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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청풍우(陰晴風雨)
흐리고 개고 바람 불고 비 오고
陰 : 흐릴 음(阝/8)
晴 : 갤 청(日/8)
風 : 바람 풍(風/0)
雨 : 비 우(雨/0)
기후가 사람의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농사일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옛날 시골에서 농사일 가운데 '물꼬 보는 일'이 있다. 물꼬란 논의 물이 출입하는 논둑에 있는 통로인데, 그 높이를 적절하게 맞추는 일이 물꼬 보는 일이다. 요즈음 '물꼬를 튼다'는 말은 살아 있지만 '물꼬 본다'는 말은 거의 안 쓰인다.
수리안전답이 아닌 천수답인 경우, 비가 많이 오려고 하면 재빨리 논으로 달려가 물꼬를 낮추어 놓아야 논두렁(논둑)이 안 무너진다. 논두렁이 무너지면 논에 물을 가둘 수 없어 벼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 또 비가 그치려 하면 재빨리 논으로 달려가 물꼬를 높여 놓아야 논에 물이 빠져나가지 않아 가뭄에 대비할 수 있다. 논이 한군데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서 일꾼들이나 농사일을 거드는 애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한다.
그런데 비가 많이 올 것 같아 물꼬를 낮추어 놓았는데 비가 안 오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논의 물이 금방 말라 벼가 타들어가 버린다. 그러면 어른들로부터 1년 내내 꾸지람을 듣게 된다.
일기예보라는 것을 모르던 그때 모든 농민들이 바라던 바는 "비가 올지 안 올지, 많이 올지 적게 올지 미리 알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라는 것이었는데, 60년 전 농촌 사람들은 실현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단지 공상적으로 바랐던 일이었다.
옛날의 기상 관측 방법은 "정월 대보름날 달빛이 붉으면 가물고, 희면 비가 많이 온다", "저녁노을이 고우면 그다음 날 맑고, 달무리가 지면 비가 온다" 등이었다.
조선시대에도 기후를 관측하는 관상감(觀象監)이 있었지만 정확한 관측기구가 없으니 정확할 수가 없고, 또 왕실을 중심으로 한 몇몇 사람에게만 통보되고 일반 백성들에게는 그 혜택이 두루 미치지 못했다. 일기예보가 처음 생긴 것은 영국인데, 1848년부터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04년에 기상 관측이 시작되었고, 1965년부터 라디오방송에서 일기예보를 정기적으로 내보냈다.
1961년 이후 라디오 유선방송이라는 것이 설치되었는데 면 단위에 어떤 사업자가 본부를 설치하여 가구마다 유선으로 앰프를 연결하여 라디오 방송을 중계하여 듣게 만든 장치였다.
1965년 라디오 방송에서 "내일은 맑고 기온은 28도까지 오르겠습니다", "내일은 비가 내리고 바람이 많이 불겠습니다"라는 방송을 듣게 되었다. 사람들이 "어떻게 미리 알 수 있느냐?"고 너무나 신기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라디오나 텔레비전 방송이 아니라도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내일은 물론 1주일 뒤, 한 달 뒤의 일기도 다 알 수 있다.
지금은 일기예보가 거의 정확하니 이를 통해서 미리 재난을 방지할 수 있고, 일의 계획을 짤 수 있으니 일기예보가 우리 생활에 주는 편리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고, 국가 사회적으로도 경제적 손실을 크게 막아주고 있다.
28수로 날씨 보기[二十八宿定風雨陰晴訣]
○ 봄[春季]
허성(虛星)과 위성(危星)과 실성(室星)과 벽성(壁星)이 보이면 비바람이 많고, 규성(奎星)을 만나면 하늘빛이 맑아진다.
누성(婁星)과 위성(胃星)이 보이면 검은 바람[烏風]으로 추워 얼지만, 묘성(昴星)과 필성(畢星)이 보이면 온화하고 하늘 또한 밝아진다.
자성(觜星)과 삼성(參星)과 정성(井星)과 귀성(鬼星)이 보이면 해가 보이지만, 유성(柳星)과 성성(星星)과 장성(張星)과 익성(翼星)이 보이면 흐리다가 갠다.
진성(軫星)과 각성(角星) 두 별이 보이면 비가 조금 오다가, 혹시라도 바람과 구름이 일어나면 옆 고개로 가버린다.
항성(亢星)이 보이면 큰바람 불어 모래가 일어나고, 저성(低聲)과 방성(房星)과 심성(心星)과 미성(尾星)이 보이면 비바람 소리 들린다.
기성(箕星)과 두성(斗星)이 자욱하게 보이면 비가 조금 내리고, 두성과 여성(女星)이 미미하게 보이면 빗소리가 난다.
○ 여름[夏季]
허성과 위성(危星)과 실성과 벽성이 보이면 하늘이 반은 흐리고, 수성과 누성과 위성(胃星)이 보이면 비가 와서 어두컴컴하다.
묘성과 필성 두별이 보이면 비가 오고 자성과 삼성 두 별이 보이면 날이 흐리다.
정성과 귀성과 유성과 성성이 보이면 맑기도 하고 비가 오기도 하는데, 장성과 익성과 진성이 보이면 또한 맑고 밝다.
각성과 항성 두 별이 보이면 태양이 나타나고, 저성과 방성 두 별이 보이면 비바람이 크게 친다.
심성과 미성은 변함없이 밤새도록 비가 오고, 기성과 두성과 우성과 여성이 보이면 날이 맑다.
○ 가을[秋季]
허성과 위성과 실성과 벽성이 보이면 지진과 천둥에 놀라고, 규성과 누성과 위성과 묘성이 보이면 장마가 진다.
필성과 자성과 삼성과 정성이 보이면 맑았다가 또 비가 오고, 귀성과 유성이 보이고 구름이 열리면 외국 사신[客使]이 떠난다.
성성과 장성과 익성과 진성이 보이면 비가 오지 않고, 각성과 항성 두 별이 보이면 비바람 소리가 난다.
저성과 방성과 심성과 미성은 반드시 비가 오고, 기성과 두성과 우성과 여성은 비가 자욱하게 온다.
○ 겨울[冬季]
허성과 위성과 실성과 벽성이 보이면 비바람이 많이 불고, 규성을 만나면 하늘이 맑다.
누성과 위성이 보이면 빗소리 나다가 날이 얼어붙고, 묘성과 필성의 기약에 하늘은 또 맑아진다.
자성과 삼성 두 별은 앉았을 때 맑아지고, 정성과 귀성 두 별은 하늘빛이 누렇다.
유성과 성성이 구름을 일으킨다고 말하지 말라, 추운 날 비바람에 매서운 서리가 된다.
장성과 익성이 보이면 바람 불다가 또 해가 보이고, 진성과 각성이 보이면 밤에 비가 오다가 낮에는 다시 맑아진다.
항성이 보이면 큰바람 불어 모래가 일어나고, 저성과 방성과 심성과 미성이 보이면 비바람 소리가 들린다.
기성과 두성 두 별이 보이면 비가 오고, 두성과 여성이 보이면 흐리는 듯하다가 또 맑아진다.
흐리고 맑음을 점치는 것은 참으로 묘한 비결이니, 선현들의 신비한 비밀은 헛된 이름이 아니다.
손바닥에서 돌리는 별자리는 하늘에 응하여, 천지간 날씨의 흐리고 맑음을 정한다.
관천망기(觀天望氣)의 지혜
□ 옛기술 및 지혜
태양 둘레에 형성된 작은 광륜을 강수의 전조로 여기는 천문기상학적 속설이나 농가에 전래되던 날씨 관련 속담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기구를 이용한 기상관측이 시작되기 전에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 흔히 쓰던 방법이다. 3천년 전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날씨를 기록하고, 대기의 움직임을 설명하며 바람과 강수를 예측하였다.
날씨를 관측, 기록하고 그러한 기록에서 무엇인가를 유추하는 경험적 활동은 기후학으로, 물리적 지식으로 대기현상을 설명하고자 하는 이론적인 활동은 대기역학으로, 그리고 날씨를 예측하는 실용적 활동은 기상현업으로 각각 발전하였다.
구름이나 하늘의 상태를 보고 다가 올 날씨를 경험적으로 예측하는 것을 관천망기(觀天望氣) 혹은 일기이언(日氣俚諺)이라 한다.
일부 속설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어 물리적 이론으로 무장한 과학자들에게 많은 비판을 오랫동안 받아 왔지만, 오늘날까지 기상현업에서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기상학적 의미를 지닌 것도 많다.
예를 들면, '햇무리나 달무리가 나타나면 비가 온다', '연기가 땅에 깔리면 비가 온다', '종소리가 멀리 들리는 것은 비가 올 징조이다' 등은 현재도 농부나 어부들이 흔히 쓰고 있는 민간 일기예보 방법이다.
본 글은 조선시대 후기에 발간되었던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 언급되어 있는 기상학적 표현들을 통하여 오랫동안 우리나라 풍토와 자연조건에서 생활해 오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전래된 조상들의 기상학적 사고와 경험들을 살펴보고, 그 내용들의 기상학적 타당성을 평가하는 동시에 선인들의 지혜를 본받고자 하였다.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는 영조 42년인 1766년에 류중림이 홍만선의 '산림경제(山林經濟)'를 증보한 종합농업기술서이다. '산림경제'는 4권4책 (글자수로 16만 자 정도)으로 이루어진 농업과 일상생활에 관한 소백과사전이지만,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는 16권 12책(34만 자 정도)으로 구본의 배가 넘는 방대한 양이다.
류중림은 숙종 때 어의였던 류상의 아들로, 내의원에서 근무했던 세습의였다. 그의 의술활동이 산림경제를 과학적 안목으로 검토하고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를 증보 편찬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의 내용은 경기도 안산의 시사동향인이었던 임희성이 쓴 서문과 복거, 치농 등 대략 20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 논문의 소재인 날씨와 관련된 내용들은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권 15에 '증보사시찬요(增補四時纂要)'와 '농가 경험으로 예상하기(田家占候)'라는 제목 아래 상당한 분량이 정리되어 있으며, 권 2의 농사짓기에도 일부 표현되어 있다. 어떤 항목은 하나의 소제목 밑에 정리되어 있지만, 어떤 항목은 책 여기저기에 두서없이 기록되어 있다.
'증보사시찬요(增補四時纂要)'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사시찬요(四時纂要)'라는 책자를 증보한 내용이다.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가 증보편찬되던 당시에 두 종류의 '사시찬요(四時纂要)'가 있었다. 하나는 996년에 당나라 사람 한악이 초간한 농업서이며, 다른 하나는 세조의 명으로 강희맹(姜希孟, 1424∼1483)이 편찬한 것이다.
강희맹의 '사시찬요(四時纂要)'는 1년 4계절의 농사와 농작물에 관한 주의사항 및 농가의 일상생활에 대해 필요한 각종 지식을 광범위하게 기록한 것이다. 둘 중 어느 것을 류중임이 증보하였는지 본 논문에서는 특별히 확인하지 않았다.
'증보사시찬요(增補四時纂要)'의 주 내용은 음양오행설 등에 기초한 당시의 날씨 관련 속설들이다. 예를 들어 정월 3일 8일 11일 25일, 2월 3일 9일 12일 등과 같이 각 달의 특정일 날씨가 어떠하다 점치고 있다. 또한 설날과 같은 특정일의 날씨 상태에 따라 그 해 기후를 점치며, 대보름날 달그림자 길이로 홍수와 가뭄의 발생 여부를 짐작하고 있다. 그리고 각 계절의 첫째 갑일에 비가 오는 것으로 그 계절 기후를 점치고 있다.
이와 달리 전가점후의 장에 기록된 내용들은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는 날씨 관련 속담이 태양과 달, 별, 바람, 강수, 구름 등이란 소제목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는 기상학의 오랜 전통인 하늘 상태를 살펴 날씨를 예측한다는 관측망기(觀天望氣)에 적합한 내용이다.
하지만 전가점후의 장에도 일마다 간지를 배당한 일진 (60갑자일)의 날씨에 따른 속설이나 60갑자로 날씨 점치는 법[六十甲子日陰晴占法], 1년 동안 비바람점치기[一年內風雨占點], 1달 동안 날씨 점치기[月內晴雨占], 28수로 날씨 보기[二十八宿定風雨陰晴訣] 등이 '증보사시찬요(增補四時纂要)'의 내용보다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이를 미루어 보아 아마 당시에 전해지던 날씨 관련 속설들을 수집 되는대로 전가점후의 장에 모두 기록해 둔 듯하다.
□ 토의 및 평가
(1) 정월의 풍우 예측과 세험
증보사시찬요(增補四時纂要)의 내용을 평가하기 위해, 날씨와 관련된 부분들은 모두 원문과 확인 대조한 후에 오늘날의 기상학적 지식으로 그 내용을 평가할 수 있는지 우선 판단하였다.
증보사시찬요(增補四時纂要)의 내용들이 대부분 음양오행설에 근거를 두고 있어 음양오행설과 무관한 오늘날의 기상학적 지식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너무 많다. 특히 미신적인 요소가 강한 부분은 도저히 평가하지 못해 본 연구에서는 무시하였다.
다음은 증보사시찬요(增補四時纂要)에 정월 (正月)의 풍우예측[占風雨]과 세험(歲驗)을 기록한 하나의 예이다.
3일, 8일, 11일, 25일에는 모두 용이 모여서 비바람을 만들므로, 배타는 것을 금한다. 이하 같다. 10일 20일 오후에 3각 동안 모진 바람이 분다. 8일에 삼성을 보지 못하면 보름날에 비가 오고, 보름날에 바람이 불면 한식 때 반드시 비가 온다.
설날 아침에, 눈이 많이 오면 그 해에 가뭄이 든다. 붉은 기운이 있으면 가물고, 검은 기운이 있으면 홍수가 난다. 바람이 없이 흐리고 따뜻하면, 봄 가뭄이 있다. 보름날 밤에 비가 오지 않으면 봄 가뭄이 많이 든다.
설날이 병일이면 한달의 반이 가물게 된다. 무일이면 한달의 반이 가물게 된다. 사일이면 비바람이 많다. 계일이면 비가 많이 온다. 설날에 얼음이 얼면 홍수가 난다.
입춘이 정일이면 큰 가뭄이 들고, 임일이나 계일이면 홍수가 계수된다. 이날 흐리거나 비가 오면 홍수가 난다.
정월 3일에는 비바람이 분다는 것과 같이 특정일의 날씨를 진단하는 것은 과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는 미신적인 속설로 여기기 쉬우나, 근거가 전혀 없는 낭설만은 아니다. 누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특정일의 날씨를 진단하는 경향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해져 내려 왔다.
오늘날 기상학적 용어로는 '특이일(singularity)'이라 하며, 어떤 날씨가 우연히 특정일이나 그 부근에 자주 발생하는 것을 이른다.
특이일의 대표적인 예는 미국 북동부의 보스턴, 워싱턴, 뉴욕 등지에서 매년 1월 20일과 23일 사이에 겨울철 다른 날에 비해 기온이 뚜렷하게 높아지고 눈이 녹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 'January thaw'이며, 미국 남동부 지역에 위치한 고기압에서 불어오는 남풍과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삼국지의 적벽대전에서 제갈공명의 남동풍도 특이일의 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겨울철 기온특이일에 대해 기후학적으로 연구된 적이 있다. 이병설(1985)은 겨울철 기온이 낮은 한(寒)특이일과 기온이 높은 난(暖)특이일이 발생할 확률이 각각 60% 정도이고, 한특이일의 하늘상태는 대체로 맑으나 난특이일에는 비가 오는 날이 많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겨울철 특이일의 발생원인은 겨울철 서고동저형의 기압배치와 이동성 고기압이다.
위에 언급한 예와 같이 증보사시찬요(增補四時纂要)에 기록되어 있는 각 달의 여러 특이일들이 당시 사람들의 날씨에 대한 경험의 누적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음양오행설에 근거한 일진을 해석한 것인지 구분할 수 없다.
8일에 삼성이 보이지 않으면 보름날 비가 온다는 속설 역시 상당히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 겨울철 중위도 지역의 날씨는 7일 주기로 반복되는 경향이 강하므로, 타당성 있는 경험적 진단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늘날 역술인이 길일 잡듯이 설날이나 입춘 같은 특정일이 12지 중 무엇이냐에 따라 앞으로의 기후를 예측하는 것은 음양오행설과 민간신앙이 겹쳐져 있어 출전이나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전가점후의 장은 당시 농가에 전해지던 날씨와 관련된 속설들을 달, 별, 바람, 비, 구름, 노을, 무지개, 천둥, 번개, 서리, 눈, 얼음, 안개 등의 소제목으로 집대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앞 장의 증보사시찬요(增補四時纂要)처럼 역일마다 간지를 배당한 일진(60갑자일)과 관련된 날씨 속설이며 산, 땅, 물, 풀, 꽃, 나무, 새, 짐승, 용, 물고기, 뱀 등과 같은 주변 환경이나 동식물의 행동이나 상태에 따라 날씨를 점치는 법들을 수록하고 있다. 이 외에 등초가 타는 모양, 등불의 밝기, 숯의 상태 등에 따라 날씨를 점치는 방법도 포함하고 있다.
전가점후의 많은 내용들이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날씨 속담과 비슷한 것이 많으며, 표현 역시 기상학적으로 옳은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날씨 속설 대부분은 몇 시간 정도의 국지기상현상 외에 적용하기 어렵다.
(2) 전가점후
다음은 전가점후의 내용을 통해 당시 조상들의 과학적인 사고와 경험을 오늘날의 기상학적 해석으로 확인하고자 한다. 해석 말미에 오늘날 전해지는 날씨 속담을 덧붙였다.
햇무리가 있으면 비가 온다[日暈主雨].
달무리가 있으면 바람이 분다[月暈主風].
햇무리나 달무리는 대기 중에 떠 있는 얼음 알갱이에 햇빛이나 달빛이 부딪쳐 굴절 현상이 일어나 해나 달 주위에 동그랗게 띠가 생기는 현상으로, 주로 빙정으로 이루어진 엷은 권층운이 끼여 있을 때 나타난다. 권층운은 넓은 지역에 비를 내리게 하는 온난전선 전면에서 보통 발달하므로, 햇무리나 달무리가 있으면 머지않아 비가 올 징조이다. 햇무리나 달무리가 나타나면 비가 온다.
아침에 노을이 지면 비가 오고 저녁에 노을이 지면 맑다[朝霞雨暮霞晴].
노을은 해가 뜨고 질 때 태양의 고도가 낮아서 햇빛이 대기를 통과하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가시광선 가운데 청색 계열의 단파장은 먼지 알갱이나 공기입자에 부딪쳐 흩어지고 적색계열의 장파장만 우리 눈에 도달해 하늘이 붉게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따라서 아침노을은 해가 뜰 때 동쪽의 하늘이, 저녁노을은 해가 질 때 서쪽 하늘이 붉게 보인다.
먼지알갱이가 많은 공기 속에는 수증기가 적어 대체로 날씨가 맑다. 날씨를 만드는 기압시스템이 서에서 동으로 이동하는 우리나라에서 아침노을은 수증기가 적은 맑은 공기(고기압)가 동쪽에 있는 것을 의미하므로 곧 수증기가 많은(비를 내리게 하는) 기압골이 서쪽에서 이동해 올 수 있어 강수 가능성이 높아지며, 반면에 저녁노을은 서쪽에 위치한 맑은 공기가 이동해 오므로 밤에 맑다는 것을 예시한다. 저녁노을은 맑음, 아침노을은 비.
별빛의 반짝임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람이 분다.[星光閃爍不安主有風]
하늘의 별빛이 유난히 깜박거리면 이는 상층에서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상층의 강한 바람은 차츰 아래로 내려와 지상에도 강한 바람이 불게 된다. 별빛이 유난히 깜박거리면 큰 바람이 분다.
무지개가 동쪽에 보이면 날씨가 맑고 서쪽에 보이면 비가 온다[東見晴西見雨].
무지개는 햇빛이 수증기나 빗방울에 의해 반사 혹은 굴절되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항상 태양 반대쪽에 나타난다. 따라서 서쪽에서 뜨는 아침무지개는 서쪽 하늘에 수증기나 빗방울이 많다는 뜻이므로, 편서풍대에 위치한 우리나라에서는 서쪽의 비가 이동하여 머지않아 비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예시한다.
반대로 동쪽하늘에서 뜨는 저녁무지개는 동쪽하늘에 수증기나 빗방울이 많다는 뜻으로 비가 동쪽으로 이미 물러갔음을 의미하므로 맑은 날씨를 예상할 수 있다. 아침무지개는 비 저녁무지개는 맑음.
묘시(오전 5시~7시)가 되기 전에 천둥치면 비가 온다[卯前雷有雨].
상승기류가 있는 곳에서 양의 전하를 가진 물방울이 상층으로 올라가고 음의 전하를 가진 물방울이 아래로 내려가 지상의 양전하가 있는 곳으로 이동할 때 발생하는 빛에너지가 번개이며 이때 나는 소리가 천둥이다. 주로 구름과 지상 사이에서 발생하나 구름과 구름, 구름과 공기 사이에서도 발생하기도 한다.
번개와 천둥은 한여름 오후 내륙지방에서 태양복사에 의한 지면가열로 만들어진 소나기구름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열뢰), 따뜻한 기류가 찬 기류의 경계면을 따라 밀려 올라가는 한랭전선에 동반되어 나타나기도 하며(전선뇌우) 상층의 찬 기류가 밀려오면 기층 불안정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또한 저기압이나 태풍중심 부근에서 상승기류가 왕성한 곳에서도 발생한다. 따라서 아침에 천둥이 친다는 것은 지면가열에 의한 소나기구름이 아닌 한랭전선이나 저기압, 태풍에 의한 것이므로 지속적으로 강하게 올 수 있다. 아침 천둥은 비가 올 징조.
봄에 서리가 많이 내리면 가문다[春月多霜主旱].
서리는 수증기가 냉각된 것으로, 서리가 내리기 위해서는 기온이 낮아야 한다. 보통 봄에 서리가 내리기 위해서는 야간 복사냉각으로 지면이 냉각되어야 하며, 이런 날은 날씨가 맑아야 한다. 따라서 봄에 서리가 많다는 것은 맑은 날이 많다는 것으로 가물 가능성이 높다. 서리가 많은 아침은 맑다.
새벽에 낀 안개는 곧 걷혀서 날이 갠다[曉霧卽收晴].
새벽안개는 봄과 가을에 고기압의 영향을 받는, 바람이 잔잔하고 구름이 없는 날에 야간복사냉각에 의해 기온이 낮아지면 공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하여 생긴다. 이렇게 생긴 안개는 해가 떠올라 기온이 올라가면 곧 사라지게 된다. 새벽안개가 짙으면 맑다.
주춧돌에서 물이 흐르면 큰 비가 내린다[石礎水流主大雨].
고온습윤한 공기가 상대적으로 차가운 주춧돌에 접해 포화되면 공기 중 수증기가 응결되어 주춧돌에 물이 맺힐 수 있다. 고온습윤한 공기가 유입되고 있는 경우이므로 상층의 한기만 받쳐주면 큰비가 내릴 가능성이 높다.
물가를 지나다가 물에 향기 냄새를 날 경우에 비가 온다[水過經行聞得水有香氣主雨].
날씨가 화창하면 공기의 대류 활동이 활발하여 물에서 냄새가 나지 않지만, 저기압권내에서는 공기가 습하고 움직임이 적어 물비린내가 퍼지지 못해 냄새가 난다. 따라서 물에서 냄새가 나면 비가 올 징조이다. 냇가에서 물비린내가 나고 제비가 낮게 날면 비 올 징조.
바다가 울부짖으면 비바람이 많다[海嘯主雨風多].
높은 파도가 해안의 움푹 들어간 바위틈으로 밀려들면, 바위틈에 있던 공기가 압축되었다가 터뜨려지는데 이때 소리가 나게 된다. 바다에서 높은 파도가 일어나는 날은 주로 기압계의 변화가 심한 날이므로 날씨가 빨리 변한다. 바다가 울면 일기가 급변한다.
(3) 농사 관련
위에서 언급한 증보사시찬요(增補四時纂要)와 전가점후의 내용 이외에도 권2 농사지기 (治農)의 농사이야기(農談) 등에 날씨와 관련된 사항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농사와 관련된 자연재해 중에서 서리에 대한 관심이 특히 많았다. 그 중 일부를 소개하여 당시의 영농에 대한 과학적 지식수준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비가 오다가 갠 뒤에 북풍이 불면 날씨가 추어져서 이날 밤에 반드시 서리가 내린다.
늦가을에 서리가 내리려 할 때 밤에 서리나 이슬 기운을 받으면 속히 익는다.
따는 방법은 첫서리가 내리고 나면 곧 손상없는 것을 하나하나 완전하게 따야 한다. 만약 서리가 많이 내리면 여름을 지날 수 없다.
얼음이 녹아 땅이 풀릴 때 마른 종자를 파종하고 물을 대주되. 그 깊이가 반자 정도면 된다(좋다). 이른 봄에는 대체로 매서운 추위가 많은데 물이 깊으면 얼음이나 서리가 물에 닿아 얼어붙어도 종자가 상하지 않게 되고, 봄추위를 면할 수 있다.
만일 이때 물을 빼서 서리를 맞히면 말라죽으니, 특히 바로 위에 인용한 문장 가운데 마지막은 이른 봄 파종 뒤, 늦서리로부터 파종한 종자를 보호하는 영농법으로 오늘날 물리적 지식으로 판단해도 상당히 과학적인 지식이다.
파종 뒤 꽃샘추위와 같은 갑작스런 기온하강이 발생할 때 찬 공기가 직접 지면에 닿지 않게 논에 약 15cm 정도 물을 대어 상대적으로 따뜻한 물로 지면을 보온하는 방법이다. 오늘날에는 물대신 비닐을 덮어 보온못자리를 만들어 늦서리 피해를 막고 있다.
□ 결론 및 시사점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는 조상들의 날씨와 관련된 과학적 지식과 경험을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소재이다. 구름이나 하늘의 상태를 보고 다가 올 날씨를 경험적으로 예측하는 것을 관천망기의 전통은 오늘날에도 꾸준히 사용되고 있는 민간 일기예보 방법으로 기상현업에 종사하는 예보관들이 초단기예보에도 활용하고 있다.
서양 학문 체계에 의해 교육을 받아 온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조선시대 영조 대왕 시절 편찬된 농업기술서의 내용이 과학적 근거 없는 조잡한 잡문들로 취급하기 쉽겠지만, 그렇지 않다. 비록 몇 시간 정도의 국지예보에만 적용할 수 밖에 없는 경험적 지식이지만, 온도계와 같은 측기의 도움을 일체 받지 않은 상황에서 충분한 과학적 타당성이 있는 날씨 예측을 농업이나 일상생활에 활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햇무리와 달무리 같은 천문현상에 연계하여 날씨를 예측한 내용들 대부분은 오늘날 기상학적 지식으로 해석 가능한 훌륭한 경험 예보들이다. 그 외에 늦서리 방지를 위해 파종한 논에 물을 가두는 지혜는 오늘날 보온못자리와 차별이 없다. 또한 풍향 역시 15도 간격의 24방위 (자, 계, 축, 간, 인, ....)를 사용하여 바람을 세밀하게 구별하였다[風辨].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 국한된 결과들이지만, 조상들의 날씨와 관련된 지식과 경험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후세에 전한 것으로 판단된다.
□ 천문농법(天文農法)
벌교에 가면 강대인이라는 농사꾼이 있다. 체격은 무골(武骨)인데, 얼굴 눈빛은 도사 같고, 풍기는 체취는 털털한 농사꾼이다. 시간 날 때마다 팔영산(八影山)에 가서 기도를 한다. 이 사람의 주특기는 쌀농사이다. 다섯 가지 색깔이 나는 '오행쌀'을 재배한다. 붉은색 쌀도 있고, 푸른색, 검정색 쌀도 있다.
강씨는 농사를 지을 때 천문(天文)을 살핀다. 하늘의 별자리에서 오는 기운이 지상의 생물이나 식물의 발육, 성장에 미세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편다. "농사는 무엇인가?" "농(農)자를 보라! 곡(曲)자 밑에 별 진(辰)자가 합쳐져 있다. 농(農)은 '별들의 노래'인 것이다."
그는 농사를 별들의 노래로 생각한다. 예를 들면, 과일이나 채소를 비롯한 식물들은 보름 전까지 기운을 끌어올린다. 그러다가 보름 이후부터는 기운을 내려준다고 한다. 그러므로 그믐에 수확을 해야 열매가 알차다. 초순에 수확을 하면 좋지 않다. 토마토도 음력 보름에 수정을 하면 좋다. 그믐에는 수정하는 능력이 약해진다.
파종(播種)도 될 수 있으면 오전에 하는 것이 좋다. 새벽에 씨를 뿌리면 더 좋다. 이식(移植)은 오후에 하는 게 좋다. 그는 쌀의 수확도 다른 사람보다 늦게 한다. 24절기 중에서 서리가 내리는 상강(霜降) 이후에 수확을 하면 쌀의 질이 좋아진다고 한다.
식물의 잎사귀가 넓으면 칼슘이 많이 필요하다. 칼슘 성분을 스스로 만들어내려면 별에서 그 기운을 받아야 한다. 목성(木星)의 기운은 '규소' 기운이라 빳빳하다. 빳빳하면 병충해가 적다. 대나무를 벼 주변에 꽂아 놓으면 병충해가 적다는 이론이다.
"이러한 공부는 어디서 했는가?" "내가 터득한 것도 있고, 루돌프 슈타이너(Steiner)에게 많이 배웠다. 별들의 힘이 식물을 키운다는 '바이오 다이내믹' 이론의 창시자이다. 스위스 바젤에 가면 슈타이너가 설계한 '괴테아눔'이라는 건물이 있다. 1년에 한 번씩 45개국 사람들이 여기에 모인다. 건물 모습이 사람 얼굴처럼 생겼다. 장군대좌(將軍大座)에 잡은 터이다." 기회가 닿으면 장군대좌의 명당에 자리잡고 있다는 '괴테아눔'이나 한번 보러 가야겠다.
▶️ 陰(그늘 음, 침묵할 암)은 ❶형성문자로 隂(음)이 본자(本字), 阥(음)은 통자(通字), 阴(음)은 간자(簡字), 侌(음)은 고자(古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좌부변(阝=阜; 언덕)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어둡다는 뜻을 나타내는 글자 侌(음)으로 이루어졌다. 산의 해가 비치지 않는 그늘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陰자는 '그늘'이나 '응달', '음기'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陰자는 阜(阝:언덕 부)자와 今(이제 금)자, 云(구름 운)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今자는 뜻과는 관계없이 '금, 음'으로의 발음역할만을 하고 있다. 큰 언덕과 구름은 햇볕을 차단해 그늘을 만든다. 그래서 陰자는 그늘을 만들어 내던 구름과 언덕을 응용해 '그늘'을 표현했다. 그래서 陰(음, 암)은 (1)역학(易學)에서, 천지(天地)의 두 원기(元氣)의 하나. 양(陽)과의 유행(流行) 교감(交感)에 의해서 우주의 만물이 생성(生成), 변화(變化), 소장(消長)함. 해(日)는 양, 달(月)은 음, 남자(男子)는 양, 여자(女子)는 음 따위 (2)태극(太極)이 나누인 두 가지 기운(氣運)의 하나. 어두움, 땅, 달, 없음 등의 소극적인 방면을 상징하는 범주(範疇) (3)그늘. 사람 눈에 뜨이지 않는 일 (4)남녀(男女)의 생식기(生殖器) (5)음부호(陰符號) 또는 음수(陰數)를 이르는 말. 마이너스. 부(負) (6)약성(藥性), 체질(體質), 증상(症狀) 따위가 소극적이고 차고 조용한 것을 이르는 말 (7)음전기(音電氣) (8)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그늘, 응달 ②음(陰), 음기(陰氣) ③그림자, 해그림자 ④세월(歲月), 흐르는 시간 ⑤어둠 ⑥생식기(生殖器), 음부(陰部) ⑦암컷 ⑧뒷면 ⑨음각(陰刻) ⑩저승 ⑪가을과 겨울 ⑫신하(臣下) ⑬두루미(두루밋과의 새), 학(鶴) ⑭가만히, 몰래 ⑮음침(陰沈)하다 ⑯날이 흐리다 ⑰그늘지다 ⑱어둡다, 희미(稀微)하다 ⑲음각(陰刻)하다 ⑳덮다, 비호(庇護)하다 ㉑묻다, 매장(埋葬)하다, 그리고 ⓐ침묵(沈默)하다(암) ⓑ입을 다물다(암)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빛 광(光), 볕 양(陽), 갤 청(晴)이다. 용례로는 남이 모르게 일을 꾸미는 악한 꾀 또는 그 계약을 음모(陰謀), 천지 만물을 만들어 내는 상반하는 성질의 두 가지 기운을 음양(陰陽),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은 성질을 음성(陰性), 그늘지고 축축함으로 응달과 습기를 음습(陰濕), 마음이 음침하고 흉악함을 음흉(陰凶), 넌지시 남을 해롭게 함을 음해(陰害), 응달로 그늘진 곳을 음지(陰地), 사람의 생식기가 있는 곳을 음부(陰部), 남자의 외성기를 음경(陰莖), 여자의 외부 생식기를 음문(陰門), 세상이 모르는 숨은 공덕을 음공(陰功), 인장의 글자 획이 돋게 새긴 글자를 음문(陰文), 평면에 글씨나 그림 따위를 옴폭 들어가게 새김 또는 그러한 조각을 음각(陰刻), 오랫동안 계속해 내리는 음산한 비를 음우(陰雨), 두 개의 전극 간에 전류가 흐를 때 전위가 낮을 쪽의 극을 음극(陰極), 음의 기운을 음기(陰氣), 축복 받지 못한 사람이 죽어서 가는 곳을 음부(陰府), 정규적인 의미 이외의 따른 뜻을 전달하는 어구를 음어(陰語), 해와 달이라는 뜻으로 흘러가는 시간이나 세월을 광음(光陰), 달을 지구의 위성으로 일컫는 말을 태음(太陰), 푸른 나뭇잎의 그늘을 녹음(綠陰), 얼마 안 되는 시간을 촌음(寸陰), 몹시 짧은 시간을 분음(分陰), 산의 그늘을 산음(山陰), 가을의 구름 낀 하늘을 추음(秋陰), 계속 날이 흐림을 적음(積陰), 계속되는 흐린 날씨를 연음(連陰), 꽃이 핀 나무의 그늘을 화음(花陰), 무성한 나무 그늘을 번음(繁陰), 몸의 음기를 도움을 보음(補陰), 사람의 사타구니의 음부와 항문과의 사이를 회음(會陰),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서 좋은 일을 베풀면 반드시 그 일이 드러나서 갚음을 받음을 일컫는 말을 음덕양보(陰德陽報), 겉으로는 유순하나 속은 검어서 남을 해치려는 간사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음유해물(陰柔害物), 음과 양이 서로 잘 어울림을 이르는 말을 음양상균(陰陽相均), 남녀가 화락하는 즐거움을 일컫는 말을 음양지락(陰陽之樂), 미리 위험한 것을 방비함을 이르는 말을 음우지비(陰雨之備), 음과 양이 서로 합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음양상박(陰陽相薄), 음양이 서로 조화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음양부조(陰陽不調), 보는 앞에서는 순종하는 체하고 속으로는 딴마음을 먹음을 일컫는 말을 양봉음위(陽奉陰違), 흘러가는 세월의 빠름은 달려가는 말을 문틈으로 보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인생의 덧없고 짧음을 일컫는 말을 극구광음(隙駒光陰), 돌이 마주 부딪칠 때에 불이 반짝이는 것과 같이 빠른 세월을 이르는 말을 석화광음(石火光陰), 나무가 푸르게 우거진 그늘과 꽃다운 풀이라는 뜻으로 여름의 아름다운 경치를 일컫는 말을 녹음방초(綠陰芳草) 등에 쓰인다.
▶️ 晴(갤 청)은 ❶형성문자로 夝(청), 晴(청), 晴(청), 甠(청), 暒(청), 殅(청)과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날 일(日; 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靑(청; 푸른 하늘)으로 이루어졌다. 구름이 걷히어 해가 보이다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晴자는 ‘개다’나 ‘맑다’, ‘개운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晴자는 日(해 일)자와 靑(푸를 청)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소전에서는 夕(저녁 석)자와 生(날 생)자가 결합한 殅(갤 청)자가 ‘개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殅자는 비가 그친 뒤 모습을 드러낸 달(夕)과 땅 위로 올라오는 풀(生)을 함께 그린 것으로 날이 개고 있음을 표현한 글자이다. 그러나 해서에서부터는 푸르고 맑은 날이라는 뜻을 담은 晴자가 ‘개다’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晴(청)은 청천(晴天)으로 ①개다 ②맑다 ③(마음이)개운하다 ④눈물이 마르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빛 광(光), 볕 양(陽),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그늘 음(陰), 흐릴 담(曇), 비 우(雨)이다. 용례로는 맑게 갠 하늘을 청천(晴天), 하늘이 개어 맑음을 청명(晴明), 화창한 날에 아른거리는 아지랑이를 청람(晴嵐), 맑고 명랑함을 청랑(晴朗), 맑게 갠 천기를 청기(晴氣), 날이 갬과 비가 오는 일을 청우(晴雨), 하늘이 개고 날씨가 화창함을 청화(晴和), 맑게 갠 날에 오는 우박을 청박(晴雹), 날씨가 맑고 상쾌함을 청쾌(晴快), 하늘이 개어서 보기가 좋음을 청호(晴好), 일기의 밝음과 흐림을 청담(晴曇), 날씨가 개어 따뜻함을 청훤(晴暄), 맑은 날의 햇빛을 청휘(晴暉), 하늘이 상쾌하도록 맑게 갬을 쾌청(快晴), 저녁 때에 갠 날씨 또는 그 하늘을 만청(晩晴), 날씨가 반쯤 갬을 반청(半晴), 흐린 날과 갠 날을 음청(陰晴), 맑게 갠 가을날을 추청(秋晴), 날씨가 썩 산뜻하게 갬 또는 그런 날씨를 호청(好晴), 오랫동안 계속하여 오던 비가 새로 갬을 신청(新晴), 맑게 갠 봄날을 춘청(春晴), 지루하게 내리던 비가 그치고 잠깐 갬을 사청(乍晴), 갠 날에는 밖에 나가 농사일을 하고 비오는 날에는 책을 읽는다는 뜻으로 부지런히 일하면서 틈나는 대로 공부함을 이르는 말을 청경우독(晴耕雨讀), 갠 날에는 좋은 경치를 보이고 비 오는 날에는 기이한 경관을 보인다는 뜻으로 산수의 경관이 언제나 좋음을 이르는 말을 청호우기(晴好雨奇), 갠 하늘의 구름과 가을 하늘의 밝은 달이라는 뜻으로 마음속이 맑고 깨끗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청운추월(晴雲秋月), 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맑게 갠다는 뜻으로 병이나 근심이 씻은 듯이 없어짐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운권천청(雲捲天晴), 비가 그치고 날씨가 개어 맑음을 이르는 말을 우과천청(雨過天晴), 잠시 개었다 비 내리고 내리다 다시 갠다는 뜻으로, 세상 인심이 이와 같다는 말을 사청사우(乍晴乍雨) 등에 쓰인다.
▶️ 風(바람 풍)은 ❶회의문자로 风(풍)은 간자(簡字), 凨(풍), 凬(풍), 凮(풍)은 고자(古字)이다. 무릇(凡) 태풍이 지나간 다음에 병충(蟲)이 많이 번식한다는 뜻을 합(合)하여 바람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바람'을 뜻하는 風자는 본래 봉황새를 그린 것이었다. 갑골문에 나온 風자를 보면 큰 날개와 꼬리를 가진 봉황이 그려져 있었다. 봉황은 고대 중국의 전설에 등장하는 상상의 새로 갑골문에 나온 風자는 바로 그 상상의 새를 그린 것이었다. 그러나 風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바람이라는 뜻으로 혼용되기 시작했다. 바람의 생성원리를 이해하지 못했던 고대인들은 봉황의 날갯짓으로 바람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대에는 風자가 '봉황'과 '바람'으로 혼용되기도 했지만 이를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凡(무릇 범)자에 鳥(새 조)자가 결합한 鳳자가 '봉황새'를 뜻하게 되었고 봉황이 몰고 왔던 바람은 凡자에 虫(벌레 충)자가 더해진 風자로 분리되었다. 그래서 風(풍)은 (1)허황하여 믿음성이 없 말이나 행동을 이르는 말. 허풍 (2)바람을 막으려고 둘러 치는 천 (3)정신 작용, 근육 신축, 감각 등에 고장이 생긴 병. 전풍(顚風), 중풍(中風), 비풍(痺風) 따위 (4)원인을 알기 어려운 살갗의 질환(疾患). 두풍(頭風). 피풍(皮風). 아장풍(鵝掌風) 따위 등의 뜻으로 ①바람 ②가르침 ③풍속(風俗), 습속(習俗) ④경치(景致), 경관(景觀) ⑤모습 ⑥기질(氣質) ⑦병(病)의 이름, 감기(感氣), 중풍(中風: 뇌혈관의 장애로 인한 병) ⑧기세(氣勢: 기운차게 뻗치는 형세) ⑨절조(節操: 절개와 지조를 아울러 이르는 말) ⑩노래, 악곡(樂曲), 여러 나라 민요(民謠) ⑪뜻, 낌새 ⑫풍도(風度: 풍채와 태도를 아울러 이르는 말) ⑬소식(消息), 풍문(風聞) ⑭멋대로, 꺼리낌 없이 ⑮바람을 쐬다 ⑯바람이 불다 ⑰풍간(諷諫)하다(완곡한 표현으로 잘못을 고치도록 말하다) ⑱감화시키다, 교육하다 ⑲외우다, 암송하다 ⑳유전(流轉)하다(이리저리 떠돌다), 떠돌다 ㉑암수가 서로 꾀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옛적부터 행하여 온 모든 생활에 관한 습관을 풍속(風俗), 바람의 세력을 풍력(風力), 음식의 고상한 맛을 풍미(風味), 기후와 토지의 상태를 풍토(風土), 바람이 부는 방향을 풍향(風向), 어떤 상황이나 형편이나 분위기 가운데에 있는 어느 곳의 모습을 풍경(風景), 세찬 바람과 험한 물결을 풍파(風波), 속사를 떠나 풍치가 있고 멋들어지게 노는 일을 풍류(風流), 바람결에 들리는 소문을 풍문(風聞), 뜨거운 바람을 열풍(熱風), 몹시 세게 부는 바람을 폭풍(暴風), 자기가 가는 방향에서 마주 불어오는 바람을 역풍(逆風), 첫여름에 부는 훈훈한 바람을 훈풍(薰風), 갑자기 거세게 일어나는 바람을 돌풍(突風), 미친 듯이 사납게 부는 바람을 광풍(狂風), 바람 앞의 등불이란 뜻으로 사물이 오래 견디지 못하고 매우 위급한 자리에 놓여 있음을 가리키는 말 또는 사물이 덧없음을 가리키는 말을 풍전등화(風前燈火),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 뜻을 이룰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풍수지탄(風樹之歎), 바람에 불리면서 먹고 이슬을 맞으면서 잔다는 뜻으로 떠돌아다니며 고생스러운 생활을 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풍찬노숙(風餐露宿), 효도하고자 하나 부모가 이미 돌아가셔서 효양할 길이 없어 한탄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풍목지비(風木之悲), 바람이 불어 우박이 이리 저리 흩어진다는 뜻으로 엉망으로 깨어져 흩어져 버림이나 사방으로 흩어짐을 이르는 말을 풍비박산(風飛雹散), 뚫어진 창과 헐린 담벼락이라는 뜻으로 무너져 가는 가난한 집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풍창파벽(風窓破壁), 태평한 시대에는 나뭇가지가 흔들려 울릴 정도의 큰 바람도 불지 않는다는 뜻으로 세상이 태평함을 이르는 말을 풍불명지(風不鳴枝),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라는 뜻으로 일정한 주의나 주장이 없이 그저 대세에 따라 행동함을 이르는 말을 풍타낭타(風打浪打), 구름과 용이 만나고 바람과 범이 만나듯이 밝은 임금과 어진 재상이 서로 만남을 이르는 말을 풍운지회(風雲之會), 바람이 불고 번개가 친다는 뜻으로 매우 빠름을 이르는 말을 풍치전체(風馳電掣), 맑은 바람과 밝은 달 등의 자연을 즐기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풍월주인(風月主人), 바람이 자고 파도가 잔잔해진다는 뜻으로 들떠서 어수선한 것이 가라앉음을 이르는 말을 풍정낭식(風定浪息), 바람이 불어 구름이 흩어진다는 뜻으로 자취도 없이 사라짐을 이르는 말을 풍류운산(風流雲散), 바람과 비가 순조롭다는 뜻으로 기후가 순조로워 곡식이 잘 됨 또는 천하가 태평함을 이르는 말을 풍조우순(風調雨順), 새가 높이 날 때는 바람은 그 밑에 있다는 뜻으로 높은 곳에 오름을 이르는 말을 풍사재하(風斯在下), 바람과 구름 고기와 물이라는 뜻으로 임금과 신하의 아주 가까운 사이를 비유하는 말을 풍운어수(風雲魚水), 바람 앞의 티끌이라는 뜻으로 사물의 무상함을 이르는 말을 풍전지진(風前之塵), 바람에 머리를 빗고 비에 목욕한다는 뜻으로 외지에서 겪는 고생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풍즐우목(風櫛雨沐) 등에 쓰인다.
▶️ 雨(비 우)는 ❶상형문자로 하늘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는 모양을 본떴다. (우)란 음은 宇(우), 羽(우) 따위와 관계가 있고 위로부터 덮는다는 뜻이 닮았다. 부수(部首)로서는 비 또는 구름, 기타 기상(氣象)에 관한 뜻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고대 중국은 농경사회였기 때문에 농업을 매우 중시했었다. 농업의 성공 여부는 날씨와도 직결된다. 그래서인지 한자에는 날씨와 관련된 글자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雨자는 하늘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한자가 생성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날씨와 관련된 글자를 만드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 갑골문에 나온 雨자를 보면 하늘에 획이 하나 그려져 있고 그 아래로 점이 찍혀있었다. 이것은 구름 아래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雨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대부분이 날씨나 기상 현상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雨(우)는 ①비 ②많은 모양의 비유 ③흩어짐의 비유 ④가르침의 비유 ⑤벗의 비유 ⑥비가 오다 ⑦하늘에서 떨어지다 ⑧물을 대다 ⑨윤택하게 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흐릴 담(曇),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빛 광(光), 볕 양(陽), 갤 청(晴)이다. 용례로는 비가 온 분량을 우량(雨量), 비를 몸에 맞지 않도록 손에 들고 머리 위에 받쳐 쓰는 물건을 우산(雨傘), 1년 중에 비가 가장 많이 오는 시기를 우기(雨期), 눈과 비를 우설(雨雪), 비와 이슬을 우로(雨露), 비가 올 듯한 기미를 우기(雨氣), 비가 오는 날을 우천(雨天), 비 맞지 않도록 차림 또는 그 복장을 우장(雨裝), 비가 내림 또는 내린 비를 강우(降雨), 밤에 내리는 비를 야우(夜雨), 줄기차게 많이 오는 비를 호우(豪雨), 오랫동안 계속해 내리는 음산한 비를 음우(陰雨), 오래 오는 궂은 비를 음우(霪雨), 갑자기 많이 쏟아지는 비를 폭우(暴雨), 식물이 자라나기에 알맞도록 내리는 비를 자우(滋雨), 장마 때에 오는 비를 장우(長雨), 몹시 퍼붓는 비를 능우(凌雨), 세차게 내리는 비를 강우(强雨), 알맞은 때에 내리는 비를 감우(甘雨), 보리가 익을 무렵에 오는 비를 맥우(麥雨), 바람과 함께 내리는 비를 풍우(風雨), 천둥소리가 나며 내리는 비를 뇌우(雷雨), 산골짜기에 내리는 비를 계우(溪雨), 비가 온 뒤에 솟는 죽순이라는 뜻으로 어떤 일이 일시에 많이 일어남을 이르는 말을 우후죽순(雨後竹筍), 바람 불고 비오는 것이 때와 분량이 알맞음을 일컫는 말을 우순풍조(雨順風調), 비올 때의 경치도 매우 기이하고 갠 후의 경치도 좋다는 뜻으로 날씨에 따라 풍경이 변하는 모양을 일컫는 말을 우기청호(雨奇晴好), 비와 이슬이 만물을 기르는 것처럼 은혜가 골고루 미침을 이르는 말을 우로지은(雨露之恩), 회합 등을 미리 정한 날에 비가 오면 그 다음 날로 순차로 연기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우천순연(雨天順延), 비 온 뒤에 우산을 보낸다는 뜻으로 이미 지나간 일에 쓸데없는 말과 행동을 보태는 경우를 일컫는 말을 우후송산(雨後送傘), 떨어지는 빗방울이 돌을 뚫다라는 뜻으로 아무리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적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하면 해결되지 않는 일은 없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우수천석(雨垂穿石)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