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만의 잔혹동화 [10]
갑작스런, 그리고 직접적인 그의 고백아닌 고백에 난 그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새로운 왕자가 돼준다니. 아니, 그보다 책임지겠다고? 해피엔딩? 머리속이 마비된 느낌.
흐르는 눈물마저 느껴지지 않았다. 대답을 바라는 듯한 시선. 난 고집스럽게 정면만 바라봤다.
바람에 머리가 흩날렸지만 그의 시선을 막아주기엔 내 머리카락은 너무 짧았다.
한참의 침묵. 이 고요함이 불편하게 느껴질때쯤, 그의 입이 열렸다.
"보통 침묵은 긍정으로 해석하던데."
그때까지도 내머리는 무슨말부터 꺼내야할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책임을 지겠다, 복수를 돕겠다? 그저 궁지에 몰린 다급한 상황이 낳은 억지라는 걸 모르진 않을텐데.
내 장단에 맞춰주겠다는걸까. 무슨 이유로? 혼란스러운 이 마음은 쉽사리 진정될만한것이 아니었다.
"신데렐라양, 내맘대로 해석해도 되는거냐고요."
생각할 시간을 주지도 않는군. 하긴, 그 순간의 마음이 진심인거니깐. 시간이 지날수록 진심을 의심하는게 인간이지.
그럼…이순간의 내마음, 지금 느끼고 있는 이게… 내진심인건가. 나조차 나를 모르다니. 바보같아.
"…노원씨가 내게 그러더군요, 이태인씨가 날 여자로 본다고."
"호오. 그래?"
"그 말을 듣고도 황당일 순 있어도 큰 혼란을 느끼지 않았던 건, 처음 만난 여자에게
휘둘릴만큼 이태인씨는 감정적이지않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었어요."
고아였던 내게 주변의 시선이 마냥 따뜻하진 않았던 건 당연한 일이었다. 포장된 친절, 껍데기에 지나지않는 미소.
이런 가식적인 환경에서 하루하루 전쟁같이 살아온 내게, 짧은 순간 상대의 성향을 파악해내는 건 어려운일이 아니었다.
단순한 흥미라기엔 너무나 적극적인 자세. 이런 당신 역시 가식이고 포장이라면, 난…더이상 버틸 수 없을지도 몰라.
믿음을 주기엔 그 후의 상처가 너무 컸다. 상처가 두려워 다가가지 못한다. 그게 나.
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믿음을 주지 않는다. 그렇게 살아왔다. 이런 내게 유일한 믿음이었던 한사람, 신치호.
"믿음을 주면… 남는건 상처뿐인데. 처음부터 항상 그런건 내게 사치였어."
이태인은 허리를 숙여 나와 눈을 맞췄다. 흔들림 없는 강한 눈빛.
"그냥 믿어. 아무것도 생각하지말고 내게 의지해. 그럼 그게 믿음인거야. 절대 사치가 아니야."
울지않겠다. 그건 어릴적부터 내 자존심이었다. 오늘 서이효 자존심 다 버리는 날이네.
눈물샘이 고장났다는게 이런 경우일까. 자꾸만 눈앞이 흐려졌다.
"네 말대로 난 냉정하고 이성적인 편이지. 하지만 네 앞에서만큼은 진심을 다하고 있어.
그러니 너도…네 자신을 숨기지마. 이제 내가 네편이 되어줄테니."
전해져오는 온기, 따스한 진심. 사람의 체온이 이렇게 따듯한거였구나.
그 온기에 그동안 얼어붙어있던 눈물이 녹아내렸지만, 난 흐르는 눈물을 막지않았다.
나, 왜 당신에게 끌렸는지 아직도 모르겠지만…영원히 모른다해도, 끝까지 믿어보고 싶어졌어.
럭키가이… 내가 선택한 당신이니까.
사람들이 많은 번화가의 거리. 이 혼잡한 거리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을 느낀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피식. 재미있네, 서이효."
입가에 비웃음을 매단 채 한 곳만을 바라보는 여자.
그녀의 시선 끝엔 태인과 이효가 서있다. 울고 있는 이효를 보는 여자의 미소가 짙어졌다.
"나란아, 아까부터 뭘 그렇게 보는…어? 저거, 이효선배 아냐? 어라, 우는거야?"
"선배는 무슨. 웃기지도 않아."
"아. 근데 너랑 치호선배랑 사귀는거, 선배는 알아?"
"오늘 알았어. 10년을 사랑했느니 뭐니 온갖 폼은 다잡더니, 그새 남자가 눈에 들어오나보네?
그래, 니 주제에 치호오빠는 과분하지. 고아따위가 어딜 나대."
깔보는 말투와 싸늘한 얼굴. 낮의 순진하고 여렸던 가면을 벗어던진, 나란의 본모습이었다.
"그레도 저 선배, 엄청 유명하잖아.…너한테 해코지라도 하면 어쩌려고."
"푸훗. 소문은 믿을게 못돼. 냉혈마녀, 서이효…라고? 푸훗, 저게 어딜봐서?
질질짜는 모습이라니, 꼴사나워. 뭐…난 충분히 즐겁지만."
나란은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나란아, 뭐하려고?"
찰칵.
"후훗. 식상하다못해 뻔한 삼류드라마. 감독 은나란, 극본 은나란. 주연은 서이효, 오빠랑 나.
필요에 따라 저남자까지. 어때, 재미있지 않겠어?"
핸드폰에 선명히 찍힌 두사람의 모습. 이효쪽을 바라보며 나란은 낮게 속삭였다.
"앞으로도 날 즐겁게 해주길 바래. 네가 치호오빠에게 매달리는 모습이 보고싶거든, 나는.
나도 네가 지루하지않게 열심히 노력할게. 절대로 너따위에게 빼앗기지 않겠어."
곧이어 저장되었다는 알림창이 떴고, 나란은 더이상 볼일없단듯 그자리를 떠났다.
잠이 완전히 깨고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 나른한 평화를 계속 느끼고싶어 눈을 뜨지않았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아무생각도 하기싫어. 그러다 문득 어제일이 떠올랐다.
'나보고 럭키가이랬지? 복수 책임지라고도 했고. 그래, 책임져줄게. 그자식한테 복수도 하고.'
'내가 니 새로운 왕자 되준단 뜻. 해피엔딩으로 달려보자고, 신데렐라야.'
화끈. 얼굴로 피가 쏠리는 느낌에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썼다.
'이제 사랑땜에 우는 꼴사나운 짓, 안할거야. 나 책임진댔지? 넌…나 울리지마. 내 마지막 믿음, 지켜줘…제발.'
내말에 그는 살짝 웃었던것같다. 주위가 환해졌다고 느꼈을만큼 멋있게. 그 미소에 심장이 잠깐, 아주 잠깐 떨렸다면…
'걱정마라. 철저히 지켜주지.'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조금, 아주 조금 따듯했다면…이제 어떻해야하지. 이래서 술보다 분위기에 취하는거 더 무서운거구나.
이런 선택이 옳은건지,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건지 모든게 다 의심스럽다.
"…카르페디엠."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데. 그냥 끌리는대로 가는거야. 이렇게 즉흥적인것도 스릴있을거야.
아무생각도 하기싫다는 처음과 달리 지금 내 머리는 생각의 홍수상태였다.
-문자왔숑 문자왔숑♬
"응? 아침부터 무슨…"
그리고 그 홍수는 문자 한통으로 해일이 되어 날 덮쳤다.
[오전10시. 어제 만났던 카페로 오세요. 우리, 할 얘기가 많을것 같은데.
설마 그 콧대 높으신 선배님께서 절 피하시진 않을거라 믿어요.]
발신자를 확인하지 않아도 알것같은 건방진 문자. 싸가지. 이태인은 개선가능성은 있던데 말이야. 넌 영 글러먹었네, 은나란.
지금 시간은 9시. 또 나가야하나. 이놈이나 저놈이나 날 가만 못 둬서 안달이야. 다 끊어낼거야. 과거는 과거로써 끝인거야.
"시간이 약이니까."
이렇게 난, 너로 인한 이 상처를 치료해 가고있어, 치호야. 그게…서로에게 좋은 일인거니까.
첫댓글 잠깐들렸는데 언니소설이 딱! 있더라구~ 그래서 바로 들어와서 읽었징ㅎㅎ
역시 언니한테선 본받아야할게 너무너무 많은것같아..헤헤
그동안 정말 언니한테 많은 걸 배웠어!! 넘넘 고마워.>~<
소설도 나랑 너무 수준차이나!!ㅠㅠ 진짜 어떻게 이렇게 잘써~??!!
나도 열심히 노력해야지..ㅎ커밍업 너무 축하하구!!
소설 재밌어!! 담편도 빨리 나왔음 좋겠어~~
은나란.. 정말 볼수록 어이없어...;;;ㅎ 암튼!!
다음소설도 기다릴께!
★ 너와 나만의 잔혹동화
흐익..올리자마자 덧글이 달려서 놀랬다...
본받긴...나도 그닥 잘쓰는게 아닌걸...ㅜㅜ
내가 너무 게을러서 업뎃이 느린데.ㅋㅋ 앞으론 분발해야지!
너 소설도 재밌어!! 우리 같이 화이팅하자고!
요즘 이벵 당첨이 잘 되서 새 가상만 10개가 쌓였다...ㅋㅋ
인물표, 켈그...넘쳐서 뭘써야할지 행복한 고민중~
새해복이 터졌달까.ㅋㅋㅋㅋ우와...결국 내 자랑ㅋㅋ
은나란이라는 이름이 아까운ㅋㅋㅋㅋ 별난애 저건 진정한 사랑이 아냐!!<응?
재밌어요! 담편기대할게요ㅎㅎ
★ 너와 나만의 잔혹동화
그래도 이름만은 이쁘게 짓고 싶었어요ㅋㅋㅋ
더더욱 분발하여 돌아올게요! :) 기대 많이 하세요!!<응?
아아 은나란 저지지배 진짜 완전 싫어용!
그래도 처음엔 그냥 못된냔이네 하고 넘겼는데 이번편보니까
더싫어졌어용ㅋㅋ!
아,드디어 태인이가 고백을한건가용ㅋ아싸라뵹뵹뵹 완전 좋당ㅋ
근데 한편으론 좀..그래용ㅠ좋아하는연예인이 결혼한 기분ㅋㅋ?ㅠ
그래도 뭐..그상대가 이효니까!ㅋㅎㅋㅎ
은나란 고냔은 또 우리이효 만나서 뭐할려고!재수없는냔.
담편 기대되용ㅎ업쪽주세용용용ㅋㅎ
아,커밍업되신거 축하드리구용ㅎㅋㅎㅋ
★ 너와 나만의 잔혹동화
점점 잊혀져가는 나란이를 다시 끌여왔지요..
나름 주연급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어느새 버려진..
이왕이런거 전형적인 악녀로 만들까 고민중이예요!
커밍업 축하 감사해요~아직도 헤실헤실. 저, 복 터졌어요!
댓글 기다리신다기에 달려왔숨니다!ㅎㅎ 업쪽 주세요
★ 너와 나만의 잔혹동화
달려와주셔서 감사해요! :)
전 언제나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ㅋㅋ
제 소설은 항상 자동업쪽이랍니다~!
문자왓숑~문자왓숑~ㅎㅎ 업쪽부탁드려요~
★ 너와 나만의 잔혹동화
앗. 그걸 캐치해내시다니ㅋㅋ
요즘 시크릿가든에 빠져서..제 문자음도 저거예요ㅋㅋ
제 소설은 마지막편에 덧글 다시면 자동업쪽이예요 :)
저도 시크릿가든에 빠졌죠..주원..♥ㅋㅋ
옹옹옹~~빨리 담편도 보고 싶네요><저 나란이는 근데 왜 저런데요??이효가 더 이쁠 것 같고 성격도 좋은데....
그러고 치호땜에 우는 건 맞아도 이젠 진로 돌릴려고 한데 너무 이상한 듯;;헹헹 이번에도 업쪽 부탁드릴게요^^
★ 너와 나만의 잔혹동화
이상한가요!! 뭐가요?ㅜㅜ고칠게요오..?
넵! 언제나 자동업쪽! 기다리세요!
다음편은 치호의 번외를 써볼까 생각중이예요 :)
헤에..아니요~너무 나쁘다구요!!근데 저런 애들이 있어줘야죠~오오!!치호 번외라~기대되용!!
안녕하세요 오늘 홍보방에서 보고 끌려서 보게 됬어요 ㅎㅎ 잼있었어요 단편기대><
★ 너와 나만의 잔혹동화
재밌었다니 기쁘네요!
첫편부터쭉- 읽어주시다니 감동이예요ㅋㅋ
자동업쪽이니 11편때 쪽지 보내드릴게요~
오앗 ㅋㅋㅋㅋ 커밍업이닷ㅋㅋㅋ 문자왓숑 보고 순간ㅋㅋㅋㅋㅋ 뭐지..ㅋㅋㅋㅋ 담화기대할게@@
★ 너와 나만의 잔혹동화
ㅋㅋㅋ저거 시크릿가든 문자음이랄까.
그냥 홧김에 적어넣는데...음..역시 안어울리나.
빼버려야겠군!!ㅋㅋㅋ
아우 나란이 하여간 !!!!!!!!!!!!
★ 너와 나만의 잔혹동화
새로운 독자님이신가요?!!!
잊혀져가는 나란이..를 살리려는 저의 노력이어요.
처음엔 주연급이었는데..엑스트라도 안되는 듯해서...
다음편은 치호번외를 써볼까 생각중이예요. 업쪽 기다려주세요~
은나란 진짜 재수없네요
★ 너와 나만의 잔혹동화
이왕 이렇게 된거..악녀의 끝을 달려보려구요?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새로운 독자님이라니 너무 기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