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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음에 그 집에 당도하여 사람이 보건말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성난 멧돼지같이 우당탕탕 달려들어 덕만이 그 방문을 덜컥 열어 보니 정말로 거기 거짓말 같이 잃어버린 자기소가 있었다.
소도둑놈이 들에 매어둔 소를 도둑질해 와서는 남이 볼세라 사람이 살지 않은 외딴집 방으로 소를 몰아넣어 시렁위에 고삐를 묶어놓고 풀을 뜯어 먹이면서 거기 감쪽같이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어두운 밤이 되면 멀리 장이 서는 큰 마을로 몰고 나가 아무도 몰래 팔아치울 속셈이었다.
“이놈아! 네 이 소도둑놈아! 거기 서! 천하에 날벼락 맞아 죽을 놈아!”
덕만이 고래고래 소리치며 그 외딴집 마당에 서성거리다가 불의의 사태에 직면하자 산속으로 재빨리 피해 달아나는 여우같은 얼굴의 소도둑놈을 쫓아가 붙잡아 때려눕혀 두 손을 새끼줄에 꽁꽁 묶어 한 손에 잡아 들고, 또 한손으로는 자기 소 고삐를 붙잡고 집으로 왔던 것이다.
“허 참! 그 정씨 점쟁이 영감님 덕분으로 그 덕만이란 사람이 소도 찾고 소도둑놈도 잡고 그랬다는구나! 이 고을에 지금 그 소문이 파다하다!” 어머니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아니, 그런 귀신같이 신통한 점쟁이가 있단 말인가요?” 신씨 부인이 놀라 말했다.
“그렇다마다 너 내일 그 정씨 점쟁이 영감을 찾아가서 니 남편 병에 대하여 점을 쳐보아라. 이 답답한 속이나 좀 시원하게......... 알겠지” 어머니가 말했다.
“으음!.......그래요. 그럼 어머니 내일 그 정씨 점쟁이 영감님에게 한번 가볼게요.” 신씨 부인이 말했다. 큰일도 모르고 당하느니 알고 당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다음날 일찍 아침을 먹은 신씨 부인은 곧 숨이 넘어 갈듯 자리에 누워있는 남편을 뒤로하고 다른 날 같잖게 머리 손질을 하고 얼굴에 대강 분칠을 하고는 이십 리길 그 용한 정씨 점쟁이 영감이 산다는 마을을 향해 분주히 발길을 재촉했다.
신씨 부인은 친정어머니의 말을 듣고는 사람의 힘으로는 도무지 고칠 수없는 남편의 병을 용하다는 그 정씨 점쟁이 영감에게 물어 생사(生死)의 의문을 풀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 점쟁이라면 또 어떤가!
만고풍상(萬古風霜) 인간사(人間事)!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이 세상에 왔으니 한번은 죽어 간다지만 그 가는 길을 범인(凡人)으로서는 한발 짝 앞도 내다 볼 수 없으니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붙잡는다는 심정으로 알고나 당하자고 속 시원히 묻고 싶지 않겠는가 말이다.
ㅡ계속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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