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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작은 아들이 서툰 운전을 하다가 주차 중에 남의 차를 긁었다. 왼 쪽 모서리 부분을 살짝. 나는 아들 옆자리 조수석에 앉았다가 사건 현장을 목도하게 되었고, 때는 밤 자정이 가까운 시각이었다. 보는 이 아무도 없었고 워낙 경미한 사안인지라 그냥 뺑소니치자는 게 나의 의견이었다. 새도 쥐도 들을 수 없게 소곤소곤 아주 작은 소리로 의견을 개진했음은 물론이었다. 이팔청춘은 아니지만 열혈 이십대인 내 아들의 반응. 모름지기 인간의 탈(약하여 인두껍)을 쓰고 태어나 세상에 그럴 수 있는 일이 있고 그럴 수 없는 일이 있는데 이번 건은 절대 그럴 수 없는 일에 해당한다고 고집을 피웠다. 결국 상대 차의 와이퍼에 아들 넘의 핸폰 번호를 남기고 들어 오려는데 아들 넘이 땅에서 뭔가를 주워들고 내게 다가왔다. 아들넘의 손바닥에 고이 모셔져 있는 건 차 바퀴에 깔려 무참하게 망가진 내 핸폰. 사람으로 치면 팔 다리가 다 잘려나간 형상이었다. 아들넘이 상대 차를 긁는 기색을 느낀 순간 운행을 중지시키고 내가 차에서 내려 더 이상 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진두지휘 했었다. 그 와중에 내 핸폰이 저도 이 수상한 난리통의 증인이 되겠다고 지갑에서 궁글궁글 기어나온 모양이었다. 팔다리도 없는 놈이 몸통을 굴려 어찌어찌 기어나오긴 했으되 지갑 밖이 바로 낭떠러지인지라 바닥에 추락, 울 아들이 모는 자동차 바퀴에 깔려 무참히 살해당하고 만 것이었다. 그러게, 누가 청하지도 않은 증인 노릇 자처하라고 했느냐 말이다. (그 순간 울 아들은 증거인멸이라는 필생의 목표에 몰두해 있었을지 모르겠다. 워낙 사람 마음이라는 게 손바닥 뒤집기 아니던가.) 오호, 통재라. 또 애재라. 애통한 심정으로 조핸폰문을 읊어보았지만 한 번 끊어진 목숨이 재생될 리 만무라는 건 아들넘도 알고 나도 알고 새도 쥐도 다 아는 상식이었다. 마침 핸폰 살 때 안심보험에 들어놨던 게 기억났다. 이게 웬 선견지명이었더란 말인가. 보험에서 다시 사주겠거니 맘 편히 먹고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요약하자면, 다음 날 손보사로 전화 통화 수 십 차례, 통화는 또 왜 그리 지연되는지. 또 무슨 서류 처리 때문에 서비스센터로 팩스로 하루 온종일을 소비하고 그 다음 날에야 압구정 직영점으로 가서 핸폰을 받을 수 있다는 최종 통보를 받을 수있었다. 그런데 다음 날 그 직영점에서도 하루 반나절을 소비하게 될 줄이야! 암튼 그러그러한 사정을 겪고 나서야 삼 만원을 더 지불하고(가장 싼 가격에 바꿀 수 있는 제품으로 골랐다) 새 핸폰을 받아 드는 순간의 감격은 거의 대한독립만세 수준이었다.
이런 일을 겪고난 후 소감은 다신 핸폰안심보험 같은 건 안 들리라 그런 마음인데. 모르겠다. 사람 마음은 하루에도 열두번씩 변하는 거니까 안심보험 들거나 말거나는 모든 이들의 자율 판단에 맡길 밖에.
차 사고 경위 요약> 다음 날 아침 피해 차 주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보험처리를 원한다고 했다. 내가 전화를 바꿔들고 일단 죄송하다고 사죄하고나서 또 의견을 개진했다. 사안이 워낙 경미하지 않습니까, 현금으로 좀 드릴테니 다음에 정말 차 수리가 필요할 때 보태시는 건 어떻겠느냐 했는데, 상대 하는 말씀이 그대 말씀도 일리가 있지만 우선 보기가 싫으니 지금 수리를 받아야 겠다고 하셨다. 거듭 죄송하다고 원하시는대로 보험 처리해드리겠노라 응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근데, 그 차주는 지끔쯤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제 보험사 직원이 나와서 현장 조사를 했는데, 결과만 말하자면 상대 차가 주차되어 있던 곳이 불법주차구역인지라 상대 차 수리비 중 20%와 내 차 수리비 중 20%가 상대 차에 부과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말하긴 좀 뭐하지만 상대 차는 오래 된 대우차였고, 내 차는 아직 새 차이므로 견적이 좀 나올텐데 내 차 수리비 20% 를 부담해야하다니, 상대가 억울한 생각이 들 것 같았다. 에고...그냥 현금 받으시지 그러셨나요. 상대가 원하는대로 처리한 결과이긴 하지만 좀 미안한 생각이 든다.. 이제와 어찌할 수도 읎꼬. |
첫댓글 희숙아~각설하고 니 아들 한번 보고싶다!
저 위에 사진 있잖여~~
그러고봉께 준철이를 소지섭이 본떴다는 야그구만..알써..어릴때 봐서 쪼까 인정하기는 쉽지않구만..ㅋㅋ..야..글고 불법주차지역사고 저런 형평이 있구나..준철사고덕에 하나 배웠네..담에 또 알려줘..ㅋㅋ
애들은 열 두 번 변한당게. 자라면서 이민우- 김태우- 배용준으로 가다가 이 십 대에 들어선 이름 모를 어떤 아름다운 얼굴이 되더니 소지섭이가 울 아들 얼굴 베껴가더라공.
어떻게 에미 마음은 이렇게 같을꼬. 자식용모에 대해 전적으로 오해하는 것은.ㅎㅎㅎㅎㅎ
주행 중 사고에도 백 프로 과실은 없다등만.. 서로 피해 댕겨야 혀~~ㅋ 그나 이 기회에 휴대폰이 새 단장을 했다니 전화위복..즉, 전화가 복을 만든다는 뜻이렷다~~!ㅋ
안심보험이란 말은 첨들어봐. 나는 공짜로 핸펀 바꿨는데. 번호도 바꿔불더라.
뭐, 별 큰일 안 난 사고라 다행인데...대신 니 핸폰이 고생했그만 ㅎㅎ
통밥 잘못 굴린 차주~@@ 희숙인 잘생기고 착한 아들 덕 봤구먼.^^
미안한 생각이 든다고? 속이 시원하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