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TV출연 요청을 받다.
세실내과로 전화가 왔다
ㅡ세실내과 홍관수선생님이시죠?
ㅡ네.
ㅡtvN방송국인데요. 명의의 경고라는 프로그람에 출연요청차 전화드렸습니다.
ㅡ아~죄송합니다. 저는 명의도 아닌 동네의사이고 나이도 들어 TV출연 안합니다.
전화를 꾾으려하는데
ㅡ잠깐만요. 세실내과 홍관수선생님 맞죠?
노래하시고 오페라해설하시는?
노래라고하니 정신이 번쩍들었다.
ㅡ네. 맞는데요.
ㅡ원장님께서 특이한 의사시라 방송출연을 요청하는겁니다.
노래도하고 오페라해설도하고 시인이시기도 해서요.
그래서 출연을 허락했다.
노래라는 말에 매력이 끌렸다.
방송작가와 인터뷰를 하고 대본작업에 들어갔다.
다음주 녹화하기로 했고 방송중 노래도 두곡 하라고 한다.
자작시곡과 아리아.
ㅡTV 프로그램 내용을 개편케하다ㅡ
TV에 출연한다는 것이 생각보다는 좀 복잡하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명의를 소개하는 거라면 나갈 마음이 없었다.
음악이야기가 나와서 출연하기로 했는데 방송 프로그램은 명의에 대한 것이다.
난 처음부터 명의가 아니고 동네의사라고 했는데 오히려 그 말이 더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방송작가는 대본을 작성하기 위해 질문사항을 보내주었다.
당뇨병전문의사로서와
음악애호인으로서의 두 가지 측면의 질문이었다.
몇번의 수정작업이 반복되었는데 방송작가가 원하는 것은 다른데서 치료받지 못했는데 여기서 드라마틱하게 치료받았거나 하여튼 무언가 차별화된 치료나 드라마틱한 효과를 본 에피스드를 소개하라고 해서 나름 기억을 더듬어 썼지만 내가 봐도 드라마틱하지 않았다.
몇 번의 요구에도 나의 답변이 시원찮았던 것같다.
결국은 더 이상 요구하지 않고
TV에 나와서 동네의사로서 한마디를 써달라고 했다.
난
실력 있는 의사를 찾지말고
신뢰할만한 의사를 찾아라
실력 있는 의사가 필요할 때면신뢰할만한 의사가 안내할 것이다.
자신의 몸을 맡길 수 있는 신뢰할만한 동네의사를 사귀어라.
이 글이 작가의 마음을 움직인 것같다.
한편 음악적인 이야기는 누구못지 않게 다양하고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많았다.
방송작가는 당뇨병에 대한 에피소드보다 음악적 에피소드를 더 많이 묻기 시작했다.
나는 작가에게 처음부터 말했듯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 명의에 대한 프로라면 난 출연을 거절했을 것이다.
명의도 아닐뿐더러 나 자신이나 세실내과를 홍보할 마음은 추호도 없고 단지 음악 그 중에서도 성악과 오페라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주고싶은 마음뿐이다.
선한 문화가 확장되어 악한 문화가 자리잡지 못하는 일에 내가 아주 작은 매개체가 된다면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다.
의사로서의 나를 조명하지말고 의사-환자 관계를 연주자-관객 관계로 바꾸고 환자들이 나의 팬이 되어 주어 서로 신뢰감이 생긴다면 그것이 바람직한 의사-환자 관계(doctor-patient telationship)가 형성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나보다도 음악의 힘을 전달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정말 기뿐 일이 생겼다.
작가에게 연락이 왔다.
어제 오랜 시간 대본회의를 했는데
회의 참가자 모두가 매우 좋아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 놀랄만한 소식은
나를 계기로 방송내용을 대폭개편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모두 의학적인 이야기로 채웠던 프로그램을 나의 경우 의학적인 것 50%, 음악적인 것 50%로 대폭 변경하면서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방송내용을 대폭변경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나로서는 이보다 더 기쁜 소식은 없었다.
고리타분하고 획일적인 의학적인 이야기를 하고 오는 것보다
보다 신선한 의학과 예술의 상호 관계를 이야기할 수 있고
더구나
나로 인해 방송프로그램이 대폭 변경된다는 것이 너무 기뻤다.
내가 있지도 않은 드라마틱한 진료이야기로 관심을 얻으려 했다면 이런 개편도 일어나지 않았을거고 나는 방송을 위해 있지도 않은 거짓이야기를 했다면
난 남은 평생 내 자신이 스스로 자존심이 상한 채 살게 되었을 것이다.
정직이 가장 큰 무기라는 신념이 승리했다는 승리감에 마음이 기쁘다.
3. 인터뷰보다 어려운 노래
녹화가 끝났다.
아침 9시반부터 분장을 하고
오후 2시까지 녹화했다.
분장이 맘에 들지 않았다.
난 평소의 내 모습 그대로 비쳐지길 원했는데 얼굴을 떡칠하고 자연스럽고 예술적인(?) 내 헤어 스타일을 젊은이 스타일로 바꾸어 놓았다.
진행자는 연대 성악과 출신이고 국회의원 경력을 가진 유정현 아나운서다.
항상 그렇듯이 공통적으로 아는 사람들을 이야기하면서 의외로 서로 친한 사람들을 공통적으로 잘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니 갑자기 친해진 것 같다.
드디오 녹화를 시작했다.
모니터에 준비된 대본이 비쳐지지만 즉흥적인 것을 좋아하는 나는 준비된 대본에서 벗어나거나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면 진행자가 당황하거나 부드럽게 다음 이야기거리로 넘어 가지 못해 반복해서 이야기 하게 되었다.
난 의학의 힘보다 음악의 힘을 더 강조하려했다.
노래가 환자에게 주는 유익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환자와 음악을 공유하면 음악이 주는 마음의 순화로 서로 신뢰감이 생길 뿐만 아니라 노래를 부르는 연주자나 노래를 듣는 환자도 정신적인 삶이 윤택해져서
몸도 건강해진다고 했다.
나는 실력 있는 의사로 인정받기보다는 신뢰 받는 의사로 인정받고 싶다고 하였다.
실력은 빌릴 수 있어도 신뢰는 빌릴 수 없다고~
신뢰받는 의사가 되려면 내 자신의 정신과 몸이 건강해야만 환자에게 최선을 다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난 타고난 허약체질이었고 성장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23년 전부터 성악을 즐기기 시작했고 성악을 시작하기 3년전부터 오페라에 빠져 있었다.
성악을 시작하면서 오페라 강의를 시작했고 오페라 대본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시를 쓰게 되었다.
내가 중학교시절에 미국으로 출가하신 누님 그리고 고교시절에 미국으로 이민가신 은사님에게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의대 본과 2학년 때까지 편지를 썼고
일기를 열심히 써왔다.
편지와 일기
그것은 내가 수필가로 책을 내고 문단에 등단하게 된 기초가 되었다.
나는 방송출연하여 의사로서보다 음악과 가곡작시자로서 더 어필되기를 원했다.
이유는 음악의 힘을 전하고싶었다.
음악이 나의 정신적 삶을 윤택하게 하였고 비록 허약하게 태어나 허약한 젊은 시절을 보냈지만 중년이후 나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지켜 준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다.
음악이라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전공을 위해 준비해 온 전공자들을 예술가로 인정하고 높은 경지에 도달한 음악가를 존경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예술은 누리는 자의 것이다.
전공을 했어도 무대에 서지 않고 즐기지 못한다는 것은 음악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고 그것은 전공했어도 예술가라고 할 수는 없다.
반대로 전공하지 않았어도 갈고 닦아서 무대에 서고 자신과 남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면 비록 아마츄어라도 예술가라고 불리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 시간 정도의 인터뷰녹화가 끝나고 예정된 노래 두 곡을 불렀다.
나의 작시곡중 대표곡이자 성악동호인들의 사랑을 받는 '지나간 세월'과 오페라 해설가로서 아리아를 한 곡 부르라고 해서
Dein ist mein ganzes Herz 를 불렀다.
방송녹화 후 세실내과에서 세실컨서트하는 장면을 녹화하기로 했다.
오전에는 진료모습 오후에는 환자들을 위한 컨서트장면을 녹화하기로 했다.
나는 음악전공자가 아닌 의사라는 전문직을 갖고 있지만 진료중 환자가 없는 시간에는 오페라강의를 위해 오페라전문서적을 보고 논문을 보고 오페라해설을 위한 신화, 세계사, 문학, 철학 및 미술에 대한 입문학적 공부를 하고 틈틈이 노래연습을 하고 거의 하루걸러 시와 수필을 써 오는등 진료외적인 것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였다.
그래서 진료실에는 의학서적보다 오페라 DVD, 오페라에관한 책과 입문학적 책들이 더욱 많이 자리를 잡고 있다.
진료장면을 녹화하러 왔다.
4층 투석실을 스케치하고 투석환자의 양해를 얻어 인터뷰도 하였다.
환자는 세실내과에서 약 20년 정도 혈액투석요법을 받아왔으며 내가 교회로 전도하여 내가 담당해오던 청각장애인들과 함께하는 부서에서 신앙생활을 함께 해오고 있다.
4층 원장실을 스케치했다고 한다.
4층은 피아노와 트럼펫 그리고 악보밖에 없다.
환자와의 인터뷰, 직원들과의 인터뷰를 끝내고 세실건강컨서트를 시작했다.
7년 전부터 시작하여 매월 열다가 35회 이후 코로나로 인해 멈추었다가 소규모로 다시 12회의 컨서트를 가졌다.
방송국의 요청으로 이미 7월 컨서트는 끝났지만 방송국이 원하는 날자에 다시 급조하여 음악회를 열게 되었다.
평소에 참여하던 동호인 몇 분이 아쉽게도 출연 못했지만 여러 동호인들과 전문성악가들의 협조로 훌륭한 음악회가 되었다.
음악회 총평은 항상 전 국립오페라단 단장이셨던 바리톤 박수길교수님께서 해 주시고 베세토 오페라단장이신 메조 소프라노 강화자 교수께서 축하인사를 해 주셨다.
내가 원하는 것은 아마츄어와 프로가 함께하는 컨서트를 통하여 클래식 음악의 저변화가 확대되는 것이고 많은 이들이 클래식음악을 좋아하고 즐기는 문화가 획대되고 나아가서 어린 학생들에게 음악교육이 다시 이루어지길 원하는 마음뿐이다.
내가 명의일수도 없고 명의를 꿈꾸지도 않았다.
이제 의사로서 은퇴만 남았는데 명의가 무슨 소용이 있나.
그저 음악의 힘을 믿는 나로서는 오직 음악이 이 땅에서 그 지경이 확장되기를 원하는 마음뿐이고 이 방송으로 인해 손톱 끝만큼이라도 음악의 힘이 전달되기 원하는 마음뿐이다.
감사합니다.
방영시간
tvN 명의의 경고
(음악사랑 환자사랑 ㅡ제가 붙인 부제입니다)
2023. 8. 16(수) 오전 9시(본방)
2023. 8. 19(토) 오전 6시(재방)
첫댓글 8월 16일 오전 9시 tv N 사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