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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얼굴도 모르는 상태에서
전화로만 얘기하고
수술 중 사망가능성이나
수술 후 합병증에 대해서도 얘기 못 하고
수술동의서에 싸인도 받지 못했으니
이 때 환자가 사망했더라면
나도 소송에 걸려
면허 박탈 당하고
거액 물어주고
지금 깜빵에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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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생명만을 위하는 낭만닥터?
니들이 다 죽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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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로, 특히 외과의사로 살다보니 만나게 되는 환자들 중에 생명이 경각에 달해있는 사람들을 보게 될 때가 허다하다.
주로 하는 일이 수술인데 수술은 크게 Elective Op.(예약하고 하는 수술)와 Emergency Op.(응급수술)로 나뉜다.
우리가 흔히 아는 맹장염(충수돌기염)도 응급수술에 속하지만, 소위 외과의사들이 말하는 True emergency라는 것은 지금 당장 수술을 하지 않으면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되는 수술로, 이 경우 외과의사는 다른 모든 일을 제쳐두고 이 환자를 집도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경우는 전체 수술건수에 비하면 적은편이어서 대개 중증외상센터가 아니고서는 많지 않은데 가끔이기는 하지만 이런 환자들을 보게 되면 외과의사의 심장도 빨리 뛰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서도 침착함과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트레이닝 되어온 사람들이라, 얼핏 환자나 보호자가 볼 때는 냉혈한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냉정해야만 환자에게 가장 최선의 수술과 치료를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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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여 년 전, 봉직의로 있을 때의 일이다.
새벽 3시에 걸려온 전화.
(잠귀가 밝은 건지 트레이닝 덕인지, 전화벨의 첫 음이 울리면 반사적으로 깨고 전화벨의 첫 마디가 끝나기 전에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과장님. 응급실 OOO입니다. 47세 남자환자가 내원 1시간 전 쯤 발생한 driver's TA(운전자 교통사고)로 응급실 내원했습니다. 내원당시 vital sign은 80/50-120-20-37 이었는데, 지금은 더 떨어져서요. mental(의식)도 drowsy(기면)에서 stupor(혼미) 상태구요, 환자 배가..."
"지금 나가요. 마취과 콜해요."
스프링 튀듯 일어난다. 세수고 뭐고 없다. 반바지고 츄리닝이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여보. 차 키... 차 키..."
집에서부터 병원까지는 차로 약 15분. 신호고 뭐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 딱지 떼려면 떼라... '
3분 만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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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이라는 시간의 길이를 아는가? 아주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한손에는 운전대, 한손에는 핸드폰을 쥐고
"아.. 엄 윤 인데요, CBC(혈액검사수치) 얼마예요?
지금 fluid(수액) 뭐 들어가요? 지금 vital(활력징후)은? 마취과 콜 됐어요?"
"CBC는 O-O-O-O 이구요,
fluid는 지금 DS 들어가고는 있는데 거의 다 됐구요,
vital은 60/30-150-30-37 이구요, 마취과 콜은 지금 하는 중이예요."
"ABO Rh(혈액형검사)했죠? PC(농축적혈구)랑 FFP(신선동결혈장) 5개씩 신청하고,
fluid는 하트만 달고 full로 틀어주고, 반대편에 line하나 더 잡아서 NS(생리식염수) 달고,
모니터링 달려있죠? O2(산소) 마스크로 full로 주고요,
나 30초면 가니까 수술방 연락해서 당직 어시스트 깨우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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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도착.
환자는 대화를 할 수 없을 정도이고 배는 빵빵하다.
"마취과는?"
"OO마취과 전화했는데 1시간 반 정도 걸리신대요."
"미쳤어? 환자 죽어. 우리 마취과장 불러요."
주)
대학병원이 아닌 중소 병원은 낮에는 마취과 전문의가
정규 수술을 위해 상주하지만 밤에는 외부 마취과 의사를
불러다가 응급수술을 한다.
"그건 저희가 하기는..."
"연결해요, 내가 말할게. 환자 보호자는?"
"경찰이 연락 했는데 댁이 안산이라서 오시는 중이래요."
"보호자 올 때까지 못 기다려. 보호자 전화번호 있어요?"
"경찰한테 물어볼게요. 근데 과장님 CT는 안 찍어요?"
"CT가 문제가 아냐. hemoperitoneum(혈복강)이잖아. CT 찍느라 기다리다간 죽어요."
"과장님, 마취과장님 전화요."
"아.. 선생님. 엄 윤 인데요, 헤모뻬리고 바이탈 떨어지는데 OO마취과가 1시간 반이 걸린대요. 선생님이 좀 나와 주시면 안 될까요?"
"예, 지금 나갈게요, 근데 과장님, 피는 준비됐나요?"
"예, 우선 다섯 개, 다섯 개요."
"예. 바로 나가요."
전화 끊고 나니,
"과장님, 보호자 연결됐어요."
"아.. 여보세요. OO병원 외과 과장 엄 윤 입니다. 남편분이 교통사고로 인해서 복강 내 출혈이 심하신데요, 보호자 오실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으니 우선 수술 시작하고 나중에 설명 드릴게요."
보호자가 울면서 묻는다.
"그렇게 위험한가요?"
"지금 바로 안하면 돌아가세요."
"예. 그럼 해 주세요. 잘 부탁드려요. 선생님."
"예. 그럼 지금 수술방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수술방 전화연결.
"아.. 엄 윤 인데요. 얘기 들었죠?
subclavian(중심정맥관) 잡을거니까 준비해 주시구요,
suction(흡입기구) 두개 준비하고 saline irrigation(복강내 세척) 많이 해야 하니까
saline 30병 쯤 준비하세요."
"예, 마취과장님은 20분 정도면 도착하신대요."
"예. 알았어요."
응급실.
"엘리베이터 잡아놓고, 모니터링과 산소통은 같이 올라갑시다."
환자 침대를 같이 밀고 응급실을 나선다.
수술방은 2층이라 얼마 걸리지도 않는 시간이지만,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는 시간도, 올라가는 시간도, 다시 문이 열리는 시간도
억겁의 세월처럼 길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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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 ICU(중환자실) 자리는 있나요?"
따라오던 응급실 간호사가 수술실과 같은 층의 ICU로 뛰어간다.
"과장님, 자리 없다는데요."
"이런 젠장... 없으면 만들라고 햇!"
ICU charge(책임간호사)가 이내 나와서 말한다.
"과장님, 우리 자리 없어요, 갑자기 이러시면 어떡해요."
"아 그럼 이사람 죽여요?"
"아무리 그래도 이 시간에 누굴 어디로 옮기라고 그러세요?"
"무슨 무슨 환자 있어요? ICU에..."
들어보니 이런 환자, 저런 환자 각양각색이다.
"그럼 그 김OO 과장 환자 빼요. 과장님한테는 내가 아침에 얘기할게요."
"몰라요, 저흰... 과장님이 책임지셔야 해욧!"
쌩하니 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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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수술실 당직 간호사는 열심히 수술기구들을 모아다가 수술상을 펴고 있다.
"콜 당직 불렀어요?"
"예, 그런데요 과장님, 콜 당직 오려면 한 시간 정도 걸려요. 집이 중랑구라서 택시타도 오래 걸려요."
"그럼 circulating(수술시 scrub 간호사 보조)은 오는 대로 서라고 하고, 필요한 것은 미리 다 상에 펴 놔요. subclavian은 준비됐어요?"
"과장님이 방금 전화하셨잖아요..."
"아 쫌 빨리빨리 하라고... 우선 환자부터 수술대로 올리고 shock position 잡아요."
주)
shock position : 머리 쪽을 낮추고 다리 쪽을 들어올려
뇌와 심장 등 생명과 직결된 장기들로 피를 몰리게 하는 자세로
중심정맥관을 잡을 때도 이 자세를 취하게 된다.
수술방.
subclavian(중심정맥관)을 잡으면서 물었다.
"피는?"
"cross matching(혈액형 검사의 일종) 해야 해서 좀 시간 걸린대요."
"그럼 피 오는 대로 subclavian에 연결하고 50cc syringe(주사기)를 3 way(수액 연결기구)로 연결해서 피 좀 짜줘요. 어시스트 이 새끼는 왜 아직 안 와?"
"연락 했는데..."
"다시 전화해요. 지금 당장."
말 끝나기가 무섭게 뻘건 눈으로 수술방으로 들어온다.
"야 이 새끼야, 넌 연락한지가 언젠데 지금 나타나?"
"죄송합니다. 과장님. 수술방에서 전화를 다시 주기로 했는데..."
"어머, 왜 내 탓을 해요? 내가 오라고 연락했잖아요."
" 아 씨... 환자 올라온다고 응급실에서 전화 오면 다시 연락 주기로 했잖아..."
" 나 혼자 수술 준비, 마취준비 하고 마취과장님 전화 받고 하는데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요? "
" 아 그래도..."
" 뭘 그래도야...칫..."
" 아 시끄러 둘 다. 너도 이 새끼야 빨리 준비 안 해? 니가 다 보고받고 일하는 군번이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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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마취과장이 들어온다.
" 과장님, 환자 상태는요? "
" 예, 죄송해요 과장님. 지금 fluid를 full로 주고 해서 조금 올랐어요. 70/40 입니다. "
" 바로 마취할게요. "
" 예, 전 바로 painting(수술시에 소독약으로 수술부위를 광범위하게 닦는 과정) 하겠습니다."
마취제가 투여되고 마취과장이 intubation(기관삽관)을 하는 동안 수술포가 덮여지고,
곧이어 바로 long midline incision(복부 정중앙에 길게 세로로 하는 절개)을 시작한다. fascia(근막)까지 한 칼에 드러난다.
주) 복벽은 총 7층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복강 안에까지 들어가려면 수술용 메스로 피부를 절개하고도 bovie라는 전기소작기를 사용하여 여러 층을 반복해서 열고 들어가야 한다.
마취과장에게 말했다.
" 과장님, 배 열리면 BP(혈압) 떨어질 겁니다."
어시스트에게 말했다.
" 넌 열리자마자 suction 두개 다 넣어. "
배를 열자마자 마취과의 모니터가 저음과 고음으로 번갈아가며 시끄럽게 울려댄다.
" 어...어... 과장님 혈압 떨어져요.."
" 예, 압니다. fluid 좀 세게 틀어주시고 혈액 좀 syringe로 짜 주세요. "
복강 안에는 다량의 혈액이 고여 있고 일부는 응고되어 소위 '선지'가 가득하다.
이럴 경우 suction으로는 흡입되지가 않는다.
" 야..이 씨... 잘 좀 잡앗, 손으로 퍼 내야됏... 석션... 석션... 옆에 넣으란 말이얏...
아니 거기 말구 이 새끼얏..."
욕설이 난무하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못한다.
" Bleeding focus(출혈부위)를 찾아야 한다 말얏... 안 보이잖아... 불 좀 제대로 맞춰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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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량의 복강 내 출혈 환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출혈부위를 빨리 찾아내어 지혈을 하는 것인데, 복강 안에 혈액과 선지가 가득 차 있다 보니 찾기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열심히 찾는 동안에도 출혈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개 vein(정맥)에서의 출혈은 압력이 낮아서 질질질 흘러나오는 양상이지만 artery(동맥)에서의 출혈은 심장의 수축과 함께 펑펑펑 솟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그 출혈량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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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히 선지를 걷어내고 suction을 해내면서 시야가 확보되기 시작한다.
" saline(생리식염수) ! "
" 예. 여기요. "
간호사가 수술용 스포이드(실험실에서 쓰는 그런 작고 귀엽게 생긴 게 아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엄청 큰 스포이드이다.)에 saline(생리식염수)을 담아준다.
" 아이 씨... 이거 말고 큰 통에 담아서 주란 말이야..."
" 예, 죄송해요."
scrub 간호사가 스테인레스 통에다 생리식염수를 두 통(2L)을 담아서 건넨다.
촤아악...
suction은 희석되기 시작하는 혈액을 연신 빨아낸다.
" 또..."
촤아악...
" 더..."
촤아악...
혈액과 섞인 물이 밖으로 흘러나와 수술가운, 수술복을 지나 팬티까지 적신다.
기분 나쁜 뜨듯함이 발아래 슬리퍼까지 흘러내린다.
' 까짓거 팬티야 벗어버리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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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보인다. 찾았다...
소장의 장간막에 찢어진 부위와 함께 artery에서 펑펑 솟고 있는 출혈부위가 보인다.
" Kelly(수술용 겸자) ! "
따라락...
경쾌한 소리와 함께 출혈부위가 결찰되자 혈압이 훅 올라간다.
" 됐어요, 과장님. 혈압 올라갔습니다."
마취과장이 안도의 한숨으로 미소 짓는다.(물론 눈만 보이는 거지만...)
" 자.. 이제 한숨 좀 돌리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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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이 계속되고 있을 때는 아무리 혈액이나 수액을 때려 부어도 혈압이 잘 잡히지 않지만 일단 출혈부위가 결찰이 되면 혈압은 급격하게 안정화된다.
이후부터는 말이 부드러워진다.
" 자 이제 천천히 합시다. 고생했어요. 자 saline 더 주시겠어요? "
스물일곱 병의 생리식염수(27 L, 27000 cc)를 다 쓰고 수술침대 주위는 온통 물과 피 천지이고 수술가운과 그 속에 입고 있는 수술복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진다.
" 에이... 다음부턴 Apron(에이프론 : 수술용 앞치마)을 입고해야지, 빤쓰까지 다 젖었네...
야... 너 남는 빤쓰 있냐? "
" 안 맞으실 겁니다. 과장님."
" 쳇... 새끼... 지꺼 빤쓰 주기 싫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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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소장은 다친 곳이 없고, 원래 소장은 collateral circulation(측부순환)이 좋은 장기라서 색깔이 변한 부위도 없다.(혈액이 장시간 공급되지 못한 장기는 괴사가 되어 색이 변한다.)
다음부터의 수술과정이야 별로 쓸 말도 없다.
JP drain(배액관) 하나를 Rectovesical pouch(직장과 방광 사이 : 서 있을 때 복강 내에서 가장 낮은 부위)에 하나 넣고 복벽을 닫고 수술을 마쳤다.
" 마취과장님. 환자는 괜찮은가요? "
의례적인 질문에 그저 미소로만 답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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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에서 나오니 보호자들이 와 있다.
" OOO 환자의 보호자분이신가요? "
" 예, 선생님. 수술은 어떻게 됐어요? 잘 끝났나요? 살 수 있어요? 애 아빠는 왜 안 나와요? "
질문을 쏟아낸다. 얼마나 가슴 졸였을까...
" 예, 수술은 잘 되었구요, 지금 마취 깨우는 중이니까 곧 나오실 거고 나오시면 하루 이틀은 중환자실에 계실 거예요. 출혈량이 많아서 수술 시에 혈압도 많이 떨어지고 했었는데 다행히 잘 마쳤습니다. 너무 걱정 마시구요, 대량출혈과 대량수혈로 인한 합병증만 나타나지 않는다면 큰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
" 아이고... 선생님 감사합니다. "
보호자들끼리 부둥켜안고 운다.
" 중환자실로 가신 다음에 정리되는 대로 보호자 면회를 하실 수 있게 해 드릴 거예요.
그때까지만 잠깐 기다리시구요."
" 예...예..."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합장을 하는 보호자들을 뒤로하고 계단을 내려가 커피 한 잔을 빼고는 병원 뒤 주차장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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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시간 2시간 30분.
밖으로 나오니 초여름이지만 쌀쌀한 새벽공기. 어스름하게 해가 떠오르는 여명.
" 후.... "
담배 한 모금에 커피 한잔이 이렇게 후련하고 행복할 수가 있을까...
지나가던 원무과 직원이 낄낄거리며 묻는다.
" 과장님. 바지에 오줌 싸셨어요? "
" 응, 그래, 쌌다. 똥도 쌌는데 냄새는 안 나냐? "
" 얼른 옷 갈아입으세요.ㅋㅋㅋ"
다시 수술방 탈의실로 올라와서 홀라당 젖은 팬티를 훌러덩 벗어 쓰레기통에 넣고는 수술복 바지를 입었다. 아랫도리가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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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환자를 옮긴 뒤 정리가 어느 정도 되었지만
마취 중 넣었던 환자의 인공기도는 아직 그대로 꽂혀있다.
" 마취과장님이 아직 self(자발호흡)가 완벽하게 안 돌아왔다고 튜브는 오늘 오후 쯤 보고 빼시재요...."
" 알았어요."
아직 감고 있는 눈.
인공기도는 ventilator(인공호흡기)에 연결되어 맑아졌다 흐려졌다를 반복하고 있고,
JP drain, EKG(심전도) monitor, pulse oxymeter(산소포화도 측정기), Foley(소변줄), L-tube(비위관 : 소위 '콧줄'), 침대에 묶여진 양손과 양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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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운전사라 한다.
새벽같이 물건을 떼어다 거래처 여러 곳에 넘기려 이 쉰 새벽에 운전을 하고 가다가 난 사고...
누군가의 남편이자, 누군가의 아들, 또 누군가의 아버지...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의무감에 피곤함을 무릅쓰고 새벽부터 이 삭막한 도시에 뛰어들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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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내 모습을 아는 분들은 이런 얘기를 들으면 의외라고 생각하거나,
" 헹... 니가...? "
라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난 수술 전에 손을 씻으며 항상 기도를 한다.
주님, OOO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수술의 처음부터 끝까지 주께서 항상 함께 하시어 인간의 손이 아닌 주님의 손으로 수술하게 하시옵고, 환자가 퇴원하는 날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잘 퇴원하여, 환자가 퇴원할 때에 주께 영광 돌릴 수 있는 주님의 의사가 되도록 허락하옵소서.
주님. 이 일을 행하는 것이 주께 영광 돌리기 위한 것임을 잊지 말게 하시고,
말씀대로 따르리니 주께서 인도하소서. 주께서 홀로 다스리시며, 홀로 주관하시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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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환자 앞에서 한 가지 기도를 더했다.
‘ 주님. 이 환자는 데려가지 마시고 제게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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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
의사는, 특히 Surgeon은 환자 앞에서 철저히 객관적이고 냉철한 자세를 유지해야 하며,
어떤 순간에라도 합리적 판단을 방해할지도 모르는 편견이나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된다.
우리는 치유자가 아니라 조력자일 뿐, 천명에 따라야만 하는 날까지 최선을 다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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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의사도, Surgeon도 사람이다.
내 환자 하나를 잃을 때마다 가슴엔 하나의 칼집이 남는다.
그 수많은 흉터가 하나하나 남을 때마다, 내 의사로서의 수명도 하나하나 사라져 가겠지만...
그래도 외과의사는 손에 잡은 그 칼을 놓지 않을 것이다.
비록 신과 맞서야 하는 경우에라도...
(하지마라 외과의사 저자의 글)
첫댓글 3년전 stab wound RUQ 부위 수술했는데,
CT 상에서도 free air 소량 이외 특이소견 없어 열었는데,
Hematoma 살살 걷어내니.....아뿔사...duoderm 을 관통후
Portal vein 이 쭉 찢어져있네요....
피가 정말 수도꼭지처럼 뿜는데.....
우리병원 GS surgeon 3명 모두 달라붙고, 원내 P/C 모두 다 때려부었지만.....
결국 table death 하셨습니다.....ㅠㅠ ....
한동안 그 트라우마로 정말 힘들었죠....
근데, 찌른 범인새끼는 결국 과실상해에서 과실치사로 죄명 변경되어 검찰에 넘겨저 재판받는데, 이새끼가 변호사랑 작당하고 상고한게,
지는 살짝 찔렀다. 다툼중에 우발적으로 살짝 찔렀다.
피해자가 죽은 건, 의사새끼가 수술을 못해서 죽었다.
모든건 의사잘못이다.....라고 주장하면서 국민참여재판 신청해서
그 법정에 필요한 모든 반론, 기록지, 등등 작성하고 제출하느라 정말 마음고생 오래한 기억이 갑자기 납니다.
엄원장님.....존경합니다....
(양봉준 댓글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