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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유니목 .
[STRADA no.71 2006.06 ]
년 전 8월의 어느 날이었다. 독일은 ‘지구 온난화’로 이상 기후에 휩싸여 찜통처럼 푹푹 쪘다. 정오가 되기 전 수은주는 이미 38도를 육박했다. 내가 서 있던 곳은 독일 남부 외티하임의 어느 울창한 숲. 눈앞에 유니목이란, 아주 낯설고 거대한 차 한 대가 서 있었다. 유니목은 생김새뿐 아니라 성능 또한 낯설었다. 38°의 가파른 계단을 꾸역꾸역 전진으로, 또 후진으로 오르내렸고, 45°의 급경사를 기어올랐다. 접근각 41°, 이탈각 51°의 장애물과 38° 옆으로 기울어진 협로, 30° 협각으로 파인 1.2m 깊이의 물길도 닥치는 대로 달렸다. 레드 존에 육박하도록 엔진을 돌리면서 엉금엉금 걷기도 했다. 유니목은 동춘 서커스단도 울고 갈, 고난도의 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치웠다. 그날의 시승 이후 유니목은 기자의 드림 카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반세기 넘도록 사랑받아온 다목적 차 유니목은 1972년부터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유니목은 의식하지 못했을 뿐 생각보다 우리 곁 가까이 있어 왔다. 폭설이 내릴 때마다 경광등 번쩍이며 나타나는, 커다란 바퀴의 주황색 제설차가 바로 유니목이었다. 30년 이상 국내에 유니목을 들여오고 있는 주인공은 (주)대진 STC. 4년 전 본지의 독일 현지 취재를 물심양면 지원했던 고마운 은인이다. 지난 호 마감에 정신없을 즈음, (주)대진 STC의 김영훈 전무가 한 통의 초청장을 보내왔다. 대구 EXCO에서 열리는 ‘한국 소방재 엑스포’에 산불 진압 및 재난 구조용 소방차로 꾸민 유니목을 출품할 예정인데, 한 번 시승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였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지난 4월 26일, 마감을 끝내기 무섭게 대구행 KTX에 몸을 싣고 시속 300Km로 달렸다. 2시간여 만에 도착한 대구 EXCO 앞마당. 오전 내내 드리웠던 구름이 서서히 개면서, 작열하는 태양이 아스팔트를 절절 끓이고 있었다. 어디선가 콧잔등 시큰해지는 기름 냄새가 은은히 풍겨왔다. 한껏 달궈진 공기는 규칙적인 진동에 겨워 파르르 떨며 어디론가 퍼져 나갔다. 심상치 않은 냄새와 진동의 진원지에 새빨간 유니목 U3000과 U1650이 거친 숨을 내쉬며 서 있었다. 4년 만의 재회. 압도적인 위용은 변함없었다. 유니목(UNIMOG)은 ‘다목적 작업 차’(UNIversal MOtor Gerat)의 줄임말로, 그 이름처럼 산업 전반 그리고 우리네 일상생활에 밑거름이 될 궂은일을 도맡는 알토란 같은 일꾼이다. 900톤의 기차를 끄는 터프함과 최저 시속 0.36km로 이동하며 거리의 낙엽을 쓸어 담는 섬세함을 겸비했다. 보조 장비만 얹어주면 땅도 파고, 눈도 치우며 불도 끈다. 유니목 역사의 시작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럽에서는 많은 이들이 전쟁으로 목숨을 잃었다. 농업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자연스럽게 농업용 기계의 수요가 빗발쳤다. 밭도 갈고 짐도 실어 나르되 일반 도로도 달릴 수 있는, 다목적 차의 존재가 절실했다. 이런 시대적 상황을 등에 업고, 영국에서는 모리스 윌크스와 스펜서 형제가 랜드로버를, 독일에서는 다임러 벤츠의 항공 엔진 기술자였던 알버트 프리드리히와 자동차 엔지니어였던 동료 하인리히 뢰슬러가 유니목을 만들었다. 1948년 유니목 프로토타입이 완성되었고, 1951년 벤츠의 세 꼭지별을 단 유니목이 가게나우어 공장에서 굴러 나오기 시작했다. 1954년부터는 군용차로 영역을 넓혔고, 1966년에는 판매 10만 대를 돌파했다. 1992년 한 차례 모델 체인지가 있었고, ‘탄생 50주년’이었던 지난 2000년 지금의 3세대 모델로 거듭났다. 유니목은 크게 U300~500을 통칭하는 UGN과 U3000~5000을 부르는 UHN으로 나뉜다. UGN은 다용도성, UHN은 오프로드 성능을 강조한 모델. 차체 크기에 따라 ‘U’ 뒤에 다른 숫자가 붙으며 각 모델은 다시 적재함 길이에 따라 장축과 단축으로 나뉜다. 직렬 4기통과 6기통의 두 가지 디젤 엔진을 기본으로 출력을 150∼279마력까지 다양하게 세팅해 얹는다.
상상을 초월하는 오프로드 성능 갖춰 시승차인 U3000은 직렬 4기통 4.25ℓ 디젤 터보 인터쿨러 엔진을 얹는다. 최고출력은 150마력. 얼핏 덩치에 비해 옹색한 파워 같지만, 최대토크가 무려 59.1kg·m에 달한다. 변속기는 전자 공압식으로 전진 8단, 후진 6단 등 다채로운 기어비를 갖췄다. 뼈대는 유니목 고유의 플렉시블 프레임. 가운데 부분을 U자형으로 늘어뜨려 무게 중심을 낮췄고, 양쪽을 튜블러 크로스 멤버로 연결해 비틀림을 적당히 허용한다. 게다가 구동축은 다시 한 번 기어를 거쳐 바퀴에 연결된다. 상상을 초월하는 휠 트래블의 비결이다. 사다리 타듯 스텝을 밟고 운전석에 올랐다. 바닥의 아스팔트가 까마득해 보인다. 어설프게 오르내리다 떨어지면 깁스 신세를 져야 할 듯한 높이다. 실내는 전형적인 상용차. 꼭 필요한 장비만 갖췄다. 내장재는 수수하고 견고해 보인다. 시동키를 비틀자 우렁찬 포효와 함께 온몸을 부들부들 떤다. 짧고 뭉툭한 변속 레버는 중앙의 콘솔에 솟았다. 레버 양쪽에 버튼이 있는데, 왼쪽은 기어를 바꿀 때, 오른쪽은 중립에 놓을 때 누른다. 출발은 일반 수동변속기 차와 똑같다. 클러치를 밟고 기어를 1단으로 바꾸자 차가 ‘펑’ 튀어 나간다. 클리핑 힘이 워낙 장사라 브레이크를 꾹 눌러 밟지 않으면 펜스를 뚫고 왕복 8차선 도로로 밀고 나갈 기세다. 기어 레버를 위로 살짝 밀어 2단으로 바꾼 뒤 클러치를 밟았다 떼자 ‘풋슝~’ 공기압 차오르는 소리와 함께 기어가 붙는다. 가속 페달을 밟자 쇳물 끓는 듯한 굉음을 토해내며 무서운 기세로 달려 나간다. 수박 담아내는 쟁반만 한 스티어링 휠은 유압식 파워 어시스트 기능이 무색하리만치 뻑뻑한 편. 또한, 지름이 워낙 커서 타이트한 코너라도 돌려면,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잽싸게 감아야 한다. 모든 게 크고, 억세다는 점만 감안하면 유니목 운전은 랜드로버 모는 것만큼 쉽다. 굴림 방식을 바꾸거나 디퍼렌셜 잠그는 것도 로터리 스위치 하나로 다 된다. 브레이크엔 ABS도 달렸다. 유니목의 진가는 역시 험로에서 드러났다. 철골을 이어 만든 특설 코스에서 유니목은 물 만난 고기였다. 오전에 뿌린 비로 살짝 젖은 40°의 경사면을 타이어 한 번 헛돌지 않고 느릿느릿 오른다. 눈앞에 보이는 건 하늘뿐. 출발점을 향해 오르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경사의 정점에 뒷발을 내디디자 이제 차는 곤두박질할 듯 기운다. 브레이킹 없이 엔진 브레이크만으로 슬금슬금 내려간다. 아스팔트가 앞유리 가득 채워지는가 싶더니 다시 지평선이 보인다. 드디어 다 내려왔다! 주먹을 꼭 쥐고, 숨죽여 지켜보던 관람객들이 함성을 지르며 더 기뻐한다. 한편, 시승차가 등에 업은 산불 진압용 장비는 1880년 마차 회사로 창업해 1936년부터 소방 장비를 만들기 시작한 독일 슐링만의 작품. 물탱크와 소방 호스, 각종 장비를 수납하는 격납고를 갖췄다. 유니목 산불 진압 차의 장점은 역시 가공할 오프로드 성능에 있다. 아직 소방용 유니목이 거의 없는(한 대뿐이다) 우리나라는 소방차나 트럭이 접근할 수 없는 깊은 산 속에서 불이 날 경우, 소방용 헬리콥터 이외에는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는 형편. 물론 유니목이 제 아무리 만능이라 한들 헬리콥터만큼 많은 양의 물을 실어 나르진 못한다. 하지만 뛰어난 기동성으로 정확한 발화 지점에 접근해 초기 진화를 마칠 수 있다. 대부분의 대형 산불은 초기 진화의 실패에서 비롯되었다. 게다가 단지 물을 길어 나르는 것뿐 아니라 셀 수 없이 많은 용도로 쓸 수 있다. 또한, 헬리콥터에 비하면 값이나 유지비용이 ‘껌 값’에 불과하다. 아울러 내구성과 품질은 메르세데스-벤츠가 보증한다. 그럼에도 국내 관공서에서는 아직까지 구입을 망설이는 눈치다. 국산 소방차보다 비싸다는 게 그 이유다. 빠듯한 예산 때문에 경제 논리를 앞장세우는 입장,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좀 더 길게 내다보는 시각이 아쉽다. 큰 발을 겅중겅중 옮겨 재주를 피워대는 유니목을 응시하던 김영훈 전무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유니목만 있었어도, 낙산사를 그토록 허망하게 떠나보내지는 않았을 텐데….”
첫댓글 우와
오~! 이런게 민수로 나오나요?
우니모그넹.. 장사임 장사
비히클아닌가?
차량을 의미한다면 비히클이 맞음...
연비 별로겠다 ㅋ
아는형이 트랜스포머를 보고 친구들을 만났는데 친구가 트랜스포머 봤냐고~ 그형은 봤다고 ㅋ 친구가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차 살꺼라고~ ㅇ ㅏ 범블비~? 아니 그 트럭(옵티머스 ㅋㅋㅋㅋ)
이거 얼마임?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