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바보냐"…의원정수 '확대' 눈치 보는 정치권
국민의힘, 22일 정개특위서 '300석 유지' 수정안 상정 예정
野 이탄희 "의원 세비 절반 삭감하자" 파격 제안
선거제 개편 논의 중인 정치권이 '의원 정수 확대' 방안에 대해 주춤한 모습이다.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선거제 개편방향과 전원위원회 운영계획 정책설명회'에서 인사말하는 김진표 의장.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내년 총선 국회의원 선거제 개편안을 논의하는 끝장토론 개시가 임박한 가운데, 정치권이 개편안 핵심 쟁점인 '의원정수 확대'를 두고 주춤한 모습이다. 선거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기도 전에 정치권이 '의원정수 확대'와 특권 내려놓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좁혀진 선택지에서 유의미한 선거제 개편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국회의장 산하 자문위(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가 촉발한 '의원정수 확대' 선거제 개편 방안을 두고 부정 여론이 높아지자, 정치권이 한발 물러났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21일 "선거제 개편안이 정확하게 전달이 안 됐다"면서 이례적으로 언론인 대상 설명회를 열었다. 김 의장은 개편안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의원정수 확대' 방안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바보가 아니다. 국민의 국회 불신도가 81%인데 어떻게 의원 정수를 마음대로 늘릴 수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앞서 국회의장 산하 자문위가 지난달 제시한 3가지 선거제 개편안 중 2가지 안에는 의원정수를 현행 300명에서 350명으로 늘리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비례대표 증원'에 김 의장이 무게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는데, 김 의장은 "자문위가 '이상형 모델을 제안한 것"이라며 이를 일축한 것이다.
김 의장은 자문위 안에 대해 "최대로 50석 정도 (비례대표) 늘어야 제대로 된 비례대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자문위 아이디어를 정개특위 소위에서 1안과 2안에 반영한 결과로 오해가 빚어진 것"이라거나, "제가 자문위원들하고 이야기할 때도 '여러분들에게 의견 내지 말라고 할 수 없지만 (의원 정수 확대) 쉽지 않다고 말씀드렸다. 여야 정개특위원들도,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 모임도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의원정수 확대가 정치권 중론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다만 김 의장은 의원 정수를 310석으로 늘리는 방안을 넌지시 제시했다. 의원 세비를 4년간 법으로 동결한다는 것을 전제로, 지역구 의석은 10석 줄이고 총 의원 정수는 10석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지역구 의석은 243석, 비례대표 의석은 67석이 된다.
국민의힘은 22일 정개특위 전체회의에 올릴 결의안에 '의원정수 유지안'만 담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에서 발언하는 조해진 소위원장(왼쪽). /남윤호 기자
정개특위는 22일 전원위원회에 올릴 수정 결의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앞서 정개특위는 지난 17일 소위원회에서 △소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등 3가지 안을 의결했다. 앞의 두 안에는 의원 정수를 50명 확대하는 안이 담겼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측은 지도부의 강경한 입장을 반영해 의원정수 확대안은 제외하고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안을 중심으로 한 안을 내놓는다. 민주당은 △소선거구제+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대선거구제+병립형 비례대표제 등 두 가지 안이 담긴 수정안을 올릴 예정이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결의안을 여야 간사가 협의하고 있다. 22일 전체회의에서는 사전 조율된 결의안을 채택할 것이다. 일정은 아무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제 개편안은 전원위원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결의안이라는 형식이 있어야 전원위원회를 출발시킬 수 있기 때문에 결의안이 필요한 것이지, 현재로선 결의안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다. 각 당 당론을 결의안에 담는 것도 아니고 그동안 정개특위에서 논의돼왔던 안들 중에 몇 가지 안"이라고 말했다.
청년 정치인들은 "의원 세비를 절반 삭감하자"는 파격 제안도 내놓으며 의원정수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치개혁 2050 긴급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성주 정의당 전 정책위부의장,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전 비대위원, 천하람 국민의힘 혁신위원,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 손수조 리더스클럽 대표, 신인규 국민의힘 바로세우기 대표, 하헌기 더불어민주당 전 상근부대변인. /이새롬 기자
기성 정치권이 '의원정수 확대'에 주춤하는 반면, 청년 정치인 그룹에선 '의원 세비 삭감' 등 특권 내려놓기로 국민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국회의원 세비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먼저 약속하고, 국회의원 정수를 토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 세비는 연 1억5500만 원으로 월 평균 1285만 원(2022년 기준)수준이다. 이 이원은 "국민을 닮은 국회의원이 돼 국민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국민의 생활감각으로 의정활동을 하자"고 강조했다.
국회는 오는 23일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선거제 개편 복수 결의안을 상정하고 전원위원회 구성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어 오는 27일부터 의원 모두가 참여하는 전원위원회를 열고 2주간 선거제 개편 방안에 대한 격론을 펼친다. 김 의장은 "미뤄두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며 총선 1년 전인 4월 중 선거제 개편안을 확정하자는 입장이다.
첫댓글 김의장 말이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