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in Gomes / 번역 김단희
“우리는 사람의 생명을 끊는 직접적, 의도적, 고의적 행위인 안락사와, 자살을 돕는 직접적, 의도적, 고의적 행위인 의사조력자살의 모든 형태에 반대한다. 안락사와 의사조력자살은 빼앗을 수 없는 가치인 인간 생명에 근본적으로 반하는 행위이기에 본질적, 필연적, 도덕적, 종교적으로 잘못됐으며, 따라서 예외 없이 금지돼야 마땅하다.”
10월 28일 월요일 바티칸에서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 대표단은 안락사, 조력자살, 완화치료 등 생의 마지막에 관한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 선언문에 서명하고 성명을 발표했다.
‘아브라함 계통의 유일신 종교(Abrahamic monotheistic religions)’라는 표현은 구약의 아브라함에서 유래했으며, 유다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등 아브라함을 신앙의 조상으로 인식하는 종교를 지칭한다.
도덕적, 종교적으로 잘못된 안락사와 조력자살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 대표단은 죽어가는 환자로 하여금 능동적, 고의적 행동을 취해 목숨을 끊게 하는 모든 범주의 압력을 비난했다.
이어 “죽어가는 이를 보살핀다는 것은,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을 때 (주님이 주신) 거룩한 선물인 ‘생명’에 대한 우리의 관리 의무를 다하는 것일 뿐 아니라, 죽어가는 환자, 고통받는 환자에 대한 우리의 인간적∙윤리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체론적(holistic), 존중적 치료”란, “환자 고유의 인간적∙영적∙종교적 측면을 이해하는 것을 기본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동선언은 이스라엘의 의학윤리학자이자 랍비인 아브라함 스타인버그(Avraham Steinberg)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스타인버그 박사는 이 같은 생각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전달했으며, 교황은 교황청립 생명학술원에 공동선언 전반에 관한 일을 위임했다. 이에 생명학술원장 빈첸초 팔리아(Vincenzo Paglia) 대주교는 선언문 초안 마련을 위해 여러 종교의 대표단으로 구성된 그룹을 조직했다.
선언문이 발표된 후 서명자 30인은 바티칸에서 교황을 알현했다. 랍비 데이빗 로젠(David Rosen)과 인도네시아 제2의 무슬림단체 무함마디야의 수장 시암술 안와르(Syamsul Anwar)를 비롯해 다수의 추기경과 랍비가 이 자리에 함께했다.
모두를 위한 완화치료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 대표단은 인증된 완화치료의 혜택을 누구든, 어디서든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를 장려하고 지지했다. 이어 “죽음을 미루기 위해 계속되는 노력들이 지나치게 힘들어 보이더라도, 우리는 죽어가는 환자의 고통과 증상을 효과적으로 완화하고, 환자와 그의 가족에게 안정, 우정, 보살핌, 영적 지원 등을 제공할 도덕적∙종교적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안락사를 금지하고 완화치료를 장려하기 위해 환자의 권리와 존엄을 보호하는 법률 및 정책 마련을 촉구하는 한편, 다른 종교의 동참과 선의를 가진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팔리아 대주교는 이번 공동성명이 종교 간 (화합) 및 교회일치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런 특징이 “하느님의 아들 딸들”인 모든 이에게 봉사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친교의 결실을 맺고, (종교 간) 통합이 가능한 지점들을 발견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