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보이지만 읽으면 금방 읽게되는 잡다글]
산에 왜 가겠나?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자체가 좋아서...
이게 정답 아니겠나.
결과론적으로 "좋기 때문에 가는거다!!"
어제 한잔하고, 몸도 좀 찌뿌둥한데
하늘 또한 우중충한게 곧 비가 올 것같다.
이럴때 게으른 마음이 작동한다. 핑계대기 좋잖아~ ㅎㅎ
모든게 귀찮아지면서 그냥 쉴까 스스로 갈등을 하는데...
그러나~!
이럴때일수록 움직여야 한다.
어머닌 피곤하다고 이번 한번만큼은 쉬신단다.
아들로써 너무 괴롭히는 것 같기도 하고, 비도 오기에 이번은 혼자 퍼뜩 갔다 오기로~!
우산들고, 부채들고 학산으로 오른다.
까치많고, 모기많은 학산.
부채로 계속 부쳐줘야지, 그나마 덜 물린다.
이게 여름철 산행 요령이다.
나올땐 귀찮더니 막상 조금 오르니 너무 좋다.
조금 습해서 그렇지, 사람도 없고 젖은 숲은 이상하리만큼 포근해서
내 마음을 정화시킨다.
이 행복감...
욕심생길 이유가 없다.
소소한 행복을 깨달은 위대한 철학자가 저절로 된다.
아, 이렇게 자연을 누릴 수만 있다면 무엇을 더 바랄수 있겠나?
으윽?
(왜 하필이면 이때에... )
배 속에서 갑자기 거북한 감정이 올라온다.
아까 어머니께서 주신 차가운 콩물이 빈속의 위를 자극시켰나보다. ㅠㅠ
처음에는 조금조금 꿈틀거리더니 시간이 지나니 자꾸 커져가는 뱃속 난리.
혹시나, 미리 준비해두려는 마음으로 가방을 뒤져보니
헐~ 휴지가 없다.
난감하네. 갑자기 머리털끝이 주뼛 선다.
심리적으로 뭔가 있다면 좀 덜했을것 같은데 아무것도 없다니 더 크게 와닿는다.
실제, 어디 한두번인가?
거시기 얘 장의 불확실성 땜에 그동안 얼마나 에피소드가 많았냐.
생각할수록 괘씸하고 속상하다.
산을 탈땐 무조건~!
무조건 휴지는 가지고 다녀야한다. 이럴때를 대비해서...
마인드컨트롤을 아무리 해대도 몸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곧이곧대로 지고집을 피워샀는다.
참.. 애 먹이네. 짜슥.
뭐든 적당히라는게 없다. 보니 급속하게 진행되어 곧 흘러 나올것만 같다.
호흡도 못한체 꾹 눌러 참으며 최대한 표 안나게 슬금슬금 기어간다.
환장한다.
이 좋은 자연에서 우째 이런 깊은 고뇌를....
하늘이여 왜요,
제가 뭘 그리 잘못했습니까,저한테만 왜 그러시는데요~!!
진짜 조금만 충격?을 주면 바로 흘러내릴 기세다.
ㅠㅠ
얼굴색이 하얗게 질려간다.
창백해진다는 표현을 그대로 실현하며~ 목적지까지 한걸음한걸음 나아간다.
내용물이 액체에 가까운 것이기에
매우 위험한 순간이라 더더욱 조심스러워야한다.
그나마 산속이라, 다른 곳? 보단 나아서 조금은 낫다쳐도 이건 아니다.
식겁하겠네.
목적지까지 가려면 10분이면 충분한데 기듯 가니 결국..
물리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숨을 내쉴때 얼핏 괄약근이 풀린거 같다.
그래도 한계치까지 끌어올려 초인적 힘으로 저지한다.
조금 찔긴 상태로 화장실 도착.
제정신이 아니다.
근데.... 우 씨~!
휴지가 없다. 공동휴지가 떡하니 놓여있어야할 자리에 휴지가 없다.
혼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 '뭐하는 거야. 관리실에서는...'
미쳐버리겠다.
화장실 입구까지 다 와서 이 무슨 꼴이고?
아드레날린이 왜 여기서 갑자기 등장하는지, 막 폭발하듯
터질듯한 느낌이 거센 파도처럼 강하게 밀려오는데,
아... 이건 절대 못 피할 것같다는 감이 온다.
그랬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세상이 뭐 이래 고통스럽노?
화장실 3개 중 2개는 열려있는데 휴지통에 종이가 아예없고.
남은 1개는 문이 열리며 한사람이 튀어나오는데 .. 아이구 더럽구로.
급한데 우야노.
일단 저질러놓고 본다. !
휴우우우~
세상의 그 큰 고민이 한방에 해결된다.
이 시원함이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러나~! 속이 시원해지긴 했는데 진짜 고민은 지금부터다.
맑아진 정신에 씩씩하게 파고드는 무서운 고민.
뒷처리는 우찌하노? 우야란 말이고....
조져놨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 없다.
뭐 있겠나?
그래도... 여기 휴지통엔 휴지가 있네.
ㅠㅠ
맞아, 예상 그대로다.
이 상황에선 그렇게 할 수밖에~.
다른 방법이 있나, 이런 어쩔 수 없는 지옥같은 상황에서 뭐를 못하겠나
그렇게 마무리 짓고, 남은 산행도 무사히 마무리한다.
아, 좀 그랬쥐? ㅎㅎ
이 상황에 놓이면 누구나 이럴수밖에 없는거 아냐?
함 웃자고~ㅎㅎ
그리고 뭐라더노? 등산갈땐 휴진 뭐라~ 반드시 챙겨야 한다고~!!
첫댓글 여전히 건강하게 산 많이 타시네요.
더운 날 건강 유념 하십시요.
감사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