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초, 한국 전쟁이 한창일 때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학교에서나 동네 골목에서 동무들과 어울려 놀다 보면 별것 아닌 일로 종종 다투는 일이 생겼다"라며 "그때마다 너나 할 것 없이 첫마디가 '야! 니 골로 가고 싶나?'라는 말이었다"고 했다.
그는 "시비를 걸면 상대는 '어라! 니가 진짜로 골로 가고 싶나?'라고 받아치며 싸웠다. 뜻도 모르고 주고받는 아이들의 이 말싸움은 어른들의 언행을 그대로 보고 배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록 어린 나이에도 그 말이 죽음을 뜻하는 말이라는 정도는 짐작할 수 있어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며 "하지만 어른들에게 '골이 어디 있어요?'라고 묻지 못했다. 철이 들고 나서야 이 말이 군경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을 뜻하는 은어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정말 화가 치밀고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부연했다.
글쓴이는 ‘골로 가다’는 속된 표현이니 ‘돌아가다’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자는 제안에 찬성한다. 다만, 뭔가 중요한 빠진 것이 있는 것 같아 사족을 단다. 소설가 이재운은 왜 이 말이 ‘비교적 최근에 생긴 표현’이라고 했을까?
“간밤에 김 생원이 돌아가셨어”
“에휴, 골로 가셨구만.”
좀 이상하다. 굳이 골로 갔다고 맞장구 칠 필요가 없다. 이런 식으로는 거의 쓰지 않는다. 일상에서 ‘골로 가다’라는 표현은 상대를 협박(?)할 때 자주 쓴다. “너 자꾸 까불면 골로 가는 수가 있다.” “골로 가고 싶니?” “저런 쓰레기들은 다 골로 보내야 돼.” 속된 표현을 넘어 공포와 전율을 느낀다. 그러면 왜 이런 식으로 표현하게 되었을까?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 소설가 이재운이 말한 ‘최근’은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일 것이다.
해방 후 좌우의 대결 속에서 스러져 간 국가폭력의 희생자들, 즉 1948년 4월의 제주4.3항쟁, 한국전쟁 시기의 보도연맹사건, 거창양민학살사건과 같은 천인공노할 역사의 현장에서 무고한 민간인들이 좌익으로 몰려 골짜기에 끌려가 죽임을 당했거나, 학살당한 후에 골에 버려졌다. 실제 좌익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희생자들은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한 예로 대구·경북 지역에서 3만 명의 보도연맹원이 죽었는데, 그 중 실제로 좌익은 5분의 1이었다. 설령 좌익일지라도 재판 없이 처형한 것은 학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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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저지른 불량 정권은 그들의 만행을 소리 없이 덮고 싶었겠지만, 인구에 회자된 ‘골로 가다’라는 표현이 비극의 현대사를 증언하고 있다. 우리가 무심히 쓰는 ‘골로 가다’는 무고한 희생자들의 아픔을 끌어안고 있다. 어원 분야의 전문가들이 긴 역사에서 비교적 ‘최근’에 널리 퍼진 이 말의 사연을 굳이 설명하지 않은 것은 상기할 때마다 마음이 불편한 탓도 있겠지만, 오랫동안 강요(?)된 침묵의 시대를 통과한 까닭도 클 것이다.
헐............
…
나도 뼈 얘기인줄 알았어... 절대 안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