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의 전설, 베트남계 '드래곤 레이디'와 나의 엇갈린 운명]
카지노 딜러의 삶은 화려한 조명 아래서 매일같이 정신적 한계와 싸워야 하는 고단한 여정입니다. 특히 마피아가 지배하던 시절의 라스베이거스는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묘하고 위험한 전설들이 숨 쉬던 곳이었습니다. 직접 목격하지 않고는 믿기 힘든 황당한 루머들이 안개처럼 자욱했죠. 오늘은 그 수많은 전설 중에서도 이름만 들어도 딜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여인, 일명 **‘드래곤 레이디’**에 얽힌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다이아몬드 배낭과 광기 어린 징크스]
그녀는 베트남 전쟁의 포화를 뚫고 탈출한 여인이었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미국으로 망명할 당시, 배낭 가득 다이아몬드를 채워 왔다고 하더군요. 그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카지노 판을 휩쓸고 다녔지만, 그녀의 이름이 전설이 된 건 돈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광기에 가까운 폭력성과 기괴한 집착으로 유명했습니다. 블랙잭 게임 중 화가 나면 무거운 크리스털 재떨이로 딜러의 손등을 내리쳐 골절상을 입히고, 거액의 합의금으로 상황을 무마하는 일이 예사였죠. 더 황당한 것은 그녀만의 '행운의 의식'이었습니다. 게임이 안 풀리면 테이블 밑으로 기어 들어가 남자 딜러의 급소를 움켜쥐는 성추행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남자 딜러의 소중한 곳을 잡아야 운이 들어온다"는 그녀만의 기괴한 신념 때문이었죠. 그로 인해 고발당하고도 큰돈을 뿌려 풀려났다는 이야기는 당시 딜러들 사이에서 공포와 조롱이 섞인 전설로 통했습니다.
그녀의 외모 또한 잊을 수 없을 만큼 강렬했습니다. 둥근 얼굴에 부릅뜬 큰 눈, 짧게 친 머리, 그리고 목에는 두 마리의 금돼지가 '69' 형상을 하고 있는 기묘한 금목걸이가 걸려 있었습니다. 전형적인 동남아시아인의 모습이었지만, 그 얼굴엔 모진 풍파를 겪어낸 듯한 독기와 형언할 수 없는 인생 역경의 흔적이 깊게 패어 있었습니다.
["굿 럭(Good Luck)"이라는 금기어]
운명의 장난이었을까요? 어느 날 제가 그녀의 테이블로 배정되었습니다. 저를 날카롭게 째려보던 그녀가 첫 판부터 엄포를 놓더군요.
"절대로 나한테 행운을 빈다는 말을 하지 마."
그녀에게 '굿 럭'은 행운이 아니라 저주를 부르는 주문이었던 모양입니다. 저는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묵묵히 카드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돈을 따고 잃는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고, 제 근무 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결정적인 판이 벌어졌습니다.
그녀의 손에 들어온 카드는 6과 5. 합이 11이었습니다. 그녀는 지체 없이 1만 달러(약 1,300만 원) 짜리 칩을 더블다운(Double Down)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승부수였죠. 긴장감이 흐르는 찰나, 저도 모르게 직업적인 습관이 튀어나오고 말았습니다. 카드 한 장을 건네며 무의식중에 내뱉은 한마디.
"Good Luck!"
그 순간, 테이블 위의 공기가 얼어붙었습니다. 그녀에게 건네진 카드는 고작 '2'였습니다. 합이 13이 된 그녀의 패는 제 17 앞에 힘없이 무너졌고, 2만 달러가 순식간에 하우스로 넘어갔습니다.
[재떨이가 날아온 지옥의 문]
그녀의 눈이 뒤집혔습니다. "네놈이 '굿 럭'이라고 지껄여서 재수가 옴 붙었다!"는 비명과 함께 옆에 있던 묵직한 유리 재떨이가 제 얼굴을 향해 날아왔습니다. 다행히 45년 딜러 인생에서 길러진 자율신경 반사작용 덕분에 고개를 살짝 비틀어 화는 면했지만,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보안 요원들과 핏보스(Pit Boss)가 달려와 상황을 수습했습니다. 하지만 결말은 허무했습니다. 고객의 징크스를 건드린 제가 사과하고 모든 잘못을 인정해야 하는, 이른바 '개 같은 시추에이션'으로 일단락된 것이죠.
테이블을 교체하고 나가는 길, 핏보스가 제 곁으로 다가와 나직하게 속삭였습니다.
"이 바보야, 그 재떨이 그냥 헤딩 한 번 하고 맞지 그랬냐. 그랬으면 몇백만 불은 뜯어낼 기회였는데."
황당한 농담에 제가 되물었습니다. "그러다 급소라도 맞아서 죽으면요?"
그러자 핏보스는 무심하게 대답하더군요.
"그럼 네 가족들한테 더 큰 돈이 돌아갔겠지."
도박판 위에 피어난 아이러니
돈이 된다면 목숨도 담보로 잡는 인간의 탐욕, 그리고 그 욕망이 소용돌이치는 카지노라는 공간. 씁쓸한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돈에 미친 사람들이 없었다면 카지노도, 저의 45년 딜러 인생도 존재하지 않았겠지요.
한 우물만 파며 살아온 45년의 세월 동안 참으로 많은 것을 보았습니다. 딜러라는 직업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기이한 일들도 수없이 겪었죠. 다음 글에서는 제가 라스베이거스의 새벽 하늘에서 목격했던, 믿기 힘든 기이한 UFO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께는 '드래곤 레이디'의 저주가 아닌, 진정한 행운이 깃드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김해송의 장손 김성필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