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병을 고치려고 싸우지 마라[PART2]-12.3종류 이상의 약을 한꺼번에 먹지 마라
가능한 한 모든 약의 사용을
중단하라
나는 모든 환자들에게 “한 번에 3종류 이상의 약을 처방하는 의사는 믿지 말고, 5종류 이상의 약을 한꺼번에 먹는 행위는 상당히 위험하다”라고 누누이 강조하곤 한다. 약을 몇 종류나 복용하면서도 늘 몸이 좋지 않다는 환자나, 고령자 중에서 치매나 현기증이 나타나는 경우는 “약을 전부 중단하라”고 조언한다. 약의 복용을 그만둬도 약효는 얼마간 지속되면서 자연스럽게 떨어지므로 금단증상이 일어나는 일 없이 몸 상태가 거의 호전된다.
약은 ‘독’이다. 모든 약에는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 소량을 단기간 복용하는 정도라면 간이나 신장이 약의 독성을 처리해 주는 경우가 많지만, 약의 복용이 습관화되면 틀림없이 부작용이 나타난다. 그리고 단기간이나 소량이라도 약이 독인 이상 복용하는 사람의 건강 상태에 관계없이 언제 부작용으로 나타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병이 진행되고 있거나, 신경계나 심장의 생리 기능이 약해져 있는 경우 약을 복용하면 그 즉시 쇼크사 하는 경우가 있다(아니필락시 반응), 심지어 별 생각 없이 먹고 있는 시판 중인 감기약조차 중대한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약해는 ‘부작용’이 아니라
‘주작용’이다
실명, 목숨을 앗아가는 폐렴 등 심각한 약해(藥害)가 일어나고 있는데도, 이런 일이 어둠 속에 묻혀버리는 것은 의사나 제약회사가 ‘병사(病死)’라고 거짓 보고를 하거나, 환자 측도 약의 부작용이라고는 생각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흔히 약의 ‘부작용’이라고 부르는 것은 약해가 일어났을 때를 위한 구실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즉 약의 작용은 전부 ‘주작용’이며 병을 치료하기는커녕 오히려 병을 가져오거나 악화시키고, 최악의 경우 죽음에 이르게 하는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양 의학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의사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 《의사의 규칙(A Little Book of Doctors’ Rules》(1992년)이라는 책이 잇다. 일본의 의사나 환자들이 이 책을 보면 뒤로 나자빠질 만한 내용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인 것이 다음과 같은 약에 대한 경고이다.
“가능한 한 모든 약의 사용을 중단하라. 그것이 어렵다면 최대한 약을 줄여라”“먹는 약의 수가 늘어나면 부작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4종류 이상의 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의학 지식이 미치지 못하는 위험한 상태에 있다”
“고령자 대부분은 약을 중지하면 몸 상태가 좋아진다”
일본에서는 국가의 약해 방지 대책이 너무 안일하고, 약사법의 규제도 느슨해서 지금도 엄청난 양의 약이 환자에게 처방되고 있다.
일본에서 유통되는 약의 종류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 봐도 압도적으로 많다. 세계보건기구는 약이 “270종류만 되어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허가받은 약만 해도 1만 종 이상이나 된다.
일본인의 2010년도 의료비 총액은 36조 6,000억 원으로, 총약제비 비율을 대략 23.6퍼센트로 잡으면(후생노동성 발표) 1인당 선진국 평균의 약 2배를 약값에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약에 대한 단속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약을 먹지 않으면 재채기 하나도 진정되지 않는 사람이 많은 데다가, 경제 혼란이 예상되고 대기업 보호 우선 등의 문제가 있어서 이런 조치가 하루아침에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의사의 규칙》을 읽어보면, “환자는 틈만 나면 여러 명의 의사로부터 약을 처방받아서 그 약들을 한꺼번에 털어 넣는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어느 나라에서든 약에 사로잡혀 있는 환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위 글은 곤도 마코토(近藤誠)의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더난출판, 이근아 옮김) 중 일부를 옮겨본 것입니다. 곤도 마코토는 1973년 게이오대학교 의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 가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립 도쿄 제2병원(현 국립병원 도쿄 의료센터) 방사선의학센터를 거쳐, 1983년 임상 동기들 중에서 가장 빨리 게이오 의과대학 방사선과 전임강사가 되었다. 유방온존요법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으나 암은 무조건 수술이나 항암데 위주로 치료하는 기존 의학계 입장에서는 눈엣가시라 전임강사에서 출세길이 막혀버렸다. 정년을 1년 앞둔 2013년에 곤도 마코토 암 연구소(www.kondo-makoto.com)를 개설하여 세컨드 오피니언 외래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항암제는 효과가 없다’, ‘건강검진은 백해무익하다’, ‘암은 원칙적으로 방치하는 편이 좋다’는 등의 위험한 고백으로 의학계에서는 눈 밖에 났지만 환자 중심의 치료를 실현하기 위해 의료정보 공개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항암제의 독성돠 확대 수술을 위험성 등 암 치료에 관한 정보를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 소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제60회 기쿠치간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환자를 상품으로 취급하는 현실에서 자신보다 환자를 더 사랑한 의사의 진심 어린 고백을 담고 있다. 과잉 진료로 이어지는 조기 암 진단이나 건강검진에 현혹되지 않도록 의학 상식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병원과 약을 멀리함으로써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