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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족적리(削足適履)
발을 깎아 신발에 맞춘다는 뜻으로, 불합리한 방법을 억지로 적용한다는 의미의 말이다.
削 : 깎을 삭(刂/7)
足 : 발 족(足/0)
適 : 맞을 적(辶/11)
履 : 밟을 리(尸/12)
출전 : 회남자(淮南子) 설림훈(說林訓)
신발을 살 때 자기 발에 꼭 맞는 것을 고른다. 누구나 아는 이것을 지키지 못해 오랫동안 웃음거리가 된 것이 정인매리(鄭人買履)의 고사다. 정(鄭)나라 사람이 신발을 사러 장에 갈 때 발 치수를 잰 것을 깜빡 잊고 갔다가 도로 집으로 가서 갖고 오니 장이 파한 뒤였다. 이보다 더한 것이 비유이긴 하지만 발을 깎아(削足) 신발에 알맞게 맞춘다면(適履) 끔찍하다.
'밟을 리(履)'는 신발의 뜻도 있다. 그리스 신화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Procrustean bed)'와 같다. 지나가는 나그네를 집으로 초대한 뒤 침대 길이에 맞춰 크면 자르고, 작으면 늘린다는 악당이다. 융통성이 없거나 자기가 세운 일방적인 기준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억지로 맞추려 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이 성어가 처음 등장하는 곳은 유안(劉安)의 회남자(淮南子)다. 전한(前漢)을 세운 유방(劉邦)의 손자 유안은 또한 문학애호가로도 알려져 있다. 그가 많은 빈객과 방술가들의 지혜를 모아 편찬한 것이 이 책이다. 모두 21편이 전하는 이 책은 도가에서 음양가, 유가 등 거의 모든 방면에 대해 언급하여 백과사전적 구실을 한다는 평을 듣는다. 17편의 설림훈(說林訓) 내용을 보자.
사람은 허황되고 실속 없는 것은 배우려하지 않는다. 사람이 용 부리기보다 말 타기를 배우려 하고 귀신 부리기보다 사람 다스리는 것을 배우려 하는 것은 소용되는 것을 급선무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짝을 부수어 땔나무를 만들고, 우물을 폐쇄하여 절구로 이용하기도 하는 등 사람은 어리석은 짓을 하기도 한다면서 설명을 잇는다.
마찬가지로 길러야 할 백성들을 해치는 것은 '비유컨대 발을 깎아 짚신에다 맞추고, 머리를 깎아 갓에다 맞추는 것과 같다(譬猶削足而適履 殺頭而便冠/ 비유삭족이적리 살두이편관)'고 했다. 선후를 무시하고 부적합한 규정에 얽매여 무리하게 추진하면 일을 망친다는 이야기다.
학의 긴 다리를 잘라 짧은 오리에 붙여 준다는 단학속부(斷鶴續鳧)란 말도 생각해서 해 준 일이 본래의 모습을 도로 해친다는 뜻을 지녔다.
선의로 시작한 정의로운 어떤 정책이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가져와 일이 뒤틀릴 때가 있다. 그럴 경우 여기를 잘라 저기를 땜질하는 등 임기응변으로 갖다 붙이기를 일삼는다면 학도 오리도 살아남지 못한다. 신발에 억지로 맞춘 발도 정상이 아닌 것은 물론이다.
▶️ 削(깎을 삭, 채지 소, 칼집 초)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선칼도방(刂=刀; 칼, 베다, 자르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작게 하다의 뜻을 가진 肖(소→삭)로 이루어졌다. 날붙이를 써서 작게 하다, 깎다의 뜻이 있다. ❷회의문자로 削자는 '깎다'나 '빼앗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削자는 肖(닮을 초)자와 刀(칼 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肖자는 小(작을 소)자에 肉(고기 육)자가 결합한 것으로 '육신이 닮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고기를 작게 한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削자는 이렇게 고기를 작게 다지는 것을 뜻하는 肖자에 刀자를 결합한 것으로 '칼(刀)로 고기(肉)를 작게(小) 다진다'는 의미에서 '깎다'를 뜻하게 되었다. 그래서 削(삭, 소, 초)은 (1)'깎을 삭'의 경우는 ①깎다 ②빼앗다 ③모질다 ④약해지다 ⑤작다 ⑥지근대다 ⑦창칼 등의 뜻이 있고, (2)'채지 소'의 경우는 ⓐ채지(采地: 공신에게 내리던 채읍采邑) ⓑ화락하다(和樂--: 화평하게 즐기다) 등의 뜻이 있고, (3)'칼집 초'의 경우는 ㉠칼집(칼의 몸을 꽂아 넣어 두도록 만든 물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깎을 산(刪),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더할 가(加), 더할 증(增), 더할 첨(添)이 있다. 용례로는 글 따위 내용의 일부를 깎아 없애거나 지워 버림을 삭제(削除), 깎아서 줄이거나 덞을 삭감(削減), 길렀던 머리를 빡빡 깎음 또는 그러한 머리를 삭발(削髮), 관직을 삭탈함을 삭직(削職), 빼앗음으로 죄를 지은 사람의 벼슬과 품계를 뗌을 삭탈(削奪), 죄 지은 자의 벼슬과 품계를 빼앗고 벼슬아치의 명부에서 지워 버림을 삭관(削官), 문자를 보태거나 뺌 또는 시문이나 답안 등을 더하거나 깎거나 하여 고침을 첨삭(添削), 더 쓸 것은 쓰고 지울 것은 지워 버림을 필삭(筆削), 끊어 없앰이나 잘라 끊거나 깎음을 절삭(切削), 머리를 깍았다는 뜻으로 처음으로 승려가 된 사람을 일컫는 말을 신삭(新削), 죄인의 벼슬과 품계를 빼앗고 사판에서 이름을 없애 버림을 일컫는 말을 삭탈관직(削奪官職), 제 손으로 자기의 머리털을 깎는다는 뜻으로 하기 어려운 일을 남의 힘을 빌지 않고 제힘으로 처리함의 비유해 이르는 말을 자수삭발(自手削髮), 승려가 되기 위해 불문에 들어가서 머리를 깎고 검은 옷을 입음을 일컫는 말을 삭발염의(削髮染衣), 안색이 깎은 오이와 같이 창백함을 이르는 말을 색여삭과(色如削瓜), 살을 에고 뼈를 깎는다는 뜻으로 고통이 극심함을 이르는 말을 각기삭골(刻肌削骨), 줄기를 자르고 뿌리를 파낸다는 뜻으로 즉 미리 화근을 뽑아 버림을 일컫는 말을 삭주굴근(削株堀根) 등에 쓰인다.
▶️ 足(발 족, 지나칠 주)은 ❶상형문자로 무릎에서 발끝까지의 모양을 본뜬 글자로 발을 뜻한다. 한자(漢字)의 부수(部首)로 되어 그 글자가 발에 관한 것임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足자는 '발'이나 '뿌리', '만족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足자는 止(발 지)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것이다. 그러나 足자에 쓰인 口자는 성(城)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止자가 더해진 足자는 성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사실 足자는 正(바를 정)자와 같은 글자였다. 그러나 금문에서부터는 글자가 분리되면서 正자는 '바르다'나 '정복하다'를 뜻하게 되었고 足자는 단순히 '발'과 관련된 뜻을 표현하게 되었다. 그래서 足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대부분이 '발의 동작'이나 '가다'라는 뜻을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足(족, 주)은 소, 돼지, 양, 개 따위 짐승의 무릎 아랫 부분이, 식용(食用)으로 될 때의 일컬음으로 ①발 ②뿌리, 근본(根本) ③산기슭 ④그치다, 머무르다 ⑤가다, 달리다 ⑥넉넉하다, 충족(充足)하다 ⑦족하다, 분수를 지키다 ⑧물리다, 싫증나다 ⑨채우다, 충분(充分)하게 하다 ⑩만족(滿足)하게 여기다 ⑪이루다, 되게 하다 ⑫밟다, 디디다 그리고 ⓐ지나치다(주) ⓑ과도(過度)하다(주) ⓒ더하다, 보태다(주) ⓓ북(식물의 뿌리를 싸고 있는 흙)을 돋우다(도드라지거나 높아지게 하다)(주) ⓔ배양(培養)하다(주)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두터울 후(厚), 짙을 농(濃), 도타울 돈(敦), 넉넉할 유(裕), 풍년 풍(豊), 발 지(趾), 남을 여(餘), 넉넉할 요(饒),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손 수(手)이다. 용례로는 죄인의 발에 채우는 쇠사슬을 족쇄(足鎖), 발자국으로 걸어오거나 지내 온 자취를 족적(足跡), 발바닥이 부르틈을 족견(足繭), 바쳐야 할 것을 죄다 바침을 족납(足納), 무덤 앞의 상석 밑에 받쳐 놓는 돌을 족석(足石), 발바닥을 때림 또는 그런 형벌을 족장(足杖), 발뒤꿈치로 땅을 눌러 구덩이를 만들고 씨를 심음을 족종(足種), 발을 이루고 있는 뼈를 족골(足骨), 발자국 소리를 족음(足音), 발가락으로 발 앞쪽의 갈라진 부분을 족지(足指), 발의 모양 발의 생김새를 족형(足形), 발로 밟아서 디딤 또는 걸어서 두루 다님을 족답(足踏),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마음에 모자람이 없어 흐뭇함을 만족(滿足), 일정한 분량에 차거나 채움을 충족(充足), 손과 발로 손발과 같이 마음대로 부리는 사람을 수족(手足), 기관이나 단체 따위가 첫 일을 시작함을 발족(發足), 아주 넉넉함으로 두루 퍼져서 조금도 모자람이 없음을 흡족(洽足), 매우 넉넉하여서 모자람이 없음을 풍족(豐足), 스스로 넉넉함을 느낌을 자족(自足), 제 분수를 알아 마음에 불만함이 없음 곧 무엇이 넉넉하고 족한 줄을 앎을 지족(知足), 충분히 갖추어 있음을 구족(具足), 보태서 넉넉하게 함을 보족(補足), 어떤 장소나 자리에 발을 들여 놓음을 측족(廁足), 아랫사람이 웃사람을 공경하는 일을 예족(禮足), 머리와 발을 아울러 이르는 말을 수족(首足), 발 가는 대로 걸음을 맡김을 신족(信足), 발을 잘못 디딤을 실족(失足), 발 벗고 뛰어도 따라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능력이나 재질 등의 차이가 두드러짐을 이르는 말을 족탈불급(足脫不及), 흡족하게 아주 넉넉함을 일컫는 말을 족차족의(足且足矣), 넉넉하여 모자람이 없든지 모자라든지 간에를 일컫는 말을 족부족간(足不足間), 발이 위에 있다는 뜻으로 사물이 거꾸로 된 것을 이르는 말을 족반거상(足反居上), 발이 땅을 밟지 않는다는 뜻으로 매우 급히 달아남을 이르는 말을 족불리지(足不履地), 자기 자신이나 또는 자기의 행위에 스스로 만족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자기만족(自己滿足), 발과 같고 손과 같다는 뜻으로 형제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깊은 사이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족여수(如足如手), 치마를 걷고 발을 적신다는 뜻으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말을 건상유족(蹇裳濡足) 등에 쓰인다.
▶️ 適(맞을 적)은 ❶형성문자로 适(적)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책받침(辶=辵; 쉬엄쉬엄 가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啇(적)으로 이루어졌다. 適(적)은 상대방으로 향하여 나아가는 일, 몇 개의 길이 있는 중에서 어느 것인가를 골라서 나아감, 또 '상대방을 향하다', '적중하다', '적당'이란 뜻에도 쓰인다. ❷형성문자로 適자는 '맞다'나 '마땅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適자는 辶(쉬엄쉬엄 갈 착)자와 啇(밑동 적)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啇자는 화초 아래에 입을 그린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발음역할만을 하고 있다. 適자는 본래 '길을 골라가다'를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였다. 여러 갈래의 길 중에 내가 가야 할 적합한 길을 고른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適자는 '맞다'나 '마땅하다'와 같이 '적합하다'라는 뜻만 남아있다. 그래서 適(적)은 ①맞다 ②마땅하다 ③가다 ④시집가다 ⑤즐기다 ⑥꾸짖다 ⑦전일하다(마음과 힘을 모아 오직 한 곳에만 쓰다) ⑧마침 ⑨맏아들 ⑩큰마누라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맞추어 씀이나 쓰기에 알맞음을 적용(適用), 꼭 맞음으로 어떤 기준이나 정도에 맞아 어울리는 상태를 적절(適切), 걸맞아서 서로 어울림을 적응(適應), 사물의 정도나 상태 등이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이 또는 잘 어울려 마땅함을 적당(適當), 꼭 합당함을 적합(適合), 알맞고 바름을 적정(適正), 무엇에 알맞은 성질을 적성(適性), 법규나 법률에 맞음을 적법(適法), 마침 알맞은 때나 적당한 시기를 적시(適時), 적당함과 부적당함을 적부(適否), 알맞은 시기를 적기(適期), 지나치거나 부족함이 없이 똑 알맞음을 적중(適中), 어떤 격식이나 자격에 맞음을 적격(適格), 음식의 맛이 구미에 맞음을 적구(適口), 잘못을 나무람을 적과(適過), 눈여겨 봄이나 확실히 봄을 적관(適觀), 향하여 감이나 따라감을 적귀(適歸), 꼭 알맞은 정도를 적도(適度), 알맞은 분량을 적량(適量), 심신에 적합하여 기분이 썩 좋음을 쾌적(快適), 가장 적당하고 적합함을 최적(最適), 마음에 들어 매우 즐거움을 가적(佳適), 무엇에도 속박됨이 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생활함을 자적(自適), 한가하여 자적함을 한적(閑適), 어떤 일에 적당한 재능을 가진 자에게 적합한 지위나 임무를 맡김을 이르는 말을 적재적소(適材適所), 목적은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꾸미고 실상은 그 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나아가는 일을 일컫는 말을 적본주의(適本主義), 입에 맞는 떡이라는 뜻으로 제 마음에 꼭 드는 사물을 이르는 말을 적구지병(適口之餠), 알맞은 땅에 알맞은 나무를 심음을 이르는 말을 적지적수(適地適樹), 훌륭한 음식이 아니라도 입에 맞으면 배를 채움을 이르는 말을 적구충장(適口充腸), 여유가 있어 한가롭고 걱정이 없는 모양이라는 뜻으로 속세에 속박됨이 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 편히 지냄을 이르는 말을 유유자적(悠悠自適), 속세에 속박됨이 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데로 마음 편히 지냄을 이르는 말을 유연자적(悠然自適), 나릇을 북쪽으로 향하게 해 놓고 남쪽인 초나라로 가려 한다는 뜻으로 의도하는 바와 행하는 바가 서로 어긋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북원적초(北轅適楚), 발꿈치를 잘라 신에 맞춘다는 뜻으로 본말이나 주객을 뒤집음 또는 좋게 하려다 도리어 더 나쁘게 됨을 이르는 말을 월지적구(刖趾適屨),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속담의 한역으로 친구를 좋아하면 먼 곳이라도 피로를 잊고 따라간다는 말을 수우적강남(隨友適江南), 활과 과녁이 서로 맞았다는 뜻으로 기회가 서로 들어맞는다는 말을 궁적상적(弓的相適), 세력이 서로 엇비슷하며 힘이 서로 비슷함을 일컫는 말을 세균역적(細菌力適) 등에 쓰인다.
▶️ 履(밟을 리/이, 신 리/이)는 ❶회의문자로 尸(시; 사람)와 두인변(彳; 걷다, 자축거리다)部+뒤져올치(夂; 머뭇거림, 뒤져 옴)部(둘 다 걸어감)와 舟(주; 나막신의 모양; 본자의 구성자)의 합자(合字)이다. 사람이 신고 다니는 것의 뜻이 전(轉)하여 밟다의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履자는 ‘밟다’나 ‘행하다’, ‘겪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履자는 尸(주검 시)자와 復(돌아올 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고문(古文)에 나온 履자를 보면 舟(배 주)자와 正(바를 정)자, 頁(머리 혈)자가 겹쳐진 모습이었다. 이것은 사람이 배를 타기 위해 걸어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소전에서는 모습이 크게 바뀌게 되었지만 履자는 이렇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져 ‘밟다’나 ‘행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履(리/이)는 ①밟다 ②(신을)신다 ③행(行)하다 ④겪다 ⑤지위(地位)에 오르다, 자리에 나아가다 ⑥신, 신발 ⑦괘(卦)의 이름 ⑧복(福), 복록(福祿: 복되고 영화로운 삶) ⑨행실(行實), 행하는 바, 행동(行動) ⑩밟는 땅, 영토(領土) ⑪예(禮)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약속이나 계약 등을 실제로 행하는 것을 이행(履行), 지금까지 학업이나 직업 따위의 경력을 이력(履歷), 학문의 과정을 순서를 밟아서 닦음을 이수(履修), 약속이나 계약 등을 실행함 또는 이행함을 이천(履踐), 사람이 다니는 발자국 소리를 이성(履聲), 그해의 첫머리를 지내고 있다는 뜻으로 정월을 이르는 말을 이원(履元), 얇은 얼음을 밟음을 이빙(履氷), 품행이 고상함을 이상(履尙), 범의 꼬리를 밟는다는 뜻으로 위험한 일의 비유한 말을 이미(履尾), 새로운 것을 밟는다는 뜻으로 신년을 달리 이르는 말을 이신(履新), 밟은 발자국이라는 뜻으로 사람이 다닌 자취를 이르는 말을 이종(履蹤), 나막신을 목리(木履), 흙으로 구워 만든 신을 토리(土履), 가죽으로 지은 신을 혁리(革履), 흰 빛깔의 가죽신을 소리(素履), 신을 신음을 섭리(躡履), 짚신을 달리 이르는 말을 망리(芒履), 깨끗한 행실을 청리(淸履), 실천함으로 몸소 이행함을 천리(踐履), 하늘을 이고 땅을 밟는다는 뜻으로 이승에서 살고 있음을 이르는 말을 대리(戴履), 이익을 늘림을 식리(飾履), 마음으로 지키는 지조와 몸으로 행하는 행실을 조리(操履), 계약을 맺을 때에는 갚을 능력이 있었으나 나중에 갚을 수 없게 되는 일을 이행불능(履行不能), 마른 날에는 신으로 신고 진 날에는 나막신으로 신는다는 뜻으로 모든 일을 능란하게 다룰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음의 비유한 말을 이극구당(履屐俱當), 발이 땅에 닿지 않는다는 뜻으로 몹시 빨리 걸어 감을 이르는 말을 족불리지(足不履地), 봉황을 수 놓은 관과 꽃무늬를 놓은 신이라는 뜻으로 여자의 잘 차린 단장을 형용하여 이르는 말을 봉관화리(鳳冠花履), 얇은 얼음을 밟는다는 뜻으로 몹시 위험함을 가리키는 말을 여리박빙(如履薄氷), 엷은 얼음을 밟듯이 세상의 처세에 조심함을 이르는 말을 박빙여리(薄氷如履), 관과 신발을 놓는 장소를 바꾼다는 뜻으로 상하의 순서가 거꾸로 됨을 두고 이르는 말을 관리전도(冠履顚倒), 애꾸가 환히 보려 하고 절름발이가 먼 길을 걸으려 한다는 뜻으로 분에 넘치는 일을 하다가는 오히려 화를 자초함을 이르는 말을 묘시파리(眇視跛履), 옷은 헤어지고, 신발은 구멍이 났다는 뜻으로 빈천한 차림을 이르는 말을 의리폐천(衣履弊穿), 깊은 곳에 임하듯 하며 얇은 데를 밟듯이 세심히 주의하여야 한다는 말을 임심이박(臨深履薄)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