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이 뭐길래!
돈이 없으면 먹을 수도 없고 입을 수도 없다. 그리고 병이 들어도 치료를 받을 수조차 없다. 그래서 돈은 곧 생명이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위력은 가히 절대적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생명 유지를 위해 매일 돈을 벌고자 노력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버는 데 있어 자신이 노력한 만큼 정직하게 벌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특히 남의 등을 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보이스피싱이 그렇고 인터넷 사기 사건이 그렇다. 취객을 상대로 벌어지는 퍽치기나 교통사고를 위장한 사기 사건도 그런 범주에 속한다.
이런 악질적인 돈벌이 수법은 갈수록 다양화, 지능화, 정교화되어 가고 있다. 아무리 그 분야의 전문가일지라도 그들의 사기 수법을 피해 가기란 쉽지가 않다.
근래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악질적인 돈벌이 사기범들이 있다. 음주 단속이 강화되면서 호황을 누리는 업종이 대리운전이다. 그 대리운전 사기범들의 수법이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에 이형권 칼럼니스트가 <뉴스비전>에 기고(2023.04.21.)한 “대리운전 함정에 빠진 어느 교장선생님 이야기”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대리운전 함정에 빠진 어느 교장선생님 이야기(이형권 칼럼니스트)
《모 학교의 교장 선생님은 회식을 마치고 대리운전을 불러 집으로 귀가 하던 중이었습니다.
“선생님 댁에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어디로 가면 될까요ᆢ?”
“네~, ○○동 ○○아파트로 가 주시지요.”
“네 편안히 모시겠습니다.”
“오늘은 기분 좋은 회식이 있었나 봅니다.”
“아~ 네, 직장동료들과 회식을 좀 했습니다.”
“실례지만 직장이 공무원입니까?”
“아뇨, 학교 선생님입니다.”
“아~ 네, 연세 드신 걸 보니 교장 선생님 같은데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약주는 얼마나 드셨어요?”
“아~ 네, 소주 1병정도 마셨습니다.”
“술이 세신가 봅니다.”
이윽고 목적지인 아파트 근처에 다다랐습니다.
“교장 선생님! 오늘이 마침 금요 주말 밤이라 콜이 많아 아파트 지하실까지 들어갔다 나오면 제가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다른 콜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으니 입구에 내려드리면 안 될까요?”
“아~ 네, 그러시지요!”
교장 선생님은 대리기사가 한 푼이라도 돈을 더 벌 수 있도록 선의의 마음으로 대리기사의 부탁에 흔쾌히 승락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곳에서부터 발단이 벌어졌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아파트 지하로 내려가려고 차를 조금 움직이는 상태에서 누군가 차 트렁크를 세차게 내리치며 스톱을 외쳤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차를 멈추고 무슨 일인가 하여 주위를 두리번거렸습니다.
잠시 후 앞서 차에서 내린 대리기사가 다가오더니 교장 선생님이 갑자기 운전하는 통에 차로 팔을 다쳤다며 언성을 높이며 한 손으로 팔을 받쳐 드는 것이었습니다.
조금 전의 상냥한 대리기사의 태도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음주운전으로 팔을 다쳤다며 어떻게 할거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참으로 어이가 없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대리기사는 음주운전을 하여 내 손을 다쳤으니 합의를 보던가 아니면 112차량을 부른다며 거의 협박을 하고 있었습니다.
정년을 몇달 앞둔 교장 선생님은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며 아찔하였습니다.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한평생 학생들을 가르키고 지도하며 인재 육성을 위해 헌신했는데 도저히 말도 안 되는 함정에 빠진 음주 사고로 불명예스러운 정년을 맞이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혼란스러웠습니다.
이윽고 교장 선생님은 대리기사를 향하여
“당신의 부탁으로 편리를 봐 드리다 그랬으니 서로 이해하고 헤어집시다.” 라고 교장 선생님은 말하였지만ᆢ
“아니 학생을 가르키는 교장 선생님이 음주를 하고 사람을 다치게 했으면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정중하게 합의를 이야기하셔야지 내가 대리운전한다고 저를 우습게 보는 거예요?” 하며 다른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아파트 내려가는 입구는 다른 차량이 간신히 비켜서 내려갈 정도로 여유가 있었지만 막고 있는 차량을 속히 빼주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몇몇 주민들이 주차 후 입구에 몰려들었고 무슨 일인가 하며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성질이 급하고 분노를 참을 수 없는 사람 같으면 이 억울하기 짝이 없는 상황 속에서 주먹이라고 한 대 갈겼을 것입니다. 하지만 교장 선생님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참으며
“내가 어떻게 해주면 좋겠어요?”하고 말하였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합의금으로 2천만원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에나!
회식 후 대리운전으로 집에 왔을 뿐인데 이 말도 안 되는 대리기사의 조폭 같은 사기성 있는 함정에 빠져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2천만원을 내놓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112에 신고할 기세였습니다.
더구나 현행법이 음주운전으로 차를 1m만 운전하여도 이는 명백한 음주운전으로 간주된다는 일반적인 상식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거의 8년전 음주운전으로 간소한 벌금을 낸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음츠려들었습니다.
이윽고 교장 선생님은 결심이라도 하는 양 “1천만원에 합의 봅시다.” 하였더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교장 선생님이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했잖아요. 내가 112와 아는 기자들 한번 불러볼까요.?”
참으로 양아치 이상의 사람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2천만원에서 내가 특별히 3백만원을 빼 줄테니 1천 7백만원만 주십시오.”
마치 크게 인심이라도 쓰듯이 흥정까지 부치는 걸 보고 도저히 상대해서는 안 될 사람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좋아요. 그럼 내일 드릴테니 연락처 주세요.”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내일 가서 합의금도 안 주고 체내 혈중 알콜도 희석되는데 제가 그렇게 바보로 보입니까? 지금 주시던가 아니면 112 불러 알콜 수치를 측정 후 사건 처리하고 천천히 합의를 보시던가 마음대로 하세요.”
‘참으로 제대로 걸렸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교장선생님은 속히 이 위기를 빠져나가고픈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알았어요. 계좌번호 주세요ᆢ.”
“아니 먼저 합의서부터 써놓고 돈을 받아야 서로가 완벽하니 합의서부터 씁시다.”
한 두번 해 본 솜씨가 아닌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사기전문가에게 제대로 걸렸던 것이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이날 악몽 같은 생애 최악의 회식 날에 피 같은 돈 1천 7백만원을 날리고 말았습니다.》
돈이 뭐길래 이런 인면수심의 인간들이 날뛰는 것일까.
이형권 칼럼니스트는 위 글을 기고하면서 말미에 다음과 같은 당부의 말을 덧붙였다.
《상기의 실화는 우리 지역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으로 이를 널리 알려 다시는 이와 같은 피해사례가 없어야 하기에 긴급하게 알려드립니다. 앞으로 회식 후 대리기사를 불렀을 시 반드시 주차장 주차면에 정확히 주차가 이루어지면 그때 수고비를 지출하고 차에서 내려야 할 것입니다. 주차면에 바퀴가 조금 틀어졌다고 다시 차에 올라 시동을 켜는 순간 음주운전으로 처벌됨을 잊지 마십시오. 일부러 집 근처에 내려준 대리기사가 당신을 지켜볼 줄 모릅니다. 항간에 전주시내 대리기사가 일부러 바쁘다는 핑계로 지하주차장에 내려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회자됨을 잊지마시고 대리운전 귀가시 더욱더 조심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이형권 칼럼니스트>는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전남대 국문과와 동국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녹두꽃> <사상문예운동> <창작과비평>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저서로는 <문화유산을 찾아서> <그리운 곳에 옛집이 있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