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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영실 과학동산 |
- 인물·과학유산도 이야기로
유서 깊은 고장 동래가 캡슐 같은 책 한 권에 알뜰살뜰 담겼다. '이야기'라는 옷을 입고.
부산 동래구가 스토리텔링북 '길 따라 역사 따라 동래 한 바퀴'를 펴냈다고 28일 밝혔다. 우선 책장부터 펼쳐보자.
이 책의 여러 군데에서 나오는 동래의 기원 이야기다. 중국으로 치면 한(漢)나라 때인 기원전후 무렵 삼한시대에 한반도 남쪽의 변한 12국 중 독로국(瀆盧國)이 지금 동래 땅을 다스렸다.('독로'와 '동래'는 소리가 비슷해 묘한 인연을 느끼게 한다.) 신라가 독로국을 병합하면서 행정명칭을 거칠산군으로 바꾸고, 서기 757년(신라 경덕왕 16년) 다시 개명해 그 이름을 동래군으로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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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래 기생 |
이게 어떤 의미냐? 동래는 수도였던 적도 없고, 국토의 중심지에 터를 잡은 것도 아니면서 적어도 1258년 동안 '동래'라는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유서와 내력을 쌓고 문화와 역사의식을 키워온 놀라운 지역이란 거다. 그러니 얼마나 이야깃거리가 많을까.
이 책 집필에는 주영택 가마골향토역사연구원장과 박창희 국제신문 대기자, 이상섭 소설가, 동길산 시인, 손동운 부산과학기술협의회 총괄본부장, 유승훈 부산근대역사관 학예사가 이야기꾼을 자임하면서 참가했다.
주영택 원장이 '동래학 개론' 안내자를 맡아 선사부터 현대까지 부산의 뿌리로서 동래가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면, 시인 동길산과 소설가 이상섭과 기자 박창희는 자기 강점을 살려 '동래학 심화학습'을 이야기로 풀어낸다. 임진왜란 시기 동래 이야기가 대표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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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래 관아. |
이들의 스토리텔링을 거치면서 1592년 4월 15일 왜군에 맞선 동래 주민의 항전인 동래읍성 전투는 영화처럼 살아난다. 왜군이 감시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순국한 동래부사 송상현의 시신을 거둬 장사를 지낸 관노 철수와 매동이 살아나고, 송상현의 첩 금섬과 의녀(義女) 2인도 그렇다. 송공단, 동래시장, 동래부 관아의 이야기여행을 안내하는 유승훈 학예사의 글은 학술적 권위가 탄탄하다.
이어 동래의 과학 유산과 동래의 인물 스토리텔링을 설명하는 손동운 총괄본부장과 박창희 대기자의 이야기에서는 퍼도 퍼도 인물이 계속 샘솟는다. 독립운동가 박차정 한흥교, 조선의 과학자 장영실, 조국을 사랑한 육종학자 우장춘, 동래구 낙민초등학교-동래중-내성고 출신 의인 이수현, 천연두를 퇴치한 마지막 동래부사 지석영, 뛰어난 기록화가 변박…. 이름난 인물이 많이 나온 경남 통영이라고 부러울까 싶다.
부산스토리텔링협의가 편집을 맡고 동래구 관계자가 감수한 이 책은 시중에서 판매하지는 않고 내년 초부터 도서관, 학교, 주민센터, 구청과 구의회 등에 보급하고 비치한다. (051)550-40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