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녀 에스페란샤
프롤로그
*부제 : 소녀에게
아주 전에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왕국이 있었네
그 왕국의 이름은 베로아왕국.
너무나도 처참한 전쟁이여서 그 때 살았던 사람들은 그 전쟁의 이야기를
입에 담기도 싫어했다지.
그리고 전쟁의 여파로 폐허가 되어버린 왕국의 터에는 몇백년이 지나도록
사람 하나 들락거리지도, 지나다니지도 않아 완전 황무지가 되어버렸지.
전쟁의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주는 타다 남은 왕성의 잔해들.
그을리고 부스러져 내려서 알아보지도 못할만큼 흉측했지.
그런 전쟁의 잔해들 아래에는 한 아름다운 소녀가 웅크리고 앉아있어.
마치 피를 머금은 듯 아름다우면서도 잔혹한 붉은 머릿결과 그를 닮아
섬뜻한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붉은색의 깊고 차가운 눈동자.
얼마나 입고다녔는지 너덜너덜하고 이리저리 찣겨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는
더러운 하나의 걸레같은 옷.
참 어느가문의 아이인지, 걸레같은 옷을 잘 들여다 보면 그 옷이 귀족가문에서만
살 수 있다는 드레스인것을 누구라도 알 수 있었으니까.
「이름이 어떻게되니?」
내가 자신의 앞에 다가서서 말을 걸기 전까지 소녀는 나를 느끼지 못한 듯
마치 죽어버린 쥐 한마리처럼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있을 뿐이였지.
내가 말을 걸자 소녀는 번뜩 정신이 돌아온 듯 깜짝 놀란눈을 하며 나를 쳐다보았어.
그 때 마주친 그 붉은색의 눈이란, 섬뜻하고 무서웠지만 가시속의 장미 한송이처럼
매혹적인 눈동자였지.
「… 이름따위는 없어.」
내가 말을 하자 소녀는 단호하게 첫 마디를 이렇게 내뱉었지.
앙칼지고 냉철한 지도자의 모습으로말이야.
많이 봐줘야 겨우 여덟살 남짓한 소녀였는데, 이런 냉철한 면이 있다니
그 당시에 백작의 자리에 오른지 만 2년째 되는 나도 놀라고야 말았어.
게다가 '이름따위는 없어' 라니, 그게 무슨소리인가.
「이름이 없다니 무슨소리야?」
「말 그대로야, 이름… 기억나지 않아.」
마치 반항하적인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차갑게 말하는 소녀에게 나는
얼어붙어서 아무말도 해주지 못했다.
소녀에게 받은 충격은 많았지만, 그 중 제일 충격이였던건 바로 자신이 버려진걸
아는 것 같은데 그걸 어린나이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차갑게 말하는 것이였달까.
그리고 그런 소녀를 보며 느낀건 다름아닌 소녀의 '가치' 였다.
미친사람 취급해도 모자르지는 않지.
혼자 버려진 소녀를 바라보며 느끼는게 불쌍함과 이익을 얻으려는 가치라니.
하지만 대부분의 귀족들이 나의 상황에서 그녀를 봤다면 분명 그녀에게서 무엇인가
특이함과 빛을 느꼈을거라고 생각하기에 내 생각이 틀렸다고는 하지않아.
그렇기에 나는 내가 어이없고 당황스러운걸 알면서도 소녀에게 이름을 정해줬어.
「샬리페, 어때?」
「……샬리페…?」
소녀도 이름을 바래왔던 것일까.
샬리페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오자 소녀의 붉고 무감정한 눈동자에 떠오른건
다름아닌 '갈망' 이라는 지독한 감정.
혼자있어서 외로웠고 이름도, 기억도 사라져서 찾길 원하고있던 중 자신의 이름이
아니여도 어디선가 들려온- 앞으로 자신의 이름이 되어버릴지도 모르는 한 단어
샬리페.
「샬리페… 천상의 꽃이라는 뜻이잖아. 그것도 고대어로.」
순간이였다.
소녀의 눈동자에 떠올랐던 갈망이 다시금 차가운 어둠으로 뒤덮혀 저 너머로
사라져버린건.
하지만 아까 지나갔던 '갈망'을 생각하자 어떻게해서든 소녀에게 이름을 붙혀줘야
겠다는 희망과 오기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잘 아네, 그래서… 마음에 들어?」
내 물음에 소녀는 잠시금 고민에 빠진 듯 했다.
무슨 고민일지는 그녀만 아는 사실.
잠시동안의 고민을 끝마친 그녀는 나의 눈을 똑바로 직시하더니 이내 천천히
고개를 두어번 끄덕이며 말했다.
「샬리페, 좋아… 샬리페.」
「그럼 함께 가자. 이런곳에 혼자있으면 외롭잖아.」
「…….」
그렇게 나는 소녀와 연(緣)을 맺었다.
언젠가는 이 어린소녀가 큰 빛을 발하며 사건을 터뜨릴거라는 스쳐지나가는
생각에 위험한 걸 알면서도 나는 소녀를 백작가로 데려왔다.
전쟁으로인해 폐허가 된 잔재들만이 남아있는 옛 베로아 왕국의 터
사람도 없는곳이지만 그런 곳을 여행하기 좋아하는 나는 전쟁때문에
무너진 왕국의 상징인 약속의 탑 아래에 쭈그려 있는 소녀를 발견하게된다.
붉은빛의 머리와 붉은색의 눈.
절대로 흔하지 않은 인상과 외모.
게다가 자신의 이름, 고향, 신분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소녀.
의심속에서 피어난 가시돋힌 한송이의 아름다운 장미.
언젠가는 이 어린소녀가 큰 빛을 발하며 사건을 터뜨릴거라는 스쳐지나가는
생각에 위험한걸 알면서도 나는 소녀를 내 성으로 데려왔다.
이 소녀가 바로 기억과 역사의 한모퉁이에 남아있는 그녀.
공녀 에스페란샤이다.
- 백작 오를레키나의 서(書) 중에서
★
공녀 에스페란샤 시작입니다 XD
전에 마이 페어 레이디라는 소설을 썼었는데
아휴, 아무래도 퓨전은
제 체질이 아닌가봅니다 :D
아무쪼록 공녀 에스페란샤
응원해주시면감사하겠습니다 ,
공녀 에스페란샤 시작입니다 !
+ 프롤로그만 1인칭 남자시점이구요, 다음편부터는
주인공이 저 소녀로바뀝니다 오해없으셨으면~
첫댓글 음. 공녀 에스페로린 <- 이 제목과 흡사하네요 'ㅁ'.
꺄 어떻게 ㅠㅜ 제가 tv보다 생각난제목이 에스페란샤인데;; 바꿔야할까요? 난감하네요 ㅠ
음음. 제목이 같아도 스토리는 다르면 장땡인거에요. 바꾸지마세요~이름 이뻐요. 에스페란샤. 그대로 쭉 이어가시길 바래요, 전.
그쵸 스토리만 다른면 되는거에요XD!! 덧글감사드립니다♪
잘 읽고 가요
감사합니다 우령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