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끈 두 눈을 감아버린 헬레나가 덜덜 떨며 조심스럽게 눈을 떴을 때였다.
"니... 니가 나한테.... 어, 어째....서...."
로건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우선 그 사실에 헬레나는 안심하고 로건을 쳐다보았다.
머리에 총알을 맞고 쓰러져야 했을 로건은 두 동공이 커진 상태로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이해못하고 있었다.
이해하지 못하는건 여기있는 인원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맥스...?!!!"
복부에 피를 흘리며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의 정체가 맥스라는걸 그제서야 인식한 헬레나가 소리쳤다.
"뭐, 뭔짓을.. 린다!!!"
총을 들고 슬픈 표정으로 웃고 있는 린다에게 케이가 화가 난 얼굴로 다가갔지만 린다는 케이는 안중에도 없는 듯
바닥에 쓰러진 맥스에게 중얼거렸다.
"맥스.."
"린....다... 날.. 배시..ㄴ...."
중얼거리는 맥스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져갔다. 린다는 맥스의 머리옆에 무릎을 꿇고 앉더니 맥스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들어올려
자신의 무릎위에 올린다.
"헬레나를 죽여서라도 갖고 싶다했던 니 말을 듣고 널 도와준건.... 나도 그 말에 동감해서야...
그리고 그 때 부터 나, 이럴 생각이었어... 나도 너의 시체라도 껴안고 싶었거든..... 널 사랑하니까.....
니가 이런 더러운 짓을 할 필요는 없어... 이런건 내가 하면 돼.."
린다는 마지막으로 맥스의 입술에 살짝 입맞춤을 하더니 헬레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처음 공항에서 봤을 때 처럼, 눈부시게
우아한 미소를 짓는다.
"감사했어요."
누구보다 아름다운 목소리가 나지막히 감사하다는 마지막 말을 내뱉는다. 그대로 총알 소리가 뒤 이어 들린다.
'타앙'
"린다!!"
헬레나가 뒤늦게 달려나가보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스스로 관자놀이에 총알을 관통시킨 린다는 즉시 죽어버린다.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두 시체 앞에서 헬레나가 할 수 있는건 그저 명복을 빌어주는 일 뿐이었다.
"뒤늦게 알아서 미안해.. 맥스.... 그리고 나도 고마워.. 린다..."
헬레나가 작게 중얼거리는 동안 현진은 케이의 눈치를 바라보다 냅다 로건에게 달려간다.
"로건구출성공!"
그러더니 상큼하게 웃어주며 로건에게 묶인 끈을 칼로 잘라버리고 입을 막고 있던 테이프도 떼어 버린다.
"구, 구해주셔 감사드립니다."
로건은 예의바르게 인사하고 당장 헬레나에게 달려가 헬레나를 껴안았다.
"로, 로건?"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헬레나님의 목숨이 위험했습니다!... 정말... 정말 죄송..."
흐느끼는 로건. 자신때문에 헬레나의 신변에 무슨 일이 있을까 정말 많이 걱정한 모양이다. 자신보다 덩치 큰 남자가 자신을
껴안고 엉엉 우는 모습을 보자 헬레나는 자신도 모르게 작은 미소가 흘러 나왔다.
"나야말로.. 미안해...."
헬레나가 살짝 맺힌 눈물을 애써 집어 넣으며 로건을 토닥였다. 동호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케이는 이제 자신에게 남은건 자신뿐이라는 걸 알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자신의 적은 헬레나, 로건 그리고 현진을 포함한 CIA요원들. 승산이 있을리가 없었다.
"젠장....!!"
케이가 바닥을 신경질적으로 차며 권총을 꺼내 쏘기 시작했다. 자포자기인듯하다.
"둘이 감격의 재회는 나중에 하면 안될까?"
현진이 총알을 피하며 말하자 헬레나도 로건도 민망했는지 얼굴이 붉어져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뭐가"
"케이님을.... 쏘실 수 있겠는지 묻는겁니다."
"..."
헬레나는 로건을 향해 잠깐 미소를 지었다.
"잡아오기나해"
싸늘한 말투에 로건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헬레나는 뒤로 돌아 걷기 시작했다.
CIA들이 의아해하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맨 뒤쪽에 도달하자 그제서야 앞을 보더니 자리에 털썩 주저 앉는다.
"5분!"
크게 외치자 로건이 한숨을 쉰다.
"5분안에 잡아오겠습니다!!!"
로건이 돌진했다. 로건 혼자서는 무리라고 생각한 현진도 끼어들었다. 셋이 한참 총격전을 한다. 헬레나는 느긋히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박진감넘치는 현장에, 이런 경험이 풍부한 CIA요원들도 침을 삼키며 쳐다보기 바빴지만
헬레나는 느긋히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동호. 그런 동호와 눈이 마주쳐버리자 헬레나는 재빨리 시선을
돌려버린다.
동호의 표정이 좋지 않다는걸 알고 있었다. 헬레나는 동호를 바라볼 수 없었다. 자신은 동호를 사랑하지만, 이미 동호는
CIA요원이 되어버렸고 자신은 이제 한인마피아의 두목자리에 오르게 될 것이다. 다시는 볼 수 없는 자리로 서로 향하는거겠지.
자신에게는 로건이 있다고 헬레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아까 동호가 보는 앞에서 로건과 포옹하고 있지 않았던가.
헬레나의 담배가 빠른 속도로 타들어갔다. 헬레나의 마음속도 까맣게 타들어갔다. 괜히 답답해져왔다.
이제 다시는 볼 수 없겠지.
헬레나의 두 볼이 촉촉해짐을 느낀다. 눈물이란걸 알고 있지만 닦을 수 없었다. 동호는 빤히 보면서 차마 닦아줄 수 없었다.
다가가면- 다시는 놓아줄 수 없을것만 같았다.
"헬레나님.."
로건이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린 케이를 끌고 왔다. 헬레나는 급히 눈물을 닦고 케이를 바라보았다.
아버지를 닮은 파란 눈동자는 볼 때 마다 자신을 얽매어왔다. 자신의 아들이 꼭 한인마피아를 이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 떠올랐다. 그 눈동자는 자신에게 자신이 여자로 태어남을 늘 후회하게 만들었다.
"끝내 어서.."
케이가 두 눈을 감으며 말했다. 이 세상에 더는 미련이 없다는듯, 차분했다. 헬레나는 두 눈을 감아버린 케이를 말 없이 안아주었다.
"..."
케이의 감은 눈으로 눈물이 흘러 넘쳤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걸까.
헬레나는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여기서 울면 안된다고, 조금만 더 참으면 된다고 스스로 되뇌이면서.
"왜.... 우리는 이렇게 헤어질 때가 되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 걸까?"
헬레나의 눈물을 참는, 꽉 막힌 애절한 목소리가 주차장에 울렸다. 케이가 어깨를 으쓱이며 헬레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있어, 헬레나."
"잘가, 케이."
'타앙-'
슬프고 싶지 않다. 괴로워하는 케이를 보고 싶지 않다. 그 일념 하나로 헬레나는 방아쇠를 당겼다. 그 총알은 정확히 케이의
심장을 관통했다. 케이는 눈물맺힌 파란 눈동자에 옅은 미소를 띠우고 그대로 쓰러졌다.
"...............흡...흐읍.......으..."
터져나오는 흐느낌을 두 손으로 틀어막으며 헬레나가 주저앉았다. 로건은 묵묵히 외투를 벗어 헬레나에게 걸쳐 주었다.
그리고 동호를 쳐다본다. 동호가 괜히 시선을 돌리자 로건이 다가가 동호의 어깰 두들긴다.
가보라는 뜻인듯. 동호가 뒤로 사라져가는 로건을 다시 쳐다보자 로건은 입모양으로 동호에게 말한다.
'부탁합니다.'
동호가 굳게 다문 입술로 끄덕였다. 평소의 장난기와 달리 진지한 모습이다. 현진은 그 모습을 보고 다른 CIA들에게 손짓했다.
다들 눈치가 있는지, 조용히 자리를 비켜준다. 둘이 남게 되었는데도 헬레나는 여전히 울음을 참기 바쁘다.
동호가 다가가 헬레나의 몸을 꽉 껴안아준다.
"울어도돼."
"......하..지만.."
두 눈동자 가득 눈물은 이미 넘쳐 흐르는데, 뭘 그렇게 참는지. 동호가 미소를 지으며 헬레나를 더욱 껴안았다.
"괜찮다니까....? 여긴 아무도 없어 이제... 울어도 돼. 마음껏.."
동호의 품 안에서 헬레나는 두근거리는 심박동수를 듣는다. 이제 이 품은 오늘로 마지막이 될거다. 이제 다시는 이렇게
사이좋게 이야기할 수도 안길수도 없이 적으로 돌아서야 할테니까.
헬레나가 울음을 터트린다. 어미새에게 안긴 아기새처럼 동호의 옷깃을 꽉 붙잡고, 엉엉 울어버린다.
"서럽게도 우네"
지하주차장에서 지상으로 올라왔는데도 들리는 헬레나의 울음소리. 괜히 코끝이 찡해져 현진이 투덜거린다.
로건이 슬프게 미소지으며 현진에게 감사하다며 다시한번 고개를 숙인다.
"....로건 너도 울고 싶은거 아니야? 뭐, 여자품은 아니지만 안겨서 울래?"
현진이 장난스럽게 말하자 로건이 고개를 들며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리지만, 두 볼은 이미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
자신이 오랫동안 사랑해왔던 여인을, 다른남자의 품안에 보내고서 흘리는 인정해야하는 슬픔이었다.
"헬레나는 그리스어로 헬렌이라고도 읽지?"
현진의 질문에 로건이 끄덕였다.
"하아... 트로이의 전쟁인가.....? 파리스에게 뺏긴 헬렌을 찾기 위한.... 에페이오스의....전쟁 뭐 이런거? "
현진이 웃으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예전에 그런 이야기를 맥스와 나눈적이 있는 로건은 차마 웃을 수 없어 하늘을 바라본다.
"잘가 맥스..... 케이님... 안녕히..."
작게 중얼거린다. 유난히 파란 하늘이 눈동자를 시리게 만든다.
"진정됐어?"
"....응"
동호의 자켓이 눈물범벅이 되고 나서야 헬레나는 동호에게서 떨어졌다.
"이대로 안겨 있으면 안 돼?"
"뭐?"
헬레나가 당황하는 사이 동호가 또 헬레나를 꽉 껴안는다.
"우리.. 오늘보는게... 끝이잖아..."
동호의 슬픈 목소리에 헬레나는 잠자코 안겨있다. 내일이면 한국을 떠 버린다. 헬레나는 동호를 바라본다. 동호의 눈동자에
자신의 모습이 비춰진다.
"한국에 와서.. 재미있었어.... 동호.... 너 때문에"
살짝 웃으며 헬레나가 말하자 동호도 웃으며 말한다.
"나도 무척 재미있었어 내 고등학교 생활..... 다정이.. 너 때문에"
서로 피식 웃으며 꽉 껴안는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두 입술을 포갠다.
헤어짐을 알고서도 서로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처음이자 마지막의 입맞춤이었다.
첫댓글 우으.. 슬프네요..ㅜㅜ 이것도 거의 완결에 다와가는 느낌이네요ㅎ 끝은 해피앤딩이길 바랍니다ㅎ
댓글 감사드려요~ 뒤늦게 답글을 다네요;; 새해복많이받으시구요^^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정말 많이 올리 셨내염ㅇ_ㅇ
제가 인소닷에 자주 못들어오고 아직 준회원이라 리틀님의 소설
자주 읽지 못했내염ㅠㅠ
그레도 이제 저도 정회원이 됬고 새싹 소설에서 연재 해 나갈거라
리틀님 소설도 자주 볼수 있을것 같아요ㅋㅋ
연재하시는군요? ㅎ자주뵈면좋겠네요~ 새해복많이받으세요^^
아아ㅠㅠ 잠깐 이모집갔다온사이에 소설이 올라왔네요 !!
케이가 죽다닝 ㅠㅠㅠㅠㅠㅠㅠ 헬레나도 케이도 남매가 안쓰러워요 ㅠㅠㅠ
오늘도 재미잇었어요1! 다음편도 기대할께요!
이제 2011년이네요1! 2010년은 후회없이 보내셨는지? 어쨋든 2011년도 좋은일만 가득하시고
오늘도 즐거운하루되세요!!
작가님 다음편이 40화네요!!! 일단 미리축하축하!!
히히히 업쪽주세요1!
남매끼리 참 ㅎㅎ 2011년 새해복 많이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