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아버지의 무관심 속에서 상처받았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그 아픈 기억은 단순히 과거에 머물지 않고, 성인이 된 후 자신의 아들을 키우는 방식에도 보이지 않는 흔적을 남깁니다. 아버지의 '방임(Uninvolved parenting)'이 아들에게 어떻게 대물림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Q. 선생님, 참담하고 후회스러운 마음에 글을 올립니다.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며칠 전 학교를 자퇴했습니다. 저는 직장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 양육은 아내에게만 맡겨두고, 평소 아이와 대화도 거의 없이 무관심하게 지냈습니다. 가끔 아이가 지각하거나 결석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사춘기라 그러겠지, 알아서 하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아빠로서 경제적인 지원만 하면 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결국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퇴 서류를 내고 나니, 제 방관과 무관심이 아이를 벼랑 끝으로 몬 것 같아 뼈저리게 후회됩니다. 저처럼 간섭도 안 하고 방치하는 부모의 태도가 정말 아이의 자퇴에 직접적인 원인이 된 걸까요? 이제라도 제가 아빠로서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제발 도와주세요.
A. 안녕하세요, 아드님의 자퇴 소식을 마주하시고 지난 시간의 무관심을 뼈저리게 후회하며 자책하고 계실 아버님의 무거운 심정에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뒤늦게나마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고 아이에게 다시 다가가려 하시는 아버님의 용기 있는 마음이 아이를 돕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아버님께서 짐작하신 대로, 청소년기 자녀를 향한 부모의 양육 태도와 무관심은 아이의 학업 중단(자퇴)에 매우 결정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자퇴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중기 청소년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부적절한 양육 방식(낮은 수준의 감독과 의사소통 부재)은 고등학교 자퇴 위험을 유의미하게 높이는 핵심 요인입니다.
흔히 자퇴라고 하면 극단적인 아동 학대나 완전한 방임 상태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 자퇴를 선택한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학대받은 것이 아니라 감독과 의사소통이 '최소한'으로만 이루어지는, 즉 부모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가정에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아버님의 경우처럼 자녀가 무단결석을 하거나 지각을 하는 등 명백한 경고 신호를 보이는데도 부모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관하는 태도는 자퇴생 부모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이러한 부모의 무관심과 감독 소홀이 자퇴에 미치는 치명적인 영향은 가족의 경제적 위기나 이민자 가정 여부 등 다른 환경적 어려움과 무관하게 강력하게 작용합니다.
아이는 반항하기 위해 학교를 떠난 것이 아니라, 학교생활의 위기 속에서 부모의 따뜻한 관심과 적절한 통제라는 '안전망'을 경험하지 못해 길을 잃은 것일 수 있습니다. 학업 유지를 위해서는 단순히 방임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일상에 대한 명확한 규칙을 세우고 동시에 따뜻하고 개방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부모의 적극적인 역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아빠가 그동안 네가 보내는 힘든 신호를 몰라줘서 정말 미안하다"고 솔직하게 사과하시고, 아이의 이야기를 비판 없이 들어주는 시간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상처를 나의 대에서 끊어내기 위해서는,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양육의 고리를 인식하고 새로운 부모의 역할을 배워야 합니다."
1. 내면의 상처를 마주하고 '자기 효능감' 회복하기
아버지가 없는 환경에서 자랐다는 사실이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없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과거의 거절감과 정서적 결핍이 현재 나의 양육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심리 상담 등을 통해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여 부모로서의 '자기 효능감'을 회복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2. 긍정적인 '대체 역할 모델' 찾기
어린 시절 아버지의 올바른 모델링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주변의 건강한 멘토를 통해 부모의 역할을 새롭게 배울 수 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남성들 중 일부는 종교 기관(교회 등)이나 지역사회의 긍정적인 남성 어른들을 롤모델로 삼아 자신들의 양육 방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3. 문화적 편견에서 벗어나 아들과 '정서적 교감' 나누기
'남자는 강해야 하고 눈물을 보이면 안 된다'는 사회적 고정관념은 아들과의 정서적 소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입니다. 아들에게 슬픔과 두려움 같은 약한 감정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따뜻하게 공감해 주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언제까지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잔소리만 할 것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성에 대해 20여 년간 상담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온 이향숙 박사의 오랜경험과 노하우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소개 中)
*참고문헌
Harper, L., & Shaw, M. (2024). Parental Experiences of Men Raised Without Fathers or Father Figures: A Phenomenological Study. American Journal of Qualitative Research, 8(2), 63-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