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철도는 국철인 JR을 중심으로 사철이 복잡하게 얽혀있고 일반 특급등으로 세분화 되어 때문에 그런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은 철도 이용에 큰 혼란을 겪는 수가 많다
요즘 전철에서 스이카Suica나 파스모pasmo등의 ic 카드를 구입해 찍찍 찍고 다니면 알아서 정산해 주기에 아무생각없이 편하게 갈아타기를 하고 다니지만 옛날엔 정말 공부가 필요했었다 차칫 잘못타면 일정을 못 맞춘다든지 엉뚱한 곳에 간다든지 돈을 더 내게 되기때문이다
어제 오오타太田의 스승을 만나러 가는 길에 묘한 상황을 겪었다 신주쿠新宿에서 JR 쇼난특급을 타고 쿠키久喜라는 곳까지는 카드로 갈아타며 쉽게 왔는데 거기서 오오타로 빨리 가려면 료모고りょうもう号라는 지정좌석 특급권을 끊어야 한다 일본의 철도운임은 기본적으로 한사람을 거기까지 데려다주는데 지불하는 운임으로 보통이든 특급이든 가격이 같다 하지만 열차의 좌석값은 임대료 처럼 따로 사는 것이다 그래서 ic카드는 알아서 정산해주니 환승을 하던 나가던 찍고 다니면 되고 특급권은 따로 구입해 소지하고 다니면 된다 도쿄 나리타를 연결하는 스카이라이너나 나리타익스프레스나 과금 원리는 같지만 운임과 특급권을 포함한 승차권을 내주므로 개찰구에 넣고 다니게 된다
이번 여정에는 쿠키에서 내려서 사철인 토부센東武線의 특급권을 운임과 특급권(좌석권)이 포함된 승차권을 끊고 홈에서 타면 되는데 갈아타는 시간이 촉박하고 개찰구를 나갔다 들어오는게 귀찮아서 창구에 요청을 하니 홈에 내려가면 특급권 구입기계가 있다고 해서 홈으로 내려왔다
기계앞에 6사람 정도가 서 있었다 열차가 들어오는 시간이 가까워 지니 내 뒤로 줄줄이 더 사람이 붙었는데 기계앞에 할머니가 표를 못끊고 끙끙대는 사이에 열차가 빠앙하고 들어 온 상황 이 표를 못 사면 열차안에서 무임승차가 되거나 승무원에게 구입해도 추가벌금을 200엔 물어야 하는 상황이니 다들 급해졌다
할머니는 표를 사고 쏙 열차에 타고 다음 아저씨는 급하게 사다가 돈을 흘리고 뒤에 학생은 발을 동동구르고 나도 이러다 저 차 놓지면 한시간 가까이를 더 기다랴야 하는 상황에 난감했다 그때 옆에 서 있던 홈 역무원에게 물었다
표없이 타도 차 안에서 표 살 수 있나요
녜 그런데 추가200엔 내야.. 하는 소리에 내 뒤에 있던 모든 사람이 우르르 열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바로 열차문이 닫히고 좁은 승강구안 승무원 앞에 승객이 줄을 서게 된것
여기가 한국이라면 모두 한마디씩 했을 터 아 씨바랄 할매 하나가 삽질 하는 통에 아무도 표 못사고 이렇게 탔는데 깎아 줘야 하는거 아뇨? 이럴때 대비해 기계를 여러대 놓든가 해야지 나 원 참 사아~람이 돈들고도 못타면 차를 좀 세워주야지말이여~ 아~ 쒸 생돈 나가게 생겼네
하지만 여긴 일본 승무원은 표를 끊어주며 추가금200엔 내야하니 이해해 주세요 했고 앞 승객은 할수 없죠 라고 했을 뿐이다 모두 말 그대로 생돈을 내고 지정석으로 조용히 갔다 일본인 이라고 불만이 없을리가 없다 누구나 내주머니 1달러 100엔은 아깝다
왜 아무도 항의하지 않는 걸까 생각하고 있는데 맨뒤에 올라 탄 일행 두사람이 서로 하는 얘기를 듣고 이유를 알았다 < 촉박할땐 개찰구에서 사야겠네 >
급한건 개인 사정이다 표를 사는 방법은 원래 정식으로 있었다 홈에서 사게 해주는 건 배려일뿐 승객의 권리가 아니다 할머니 때문에 차를 늦출수는 없다 당신손해 200엔은 누가 책임질 수 없다 돈을 깎아 주는건 일개 승무원의 업무를 넘어서는 것이다 늦고 싶지 않으면 미리 사던가 정식으로 사라 모두 개인의 책임인 것이다
전체주의자들의 요구에 의해 차를 늦추면 이미 타고 온 승객이 결국 모두 시간 손해를 본다 이게 전체주의의 함정이라는 것을 일본인들은 잘 안다
일본의 80%가 보수인 반면 한국의 보수는 20%에 불과한 것은 모두 이 <개인>이라는 개념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