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병을 고치려고 싸우지 마라[PART2]-19.편안하게 죽는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죽는 것이다
평온사를 원한다면
재택 의료도 방법이다
암 말기라도 집에서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집에서 죽고 싶다”는 환자나, “집에서 마지막을 보내게 해주고 싶다”는 가족이 늘고 있다.
어느 80대 암 환자의 경우 머리와 목에 암이 생겨서 방사선 치료를 했지만, 얼마 후 재발이 되어 “더 이상은 치료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라는 조언과 함께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집에서는 가까운 곳의 개업의가 왕진을 와서 상태를 지켜봐주었다. 이후 가족들이 전하기로는 그가 죽기 1시간 전까지 의식이 뚜렷했으며, 마치 잠을 자듯이 편안히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이처럼 암으로 인한 사망은 죽기 직전까지 정신이 맑은 경우가 많다.
나의 경험으로는 통증의 경우 위암, 간암, 식도암, 자궁암 등 이 네 가지 암은 방치하면 나이에 관계없이 마지막까지 통증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다른 암이나, 치료 결과 통증이 나타난 경우도 고통을 진정시키는 ‘완화 치료’에 정통한 의사를 만나면 집에서도 통증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
무리한 연명 치료로
환자를 고통스럽게 하지 마라
집에서 말기암 환자를 간병하는 경우 주의해야 할 것은 수액 주입이다. 주사 바늘을 매일 교환하는 것은 환자 입장에서 아프고, 의사도 번거롭기 때문에 대부분은 환자의 신체 어느 부분의 정맥에 관을 꽂아 하루 종일 수액을 주입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주입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환자의 몸이 수분으로 붓게 된다. 그 수분이 폐에 다다르면 폐에 물이 차서 수영장에 빠졌을 때처럼 호흡이 힘들어지고 기침이나 가래도 나와 환자가 고통스러워한다. 가족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영양을 공급해 주고 싶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수액 주입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것은 환자를 ‘익사’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수액 주입을 하지 말고, 환자가 고목이 말라가듯 자연스럽게 숨을 거두게 하는 편이 낫다. 그것이 환자에게는 고통 없이 가장 편안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는 방법이다. 단, 수액 주입을 일절 하지 않는다는 것은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용기와 각오가 필요한 일이기는 하다.
실제로 현재 의료 산업 중에서 ‘재택 의료’는 성장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병원 측의 경제적인 목적이 있기 때문에 환자가 재택 의료를 희망하면 병원에서는 “수액을 주입하는 관은 꽂아서 환자를 집으로 돌려보내자”라고 생각한다. 또한 “어차피 수액을 주입할 거면 무슨 약이라도 같이 넣어보자”라고 생각하는 의사가 많기 때문에 항생제까지 투여하는 경우도 있어서 환자가 더욱 고통을 겪게 된다. 따라서 집에서 편안히 눈을 감고 싶다면 병원에서 겪었던 수액 과다로 인한 고통은 병원에 두고 오는 편이 좋다. 환자가 집에서 편안하게 죽고 싶고 편안히 숨을 거둘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면, 지속적으로 맞아왔던 수액과는 이별을 고해야 한다.
환자를 위하는 마음에서 만들어낸 의료 처치가 오히려 문젯거리가 되는 일이 흔히 있다. 콧구멍을 통해 위까지 튜브를 삽입해 영양분을 주입하는 ‘비강 영양(튜브 영양)’이나, 배에 구멍을 내어 위에 집접 튜브를 삽입해 영양과 수분을 주입하는 ‘위루(胃瘻)’도 그런 경우이다.
이처럼 강제적으로 영양을 공급하는 방법이 없었던 시대에는 사고나 뇌졸중으로 혼수상태에 빠지면 그것으로 사람의 목숨은 끝이었다. 몇 년씩 식물인간 상태로 살아가는 일은 없었다. 입으로 먹을 것을 억지로 흘려 넣으면 그것이 폐로 흘러들어가 폐렴으로 목숨을 잃게 된다. 영양을 공급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아사(餓死)로 생을 마무리하게 된다. 재택 의료를 선택하면 현대 의료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을 수 있다. 편안하게 죽는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 글은 곤도 마코토(近藤誠)의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더난출판, 이근아 옮김) 중 일부를 옮겨본 것입니다. 곤도 마코토는 1973년 게이오대학교 의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 가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립 도쿄 제2병원(현 국립병원 도쿄 의료센터) 방사선의학센터를 거쳐, 1983년 임상 동기들 중에서 가장 빨리 게이오 의과대학 방사선과 전임강사가 되었다. 유방온존요법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으나 암은 무조건 수술이나 항암데 위주로 치료하는 기존 의학계 입장에서는 눈엣가시라 전임강사에서 출세길이 막혀버렸다. 정년을 1년 앞둔 2013년에 곤도 마코토 암 연구소(www.kondo-makoto.com)를 개설하여 세컨드 오피니언 외래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항암제는 효과가 없다’, ‘건강검진은 백해무익하다’, ‘암은 원칙적으로 방치하는 편이 좋다’는 등의 위험한 고백으로 의학계에서는 눈 밖에 났지만 환자 중심의 치료를 실현하기 위해 의료정보 공개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항암제의 독성돠 확대 수술을 위험성 등 암 치료에 관한 정보를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 소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제60회 기쿠치간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환자를 상품으로 취급하는 현실에서 자신보다 환자를 더 사랑한 의사의 진심 어린 고백을 담고 있다. 과잉 진료로 이어지는 조기 암 진단이나 건강검진에 현혹되지 않도록 의학 상식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병원과 약을 멀리함으로써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