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라며 큰아들한테만
사 주신 검정 운동화
동생들 몰래 감춰두고
차례 지내러 갈 때
의기양양 꺼내 신었던 커다란 운동화.
발은 금방 커진다며
딱 맞으면 못 신는다고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헐렁한 신발을 사 주신 어머니
걸을 때마다 벗겨지지만,
기분은 하늘을 나는 듯 최고다.
운동화 사 줄 어머니 가고 안 계시니
설날이라며 검정 운동화 빼닮은
검정 단화 하나 사 주는 아내.
고맙다, 고맙다고 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신발 크기는 똑같은데
오십 년 동안 많이 커진 발,
걸을 때마다 꽉 끼이는 신발 때문
이젠 발이 아주 많이 아프다.
몰래 숨겨 두지 않아도 되는 내 신발,
차례 지내러 가지 않아도 되는 내 신발,
신을 일이 없을 것 같은 반짝거리는 내 신발,
대문 앞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그 단화.
못내 불편하다.
훌쩍 커버린 발도,
허전한 내 마음도.
첫댓글 그 시절에 신던 검정 운동화가 많이 그리워집니다
중학생 되었다고 설날에 미리 사주신 운동화
가만히 생각해보니, 돈은 어디에서 구했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