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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06
$#1. Angio 촬영실
모니터에 비치는 촬영 화면.
그 위쪽 유리벽 너머에 환자의 모습이 보이고, 유리창에 비추는 수연의 모습.
$#2. 복도
이동 침상에 누운 환자의 몸 위로 던져지는 사진 봉투.
침대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인턴과 함께 침대를 끌고 복도를 걸어가는 수연.
어디선가 아련히 들리는 찬송가 소리.
$#3. 엘리베이터 옆 복도
현우, 이동 침대에 올라앉아 상구에게 인공심폐를 하고 있고
그 옆으로 순덕이 링겔을 확인하면서, 그리고 상도가 엠부를 잡은 채 침대를 급
히 밀며 뛰어간다.
상도 (복도에 몰려있는 사람들을 헤치며 큰소리로) 비켜요.
상도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자마자 문이 열리고, 침대가 안으로 들어간다.
닫혀지는 엘리베이터 문.
현우의 거친 숨소리만 새어나온다.
$#4. 병실
환자의 이불깃을 잡은 손들.
인찬E 하나, 둘, 셋.
트랜스퍼 환자가 병실 침상으로 옮겨지면 그 주변에 이불깃을 내리는 인찬과
수연, 인턴, 은주의 모습.
수연이 인찬에게 노티파이를 하지만 찬송가 소리에 가려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인찬과 수연이 뒤를 돌아보면 구석 침상을 둘러싸고 교인들이 찬송가를 부르고
있다.
인찬 안되겠다. 노티파이, 나가서 합시다.
짜증스러운 듯 나가는 인찬을 따라 일행이 나간다.
$#5. 중환자실
이미 인튜베이션이 된 상태로 죽은 듯이 누워있는 상구의 모습.
모니터를 체크하는 순덕과 간호사.
옆에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상구 처.
상구 처 (현우에게) 죽은 거 아니지요?
현우 아직 숨 쉽니다.
상구 처 (가슴을 쓸어 내린다) 깨나겠지요, 선생님? 전에도 몇 번 이랬
어요.
상도 (소리친다) 아줌마가 깨날 때마다 스트레스를 팍팍 주니까 그
렇죠.
현우, 상도를 노려보고 순덕이 상도의 팔을 꼬집으며 현우의 눈치를 본다.
상구 처, 입을 벌리고 현우 일행을 바라본다.
이때 부랴부랴 들어오는 상구 처남.
상구 처남 죽었어, 살았어?
상구 처, 고개를 돌리며 병실 문 쪽으로 간다.
상구 처남 (침상 쪽으로 걸어오며) 거봐, 내가 뭐래?
상구 처 (상구 처남의 팔목을 잡으며) 나가자.
상구 처남 어떻게 됐냐고?
상구 처 (눈을 부라리며 소리친다) 나가자니까...
상구 처, 문 밖으로 나가면
상구 처남, 못내 침상 쪽에서 눈을 못 떼다가 상구 처를 따라 나간다.
현우, 상도를 노려본다.
현우 고상도, 치료를 입으로 하나? (순덕을 보며) 환자 히스토리가
직원들 안주거립니까? 누구누구 귀로 전달된 겁니까? (챠트에
기록을 하며) 고상도.
상도 네, 선생님.
현우 내가 윤상구씨 집중적으로 주시하라고 했다. 근데 주치의 꼴조
차 볼 수가 없었는데?
상도 저, 허재봉이...
현우 문제 있다, 니 놈들. (순덕에게) 트랜스퍼 된 환자, 몇 호실이
죠?
순덕 905홉니다.
현우, 나간다.
상도를 노려보는 순덕.
괜시리 상구의 동공에 후레쉬를 대는 상도.
$#6. 특실
살짜기 문을 여는 하경.
은미가 보이지 않는다.
걱정스럽게 은미를 찾는 하경.
하경 성은미씨. (바삐 문을 열고 나가려 할 때)
은미E 여기 있어요.
하경, 소리나는 곳으로 걸어간다.
침대 아래 벽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은미.
은미 (하경을 올려다보며) 방문에 잠금 장치가 없어요.
하경 (물끄러미 바라보다 부축한다) 올라오세요. 경비까지 세웠으니
까 불안해 할 것 없습니다.
은미 (피곤한 듯 눈만 깜박인다) 여기가 편해요.
하경 (은미를 바라보다) 그러세요, 그럼.
하경이 나가려 하면.
은미 (시니컬하게) 환자한테 얼굴만 내밀고 가나요? 의사가?
하경 (몸을 돌리며) 환자한텐 안 그러죠.
은미 ...(멍하니 보다가 일어선다) 회진환자한테 보통 2, 3분쯤 할애
하죠? (거만하게) 난 특실환자니까 특별히 5분만 같이 있어요.
미쳐버릴 것 같으니까...
은미, 냉장고로 간다.
은미 주스 드려요?
하경 아니오.
은미 (소파에 기대어 앉는다) 나, 실제로 보니까 어때요?
하경 뭐가요?
은미 TV에서 보는 거 하고 다르죠?
하경 저 TV 안 봐요.
은미 (입술을 손가락으로 뜯는다)... 그 남자...
하경 의사가 들어야 될 내용만 듣고 싶네요, 성은미씨.
은미 (명령조로) 들어요. 누구든 내 말을 끝까지 들어야 해요. 난 끝
까지 정확히 말할 기회가 없었으니까...
하경 (피곤한 듯 한숨을 내쉰다) 제 위로 기대하진 마세요.
은미 그 남자, 정신병자예요. 결혼하기 전부터 팬이라고 쫓아다녔어
요. 그 놈 때문에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근데 내가 결혼한
지 한달 만에 임신을 했다니까 그 정신병자 말을 믿는 거예요.
시집에서...
결혼, 필사적으로 반대했었는데 좋은 핑계거리가 생긴 거죠.
남편이랑 처음 잔 날이 결혼식 날이었다면 말이 안 되죠. 결혼
한지 한 달도 안 돼서 임신한 게...
결혼 전에 우리가 손만 잡았을까요?
하경 (벌떡 일어선다) 성 은미씨, 여성지 기자 불러드릴까요? 5분이
아니라 50분은 지난 것 같습니다. (뒤돌아서는 등뒤에)
은미 (소리친다) 내 말 좀 믿어 줘.. (풀이 죽는다) 결혼 전에... 모두
내 말을 믿었어. 온 나라가... 근데... 지금은 모두가 날 의심해.
한 사람도 빠짐 없어... (슬픈 눈망울로 허공을 본다)
$#7. 입원실 밖, 복도
아직도 들리는 교인들의 찬송가 소리.
수연 (차트 보여주며, 노티파이) 혈압 바이탈은 정상이고, 시저
(Seizure 경련)가 두 시간 간격으로 있습니다, 선생님.
인찬 (차트보고) 음.. 딜란틴 백미리그램, 발리움 오미리그램, 아티
반... (Dlantin, Valium, Ativan : 항경련제)
은주 선생님, 선생님. 좀 천천히요. (인찬을 본다)
제가요, 혹시 아실 지 모르지만... (혼잣말) 아, 자존심 상해.
(다시 인찬에게) 머리가 좀 나쁘걸랑요?
인찬 딜란틴 백미리 그램,
발리움 오미리 그램,
아티반 1앰풀
(천천히 약품 지시를 한다) 그 중 가능한 걸로 투약해요, 됐어
요?
은주 네. (그리곤 스테이션으로 가며 중얼댄다) 누가 날 간호사라
그러겠냐? 아우, 스트레스 받아.
수연 그럼, 선생님. (인사를 한다)
인찬 수연씨. (다가간다) 요전에...
제가 했던 말 때문에...
혹시 부담이 된다면...
수연 (고개 숙인다) 부담스러웠던 거... 사실이거든요. (인찬 보며 미
소짓는다) 다신 그런 말 마세요, 그래 주실 거죠?
인찬 ...미안합니다.
수연, 씁쓸하게 뒤돌아서면 현우의 모습
현우, 병실 문틀에 팔짱을 낀 채 기대서서 찬송가가 울려 퍼지는 병실 안을 응
시한다.
수연, 멈춰 서서 긴장된 얼굴로 현우의 모습을 본다.
수연, 인찬의 눈치를 슬쩍 보다가 조용히 현우를 지나치려 하면.
현우 한수연 선생. (화들짝 놀란 수연을 바라보면) 내 심부름 해준
다 그랬지?
인찬, 굳은 표정으로 뒤돌아 서서 스테이션으로 간다.
$#8. 병동 입원실
여전히 입구에서 같은 자세로 병실 안을 바라보는 현우
수연이 은주를 대동하고 그 옆에 선다.
수연 선생님, 간호사한테 주사약 부탁했습니다. 그럼 전... 아 참, 손
은 괜찮으세요?
현우 영혼, 참 지겹다.
수연 네?
입구 쪽 환자가 보호자의 부축을 받으며 침대에서 내려서려 한다.
현우가 들어선다.
환자1 끝이 없네. 잠자긴 글렀구만.
현우 (환자의 어깨를 누르며) 주무세요. 주무실 수 있어요.
수연, 입구에 서서 현우를 지켜본다.
은주를 데리고 교인 환자 앞에서는 현우.
주사기를 집어들더니 환자의 엉덩이를 거리낌없이 내린다.
찬송가를 부르던 여신도들.
약한 괴성을 지르며 찬송가가 멎는다.
현우 노래 불러 나을 병이 아닙니다. 주사를 맞아야 낫는 병이죠.
(교인들을 보며 씽긋 웃는다) 특이한 병이죠? (환자에게) 좀
아플 겁니다.
투약하는 현우.
환자의 괴성.
이때 문 쪽에서 들리는 소리.
현준E 현우야.
현우, 고개를 들면 현준이 섰다.
그 뒤로 수연이 어리둥절 둘을 바라본다.
현우, 투약을 마치곤 주사기를 은주가 들고 선 스텐 용기에 놓고 문밖으로 나선
다.
그 옆에서 수연이 현우를 바라본다.
현우 (고개 돌려 현준에게) 병원까지 영혼 몰고 다니지 마. 그 잡스
런 것 때문에 내가 아주 짜증스럽다.
현우, 그대로 휑하니 사라지고 현준이 천천히 몸을 돌려 환자2의 손을 어루만진
다.
환자2 (하의를 주섬주섬 올리며) 목사님 앞에서 민망하게... 이거.
현준 저, 의사가 내 동생입니다. 똑똑해 보이지요? (그리곤 온화하
게 미소짓는다) 잘 치료해줄 겁니다, 저 사람이.
수연, 현준의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
$#9. 직원 숙직실
일군의 의사들과 고스톱 판을 벌인 태동.
담배를 피워 문 채 멋지게 패를 던진다.
상대편 선수도 패를 던진다.
태동 (가운데 돈을 가지런히 모아 상대에게 집어던진다) 너, 다 가
져라. 짜식이... (울상을 짓다가 꼬나본다) 너, 사기치는 거 아
니야?
선수 (5만원을 내준다) 야, 그거 갖고 모범 타고 가라. 난 쫌스런 부
류완 상종 안 한다.
태동 이상해, 씨. 몰라, 몰라, 빨리 돌려. (지갑을 꺼낸다)
이때 문을 쾅 열고 들어오는 남준.
태동 박사님.
남준 (소리소리 지른다) 내가 너 노름하지 말라 그랬지? (수화기를
들고 112를 누른다) 아, 순경아저씨.
태동 (남준의 수화기를 끊으며) 저 지금 갈 거예요. 야, 택시비 줘.
나, 갈래.
남준 대낮에 택시 타고 어딜 가는데?
$#10. 복도
남준에게 끌려가는 태동.
태동 그걸 왜 내가 합니까, 과장님?
남준 너, 그럼 당장 외상값 갚아.
태동 진짜 과장님. 그렇게 안 봤는데 되게 치사하네. 알았어요, 내일
당장 갚을게요. (돌아서 가려하면)
남준 내일이 당장이냐, 당장은 지금이지.
태동 지금 내가 그 많은 돈이 어딨습니까?
남준 너, 내가 니 노름빚 갚아줄 땐 언젠가 널 이용할 날이 올 거라
믿었다.
태동 야, 진짜 무서운 분이네.
남준 군소리 않고 시키는대로만 하면 그 돈 안 갚아도 돼.
태동 (화사한 표정으로 거리낌없이) 가시죠, 과장님. (아무렇지도 않
게 앞장서 간다.
$#11. 병동 스테이션
상도가 인상을 긁으며 스테이션 온다.
상도 (입술을 깨물며) 허재봉! 허재봉! 이 싸가지. 오늘로서 넌 죽음
이다.
은주 (스테이션에 앉아 있다가 반갑게) 선생님.
상도 (표정이 풀어진다) 어? 안녕.
은주 선생님. (차트를 내밀며) 만니톨이랑 글리세롤이랑 뭐가 다른
거예요?
상도 그거 효능은 같은 건데... 에이, 언니, 언제 날 잡아서 나한테
과외를 받자. 내가 집중적으로...
코고는 소리.
상도 (갑자기 얼굴이 사색이 된다) 허재봉의 냄새가 난다.
은주 여기요. (손가락으로 자신의 다리 밑을 가리킨다)
상도, 스테이션 너머로 고개를 들이민다.
은주가 앉아있는 의자 다리 밑에 몸을 기댄 채 널부러져 자고 있는 재봉
상도 (얼굴이 울그락 푸르락) 저 싸가지가 이 은주 다리를 코앞에
들이대고...
이때 스테이션에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
재봉, 비몽사몽간에 자신의 신발을 애써 벗는다.
재봉 (눈을 감은 채 신발을 귀에 대고) 여보세요, 신경외과 허재봉
입니다.
...아, 말을 하셔.
상도의 일그러진 얼굴이 점차 비실비실 웃음으로 새어 나온다.
상도 (키득대며 웃는? 나, 참.. 다) 아휴, 저 싸가지.
재봉 (불현듯 깜짝 놀라 뜬다) 싸가지? (신발을 다른 편 귀로 허겁
지겁 바꿔든다) 네, 선생님.
$#12. 병원장실
찝찝한 표정으로 병원장이 앉아있고 그 옆에 은미의 청년, 그리고 양복을 입은
중년이 서있다.
청년의 한쪽에 태동이 청년의 손을 잡고 있고 그 옆에 남준이 앉아있다.
태동 (청년에게 고개를 숙인 채) 진짜진짜 잘못했어요, 응? 반성 많
이 했다니까. 아이씨, 내가 왜 그랬지? 한번만 용서해주쇼, 응?
청년 저 사람 아니라니까.
태동 (짜증스레) 나, 맞다니까. 젊은 양반이 그렇게 의심이 많냐? 신
경외과에서 주먹질 할 사람은 나밖에 없어, 알어?
남준 그렇지. 이 사람 빼곤 다 얌전하고 실력 있는 의사들이지요.
청년 (소리를 지른다) 아니라니까.
중년 됐습니다. 그쯤 사과를 했으면 받아들이실 만도 하지 않습니
까? (남준과 태동에게) 이제 선생님들은 신경 안 쓰셔도 됩니
다.
남준 (태동을 툭툭 치며) 그럼, 저흰 그만 나가보겠습니다.
중년 네, 과장님.
병원장 (나가는 태동의 귓가에 소근댄다) 당신, 언제 신경외과로 옮겼
어?
태동 (소곤댄다) 좀 전에요.
남준과 태동이 나간다.
청년 저 사람 아니란 말이오.
중년 (청년에게) 김 회장님이 저 통해서 만족스러울 만큼 협상액을
제시하셨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까?
청년, 호감이 가는 듯...
병원장 그럼 말씀 나누세요. (씁쓸한 표정으로 나가면)
중년이 청년 옆에 앉는다.
$#13. 복도
태동 별거 아니네. 쥐뿔도 아닌 걸 장 선생이 하면 되지 번거롭게
나한테 그럽니까, 과장님은?
남준 장현우한텐 굴욕적일 거다.
태동 ...(가만히 눈을 굴린다)... 에이, 씨. 생각해보니까 나도 굴욕감
같은 게 있었다, 맞어.
남준 굴욕이 뭔 말인지나 아냐? 아는 놈이 노름빚 안 갚아도 된다
니까 신나서 그 애송이한테 빌고 앉았냐? (한심한 듯 앞서 걸
어가면)
태동 (큰소리로) 노름빚 깐 겁니다. 과장님.
(혼잣말) 난 안 쪽팔려. 왜냐? 이런 게 인생이거든.
$#14. 수술실 세척장
현우와 준서가 나란히 솔질을 하고 섰다.
현우, 퉁퉁 부어 있고
준서가 현우를 힐끔대며 본다.
준서 왜 부었냐? 하경이가 또 니 가슴을 후벼팠냐?
현우 재판이 언젠데? 정확히
준서 ...하경이 짓이구나.
현우 하경이 타령 그만해, 임마. 말 그대로 참고인 노릇만 한다, 나.
내가 아는 것만 대답한다고...
준서 그래 줄래?
현우 (준서를 노려본다) 니가 직접 나한테 얘기하면 안 되는 거였
어? (손을 헹구며) 수술 스케줄 조정해야 되니까 정확히 날짜
하고 시간 적어 놔, 의국에...
현우, 수술실 쪽으로 간다.
준서, 현우를 바라보다 이내 손을 헹군다.
$#15. 병원 건물 밖
상도가 쭈그려 앉아 담배를 피고 있다.
재봉, 그 앞에서 토끼뜀을 하고 있다.
상도 너, 코드 블루 뜬것도 몰랐지?
재봉 (뜀을 멈추며) 그게요, 선생님.
상도 (머리 툭 치며) 계속 뛰어, 싸가지야. 다들 제 자리에서 응? 자
신의 과업들을 수행하고 있을 때 넌 여자 다리 밑에서 공자님
을 만나?
너, 일부러 그랬지. 이은주 다리에 흑심 품고, 응?
재봉 (또다시 뜀을 멈춘다) 선생님, 다 그게 문순영 땜에...
상도 뛰어, 임마.
이게 중간중간 휴식까지 때리네.
문순영은 니 죄과고 윤상구는 너의 중대한 과업이다.
재봉 씨. (벌떡 일어선다) 나 좀 문선영한테서 해방 시켜줘이.
다 그 아줌마 때문이야. 이별주 하자고 그래서...
상도 (눈을 똥그랗게 뜬다) 뭐? 싸가지, 술을 먹어? (담뱃불을 집어
던지며 일어선다)
재봉 아니, 그게 아니고... (바지 가랑이를 잡는다) 형.
상도 형?
재봉 아니, 치프 선생님, 선생님.
상도 너, 왜 안 뛰어?
재봉 (팔짝팔짝 뛴다) 뛸게요. 태권도는 안돼. 그거 싫어, 선생님.
(기운차게 위아래로 팔짝팔짝 토끼뜀을 한다) 나, 잘 뛰죠, 선
생님.
상도 (재봉의 뒤쪽을 보며 웃는다) 너보다 더 잘 뛰는 분이 계시다.
재봉 (뒤를 돌아보며) 엄마야.
재봉의 뒤쪽으로 순영이 재봉을 흉내내며 토끼뜀을 하고 있다.
순영 자기야, (손을 흔들며 귀를 잡고 계속 뜀을 뛴다)
상도 (순영에게) 언니, 일루 와서 같이 뛰어.
순영 알았어.
순영이 달려와서 재봉 옆에 선다.
한팔을 들어 재봉과 간격을 맞추는 선영.
상도 자, 두 사람 크게 숫자를 세면서 같이 뛰는 거다.
순영 오케이. 준비, 시작. 하나.
순영이 뛴다.
재봉이 울상으로 서있다.
상도 싸가지
순영 말 들어. 이러면서 인생을 배우는 거야.
상도 너보다 이 언니가 백배는 현명하다.
순영 고롬. (상도에게) 인생을 알거든, 난.
(재봉에게) 자기야, 시작한다. 하나.
순영과 재봉, 나란히 서서 토끼뜀을 뛴다.
순영 (재봉에게) 구령붙여. 셋.
순영, 재봉을 보고 웃으면 가발이 풀럭대닥 벗겨져 떨어진다.
까까머리로 싱글대는 순영.
재봉, 뜀을 멈추고 가발을 주워 순영의 머리에 올린다.
떨어질까봐 순영의 머리에 손을 얹은 채 보조를 맞춰 같이 구령을 붙이며 뜀을
뛴다.
즐거운 순영.
고달픈 재봉.
$#16. 식당
하경과 현준이 식사를 한다.
하경 드실만 하세요, 목사님?
현준 (맛나게 먹는다) 맛있어.
하경 현우는 보셨어요?
현준 (웃으며) 보긴 봤어.
하경 여전히 그렇죠?
현준 마음에 자물쇠를 단단히 걸어놔서 마음 문 열기가 쉽지 않으
네.
하경 ..걔가..마음이 여려서 그래요.
현준 ...넌 왜 우리 현우랑 아무 일도 없니?
하경 ...목사님, 현우 수술 간단한 거예요. 지금쯤 끝날 때가 됐는데..
의국 가서 기다리실래요?
현준 글세. 만나고 가야하는 건지 모르겠네. 신도 병문안 때문에 먼
길을 오긴 했는데.
하경 목사님이 시시하게.. 밀어붙이세요, 까불지 말라고...
$#17. 1층 복도
수연을 부르는 보호자.
보호자 선생님.
뒤를 돌아보면 발목에 기브스를 한 소녀를 등에 업고 선 보호자.
비닐 봉투를 들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수연을 바라보는 소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는 현우, 멀찍이 소녀를 업은 보호자와 말을 나누는 수연
의 모습.
아이가 비닐봉투 안을 뒤적이는 사이, 현우의 눈이 수연과 마주친다.
반대편 로비로 걸어가는 현우.
$#18. 1층 로비
현우, 걸어가면 수연이 현우를 부르며 달려온다.
수연 선생님. (현우 앞에 선다)
현우 (슬쩍 본다) 한 선생, 나 미행하냐? 왜 자꾸 마주치냐?
수연 (아이스크림 하나를 내민다)
현우 (벙찐 표정)
수연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드세요.
현우 뭐야, 이게?
수연 촌지 받은 겁니다. 계단에서 구른 아이요. 하나만 주길래. 내친
김에 하나 더 달랬죠. 선생님도 일조를 했으니까. 얼른요, 녹아
요.
현우, 마지 못해 아이스크림을 받아든다.
수연 까드려요?
현우, 웃을 듯 말 듯.
그러다 얼굴이 굳는다.
저만치 하경과 현준이 현우를 보고 섰다.
현우 (얼굴을 굳히며 아이스크림을 수연에게 던지듯 건넨다. 그들에
게 다가간다. 하경에게) 니가 뭔데 이 사람하고 같이 있냐?
현준 현우야, 온 김에 하경이 얼굴 좀 보고 가려했다, 내가.
현우 형이 뭔데 얘를 봐? 우리 셋 각자, 서로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
이야. 근데 왜 이렇게 얽혀서들 그러냐?
하경 열낼 일 아니다.
나, 이분 신도야. 그렇게 생각하면 되잖니? 난 너와 달리 영혼
을 믿거든.
현우 (하경을 노려보다 현준에게) 그래 좋다. 형, 능력 한번 보자.
그럼 나도 그거 믿어준다. (뒤돌아간다. 현준에게) 따라와.
현준, 선뜻 따라나서지 못하고 그대로 서있다.
하경 가세요. 그렇게 잠시라도 현우과 같이 계세요.
현준, 하경을 보곤 미소지으며 현우를 따른다.
아이스크림을 양손에 들고 현우와 현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수연.
그러다 하경을 본다.
하경 그거 나 줘라.
수연 (부랴부랴 아이스크림을 건넨다) 네, 그러세요, 선생님.
하경 (아이스크림을 받으며) 다, 녹았다. 야. (종이를 까며 뒤돌다가)
궁금하겠구나, 장현우 히스토리.
$#19. 중환자 앞
신발을 갈아 신는 현우.
뒤에 선 현준.
현준 이젠 아버지 이해할 때 됐다.
현우, 아무 말 않고 들어간다.
$#20. 스탭 의국
마주보고 아이스크림을 먹는 하경과 수연.
짓궂게 계속 수연을 보는 하경.
수연이 어디다 눈길을 둘지 모른 채 아이스크림만 빨고 있다.
하경 궁금해 죽겠지?
수연 ...아니에요. 선생님. 제가 궁금할 일이 뭐가 있다고.. 자꾸 그러
세요?
하경 근데 왜 따라왔어?
수연 전 그냥.
하경 재미없는 얘기야. 장현우, 별일도 아닌 거 갖구 저래. 아버지가
목사였어, 장 선생.
현우, 어려서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아버지 혼자 두 아
들을 키웠어.
어려선 그저 어머니가 많이 아파서 하늘나라로 갔구나.
남아있는 아버지가 참 불쌍하다.
그렇게 생각했다지.
근데 철 들고 아버지 돌아가실 때, 그때 돌아버린 거야, 장현
우.
아버진 치료받아 나을 병이었거든. 낫는다 그랬대, 의사들이.
근데 아버지가 치료를 거부하더랜다.
하나님이 자신에게 병을 줄 땐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걸 거역하고 싶지 않다... 끝내 기도만 하다 가셨다지?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머니 아파 누워 계실 때도 병원 다
니는 걸 본 적이 없었던 거야. 그렇게 하나님 뜻에 따라 어머
니 죽음 방조하고 당신까지 미련 없이 하늘에 생명을 바쳤단
다. 장 선생은 그걸 이렇게 표현하더라. 아버진 목사가 아니라
살인자다. 어머니를 죽이고 자기 자신까지 죽였다.
시시하지?
수연 (침울하다)...선생님하곤 그렇게 긴 얘길 나누시나요, 장 선생
님?
침울한 수연을 바라보는 하경의 애틋한 눈빛.
이때 들어서는 은미.
하경, 의아스런 눈빛으로 은미를 바라본다.
자신을 바라보는 하경과 수연의 눈길도 아랑곳 않고 그 사이에 의자를 끌어다
앉는 은미.
은미 (그대로 가만히 앉아 있다가 하경에게) 내 옆에 좀 있어줘요.
하경 나가줘요.
은미 (일어선다) 기다릴게요.
은미, 나간다.
수연, 고개를 숙인 채 멍하니 발끝을 부비고 생각에 잠겨있다.
무릎 위로 똑똑 떨어지는 아이스크림 액체.
이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수연.
하경, 휴지를 들고 수연의 무릎을 닦는다.
하경을 바라보는 수연.
하경 (눈을 내리깐 채) 긴 세월이었다, 우리.
그리고 그 세월의 무게, 몇천 배를, 우리는 서로 미워해... (수
연 보며) 미워해, 우린.
하경, 휴지를 그대로 수연의 손에 쥐어주며 나간다.
수연, 아직도 녹아 떨어지는 아이스크림을 그저 바라만 본다.
$#21. 중환자실
현우가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는 상구를 본다.
그 옆에 선 현준.
현우 이 사람 죽어. 내가 할 바는 다했어. 이제 형이 기적을 일으키
는 일만 남았어.
현준 ...
현우 해봐.
현준 현우야.
현우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난 아버지 이해 못해.
현우, 밖으로 나간다.
현준, 현우를 보다가 상구의 멍든 가슴을 어루만진다.
상구의 손을 잡는 현준.
고개를 숙이며.
현준 (조용히) 내 무능함을 너무 언짢게 생각 마십시오.
조용히 기도 드린다.
얼핏 현준을 바라보곤 굳은 표정으로 나가는 현우.
$#22. 복도
걸어나오는 하경의 뒤에서 다가서며 하경의 팔짱을 끼는 은미
은미 내가 잠든 새에 내 아기 죽일지도 몰라.
멍한 눈빛으로 하경의 팔을 옥죄며 걷는 은미.
$#23. 스탭 외국
간이 침대에 몸을 누이는 은미.
하경, 은미에게 이불을 덮어준다.
하경 여기서 잠시라도 눈 좀 붙여요.
은미 선생님, 누굴 미워해요?
하경 ...
은미 왜 미워해요?
하경 (일어선다) 잠깐만 자고 병실로 가야합니다. 은미씨?
은미 속였어요, 그 남자가?
하경 (짜증스레 내려다본다) 은미씨. 나 은미씨 싫어해요.
은미 알아요.
하경 ...
은미 (하경의 손을 잡는다) 주절대도 들어줘요. 혼자서 중얼대기가
지겨워서 그래요. (애처로운 눈빛으로 하경을 바라본다)
하경 ...힘들어요?
은미 네. 근데 선생님이 나보다 더 힘들어요. 뭐 땜에 가슴에 그렇
게 담아둬요?
하경 ...
은미 속았으면 왜 속였냐고 따져요, 못해요?
하경 ...못해요.
은미 그렇겠죠, 나처럼 천하게 노는 분 아닐 테니까. 이제 선생님은
내편이야.
하경 ...
은미 (하경의 손을 놓아주며 벽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쓸쓸히) 우
린 서로 비밀을 나눈 사이니까, 그죠?
하경 뭡니까? 왜 자꾸 날 은미씨 영역으로 끌어들이려 합니까?
은미 멋있어서요.
하경 ...
은미 나 지키겠다고 문 앞에서 두 팔 벌리고 선 그 뒷모습이요.
하경, 은미의 쓸쓸한 얼굴을 바라보다, 은미의 손을 잡는다.
하경을 바라보는 은미.
하경, 은미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24. 병원현관 앞 주차도로
현관을 나서는 현준의 모습.
사람들로 분주한 도로를 성경책을 들고 걸어나가는 현준의 모습이 부감으로 보
인다.
현준, 정문 앞까지 걸어나와 멈춰서서 건물 쪽을 올려다본다.
$#25. 병동 복도 창가
현우가 그 앞에서 서서 병원을 향해 돌아서는 현준을 지켜보고 있다.
그리곤 이내 돌아서서 복도 끝으로 걸어간다.
$#26. 수술실 에어샤워실
하경이 에어샤워실에 서있다.
$#27. 수술실
준서가 수술을 하고 있고 하경이 양손을 들고 섰다.
하경 간호사 선생.
간호사가 수술가운 입혀준다.
준서, 문득 하경을 보며 미소짓는다.
하경 (준서, 옆에 가서) 비켜, 밥 먹고 와. 나머진 내가 해줄게. 하루
종일 수술실에 있었지, 너?
준서 할 일 없냐, 최하경?
하경 글세 말이다. 나 오늘 왜 이렇게 한가하냐? 얼른 인나.
준서 (일어서며) 다 끝났어. (레지던트에게) 머리 닫자. 상도 불러라.
레지 네, 선생님.
하경 (멀쭝하니 서서) 뭐? 이게 나 가운 입는 거 보고 웃기만 하더
니... (레지에게) 야, 다시 열어. 난 하고 나갈 거다.
$#28. 중환자실
차트를 쓰는 준서.
하경이 따라다닌다.
준서 (힐끗 보며) 너, 왜 자꾸 따라다니냐?
하경 수다가 떨고 싶은데 상대가 없잖냐.
준서 내가 왜 니 상대야?
하경 너도 나처럼 외로운 영혼이니까.
준서 (가당찮다는 듯 콧방귀를 낀다) 하. (그리곤 다른 환자쪽으로
간다)
하경 (따라서며) 현우한테 얘기해 봤어?
준서 (무심한 척) 현우한텐 니가 얘기했잖아.
하경 (궁금한 듯) 뭐래, 해준데?
준서 그래.
하경 (웃으며) 그럴 줄 알았다.
준서 (불편한 심사로 하경을 본다)
하경 (겸연쩍다).. 니 친구잖아. 당연한 거지, 뭐.
준서, 아무 말 없이 차트를 정리하고 나가려다 선재를 바라본다.
배 위에 책을 펴든 채 잠이 든 선재.
준서, 가만히 다가가 책을 접는다.
눈을 뜨는 선재.
준서 (놀라며) 이런 깨버렸네.
선재 (눈을 가물대며) 선생님. 왜 나랑은 얘기 안 해요, 이젠?
준서 ...
선재 저한테 화났어요?
준서 ...(가만히 바라보다) 그래, 그랬어. 이젠 밥 잘 먹을 거지?
선재 (웃으며) 네.
준서의 모습을 바라보는 하경.
$#29. 의국
상도가 거울을 보며 잔뜩 무스를 바른다.
머리칼을 넘기다 이상한지 살짝 흐트러뜨린다.
그래도 성이 안 찬 듯 머리를 마구 흔들어 엉크러뜨린다.
상도 간만의 오픈데 불꽃같은 밤을 보내고야 말 거야. (인찬에게 걸
어오며) 야, 싸가지.
인찬, 소파등받이 쪽으로 몸을 돌린 채 꿈쩍않고 누워있다.
상도 (누워있는 인찬의 등뒤에) 싸가지. 나 없는 동안 펑크나는 일
없어야 된다, 응?
말똥말똥 눈을 뜬 채 반응이 없는 인찬.
상도 저, 싸가지가? (인찬의 궁둥이를 철썩 때린다)
인찬 (벌떡 일어서며 소리지른다) 에이, 왜 때려요? (궁둥이를 만지
며) 이게 선생님 거예요, 함부로 건드리게?
인찬, 괜시리 화가 나서 나가면 상도가 벙찐다.
상도 (멍청한 눈을 껌뻑이며 중얼댄다) 누구건데 그러냐?
$#30. 의국 앞 복도
인상을 긁으며 복도에 선 인찬.
엘리베이터 앞에 선 사복차림의 수연을 본다.
인찬 (주춤대며 다가선다) 오프에요?
수연 아니요. 치프 선생님. 심부름 가요. (어색한 듯 엘리베이터 표
시등만 바라본다)
인찬 ...같이 가줄까요?
수연 (손을 내저으며) 아니에요, 선생님. 멀리가요. 로컬 병원 환잔
데 박 선생님이 필름을 안 넘겼대요. (봉투 들어 보인다) 이거
전하러 가는 거예요. 가까운 데면 선생님이랑 같이 갈텐데...
좀 멀어요. (이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선생님. 저 갈게요.
부랴부랴 엘리베이터 위에 오르는 수연.
급히 닫힘 버튼을 누른다.
인찬, 침울하게 서 있으면...
성희E 헛물 키지 말아요.
인찬, 돌아보면 상희가 마땅찮은 얼굴로 인찬을 바라보고 섰다.
상희 (조용히) 자존심, 없어요?
상희, 쌀쌀맞게 몸을 돌려 걸어간다.
$#31. 병원 잔디밭 (해질녘)
수술복 차림의 준서와 사복의 하경이 잔디밭에 나란히 앉아 햄버거를 먹고 있
다.
하경 저녁 사준다니까 굳이 방 쪼가리나 먹자는 건 뭐냐?
준서 나이트 있잖아. 저녁 먹는다고 왔다갔다하면 괜히 진 빠져. 무
슨 의사가 심심해서 죽을라 그러냐? 남들은 바빠서 난린데.
하경 글세 말이다.
준서 VIP는 견딜만해?
하경 그로 인해 내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준서 못 하겠으면 얘기해, 과장님한테...
하경 나도 그 여자가 되고 싶어.
준서 응?
하경 고백. 상관도 없는 사람한테 듣기 싫다는데, 막 우겨. 들어야
된대. 억울한 사정, 누구든 들어야된대... 말하지 않곤 미쳐버리
겠대.
준서 ...근데? 넌 뭐가 문젠데?
하경 나도 미칠 것 같았어, 그때. 미국 가기 전에 의사가운 벗어 던
진 거.. 억울해.
궁금하지 않니, 그 이유? 너한텐 말해버릴까?
준서 ...
하경 (고개를 끄덕인다) 근데, 그게 내 문제야. 결국은 아무 얘기도
하지 않을 거라는 거.
준서, 하경 가만히 지는 노을만을 바라본다.
$#32. 주차 도로
상도가 주차도로 한켠으로 차를 붙여놓고 서있다.
차 본네트에 궁둥이를 살짝 걸치곤 팔짱을 낀 채 폼을 잡다가 다시 문가에 기
대보기도 하고 들뜬 기분에 갖은 폼을 다 잡아본다.
담배를 꼬나 물며 터프한 자세로 서있는데 경적 소리.
힐끔 돌아보면 현우의 승용차가 경적을 울린다.
상도, 화들짝 놀라 담배를 던져버리곤 인사를 꾸벅한다.
현우 (차창을 내리며) 오프냐?
상도 네, 선생님.
현우, 손을 한번 들어 보이곤 승용차를 몰아 떠나고.
상도 (떠나는 승용차 뒤에 대고 넙죽 인사를 한다) 안녕히 가십시
오.
이때, 경비가 와서는 상도 앞에 눈을 부라리며 섰다.
경비 줏어.
상도 네? (아래쪽을 보더니) 네. (담배꽁초를 주워들곤 왔다갔다하
며) 휴지통이 어딨지?
경비, 인상을 긁으며 안으로 들어간다.
이때 은주가 상도 앞에 서다.
은주 어머, 선생님. 오프세요?
상도, 담배꽁초를 바닥에 슬쩍 던지며
상도 (무게를 잡는다) 응, 막 떠날 참이었는데 이렇게 우연히 언니
를 보네... 이건 운명의 장난이야, 언니. (고갯짓을 한다) 타.
은주 차, 뿅간다.
상도 (목에 힘이 들어간다) 이거 첨 샀을 땐 진짜 때깔 좋았다. 그
때 봤어야 되는데...
은주 근데 어디까지 가시는데요?
상도 언니가 동하는 데까지... (눈을 게슴치레 뜬다)
은주 정말요?
은주, 문을 열고 조수석에 탄다.
상도 (부랴부랴 운전석에 타며 시동) 어디루 동해, 언니?
이때 경비가 달려온다.
경비 야, 꽁초.. 나, 다 봤어, 임마.
도망치듯 달리는 상도의 차.
상도 치사하게 숨어서 보냐? 언니, 얼루 갈까?
은주 (콤팩트로 얼굴을 보더니) 선생님. (얼굴을 들이대며) 저, 오늘
괜찮아요?
상도 (웃으며) 오늘뿐이겠어, 언니?
은주 압구정까지 몇 분이나 걸리냐? 미팅인데 늦을 순 없지.
상도 미팅?
은주 근데요, 선생님. 난 미팅만 나가면 꼭 떨거지들만 걸려요. 이번
엔 잘 낚아야 되는데...
상도 (정문 앞에서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그리고 울상) 가지마, 언
니.
은주 안돼요. 이번엔 다 킹카랬어요. 오늘은 기필코 한건 할거야.
상도 가지마이.
은주 저는요, 한번 마음먹은 건 꼭 해야 돼요. 내가 오늘을 위해서
준비한 게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일주일 내내 오이 마사지하
고 이 옷이요, 내 월급이 모자라서 엄마한테 떼써서 샀어요.
남자 하나 건지려고 이렇게 기를 쓰는 여잔 나밖에 없을 걸
요? 갑시다. (주먹을 불끈 쥔다) 기다려라. 내가 간다, 남자들
아.
이때 상도의 창문으로 얼굴을 내미는 경비, 담배꽁초를 상도의 차안으로 집어던
진다.
$#33. 버스 정류장
수연이 버스에 오른다.
$#34. 버스 안
봉투를 들고 버스의 우측 좌석에 앉는 수연.
횡단보도 앞에 서는 버스 수연이 창가를 본다.
이때 버스 옆으로 와 서는 현우의 차.
수연, 얼굴에 화색이 돌며 운전석에 앉아있는 현우의 옆모습을 훔쳐본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수연과 눈이 마주치는 현우.
무표정하다.
수연, 그 안에서 현우에게 들리지도 않는 인사를 한다.
수연 안녕하세요, 선생님.
버스 안의 승객들, 수연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본다.
수연, 주위를 둘러보다 챙피한 듯 살짝 고개를 숙인 채 계속 현우를 바라본다.
무표정하게 수연을 바라보던 현우가 수연에게 살짝 미소를 보내곤 떠난다.
수연, 좋아라 입이 벌어지고 급히 창문을 연다.
수연 (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며 큰소리로) 안녕히 가세요, 선생님.
$#35. 도로 INS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도심 도로를 질주하는 현우의 차와 그 뒤를 따르는 버
스. (F.O)
$#36. 병원 INS (낮)
$#37. 간호사 스테이션
차트를 정리하는 은주를 계속 노려보는 상도.
은주 (이상한 듯 상도의 눈치를 보다) 눈에 힘줄섰다, 선생님.
상도 (노려보며) 미팅 잘 했어?
은주 (한숨) 킹카가 아니라 완전히 킹콩이야. 그래서 친구랑 한 딱
갈이 붙었잖아요. 좀 고품질로 공급을 해라, 그랬더니 자기 사
촌오빠를 모욕한다고 길길이 날뛰고...
상도 (한쪽 눈이 일그러진다) 그렇게 좋으냐, 남자가?
은주 (멍청히) 네.
상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절망적인 몸짓으로 돌아서 사라진다.
은주 내가 좋으면 좋다 그러지. 하긴 지주제를 안다면 나한테 얼지.
이때, 스테이션 안에서 나오는 어린 남자아이.
머리에 탄력붕대를 아무렇게나 칭칭 감아 머리가 한아름이다.
머리로부터 풀어져 내려온 붕대 하나가 바닥에 아무렇게나 끌리워간다.
은주, 붕대를 집어 당기면 아이의 머리가 은주 쪽으로 쏠려온다.
은주 야, 싸가지. 니가 미이라냐?
순덕 왜 그래?
은주 글세 이 싸가지가 언제 숨어 들어왔는지 병원 비품에 손까지
댔네요. 이런 거 이렇게 파손하면 내가 물어내야 된단 말야.
아이, 아무 말 없이 은주만 물끄러미 보고 있다.
은주 아쭈, 뭘 봐? (꿀밤을 때리며) 니네 엄마한테 가서 내가 이 붕
대 값 다 받아낼 거다. 무슨 엄마라는 위인이 애를 아무 데나
두고 다녀? 어딨어, 니 엄마?
아이 (울음을 터뜨리며 순덕에게 안긴다) 엄마.
은주, 눈이 똥그래진다.
순덕 (은주를 노려본다) 내가 얘 엄만 게 그렇게 티껍냐, 이은주?
$#38. 응급실
상희가 CT사진을 천장 위로 올려 형광등 불빛에 비쳐본다.
커튼이 쳐져있는 병상 위에 누운 노파.
그 옆에 중년부인이 서있다.
상희 오른쪽 팔 들어보세요. (노파, 들어올리지 못한다) 왼쪽두요.
(노파, 올린다) 다리도 한번 올려볼까요? 오른쪽. (역시 들어올
리지 못한다)
왼쪽. (올린다)
자, 발가락으로 제 손을 밀어보세요. (노파의 엄지발가락 바닥
면에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대고 밀면서) 자, 발가락으로 제 손
가락을 미세요.
상희, 검사를 마치고 수연이 건네는 차트에 기록을 하며.
상희 한수연, 이거 봐라.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을 한다) 레프트 사
이드가 막혔지? (질문) 출혈은?
수연 (사진 보며) 출혈은 없습니다.
상희 그래, 뇌경색이야. 좀 가벼워 뵈지? 방사선과 컨설트 해라.
수연 네. (스테이션으로 간다)
이때, 수연 또래의 젊은 여자 하나가 급히 뛰어들어온다.
수연의 고교동창 희연이다.
희연 엄마, 할머니 괜찮아?
희연 모 ...글세, 이상하게 기가 허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이러신다.
상희 보호자 분 설명 들으세요.
좌측 뇌 쪽에 혈관이 막혔습니다. 아직 출혈은 없지만 언제 출
혈이 될지는 저희도 알 수가 없습니다. 수술로 막힌 혈관을 뚫
을 순 있지만 워낙 연로하셔서 그 점은 감안하시고 결정하셔
야 합니다. 수술에 필요한 선생님들이 오시면 그때 정확히 설
명을 듣고 결정하세요.
이때, 수연이 상희 곁으로 다가온다.
수연 연락 드렸어요, 선생님.
희연 (수연 보고) 어머 수연아.
수연 ...희연아.
희연 너 의사야?
수연 응? (상희를 본다)
상희 그럼요, 의사죠.
희연 (옆의 중년 여 소개시켜주며) 우리 엄마야.
수연 안녕하세요.
상희 한수연 선생.
또 있다며, 환자? 어디야?
수연 네, 선생님. (희연에게) 있다가 보자.
희연 그래, 얼른 가봐.
수연, 상희, 커튼 밖으로 나간다.
수연이 재빨리 저만치 다른 응급환자에게 가 선다.
상희, 선 채로 차트를 보곤 수연 쪽으로 가려는데...
희연 엄마, 쟤가 걔야. 왜 있잖아, 나 고등학교 다닐 때, 정신병으로
휴학했다는 애.
희연 모 근데 어떻게 의사가 돼?
희연 글세, 나도 쟤가 의사가 될 줄은 몰랐어. 참 웃긴다, 응?
상희, 커튼 쪽을 돌아보다 상희를 부르는 수연을 의미있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38. 비상계단
터덜터덜 걸어내려가는 현우, 표정이 어둡다.
중간에 멈춰 서서 담배를 하나 피워 무는 현우.
쪼그리고 앉아 담배만 뻐끔뻐끔 피워댄다.
$#40. 특실 복도
하경이 특실 문앞에 선다.
손잡이를 잡는 순간, 살짝이 열리는 문.
$#41. 특실 안
은미가 남편을 보며 애절한 눈빛을 보낸다.
승재 법적으론 내가 니 남편이니까, 너만 동의하면 난 수술허가서에
사인한다.
은미 (소리친다) 승재씨 애야, 양심도 없어?
승재, 다짜고짜 은미의 따귀를 때린다.
문틈으로 둘을 바라보던 하경이 놀라며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승재 너, 무정자증이란 거 들어봤냐? 나, 애 못 만들어.
놀라는 하경과 은미.
승재 이혼 당할까봐 걱정할 필욘 없어.
소문 막느라 쳐들인 돈 생각해서라도 이혼은 안 해.
대신 우리 식구들, 나 더 돌기 전에 애만 떼.
승재, 냉정하게 돌아선다.
하경과 눈이 마주치고.
승재 선생님, 이제 말 들을 겁니다.
하경 (승재를 가만히 본다) 잘못 짚으셨어요. 전 은미씨 편입니다.
승재, 영문을 모르는 듯 하경을 보다가 은미를 본다.
은미, 픽 웃는다.
승재, 다시 한번 하경을 슬쩍 훑어보곤 문을 나선다.
은미 (하경을 보며 실금실금 웃는다) 그죠? 한 사람도 안 믿지요?
하경 (냉정한 눈빛) 내가 들은 게 뭐죠?
은미 ...
하경 날 속였어요?
은미 (미소 짓는다) 실은 당황했어요, 저. 선생님, 생각보다 쉬운 분
이세요.
하경 (은미를 쏘아보다 돌아서며 입술을 문다) 넌 드럽게 죽을 거
다. 드럽게 산만큼, 오래 못 가, 너.
은미 (허한 미소) 아니오. 충분히 오래가지요. 난 오랫동안 이런 식
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왔으니까...
난 선생님이 상상도 할 수 없는 드러운 곳에서 드러운 부모의
손에 자랐어요. 그런 내가 이 자리까지 올라왔어요.
당신이 말하는 드러운 거짓들을 가지구서... 그리고 난 믿어요.
거짓은 영원할 거라는 거. (비웃듯) 선생님, 남자. 잘 살고 있
죠?
하경 ..
은미 (냉정하게 입술을 굳힌다) 봐요, 이혼은 안 당하잖아요. 난 포
기 안 해. 또 다른 돌파구가 있을 테니까.
$#42. 중환자실
현우, 남준, 상도와 신경과 과장, 상희, 수연, 마취과 태동이 모두 상구 둘레에
모여있다.
뇌파 검사 기기가 돌아가고 있다.
그 옆에서 상구 처가 울먹인다.
현우 완전한 코마(Coma 의식불능) 상태이며 현재 자발 호흡 불능입
니다. 양안 동공 확대 고정, 광반사, 각막 반사, 안구두 반사,
전정안 반사, 모양체 척수 반사, 구역반사, 기침 반사, 모두 소
실됐습니다. 자발 운동, 제뇌강직, 제피질 강직, 경련 모두 나
타나지 않습니다.
태동 임상과에서도 무호흡 검사 결과, 자발 호흡 불능으로 판명됐습
니다.
남준 뇌파는?
현우 현재 평탄 뇌파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남준 어제와 오늘 아무 변화 없단 말이지?
현우 예, 어제 검사 결과와 같습니다.
남준 (신경과 과장에게) Brain death(뇌사)로 판명해도 문제없겠지
요?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신경과 과장.
남준, 현우를 보며 고갯짓을 한다.
현우 (상구 처에게) 박상구씨는 뇌사 상탭니다.
상구 처 (어안이 벙벙한 듯 현우만 바라본다)
현우 뇌세포가 완전히 죽었다는 뜻입니다.
상구 처 (그대로 현우를 바라보고 섰다)
현우 그리고... 의식을 찾으셨을 때.. 장기 기증서에 서명을 하셨습니
다....말씀 들으셨습니까?
상구 처 (끄덕)
현우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상구 처, 눈물이 흐른다.
그리곤 상구의 얼굴을 더듬어 본다.
스탭들, 상구 처의 대답만을 기다린다.
상구 처 내가 무슨 동의를 하고 말고 해요? 못 되먹은 년.
상구 처, 소리내어 운다.
스탭들, 상구 처만 바라본 채 그대로 서있다.
상구 처 (고개를 든다. 현우를 보며) 염은 할 수 있는 건가요?
현우 네.
상구 처 (상구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남준 (상도에게) 각 과에 수혜자 검사 확인하고 장기 적출 준비해.
상도, 뛰어가고...
상구 처 (상구 얼굴을 만지며) 미안했어요, 여보.
분주히 상구를 실은 이동침대가 움직이고 스탭들이 움직인다.
상구 처가 멍청히 서있다.
남준이 상구 처의 어깨를 살짝 어루만지며 나가고
수연, 조심스레 상구 처에게 장기기증 동의서를 내민다.
그대로 멍청히 서있는 상구 처와 그 옆에 서있는 상구 처와 그 옆에 수연, 그리
고 현우가 그 자리에 서있다.
$#43. 마취과 앞
하경, 갱의실로 향하는 복도를 성난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갱의실에서 나오는 준서와 마주치는 하경.
준서가 무심히 하경 쪽으로 걸어오면.
하경 (준서 앞에 서며) 다 말할 거다.
준서, 너한테 장현우가 얼마나 비열하고 나쁜 자식인지 알려줄
거다. 아니다. 너 뿐만이 아니라 모두 모이라 그래. 내일? 모
레? 어쨌든... 다 말 할 거다. 거짓말들, 이젠 못 참아.
하경, 갱의실로 들어가고
준서, 갱의실 앞에 망연히 서서 갱의실 문만을 바라본다.
$#44. 수술실 복도
수술복을 입은 하경이 세척장에서 손을 닦고 있다.
고개를 돌리면 현우와 수연이 유리문 밖에서 수술실 안을 바라보고 섰다.
손을 씻어들곤 현우와 수연의 등뒤를 무심히 걸어가는 하경.
그러나 둘 수술실 안 만을 집중할 뿐 하경을 의식조차 못한다.
하경, 슬쩍 유리문 안을 보면 푸른 까운의 의사들이 마치 모의를 하는 듯 사체
를 앞에 떼를 지어 모여서서 작업을 한다.
소형 아이스박스에 담아진 첫 번째 장기를 담고 스탭 하나가 급히 뛰어나오고
하경이 비켜선다.
현우와 수연, 여전히 아이스박스를 바라보며 옆에 선 하경에겐 눈길도 주지 않
는다.
하경, 슬며시 옆쪽 수술실로 들어간다.
$#45. 하경의 수술실
인찬이 준비를 하고 서있고 하경이 의자에 앉는다.
하경 너 왜 죽상이니?
인찬 네?
하경 내가 컨디션이 안 좋다. 너라도 얼굴 펴라. 자 그럼 시작해 볼
까요. 여러분?
(O.L)
$#46. 수술실 복도
한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넋을 놓고 있는 현우.
그 옆에 앉아 아무 말도 없이 현우의 침울한 모습을 힐끔힐끔 바라보는 수연.
또 다시 들려져 나오는 아이스박스.
레지던트, 둘이 바삐 뛰며.
레지 인제 쫑이다, 야.
현우, 일어선다.
수연도 일어선다.
$#47. 상구의 수술실 안
일반외과 전문의 한 명과 레지던트 힘이 빠진 듯 서있고
옆에서 간호사가 전문의의 땀을 닦아준다.
전문의 힘드네. 인제 보기 좋게 바느질이나 해주자.
어느새 현우가 들어와 섰다.
현우 양 선생님, 제가 정리해도 될까요?
전문의 (잠시 현우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 불필요한 사람들은 다
나가지. (뒤따라온 수연을 보며) 한 선생이 어시스트 할 건가?
수연 (대뜸) 네, 선생님. (그리곤 현우를 바라본다)
현우, 무심히 수연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인다.
환자 앞에 선 현우와 수연
환자를 바라만 보고 선 현우.
그 옆에서 수연이 허리 위 높이로 손깍지를 끼고 기도를 하는 듯 고개를 숙이
곤 이내 손깍지를 푼다.
현우 교인인가?
수연 아닙니다. 고맙단 인사를 해야겠는데 이 방법 말곤 아는 게 없
어서요.
현우 (가만히 수연을 바라보다) 시작하자.
현우에게 건네지는 바늘.
$#48. 하경의 수술실
하경, 의자를 뒤로 밀어낸다.
하경 다 됐다. 상도 불러라.
인찬 네.
$#46. 수술실 안
어느새 사체도 없는 침상 위에 걸터 앉아있는 현우.
그 옆에 계속 서있는 수연.
현우, 고개를 들곤 벌떡 일어서서 나간다.
수연 (현우의 등뒤에) 수고하셨습니다. 선생님.
현우 (돌아본다)...고맙다, 한수연.
수연의 눈에 미소가 어리고 현우가 나간다.
$#50. 수술실 복도
하경과 현우가 마주친다.
현우, 하경을 피하며 돌아가고
하경 한건 하셨군요, 장현우 선생. 귀한 장기까지 구해오시고...
이때, 하경의 멱살을 있는 힘껏 부여잡으며 벽 쪽으로 강하게 밀어부치는 현우.
하경의 멱살을 잡은 손길이 가늘게 떨리고 얼굴을 바짝 들이민 채 무섭게 노려
보는 현우.
현우 끝장을 보고싶어 이런다면 넌 성공했다. 이게 우리의 끝이다.
현우, 하경의 멱살을 뿌리치고 성큼성큼 사라진다.
현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하경의 허한 눈망울.
고개를 돌리면 수술실 앞에 수연이 손을 모으고 서있다.
슬픈 듯...
수연 (조용히) 선생님은 그러면 안 되는 거였어요.
하경을 외면하고 걸어가는 수연.
하경, 고개를 내리면 그녀의 목에서 목걸이가 끊어져 내린다.
목걸이로 손을 뻗으며 쭈그려 앉는 하경.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눈물을 흘리는 하경의 포즈.
제 6 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