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셰릴 스트레이드
소설은 잃어버려선 도저히 안되는 길에서
등산화 한짝을 잃어버림으로 시작합니다.
휴대용 삽을 사러나갔다 여행용 책자와 운명의
조우가 떠남의 시작이지요.
엄마가 나를 가졌던 스물두 살 내가 엄마의
삶에 들어가려는 순간 엄마가 나를 떠나려 한다.
엄마에 대한 헌신적인 간호와 죽음, 자신의 이혼
막다른 길에서 짐을 꾸리고 떠납니다.
엄청난 짐의 무게와 히치하이커의 공포와
사람으로 향한 의심,
모히비사막 방울뱀과 버금가는 강간범들이
득실거리는 법이 돌보지 않는 길위에서 셰릴은
천천히 몸을 돌려돌아본다.
본능에 따른 행위에 책임처럼 왔던 임신과
낙태란 단어가 돌아오고
그 더러운상황이 싫어, 환멸의 눈물도
길위에 뿌린다.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캘리포니아주
멕시코국경에서 시작, 캐나다국경 아홉개의
산맥을 따라 걷는길. 퓨마, 무스, 곰, 엄마의
죽음과 자신의 이혼은 줄곧 여행과 동행한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기위해서
여자로의 아름다움도 자의반 타의반 포기하며
여자로서의 본능과도 이긴다.
어린시절 무엇을 안다고, 학대하다 떠난
아버지도 소환하고 비로소 떠나보낸다
나는 돌아왔고 나는 떠났다.
마지막 엄마와의 사투" 엄마 엿이나 드세요!"
애증의 싸움으로서 애도와 동등해집니다.
애도를 밀고 나갈수 있게 됩니다.
지금 눈앞에 펼쳐져 있는것은 조용히 침묵하고
있는 호수뿐, 치유가 시작된 후 산과 황무지의
텅 빈 그릇이 변한 저 모습을 보라!
한걸음도 못걷게 되는 시점, 자, 이제부터다!.
4.285km 대장정의 길은 마무리를 향해갑니다.
소설을 읽다보면 공감에 의문이 들고 발목이
잡힐때가 있습니다.
예를들면 이제 이십대초반의 여자가 그리
험난한 여정이 가능하다고?..,
여기에 어릴적 개척지에서 살았다는 설정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바람개비역활을 합니다.
의붓아버지가 사고로 죽으며 받은 보상금으로
구입하는 개척지의 땅이라는 설정도 셰릴의
집에 숨을 튀워준다는(...?) 횡재심리를 업고
있어 활자들 틈에서 잠시 쉬어가게 합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처럼 자연에 관한 섬세한
묘사는 아쉽지만 길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행동과 말을 통해 깊숙한 산맥에 연한 길들을
흡수할 수 있었습니다.
해피앤딩입니다. 셰릴 자알했어!
셰릴 최고야! 마음에서 외쳤습니다.
많은 고통과 환희, 떠나지 않으면 도저히
내게로 오지 않았을, 내가 모르고 죽었을 시간들,
우리들의 라이프 만세입니다.
저는 이 소설에 자연과의 화해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인간이 줄수없는 것을 자연에게 받는데
그것은 세릴과 같은 용기가 필요할 것입니다.
자연은 유년기에 첫번째로 발견한 영역이며
가장 완전한 순간이며 완벽한 계기이기
때문입니다.
책은 다양한 경험을 줍니다. 기쁨도 슬픔도
잊고 있던 고통도 되살려 지독한 아픔과 만나게
하지만 아픔이 아픔을 치유합니다.
여러가지 선물가운데 와일드는 통밀빵에
신선한 야채셀러드를 한입, 먹은듯 경쾌하고
마음이 파래집니다. 가을하늘 같은 와일드를
만나고 책장을 덮었습니다.
<신연옥>
*표지사진은 영화화된 포스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