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염소 고개만 내 쪽으로 돌려
엄메라, 부른다
관절이 안 좋아 요즘 부쩍 네 발로 걸었더니
놀란 저녁 강이 초록 물 위에 벌떡 일어나 앉는다
검게 빛나는 피부
대체, 니 엄메가 누구다 말이더냐,
짐짓 큰소리까지 치며 물어보고 싶었다
뿔 난 자리 간지러워 긁을 사이
지는 해가 내 목에 감긴 스카프를 보고
말뚝에 묶인 목줄 아닌가
착각하고 보는 것 같아 솔직히 충격이었다
오랜만에 바람 쐬러 강변에 나왔다가
생시에 없는 자식을 만난 것 같아 화들짝 놀랐다
내가 염소 모피를 입고 있어 지 어미인줄 알았는지
졸지에 책임질 일이 하나 더 늘어난 것 같아
인생이 막 심각해지려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미처 돌아보지 못한 곳에
염소 일가 풀을 뜯고 있었다
* 시인들은 왜 염소를 좋아할까...
강아지처럼 곰살맞지도 고양이처럼 우아하지도 소처럼 묵직하지도 않은데... 바로 그 점 때문에 ?^^
첫댓글 ㅎㅎㅎ귀여운 염소.
생각보다 눈이 너무 작아 놀랐던 염소.
늘 말뚝이 함께 생각나는 염소.
여자 사십 되기 전에 염소 한 마리 먹어야 한다는 말이 참 미안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