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바 웃 타 임
정 우 민
연애에는 쑥맥인 팀(돔놀 글리슨)은 스물한 살 생일이 된 날 아버지(빌 나이)로
부터 놀랄만한 가문의 비밀을 듣는다. 팀의 가문의 남자들은 성인이 된 날부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과거로 갈 수 있는 시간여행의 능력은 개인의 역사에 한정되는 능력이라 히틀러를 죽이거나 트로이의 헬렌과 잘 수는 없는 능력이다.
과거로 가는 방법은 놀랍게도 간단한데 무슨 타임머신을 타는 것은 아니고 벽장속이나 컴컴한 곳에 들어가서 두 주먹을 꽉 쥐고 그 때를 생각하면 바로 가고 싶은 과거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그 능력을 어디에 쓸건 지 물었다.
"뭘하고 싶니?"
"부자가 되고 싶어요."
"이런.. 난 아직도 부자가 행복한 삶을 사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대로 편하지 않아요?"
"편한 게 아니라 평생을 빈둥거리며 살아가지. 다른 것에 그 능력을 발휘하면
좋겠구나."
"그렇다면 사랑이요.."
젊은 팀의 생각은 오로지 ‘어떻게 하면 연애를 잘할 수 있을까?’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다. 팀이 처음으로 택한 시간여행지는 새해맞이 키스도 제대로 못했던 지난해 송년파티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 만큼 당시의 아쉬움을 멋지게 마무리한 팀은 성공적인 첫 시도로 시간여행의 묘미를 알게 된다.
팀의 집에 여름휴가차 온 여동생의 친구 샬롯(마고 로비)은 팀의 첫 번째 사랑이자 목표였다. 일광욕을 하던 샬롯의 등에 썬크림 오일을 바르려다 엎질러 버린 그는 바로 벽장 속에 달려가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서 다시 아주 능숙하게 샤롯의 등에 오일을 잘 발라 호감을 산다.
샬롯이 떠나기 전 날 밤 샤롯을 찾아가 사귀자고 말했을 때 샤롯은 ‘그런 고백을 왜 떠나기 전 날 하냐’고 아쉬운 핀잔을 준다. ‘마지막 날 고백은 그냥 던져보는 말같다’고 거절한다. 타임슬립 능력을 발휘하여 며칠 전으로 돌아간 팀은 그 때 샤롯에게 고백을 하지만 그 때의 샤롯은 ‘마지막 날 다시 한 번 얘기해주면 그때 생각해 보겠다’고 얘기한다. 이렇게 시간여행을 해도 사랑은 억지로 얻을 수 없다는 교훈을 깨닫게 되고 팀은 첫사랑의 아픔을 딛고 첫 사회생활을 위해 런던으로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 아버지의 친구인 혼자 사는 극작가 빈맨(리 아스퀴스-코)의 집에 얹혀살게 된다.
고향을 떠나 런던의 로펌에 변호사로 취직한 팀은, 서로의 목소리만 들을 수 있는 아주 컴컴한 공간인 블라인드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메리(레이첼 맥아담스)와 운명적인 사랑을 시작한다. 그녀와의 다음 만남을 기대하며 집으로 돌아온 그는 화가 난 빈맨과 마주친다. 그날 그의 첫 공연 때 주연배우가 마지막에 대사를 통째로 까먹는 바람에 침묵의 30분이 흘렀고 그의 첫 공연은 엉망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를 위해 시간을 되돌려서 주연 배우에게 대사를 큰 종이에 미리 적어 보여줘 빈맨의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한다. 그러자 메리와 만났던 사실이 사라지고 만다. 허탈한 팀에게 케이트 모스의 전시회가 눈에 띤다. 메리가 케이트 모스를 너무 좋아했다는 것을 기억해낸 그는 메리를 슈퍼 모델 케이트 모스 사진전에서 우연을 가장하여 그녀를 만났지만 그녀는 이미 일주일 전 파티에서 만난 남자친구가 있었다.
팀은 일주일 전 과거로 돌아가 그 파티 장소에서 그 남자를 만나기 전의 그녀에게 접근해서 그녀와 사귀게 된다. 완벽한 연애를 위해 매번 시간여행을 사용하여 행복하던 중 우연히 직장 동료 해리와 공연을 보러갔다 첫사랑 샤롯을 만난다. 매혹적인 그녀의 유혹을 거절한 그는 무언가를 느낀 듯 메리와 동거하는 집으로 질주한다. 자고있던 메리를 깨워 팀은 청혼을 한다.(이 장면이 여성관객 모두를 사로잡은 장면) 자신이 흔들리는 순간 메리와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확신을 깨닫는 장면이다.
야외 결혼식을 하던 날 엄청난 폭우와 폭풍이 불어 연회장에 준비된 천막도 날아가 버리고 신부의 빨간 드레스도 바람에 날려 찢어진다. 하객들 모두 온몸이 흠뻑 젖는 소동 속에서도 팀과 메리는 너무나 행복해한다. 결혼식장에 팀이 선택한 배경음악 지미 폰타나의 ‘일몬도’(한없는 세상)가 아름답게 울려 퍼진다.
결혼 후 사랑스런 딸을 얻은 그들은 매일 매일이 기쁨으로 충만된 일상을 보내고 팀은 더 이상 시간여행이 필요 없음을 느낀다.
팀의 여동생 킷캣(리디아 윌슨)은 나쁜 남자 친구 지미를 만나 마음고생만 하고 직장생활도 적응하지 못해 오래 다니지 못했고 술을 자주 마셨다. 팀의 딸 포지의 생일날 남자친구와 싸운 킷캣은 음주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한다. 전신에 엄청난 타박상을 입은 그녀를 본 팀은 시간을 되돌려 지금의 남자친구 만나기 이전으로 가서 킷캣에게 팀의 좋은 친구 제이를 소개해줘 둘이 좋은 연인으로 사귀게 하지만 돌아와보니 자신의 딸은 아들로 바뀌어 진게 아닌가. 급하게 아이가 태어나던 날로 돌아가 아버지에게 물으니 ‘아이가 태어나면 그 이전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바꾸면 아이의 운명이 바꿔질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행복해지면 다른 누군가의 운명도 바뀌어 불행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동생을 이전처럼 돌려놓고 자신의 딸을 되돌려 찾는다. 킷캣이 병상에서 스스로 지미에게 벗어나고 자신의 힘으로 정리하도록 지켜본다. 그리고 마침내 지미를 정리한 동생에게 슬쩍 제이가 그녀를 좋아하고 있다며 두 사람을 사귀게 해준다.
팀과 메리의 사이에 두 번째 아이가 태어나고 행복한 시간이 흐른다.
그런데 그때 ,아버지의 폐암말기 소식이 전해진다. 원인이 담배라는 걸 안 팀은 아버지가 담배를 피지 않던 시간으로 돌아가려하지만 아버지는 ‘그러면 너희들은 태어나지 못한다며’ 과거를 되돌리지 않는다.
아버지의 유언은 첫 번째 ‘남들같이 똑같이 평범한 삶을 살아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똑같은 하루를 두 번씩 살아보라’는 것이다.
이후로도 자주 과거로 아버지를 만나러 가고 아버지가 좋아하는 탁구를 같이 치던 팀은 메리가 셋째 아기를 가졌으면 했을 때, 아이가 태어나면 그 이전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아버지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것에 망설였지만 가족이 많은 것을 좋아했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셋째 아기를 갖는데 동의한다.
아이가 태어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팀과 아버지는 둘만의 시간을 보내며 작별인사를 나눈다.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은 과거의 어린 팀과 그들 집 앞의 바닷가에서 산책하는 것이었다.
셋째가 태어나고 매일 행복을 느끼는 팀은 하루를 두 번 살아보는 것을 그만 둔다.
그 대신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서 산다.
‘어바웃 타임’은 ‘시간에 대하여’란 뜻이 아니고 ‘더 일찍 ...을 했어야 했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서 ‘진작에 그럴 것이지’란 뜻이다.
이 영화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각본을 맡았고 '러브 액츄얼리'의 각본과 연출을 동시에 맡은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작품이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발군의 실력을 과시해온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마지막 작품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아기자기하고 달콤한 러브 스토리를 넘어 남녀의 사랑과 성장 그리고 가족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돔놀 글리슨은 처음엔 조금 멍청한 듯이 보이나 마음이 따뜻한 남자역할을 잘 해냈다. 레이첼 맥아담스는 뛰어난 몸매와 미모는 없었지만 시원하게 웃는 눈웃음과 사랑스러운 미소가 오래 기억이 남는다.
시간여행을 할 수 있어 어떠한 순간을 다시 살게 된다면 완벽한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완전한 행복을 누리는 인생을 살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잘못된 순간들을 후회하며 살고 있는가?
필자는 생각해 보았다.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스무 살 청춘시절 만났던 그녀에게
돌아가 왜 약속에 안 나왔는지 , 그리고 기필코 나왔다던 그날 왜 만날 수 없었는지
알아보고 싶다. 그리고 그날에 하려고 준비했던 얘기들 다시 할 수 있을 텐데...
그리고 그토록 바라던 만남의 날, 왜 친구들과 같이 와서 바쁘다고 바로 나가버렸 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왜 뒤늦게 나를 보고 싶어 했는지...
아니다 그런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기여이 수술을 거부하다 암이 전이된 아버지 에게 돌아가 , 종양 초기로 돌아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수술을 받으시게 하여 20년 전에 돌아가시지 않게 하리라. 그리해서 살아계시면 지금 87세인 아버지와 도란도란 얘기하며 살련만...
맺음 대사 (by 팀의 아버지)
" 인생은 누구나 비슷한 길을 걸어간다. 결국엔 늙어서 지난날을 추억하는 것일 뿐이다. 사랑은 준비 없이 온다, 두려움과 함께. 결혼은 따뜻한 사람하고 하거라...“
" 인생은 매일매일 사는 동안 모두가 함께 하는 시간여행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이 멋진 여행을 만끽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