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쿠바와 중국 주재 미국 외교관과 가족 30여명이 겪기 시작
미국 외교관들은 '극초단파 공격'을 당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입력 : 2018.09.02 20:00:00
전자레인지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코리아
쿠바와 중국 주재 미국 외교관들이 겪은 정체 불명의 소음과 뇌손상이 ‘극초단파(마이크로 웨이브) 무기’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의사와 과학자들이 이같은 독특한 무기(극초단파 무기)가 2016년부터 쿠바와 중국 주재 미국 외교관과 가족 30여명이 겪기 시작한, 이해할 수 없는 증상과 질병을 일으켰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 3월 쿠바 주재 미국 외교관 21명을 조사한 의료팀이 당시 보고서에 이같은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보고서의 주 저자였던 펜실베이니아대 ‘뇌 손상과 치료 센터’의 더글러스 스미스 소장이 최근 인터뷰에서 “극초단파가 외교관들이 겪은 뇌손상의 주요 용의선상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쿠바 아바나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은 2016년부터 정체 불명의 소음에 시달렸다. 이들은 이명 증상과 함께 구토, 무기력증, 현기증 등을 호소했다. 미국은 쿠바가 자국 외교관을 공격한 것이라 주장하며 미국 주재 쿠바 외교관들을 추방하고 쿠바 주재 미국 외교관들을 소환했다. 지난 5월에는 중국 주재 미국 외교관 10여명이 같은 증상을 호소해 7월 미국으로 소환됐다. 이들의 뇌는 ‘뇌진탕을 당한 듯한 상태’로 진단됐다. 당시 음파 공격설부터 바이러스 감염설, 집단 히스테리설까지 원인에 대한 추측이 난무했다. ‘극초단파 무기설’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 건 올 초부터였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프레이 효과’와 유사한 증상”
극초단파는 파장이 극단적으로 짧은 전자기파다. 라디오 방송 등에 이용되는 장파는 파장의 폭이 1마일(1.6㎞)에 달하지만 극초단파는 파장의 길이가 1피트(30㎝)에서 1인치(2.54㎝) 정도에 불과하다. 극초단파 레이더 등은 물론 전자레인지 같은 일반 가전 제품 등에서도 널리 사용된다. 때문에 올 1월 상원 청문회 당시까지만해도 ‘극초단파 무기 공격설’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달 일리노이주 주립대의 제임스 린 교수가 극초단파를 인간의 머리에 집중시켜 방사할 경우 ‘프레이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가설을 내놓으면서 연방 정부 조사관들도 그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외교관들이 호소한 소음의 형태나 증상들이 ‘프레이 효과’의 증상과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프레이 효과’는 인간의 뇌가 특정 조건에서 극초단파를 일반 소리처럼 인식할 수 있다는 이론으로 앨런 프레이 박사가 1960년 발견했다. 당시 프레이 박사는 극초단파가 안전 기준보다 160배 가량 강할 경우 ‘음파 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이 망상은 소음 뿐 아니라 메시지의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당시 구소련은 이 가설을 토대로 ‘마인드 콘트롤 무기’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군도 최근 극초단파를 이용해 특정 단어나 메시지를 인간의 뇌에 주입시키는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유럽 국가 상당수도 이같은 무기를 개발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론상 극초단파 무기는 둥근 접시 안테나의 형태를 취하는 만큼 승합차나 호텔방 등에 비밀리에 설치가 가능하다. 공격 범위도 축구장 길이에서부터 수마일에 달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탐사매체 프로퍼블리카는 쿠바 주재 미국 외교관의 아내가 이상한 소음을 들은 직후 집 앞에서 승합차량이 급히 도주했하는 걸 목격했다는 목격담을 전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의과대학의 베이트리스 골롬 교수는 외교관들의 증상이 고주파 질환 환자와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를 오는 10월 학술지에 게재할 예정이다.
쿠바 아바나 주재 미국 대사관. 아바나|EPA연합뉴스
■아직까지는 가설
프레이 박사는 실제 극초단파 무기가 동원됐다면 배후에 러시아가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러시아와 관계된 쿠바 내의 세력이 미국과 쿠바의 외교 관계를 훼손할 의도로 공격을 벌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2년 ‘정신물리학적 무기를 포함한 정치적·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 개발을 선언하고, 2015년 러시아의 스파이 선박 ‘빅토르 레오노프호’가 아바나 항에 정박한 점, 또 러시아가 2014년 쿠바에 300억달러 규모의 빚을 면제해주고 2016년엔 국방 및 기술 협력에 관한 협약을 체결한 사실 등을 언급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극초단파 무기 공격설과 관련해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 의사협회 기관지인 JAMA는 ‘극초단파 무기 공격설’을 제기한 연구들이 ‘집단 히스테리’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레이 박사는 “사건 자체가 이색적인데다 사건 발생 국가의 특성 상 단서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미스터리로 남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中, 뇌파 조종해 '적군 무력화' 노린다
박건형 기자 입력 2021.12.18. 03:07 수정 2021.12.18. 06:16
중국이 개발 중인 '두뇌조종 무기'는?
미 상무부는 16일(현지 시각) 중국 군사과학원 산하 연구원 11곳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면서 “이들이 두뇌 조종(brain-control weaponry)을 포함한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군과 민간이 결합해 유전자 조작, 인간 능력 향상, 뇌·기계 인터페이스(Brain Machine Interface) 같은 최첨단 생물공학 기술을 군사적인 목적에 활용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2015년부터 뇌 프로젝트를 전략적으로 가동하며 두뇌 조종을 무기화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왔다. 특히 전문가들은 중국이 두뇌 조종뿐 아니라 안면 인식·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도 군사 목적과 소수민족 탄압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중국이 인류의 공동 번영을 위해 사용해야 할 과학기술을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惡用)하고 있다는 게 미국의 주장이다.
◇뇌파로 생각 읽고, 감정 제어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 인터넷판인 중국군망(中國軍網)은 2018년 ‘대뇌피질에서 미래 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사람의 뇌파는 지문처럼 유일무이한 것이고, 뇌파 데이터를 특정 시스템으로 번역하면 시각·청각·언어·감정 등을 읽어낼 수 있다”고 했다. 이 기사는 “방대한 뇌파 데이터를 분석해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면, 전자파 등으로 신호를 보내 인간의 감정 상태를 본인도 모르게 바꾸는 군사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 경우도 있었다. 중국 국영 신화통신은 2019년 “전자파와 빛이 두뇌 조종의 매개가 된다”고 보도했다.
미 육군 연구소에서 한 군인이 뇌파 감지 두건을 쓰고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미국은 16일(현지 시각) 중국이 뇌파 등을 이용한 두뇌 조종 무기를 개발해 악용하려 한다며 중국 정부 연구소와 기업들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미육군
사람의 뇌파를 읽어 감정과 생각을 파악하는 기술은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사람의 뇌파는 특정한 생각이나 동작을 하려고 할 때 특정한 주파수를 나타내는데, 이 패턴을 전기신호로 바꿔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면 생각을 읽는 것은 물론, 로봇이나 드론을 원격 조종할 수도 있다. 주로 사지 마비나 하반신 마비 환자들이 로봇 팔다리를 움직이는 데 활용하는 기술인데, 중국이 이를 군사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바이오 기술로 영화 캡틴 아메리카의 주인공 같은 수퍼 군인을 만들려고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미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엘사 카니아 연구위원은 작년 1월 발표한 학술 논문에서 “중국은 두뇌의 반응 메커니즘을 분석해 군인들의 반응 속도를 높이거나, 생체 기술을 통해 군인들의 반응 자체를 통제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이 인민해방군 병사들을 대상으로 신체 능력 강화를 위한 여러 생체 실험을 하고 있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는다.
◇'중국의 테크 견제 의도’ 해석도
세계 최고 수준인 중국의 안면 인식 AI 기술, 클라우드 컴퓨팅, 드론·GPS 기업들도 잇따라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AI 소프트웨어는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의 얼굴을 자동으로 인식해 당국에 경보를 보낼 수 있다”면서 “일부 기업은 중국 정부가 위구르 소수민족의 전자 기기를 감시할 수 있도록 자동 번역 기술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 기업들이 중국 당국과 협력해 신장 위구르 지역에 거대한 첨단 감시망을 구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은 신장 위구르 지역 12~65세 사이 모든 사람의 유전자(DNA) 정보까지 수집했다”고 했다.
다만 미국도 국방 차원에서 두뇌 조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지난 2019년 5월 유전공학, 나노 기술 등을 이용해 미 군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한 연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군인들의 판단 및 신체 움직임을 향상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제재가 실제 중국의 도덕성 문제라기보다는 중국이 바이오·뇌과학 등 첨단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게 하려는 차원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 인터넷판은 17일 “미국이 끝도 없이 제재를 남용하며 중국 기업을 탄압하고 있다”면서 “인권, 신장 위구르족 문제를 날조해 중국의 과학 발전을 저해하려는 시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