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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소식중(耕少食衆)
밭 가는 사람은 적고 먹는 사람은 많다
耕 : 밭갈 경(耒/4)
少 : 적을 소(小/1)
食 : 먹을 식(食/0)
衆 : 많을 중(血/6)
어릴 때 보면, 설을 지내고 나서 음력 정월 초3일쯤부터 대보름날까지 '지신(地神) 밟는다'고 동네 어른들이 농악(農樂)을 울리며 집집마다 다니는 풍속이 있었다. 경상도에서는 '매구친다'라는 말을 쓰는데, '매구'는 매귀(埋鬼)에서 온 말인데, '귀신을 밟아서 묻어버린다'는 뜻이다.
농악대의 깃발에 '농자, 천하지대본(農者, 天下之大本)' 즉 '농사는 천하의 큰 근본이다'이라고 쓴 깃발을 들고 다녔다. 또 천자문(千字文)에는 '정치는 농사에 근본을 둔다(治本於農)'라는 구절이 있다. 옛날에는 대부분의 나라가 농본국가(農本國家)인 만큼 농사를 중시하였던 것이다.
지금 세상에서 농사를 귀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농사는 천하의 큰 근본이다'고 말하면, 시대에 맞지 않는 소리라며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이 다 웃을 것이다.
지금 농사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천시(賤視)당하고 있다. 도시에 사는 사람은 물론이고, 농촌에 사는 사람들도 어쩔 수 없어서 농사를 짓지 다른 방법만 있다면 농사를 버리고 다른 일로 전환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사람은 농업이 아니면 살아갈 수 없다. 지금 전 세계의 대기업들은 대부분 정보산업, 금융산업, 유통산업 등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정보산업, 금융산업, 유통산업 등은 이미 생산된 재화(財貨)를 이용해서 돈을 버는 것이지, 그 자체가 생산을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러니 전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생산에는 종사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나 다른 단체를 이용해서 돈을 벌려고 한다. 많은 인구가 먹고 살아야 하는데, 생산에 종사하는 사람은 줄고, 다른 사람의 재산을 이용하려는 사람만 많아지면 결국 심각한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경제학자들이 사용하는 현란한 용어를 써서 경제상황을 설명할 필요도 없다. 간단한 비유를 들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어떤 시골 마을이 있는데, 오래 전부터 모든 집이 농사를 지어 겨우 밥을 먹고 지낼 정도로 살아갔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조금 여유가 있어 가난한 집에 돈을 빌려주었다가 그다음 해에 이자를 받아 돈을 조금 모으게 되었다. 그래서 그 사람이 또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 주었다가 이자를 모아 더 큰 돈을 모았다.
돈이 상당히 모이자, 힘들게 농사짓지 않고 이자놀이를 하면 되겠다 싶어 농사는 다른 사람에게 소작으로 주고 전문적으로 사채놀이를 했다. 그 결과 큰 부자가 되었다. 이 사람이 부자가 된 것을 보고, 여유가 있는 다른 사람들도 그런 식으로 사채놀이를 했다. 결국 그 동네에 부자는 몇 명 탄생했지만 전체적인 농업생산량은 점점 줄어들게 된 것이다.
지금 미국에서 은행이 도산하고, 증권 시세가 폭락하는 것은 다 이런 이유이다. 생산에 종사하지 않고 남의 돈을 빼먹으려는 회사가 너무 많아져 이런 경제위기가 오는 것이다.
밭 가는 사람은 적은데, 먹는 사람이 많으면, 식량이 부족하기 마련이다. 반대로 밭 가는 사람은 많고 먹는 사람이 적으면 식량은 남아돈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은 먹어야 산다. 식량자급도를 높여야 한다.
지금 중국산, 미국산 농산물을 무제한 수입하지만, 언제든지 우리 마음대로 수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이나 미국이 우리나라에 식량을 수출 안 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운명은 비참하게 되는 것이다. 과학기술이 중요하다고 해서 농업을 천시해서는 절대 안 된다.
▶️ 耕(밭 갈 경)은 ❶형성문자이나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뜻을 나타내는 가래 뢰(耒; 쟁기, 경작)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井(정, 경)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井(정)은 가로와 세로로 테를 짜는 일이고, 가래 뢰(耒)部는 쟁기를, 耕(경)은 논밭을 가로세로 가지런히 갈다의 뜻이다. 회의문자로 보면 뢰(耒)와 井(정)의 합자(合字)이다. ❷회의문자로 耕자는 '밭을 갈다'나 '농사 짓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耕자는 耒(가래 뢰)자와 井(우물 정)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井자는 우물을 그린 것이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하니 井자를 응용된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耕자에 쓰인 井자는 밭을 일렬로 고르게 갈아놓은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耕자의 고자(古字)인 畊(밭갈 경)자에 井자가 쓰인 것도 고르게 갈린 논밭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耕자는 이렇게 쟁기로 밭을 고르게 갈아놓은 모습으로 그려져 '밭을 갈다'나 '농사 짓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耕(경)은 ①밭을 갈다 ②(농사에)힘쓰다, 농사짓다(農事--) ③노력하다(努力--) ④생계(生計)를 꾸리다 ⑤경적(耕籍: 임금이 신하를 거느리고 적전(籍田)을 갈던 일) ⑥농사(農事)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밭 갈 전(佃)이다. 용례로는 땅을 갈아 농사를 짓는 데 쓰는 기구를 경구(耕具), 경작하는 과수원이나 뽕나무 밭 따위를 경원(耕園), 토지를 갈아서 농작물을 심음을 경작(耕作), 갈아 놓은 땅 또는 농지로 삼는 땅을 경지(耕地), 논이나 밭을 개간하여 갊을 경간(耕墾), 땅을 일구어 농작물을 심어 가꿈을 경식(耕植), 논밭을 갈 때의 그 깊이를 경심(耕深), 농사 짓는 직업을 경업(耕業), 논밭을 갊을 경전(耕田), 논밭을 갈고 씨를 뿌려 가꿈을 경종(耕種), 농사 짓는 일과 거두어 일을 경확(耕穫), 곡식을 심기 위하여 땅을 파 일으킴을 경기(耕起), 농사를 지음을 경농(耕農), 밭 갈고 김을 맴을 경운(耕耘), 땅을 갈아서 농사를 짓는 사람을 경자(耕者), 농사 짓기와 글읽기 논밭을 갈고 글을 읽는다는 말을 경독(耕讀), 농사일은 머슴에게 물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은 항상 그 부문의 전문가와 상의하여 행해야 한다를 이르는 말을 경당문노(耕當問奴), 산에는 밭을 갈고 물에서는 물고기를 잡는 생활을 한다는 뜻으로 소박하고 속세에서 떠난 생활을 영위함을 이르는 말을 경산조수(耕山釣水), 남편은 앞에서 밭을 갈고 아내는 뒤에서 김을 맨다는 뜻으로 부부가 서로 극진하게 도우며 일하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경전서후(耕前鋤後), 밭을 갈고 우물을 판다는 뜻으로 백성이 생업을 즐기면서 평화로이 지냄을 이르는 말을 경전착정(耕田鑿井), 우물을 파서 물을 마시고 밭을 갈아서 먹는다는 뜻으로 천하가 태평하고 생활이 안락함을 이르는 말을 착음경식(鑿飮耕食), 벼루를 밭으로 삼고 붓으로 간다는 뜻으로 문필로써 생활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필경연전(筆耕硯田), 논을 갈 때가 되어서야 낼 물이 없어서 우물을 판다는 뜻으로 미리 마련해 두지 않고 있다가 일이 임박해서야 허둥지둥 서두름을 이르는 말을 임경굴정(臨耕掘井), 땅을 다 다듬고 이제 농사를 지으려 하니까 농사 지을 땅을 빼앗아 간다는 뜻으로 오랫동안 애써 준비한 일을 못하게 빼앗는다를 이르는 말을 임농탈경(臨農奪耕) 등에 쓰인다.
▶️ 少(적을 소/젊을 소)는 ❶회의문자로 작을 소(小; 적다)部와 丿(별)의 합자(合字)이다.작은 물체의 일부분이 떨어져 나가 적어지는 모양을 본뜬 글자로 적다를 뜻한다. 小(소)는 작다는 뜻과 적다는 뜻의 양쪽을 나타내었으나, 나중에 小(소; 작다)와 少(소; 적다)를 구별하기 위하여 한 가운데의 갈고리 궐(亅; 갈고리)部와 나눔을 나타내는 八(팔)을 합(合)하여 물건을 작게 나누다의 뜻을 가진다. 小(소)는 작다와 적다의 두 가지 뜻을 나타냈으나, 나중에 小(소; 작다)와 少(소; 적다)를 구별하여 씀을 조금 바꾸었다. 少(소)가 붙어야 할 말을 小(소)로 쓰는 일이 많음은 본디 한 글자였기 때문이다. ❷상형문자로 少자는 '적다'나 '많지 않다', '젊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少자는 작은 파편이 튀는 모습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小(적을 소)자와 기원이 같다. 다만 小자가 3개의 파편을 그린 것이었다면 少자는 4개의 파편이 튀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고대에는 파편의 수와는 관계없이 小자와 少자 모두 '작다'는 뜻으로 쓰였다. 그러나 지금의 小자는 '작다'로 少자는 '적다'는 뜻으로 분리되었다. 그래서 少(소)는 ①적다, 많지 아니하다 ②작다 ③줄다, 적어지다 ④적다고 여기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다 ⑤젊다 ⑥비난하다, 헐뜯다, 경멸하다 ⑦빠지다 ⑧젊은이, 어린이 ⑨버금(으뜸의 바로 아래), 장에 버금가는 벼슬에 붙이는 말 ⑩잠시(暫時), 잠깐, 조금 지난 뒤에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적을 사(些), 적을 과(寡),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많을 다(多), 늙을 노/로(老)이다.용례로는 적은 수효를 소수(少數), 완전히 성숙하지도 않고 아주 어리지도 않은 사내 아이를 소년(少年), 완전히 성숙하지 않고 아주 어리지도 않은 여자 아이를 소녀(少女), 적은 액수를 소액(少額), 나이가 젊고 혈기가 왕성함을 소장(少壯), 적은 분량을 소량(少量), 잠깐 동안이나 잠시 지나간 동안을 소경(少頃), 줄어서 적어짐을 감소(減少), 매우 적음을 사소(些少), 분량이나 정도의 많음과 적음을 다소(多少), 적고 변변하지 못함을 약소(略少), 늙은이와 어린아이를 노소(老少), 아주 적어서 얼마 되지 못함을 근소(僅少), 지나치게 적음을 과소(過少), 가장 적음을 최소(最少), 나이가 적음을 연소(年少), 드물고 썩 적음을 희소(稀少), 조금도 개의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소불개의(少不介意), 나이 젊고 건강한 사람은 날카롭다는 뜻으로 소장은 흔히 20~30세의 왕성한 지식욕과 행동력을 갖춘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을 소장기예(少壯氣銳), 조금도 마음을 움직이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소불동념(少不動念), 조금도 뜻대로 되지 않거나 조금도 뜻과 같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소불여의(少不如意), 어릴 때의 버릇은 천성과 같이 됨을 이르는 말을 소성약천성(少成若天性), 젊었을 때 저지른 잘못을 일컫는 말을 소시지과(少時之過), 남자와 여자와 늙은이와 젊은이 곧 모든 사람을 일컫는 말을 남녀노소(男女老少), 노인과 젊은이가 함께 즐김을 일컫는 말을 노소동락(老少同樂), 한 번 웃으면 그만큼 더 젊어짐을 일컫는 말을 일소일소(一笑一少), 노인도 소년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뜻으로 사람의 목숨은 덧없어 정명을 알 수 없으므로 죽음에는 노소가 따로 없음을 이르는 말을 노소부정(老少不定), 먹을 것은 적고 할 일은 많음이라는 뜻으로 수고는 많이 하나 얻는 것이 적음을 일컫는 말을 식소사번(食少事煩), 시국이나 병세가 매우 위급하여 안심하기 어려움을 이르는 말을 위다안소(危多安少) 등에 쓰인다.
▶️ 食(밥 식/먹을 식, 먹이 사, 사람 이름 이)은 ❶회의문자로 饣(식)은 동자(同字)이다. 사람(人)이 살아가기 위해 좋아하며(良) 즐겨먹는 음식물로 밥을 뜻한다. 사람에게 먹이는 것, 먹을 것, 먹게 하다는 飼(사)였는데 그 뜻에도 食(식)을 썼다. 부수로서는 그 글자가 음식물 먹는데 관계가 있음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食자는 '밥'이나 '음식', '먹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食자는 음식을 담는 식기를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食자를 보면 음식을 담는 식기와 뚜껑이 함께 그려져 있었다. 食자는 이렇게 음식을 담는 그릇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밥'이나 '음식', '먹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食자가 부수로 쓰일 때도 대부분이 '음식'이나 먹는 동작과 관련된 뜻을 전달하게 된다. 참고로 食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모양이 바뀌어 飠자나 饣자로 표기된다. 그래서 食(식)은 ①밥 ②음식 ③제사 ④벌이 ⑤생활 ⑥생계 ⑦먹다 ⑧먹이다 ⑨현혹케하다 ⑩지우다 그리고 ⓐ먹이, 밥(사) ⓑ기르다(사) ⓒ먹이다(사) ⓓ양육하다(사) ⓔ사람의 이름(이)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음식을 청해 먹은 값으로 치르는 돈을 식대(食代), 부엌에서 쓰는 칼을 식도(食刀), 여러 가지 음식을 먹는 일을 식사(食事), 한 집안에서 같이 살면서 끼니를 함께 먹는 사람을 식구(食口), 음식점이나 식당에서 먹을 음식과 바꾸는 표를 식권(食券), 밥을 먹기 전을 식전(食前), 식사를 마친 뒤를 식후(食後), 음식을 담아 먹는 그릇을 식기(食器), 음식만을 먹는 방 또는 간단한 음식을 파는 집을 식당(食堂), 뜻밖에 놀라 겁을 먹음을 식겁(食怯), 음식에 대하여 싫어하고 좋아하는 성미를 식성(食性), 음식(飮食)을 만드는 재료를 식료(食料), 남의 집에 고용되어 부엌일을 맡아 하는 여자를 식모(食母), 음식(飮食)을 먹고 싶어하는 욕심을 식욕(食慾), 한번 입 밖으로 냈던 말을 다시 입속에 넣는다는 뜻으로 앞서 한 말을 번복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를 가리키는 말을 식언(食言), 각종 식품을 파는 가게를 식품점(食品店), 음식을 먹은 뒤에 몸이 느른하고 정신이 피곤하며 자꾸 졸음이 오는 증세를 식곤증(食困症),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는다는 뜻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데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식이위천(食以爲天), 식량으로 옥을 먹고 계수나무로 밥을 짓는다는 뜻으로 물가가 비싸 생활이 어려움을 이르는 말을 식옥취계(食玉炊桂), 생선을 먹을 때에 한쪽만 먹고, 다른 쪽은 남겨둔다는 뜻으로 민력을 여축하는 일을 이르는 말을 식어무반(食魚無反), 근심 걱정 따위로 음식 맛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식불감미(食不甘味), 집게손가락이 움직인다는 말로 음식이나 사물에 대한 욕심 또는 야심을 품는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식지동(食指動), 먹을 것은 적고 할 일은 많음이라는 뜻으로 수고는 많이 하나 얻는 것이 적음을 일컫는 말을 식소사번(食少事煩), 사방 열 자의 상에 잘 차린 음식이란 뜻으로 호화롭게 많이 차린 음식을 이르는 말을 식전방장(食前方丈), 식량이 떨어져 기운이 다함을 일컫는 말을 식갈역진(食竭力盡), 음식을 잘 차려 먹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식불이미(食不二味), 맛있는 고기만 먹고 지내면서 누리는 부귀를 일컫는 말을 식육부귀(食肉富貴), 식객이 삼천 명이라는 뜻으로 함께 하는 사람이 대단히 많음을 이르는 말을 식객삼천(食客三千), 나라의 녹을 받아먹음을 일컫는 말을 식국지록(食國之祿), 나라의 녹봉을 받는 신하를 일컫는 말을 식록지신(食祿之臣), 소라도 삼킬 정도의 기개라는 뜻으로 어려서부터 기개가 뛰어남을 이르는 말을 식우지기(食牛之氣) 등에 쓰인다.
▶️ 衆(무리 중)은 ❶회의문자로 眾(중)이 본자(本字), 众(중)은 간자(簡字)이다. 人+人+人은 사람을 셋 그려 많은 사람을 나타낸다. 目(목)은 日(일; 태양)이 변한 모양으로, 종의 집단이 태양 밑에서 땀을 흘리며 일 시켜지고 있는 모습이다. 나중에 많은 사람이 한군데를 바라보는 모양, 마음을 합(合)하여 일을 하다, 많은 사람, 많음이라 생각하였다. 더욱 나중에 자형(字形)을 目(목)을 血(혈)로 잘못 써 衆(중)이란 속체(俗體)가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衆자는 '무리'나 '백성'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衆자는 血(피 혈)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피'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衆자는 갑골문에서부터 지금까지 많은 변화를 거친 글자다. 갑골문에서는 많은 사람이 뙤약볕에서 일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태양 아래에 3명의 사람을 그렸었다. 그러나 소전에서는 日(날 일)자가 罒(그물 망)자로 잘못 바뀌게 되었고 해서에서는 다시 血로 잘못 표기되면서 지금 衆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衆자는 본래 사람이 많은 것을 뜻하기 때문에 지금은 '많은 사람'이나 '대중', '백성'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衆자는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변화했기 때문에 眾자나 㐺자 众자와 같은 여러 글자가 파생되어 있다. 그래서 衆(중)은 ①무리(모여서 뭉친 한 동아리) ②군신(群臣: 많은 신하), 백관(百官) ③백성(百姓), 서민(庶民) ④많은 물건 ⑤많은 일 ⑥차조(찰기가 있는 조) ⑦땅, 토지(土地) ⑧장마(여름철에 여러 날을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현상이나 날씨) ⑨성(姓)의 하나 ⑩많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무리 속(屬), 무리 휘(彙), 무리 도(徒), 떼 부(部), 붙을 부(附), 무리 대(隊), 무리 훈(暈), 무리 조(曹), 무리 등(等), 무리 군(群), 무리 배(輩), 무리 유/류(類), 무리 당(黨),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적을 과(寡)이다. 용례로는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나 의논을 중론(衆論), 여러 사람의 지혜를 중지(衆智), 뭇사람의 뜻이나 생각을 중지(衆志), 많은 사람들을 중생(衆生), 수효의 많음과 적음을 중과(衆寡), 맏아들 이외의 모든 아들을 중자(衆子), 여러 사람을 중인(衆人), 많은 백성을 중민(衆民), 많은 사람의 말을 중언(衆言), 많은 사람들의 뜻을 중의(衆意), 많은 어리석은 사람들을 중우(衆愚), 수 많은 교인을 중교(衆敎), 사회를 이루는 일반 사람을 공중(公衆), 수가 많은 여러 사람을 대중(大衆), 다수의 백성을 민중(民衆), 한 곳에 무리지어 모여 있는 사람들을 군중(群衆),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을 언중(言衆), 강연이나 설교 등을 듣는 군중을 청중(聽衆), 구경하는 무리를 관중(觀衆), 많은 사람이나 여러 사람을 다중(多衆), 뭇 사람들에게 깨우침을 경중(警衆), 어디에 많이 모인 뭇사람을 회중(會衆), 여러 소경이 매질하듯 한다는 뜻으로 아무데나 가리지 않고 마구 때린다는 말을 중고지장(衆瞽之杖), 장님 코끼리 말하듯이 전체를 보지 못하고 일부분을 가지고 전체인 것처럼 말한다는 말을 중맹모상(衆盲摸象), 적은 수효로 많은 수효를 대적하지 못한다는 말을 중과부적(衆寡不敵), 여러 사람의 입을 막기 어렵다는 뜻으로 막기 어려울 정도로 여럿이 마구 지껄임을 이르는 말로 중구난방(衆口難防), 뭇사람의 분노를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말을 중노난범(衆怒難犯), 여러 사람의 마음이 성을 이룬다는 뜻으로 뭇사람의 뜻이 일치하면 성과 같이 굳어진다는 말을 중심성성(衆心成城)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