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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자고교 왕따 오춘자 】───────────────
※춘자고교 왕따 오춘자※
[32]
‘내일 방과 후에 빛나리 여고 앞에서 만나! 남자친구 꼭 데려오는 거 잊지 말고!’
후락이와 큰일 날 약속을 한 뒤 하루가 지났다.
오늘도 설우는 오토바이를 끌고서 나를 데리러 왔다. 그의 넓은 등 뒤에서 아침 바람을 맞으며 한숨만 푹푹 내쉬는 나를
설우는 알지도 못한 체 전 속력으로 학교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후락이의 마지막 한마디가 자꾸만 내 머릿속을 빙빙 맴돈다.
돌고, 돌고 또 돌고 이젠 어지럽기까지 하다.
그나저나 약속은 둘째 치고 다행이도 설우는 내 가방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찢어진 가방 대신에 예전에 사용했던 배낭가방을 매었다. 비록 설우가 아직까진 눈치 채지 못했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들통이 나고 말 것이다. 그땐 뭐라고 변명을 해야 할까? 그냥 사실대로 말해버릴까?
많은 고민더미에 머리가 아파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바아아앙-.
설우의 오토바이는 이제 곧 학교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학교.
교실 안은 널찍했다. 아직 등교 전인 아이들이 많아서일 것이다.
탁! 설우가 자신의 가방을 책상 위에 던져 놓았다. 나도 천천히 뜸을 들이며 가방을 벗었다.
설우가 잠시 다른 곳으로 한눈을 팔 때 잽싸게 배낭가방을 책상 옆 고리에 걸었다.
그런데 앗뿔싸! 이게 웬일?
너무 긴장을 한 탓이었을까? 쿵. 가방이 고리에 걸리지 않고 바닥으로 떨어져버리는 게 아닌가!
놀라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들었다. 그때.
“너 가방.”
설우와 눈이 떡! 마주쳐버린 것이다.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까지 벌어졌다.
그만큼 놀랐다. 머릿속에서 다음 대사가 마구, 마구 뒤섞여 아무 말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설우의 시선이 내 손에 들린 배낭가방으로 향해져 있다.
“내가 사준 건?”
꿀-꺽! 일단 대충 얼버무리자.
“지, 집에 두고 왔어.”
“왜? 벌써 싫증이라도 났어?”
“아니, 그게 아니라…때가 타서! 그래서 빨려고.”
급히 생각해낸 변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잘 넘긴 것 같았다.
“아…그러냐? 하긴, 노란색이라 때가 잘 탈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검정색으로 살 걸 그랬나?”
“아니, 괜찮아. 빠는 게 힘든 것도 아니니까.”
설우는 교실에까지 신고 왔던 운동화를 고개 숙여 벗기 시작했다.
휴우, 다행이다. 얼떨결에 한 고비를 무사히 넘겼다. 빠른 시일 내에 찢어진 가방과 똑같은 가방을 사야겠다.
수업시간. 한 고비를 간신히 넘겼지만 다음 고비가 나를 또 기다리고 있었다.
두 번째 고비는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는 고비가 아니다. 이건 반드시 설우의 도움이 필요한데, 어떻게 도움을 청하냐 하는 것이
문제이다. 나는 ‘걱정이 태산’이라는 얼굴로 설우를 보았다. 그는 교과 선생님의 시선을 피해 쌕쌕- 수면을 취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후락이보단 설우가 더 잘 생겼는데.’
좋아하면 다 이렇게 되는 것일까?
솔직히 지금 나에게 누군가가 와서 연예인 원빈과 설우 중 누가 더 잘생겼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설우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 이미 내 눈엔 콩깍지가 여러 겹이나 씌었던 것이다.
‘모르겠다, 모르겠어.’
정말 설우의 얼굴을 아무리 봐도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도저히 핑계 댈만한 것이 없다.
역시 자초지종을 모두 다 얘기하는 수밖엔 없겠지? 하지만 끝내 나는 오전 내도록 설우에게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지금은 점심시간의 달콤한 휴식을 만끽하며 화단 앞 벤치에 앉아 설우와 함께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다.
점심시간에도 난 계속 기회만 엿보고 있는 중이다. 빈틈이 생기면 언제든지 설우에게 사실을 털어놓을 생각이다.
그런데 문제는 설우에게 빈틈이 없다는 것이다. 괜한 약속을 했다고 화를 내는 건 아닐지….
“할 말 있으면 해.”
느닷없이 설우가 말했다.
“어떻게 하루 종일 똥마려운 애처럼 끙끙 앓고 있냐? 나한테 할 말 있는 거 아니야?”
설우야…너 눈치 참 빠르구나?
솔직히 조금 많이 놀랐다. 난 지금이 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응. 맞아. 할 말 있어.”
“역시. 해봐. 뭔데 그래?”
“저기 그게 그러니까…”
말해. 뭘 망설이는 거야? 어서 말하라고, 오춘자!
설우는 내 입에서 무슨 이야기가 튀어나올지 귀를 쫑긋 세우고서 나를 응시했다.
“너 참 멋있어.”
아악! 이게 아니잖아!
나 스스로도 나의 엉뚱함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하지만 설우는 기뻐했다.
“알고 있어. 그래도 막상 네 입으로 그런 말을 들으니 이거 쑥스러운데? 하하하.”
-_-결국 또 말하지 못했다.
그 뒤로 수업시간이 2시간이나 더 있었지만 나는 아무 말도 못한 체 아까운 시간을 그냥 보낼 수밖에 없었다.
학교가 파하고 설우와 함께 오토바이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이대로 집에 가면 안 되는데…손목시계를 보니 약속시간이 다 되어간다. 마음이 초조하다.
“안 타고 뭐해?”
먼저 오토바이에 오른 설우가 타지 않고 시계만 보고 있는 나를 의아하게 보았다.
“응? 타야지.”
“입으로만 타냐? 너 오늘 진짜 이상해. 무슨 일 있어?”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래, 말하자. 일단 입 밖으로 꺼내나보는 거야.
“저기 할 말이 있어!”
“어. 말해.”
“…먼저 화내지 않는다고 약속해줘.”
스윽-. 고민스러워하는 내 표정에 설우도 이상했는지 오토바이에서 내렸다.
“일단 들어나보고.”
그럼 들어본 다음에 화가 나면 화를 낸다는 건가?…그냥 말하지 말까?
으- 아냐! 설우에게 매달려서라도 설우를 약속장소까지 데리고 가야만 해. 후락이의 얄미운 콧대를 꺾어주기로 했잖아?
난 내 승리를 확신하는 걸!
“나와 함께 가줬으면 하는 데가 있어!”
난 말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어디? 먼데야?”
“아니. 그런건 아닌데…여, 여고야.”
“여고? 거긴 왜? 아는 애 있냐?”
“설우야, 정말 미안해!!”
오토바이에 비스듬히 기대고 있던 설우가 자세를 바로 했다. 그의 표정도 이제 진지해졌다.
“너 나한테 잘못한 거 있어?”
잘못? 그래, 어쩌면 죄일 수도 있겠지.
“내가 아는 동생이 있는데…약속을 했거든. 너를 보여주기로.”
“난 또. 별 거 아니네.”
“근데,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걔가 날 무시하길래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큰소리를 좀 쳤거든.”
“큰소리?”
“네가 걔보다 더 잘생겼다고 하니까, 나한테 그런 애인이 있을 리가 없다고 못 믿겠다면서 자기 눈으로 확인해야겠다잖아.
부탁이야. 같이 가주면 안 될까?”
설우의 입이 다물어졌다. 한동안 말이 없는 이설우.
내 멋대로 그런 약속을 해서 화가 난 것일까? 난 아랫입술만 깨물며 시선을 바닥으로 내렸다.
그런데…
“푸웃-.”
웃음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었다.
“푸하하하! 너도 남자친구 자랑도 할 줄 아냐? 하긴, 내가 자랑거리기는 하지! 하하핫!”
설우는 큰 기쁨거리라도 있는 것 마냥 즐겁게 웃어대었다. 난 어리둥절해 그를 가만히 보기만 했다.
내 어깨를 툭 잡고서 넘쳐나는 웃음을 참아내는 설우다.
“크크큭. 하아하아…그래서.”
“응?”
“그래서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그 녀석과 나, 둘 중에 누가 더 잘생겼다고 생각해?”
그런 낯 뜨거운 질문을…. 얼굴을 붉히며 대답을 해주었다.
“…너.”
씩- 미소를 짓는 설우. 꽤나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이다.
“좋아! 까짓것 가주지, 뭐. 나도 네 동생이라는 녀석이 어떤 놈인지 보고 싶으니까.”
설우는 다시 오토바이에 올랐다. 이거 왠지 일이 쉽게 풀리는 것 같은데….
뭐, 아무렴 어때? 잘 된 거야. 내가 오토바이에 오르자 설우는 곧장 오토바이를 출발시켰다.
바앙-방-. 오토바이가 빛나리 여고 후문 앞에 멈추자 하굣길이던 모든 여학생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되었다.
여고라서 주변 곳곳엔 모두 여자애들뿐이었다. 그에 설우가 인상을 오만상 찌푸려대었다.
“걔는 어디에 있냐?”
빨리 장소를 옮기고 싶었는지 설우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얼굴도 모를 후락이를 찾았다.
나도 후락이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 아직 도착 전인 것 같다. 설우는 창피한지 헬멧을 벗지 않았다.
이 녀석도 여자들이 많은 건 쑥스러운 가 보다.
“오오~ 거짓말이 아니었어?”
뒤에서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후락이다.
그는 랑해와 함께 약속장소로 나왔다. 고개를 살짝 숙여 내게 목례를 간단히 하는 랑해다.
지나가던 여학생들이 후락이를 힐끔힐끔 보는 것이 느껴졌다. 심지어 뒤를 한 번 더 돌아보는 애들까지 있었다.
후락이도 은근히 오늘 대결이 신경 쓰였던 건지 머리에 한껏 힘을 주었다.
“둘 중에 누구냐?”
설우가 물었다. 나는 오른쪽에 있는 후락이를 가리켰다.
“헹. 저 녀석이다 이거지?”
헬멧을 벗는 이설우. 오토바이에서 내린다. 설우의 얼굴을 본 후락이는 놀란 듯 흠칫거렸다.
‘어떠냐? 이래도 내 말이 거짓말 같아?’
내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후락이에게 시선을 보내던 여학생들이 이번엔 아예 제자리에 멈춰 설우를 응시했다.
그를 느낀 후락이가 입술을 살짝 깨문다. 분한 모양이다.
“네가 오춘자가 말한 동생이냐?”
설우가 후락이의 앞으로 다가섰다. 후락이는 설우를 노려보았다.
“동생은 얼어 죽을. 네가 쟤 남자친구냐?”
“흥. 애인이다. 네가 날 몹시 만나고 싶어 했다던데. 내가 꼭 여기까지 와야 되겠냐?”
“쳇, 실제로 보니 별 것도 아니구만. 솔직히 너보단 내가 더 인간의 얼굴에 가깝지. 안 그래?”
...........
……저 두 사람, 왠지 닮은 것 같다.
“지금 누구한테 묻는 거냐? 혹시 네 옆에 붙어있는 애인보고 한 소리는 아니지?”
후락이의 옆에 선 체 손바닥만한 영어단어 책을 보고 있는 랑해를 턱으로 가리키며 설우가 웃었다.
그에 후락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니 붉어졌다고나 할까?
어…어쨌든 후락이가 소리쳤다.
“대결이다! 너와 나 둘 중에 누가 더 잘생겼는지 확실히 해두자고! 넌 저쪽 분식점, 난 이쪽 분식점!
제한시간 내에 여자 손님을 더 많이 모으는 쪽이 승리를 하는 거야!”
후락이가 말한 저쪽 분식점은 ‘하니분식’이었고 이쪽 분식점은 ‘홍두깨분식’이라는 간판이 매달려있는 곳이었다.
두 곳의 공통점이 있다면 두 군데 모두 파리만 날라 다닌다는 것이다.
후락이가 왜 약속장소로 여고를 택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설우가 피식 웃어 보이며 흔쾌히 승낙을 했다.
“좋아. 그 도전장, 받아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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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남동생이 자꾸만 아프네요.ㅡㅡ
어린 것이 무슨 감기를 그렇게 독하게 걸렸는지.
여러분도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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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까이야기□
First Story。그녀석의 슬픈인형.
Second Story。ⓐⓝⓖⓛⓔ'ⓣⓞⓡⓨ.
Third Story。전국 고교 일진협회.
Forth Story。춘자고교 왕따 오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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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크크크. 진짜, 재밌어요. 후락이랑 설우랑..ㅋㅋ 어느 분식집에 사람이 더 많이 모일지 궁금하네요.
원츄! 우리 설우씨가 이길 것이라 믿쑵니다~! 꼬까쓴눈사람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동생이 빨리 낫길 기도하겠습니다. 아프지 마세요;ㅁ;
와 정말 재미있어어요~!! 다음편 기대+_+
뭐야.. 후락이 넘 웃긴다.. 무슨 저런 대결을 신청할까...ㅋㅋㅋㅋ 근대 춘자가 빨리 왕따스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설우랑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재밌어요~ 동생이 아프다니 많이 속상하시겠어요. 빠른 쾌차 기원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