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kyilbo.com/sub_read.html?uid=324405§ion=sc30§ion2=
2022년 12월 9일 공탁법이 개정되면서 개정 공탁법 제5조의2(형사공탁의 특례)에 따라 피해자 동의 없이 공탁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는 피해자의 공탁 확인이 어렵고 피해자가 공탁 수령을 원하지 않더라도 `공탁을 수령 할 생각이 없고, 양형에 반영하지 말아달라`는 별도 의견을 제출해야만 하는 것을 피해자는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강원도에서 초등학생 2명을 상대로 성매매를 제안하고 성관계 등 성착취를 한 남성 6명이 1심 재판에서 1명은 벌금형, 5명은 집행유예 등을 선고받았다. 13세 미만의 아동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면 `미성년자 의제 강간`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1심 재판부는 `거액의 공탁금을 걸었고 피고들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행위를 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이다.
이에 강원도 아동ㆍ청소년 인권 관련 38개 단체는 지난 8월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원 초등생 성매매` 사건 가해자 6명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가해자들이 받는 혐의인 `미성년자 의제 강간`의 취지와 1심 재판부의 판결이 어긋난다는 판단에서다.
강원아동청소년 인권지원센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22년 5월 하순에서 6월 초순까지 익명 SNS 서비스인 트위터를 통해 발생했다. 당시 피해자들은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이었으며 만 12세의 나이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피해자들을 만난 가해자들은 `고가의 게임기를 사 주겠다`, `돈을 주겠다`며 자신들의 주거지나 차량, 강릉 내 모텔로 유인하여 피해자들을 성착취했다.
이들은 채팅을 통해 `나이가 어떻게 되냐`, `아, 애기구나`, `이런 정도 스킨십이다` 등의 표현을 사용한 점을 근거로 보더라도 가해 남성들은 피해자가 초등학생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 사건은 피해자 중 한 명의 아버지가 경찰에 신고했는데, 피해자가 새로운 휴대전화, 고가의 물건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피해자의 아버지가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본 후 피해 상황을 인지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저희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너는 어떻게 그렇게 돈이 많아?`라고 물어보니까 `이렇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어`라고 해서 뭣도 모르고 간 거다. 그렇게 하면 게임기도 주고 하니까…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라며 피해 부모는 방송에서 토로했다.
이후 가해 남성들은 미성년자 의제 강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검찰은 이들에게 징역 3년에서 최대 20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은 지난 7월 열린 1심 재판에서 의제 강간 등을 한 5명에게 징역형에 대한 집행유예를 선고했고, 성매매를 제안한 한 명에게는 벌금 1천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피해자 중 한 명과는 합의가 됐으며, 다른 피해자에게도 공탁했고 피고들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행위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성년자 의제 강간`이 성적 자기 결정권을 행할 수 없는 피해자와 합의 여부 관계없이 처벌하는 내용임에도 이 부분이 고려되지 않았다.
1심의 양형은 `미성년자 의제 강간`의 취지와 어긋날 뿐 아니라 작년에 시행된 형사공탁 특례 제도가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 피해자가 합의를 원하지 않음에도 가해자가 일방적으로 공탁했다는 이유로 재판부는 형량 감경 요소로 봤다.
미성년자를 상대로 대가를 주며 성을 착취한 성범죄자들을 법정 구속하지 않고 집행유예한 1심 재판부의 양형이유는 아동ㆍ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 범죄에 대한 경각심의 부재를 가져올 뿐이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합의도 공탁금도 형량을 낮추는 데 고려 되어서는 안되는 요소이다.
아동ㆍ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매매는 나이, 육체적인 힘, 지적 능력, 경제적 능력 등 모든 면에서 아동ㆍ청소년에 비해 우위에 있는 성인이 아동ㆍ청소년의 취약한 상황을 쉽게 악용할 수 있다. 아동ㆍ청소년에 대한 `성적 악용이나 남용행위로부터 보호`는 성의식이 비성숙한 아동ㆍ청소년을 보호하는 중심개념이어야 하며 성착취 범죄의 양형은 성매매 자체에 내재해 있는 착취성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