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모임에 나가고 나만 집에 있습니다. 심심해서 찬송가를 불렀습니다. 남선교회 헌신예배에서 부를 특별 찬송 305장입니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 주 은혜 놀라워
잃었던 생명 찾았고 / 광명을 얻었네
연습하는 마음으로 불렀습니다. 그런데 눈물이 솟구쳤습니다. 그때 일이 생각나면서 도무지 참을 수 없었습니다.
1981년 8월, 늦은 오후입니다. 긴 그림자를 끌고 집으로 가는 중인데 교회의 종소리가 울렸습니다. 나는 홀린 듯 교회로 갔습니다. 특별집회 중인 장평교회였습니디. 찬송가 305장을 부르며 집회를 인도하는 강사는 ○병균 목사, 내 이름과 같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까지 나는 죄인이었습니다. 귀신들에게 눌려 꼼짝달싹도 못 하는 죄인이었습니다.
1978년 12월, 큰딸이 태어났습니다. 첫이레가 되기 전에 탈수증세가 나타났습니다. 기독병원에 입원했는데 내 생애 최초로 받은 보너스를 홀랑 까먹고 말았습니다. 이후에도 딸에게는 감기 옴 등 병마가 그치지 않았습니다.
1981년 2월 작은딸이 태어났습니다. 세이레가 되었을 때 딸은 한쪽 다리를 펴지 못했습니다.
아내는 두 아이를 데리고 광주로 갔습니다. 김 정형와과, 적십자병원을 찾았고, 나중에는 전남대학교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2월의 찬바람을 맞으며 찾았습니다. 그러나 의사들은 이런 아내를 위로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 말대로 하지 않으면 고칠 수 없어요!’ 하며 귀찮은 듯 차갑게 대했습니다. 그 반응이 몹시도 쌀쌀했습니다. 그러면서 ‘선천성 고관절 탈골’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정말이지 울고 싶었습니다.
감히 말하건 대 의사의 진단은 틀렸습니다. 딸은 태어났을 때 다리를 자연스럽게 움직였습니다. 그러니 선천성은 아닙니다.
딸에게 다른 증상도 있었습니다. 그것은 눈동자가 안정되지 않은 것입니다. 불규칙적으로 깜박거리던 눈동자가 뒤로 넘어갔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습니다. 숨넘어가는 개의 모습과 너무나도 흡사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나의 어머니도 그랬는지 아내를 데리고 ‘박 보살’을 찾아갔습니다. 박 보살은 ‘부정탔다.’고 하며 댓잎 기지로 아내의 어깨를 도닥도닥 두드렸다고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일 이후 딸의 눈동자가 안정되는 듯 했습니다
장모님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는지 아내를 데리고 지산동 점쟁이를 찾아갔습니다. 거기서 아내는 대나무 가지를 흔들며 춤을 추었다고 했습니다, 멈추고 싶은데 도무지 멈출 수 없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작은딸의 증상을 보건 교사 임○○에게 하소연하듯 말했습니다. 임 선생님이 두꺼운 책을 가져와서 펼치더니 어느 대목을 손가락으로 짚어 가며 보여 주었습니다.
그날 저녁 실습을 했습니다. 책에서 읽은 대로 양손의 손가락 여덟 개로 딸의 엉덩이를 받쳐 들고 양손 엄지손가락으로 다리를 벌렸습니다. 서서히 힘을 주며 조심스럽게 벌렸습니다. 어느 순간 손가락 끝에 ‘딱’ 하는 느낌이 왔습니다. 깜짝 놀라 손을 놓았습니다. 신통하게도 딸은 다리를 움직였습니다. 그 동작이 지극히 자연스러웠습니다.
장평초등학교에서 나와 함께 근무했던 보건 교사 임 선생님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맘씨 좋은 임 선생님, 지금 어디에 사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머리가 하얀 80대 할머니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 딸은 쌍둥이를 낳아 기르고 있답니다.
점쟁이는 ‘귀신이 씌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점쟁이가 들먹인 귀신은 하나둘이 아니었습니다. 듣도 보도 못한 귀신이 수도 없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 당시 우리 집은 귀신이 떼거지로 우글거리는 귀신의 소굴이었습니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 주 은혜 놀라워
여기까지 불렀는데 벌써 눈물이 났습니다. 이 찬송가의 가사처럼 지긋지긋한 귀신의 소굴에서 벗어난 게 꿈만 같습니다. 주 은혜 놀랍고 또 놀랍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솟구칩니다. 얼굴을 감싸고 울면서 찬송가를 부릅니다. 목이 메어 더 이상 부를 수 없습니다.
어렵사리 한 절을 마쳤습니다.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었습니다.
찬송가 305장은 척박한 내 마음 밭에 뿌려진 복음의 씨앗이었습니다. 그 찬송가 305장을 다시 부릅니다. 아무도 없으니 그냥 울면서 부릅니다. 놀라운 주님의 은혜를 생각하며 1절을 부르고 또 부릅니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 주 은혜 놀라워
잃었던 생명 찾았고 / 광명을 얻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