지
님

얼굴은 꼭꼭 숨긴 채 글로만 건강을 묻는 사람을 전 좋아하지....ㅎㅎ 늘 행복하십시오,
제주도 까만 똥돼지 목
겹살로 구워먹을려고 했드만 
영 껄적지근 해부요,


토실토실 한 게 똥돼지를 닮았다 하여 똥돼지니 즐거운 마음으로 많이 드세요. 기왕이면 보경님과 저도 낑가주면 좋지만 절대 수선화님은 합석 불가입니다.ㅎㅎ
가을엔 변...색갈이기에 더 운치있고 아름다운가 봅니다......올 가을 변...색갈로 지난시간은 떠올려 봅니다.
제가 변산반도를 좋아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죠 '변'자로 시작되는 단어는 다 사랑합니다.
'밥 따로 물 따로'의 저자 이상문씨 이론에 충실하면 우리 인간은 특별히 아프거나 병들 이유가 없다합니다. 무엇보다 음양이론에 따라 먹고 마심을 철저히 구분한다 하는군요. 그 시간터울이 2시간이고, 이 2시간의 개념은 상당히 조리성이 있더라구요. 여기서 더 진전해 보면 몸의 균형이 잘 맞춰짐은 물론 저항력이 극대화 되 잔병치레도 없고 그 중요한 똥 역시 배변시 냄새하나 없고 한 삼일에 두세번 정도 정해진 시간에 보게되지요. 속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구... 감사합니다.
음양의 이론도 받아들이는 각자의 신체적 특징에 따라 조금은 가변적이기에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게 음양의 이치인 것 같네요. 음중지 양이 있고, 양중지 음이 있으며, 양이 음의 탈을 쓰고 음 또한 양의 탈을 쓸 수도 있으니 음양의 이치에 따라 내몸에 맞게 섭생하고 생활한다는 것도 그리 쉽지 만은... 병의 다양성과 급변하는 病因의 환경을 생각하면서 모든 이들이 운명하는 그날까지 큰 고통이 없기를 바랍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ㅎㅎㅎ 엄청시리 시원했죠. 혹 고3 딸이 겪은 게 아니라 완소님이? 네? 맞다구요? 힘드셨겠다. 동병상련 입니다. ㅎㅎㅎ
ㅎㅎ 이리도 즐겁게 해주시다니 정말 표현의 재주에 감탄입니다 저에게도 그친구는 ... 어린시절 ,성격이 불같으신 울아버지,우리들의 말이 심히 마음에 안드시면 , " 그 똥대가리같은소리마라" 호통을 치시지요. 그러면 아버지앞에서는 숨도 못쉬다가 우리끼리 저쪽구석에 가서, 근데 어디가 대가리일까? 하고 킬킬 거리던 생각이... 울언니,태극권을 하는데, 그이후 그것이 가래떡처럼 한번에 좌악,기통차다나?아직도 그 메뉴를... 우리는 꼭 그것도 식탁에서 ㅎㅎㅎㅎ, 이런 사연땀시 ,낸 웃움이 자꾸푸 ㅎㅎㅎㅎㅎ
그 친구? 식탁에서 정겨운 그 친구 얘기를 나누는 보송이 님의 자매들 모습을 상상합니다. 보송이 님은 기똥차지가 않은지요? 쾌변 속에 건강을 도사리고 있으니 언제나 그 친구 기똥차길 바라면서 조만간 뵐 수 있길 기대합니다.
공감가는 글이내요 한번쯤은 경험했을 사연입니다 상상에 나래를 뒤로하고 잊고 지낼뿐입니다 가을에 황금들녁과 비슷한 색깔이 건강하다고 합니다 건강하세요 자세를 떠올리며 미소지어봅니다
사시다가 답답한 날이 있거든 그날 저의 자세를 상상하면서 웃으시길. 단 웃음이라는 좋은 보약을 드린 데 대한 보답은 있어야 할 듯ㅎㅎ. 늘 황금색이 함께하길 바라며 멋진 가을을 가꿔보세요.
매지구름님의 글도 잼나궁...댓글주신님들도 참 재미있네여..ㅎㅎ 항상 행복⊃Γ득★ΛΓ랑⊃r득 조은 ∠Γ날 도Ⅰ시길 ∀Γ乙Η요━╋♪─♬─♬─♪
난 요그 요상한 글님들이 더 잼나는뎅. 볼아 님도 늘 행복하고 자신감 있는 나날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