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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역사회 실천에 집중합시다!’
아침 일찍부터 시원하게 비가 쏟아집니다. 매주 월, 수, 금요일은 복지관 청소하는 날입니다. 사무실, 화장실, 우리가 쓰는 회의실, 상담실, 다목적실 모두 참여해서 청소했습니다. 관장님께서도 관장실 직접 청소하셨습니다. 관장실에서 흥겨운 음악이 들려옵니다. 다들 흥얼거리며 청소했습니다.
청소가 끝난 이후에는 오늘의 일정과 내일의 일정에 대해서 정수현 선생님께서 공지해주셨습니다. 내일 아침 9시 30분쯤 검산동 주민 센터 이은혜 주무관님 만나 뵈러 갑니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지역사회 인사를 나갑니다. 정수현 선생님과 함께 하는 지역사회 인사는 오늘까지지만, 필요하다면 실습 기간 끝날 때까지 팀별로, 개별적으로, 상시적으로 지역 분들 만나서 인사드립니다. 팀별 일정표를 올립니다. 전지에 크게 적은 일정표 사진도 찍고 종이에 적은 내용을 글 파일로 만들어 업로드 합니다.
“우리 기록하는 것도 좋은데, 지역사회 인사드리고 어르신들 만날 때는 실천에 집중합시다. 기록은 나중에 와서 기억나는 만큼 해도 돼요.”
기록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사업가로서 사람 대 사람으로 어르신을 만납니다. 어르신은 취조 대상도 아니고 연구 대상도 아닙니다. 어르신을 만날 때, 지역사회 주민을 만날 때 온전히 그 분에게 집중하고자 합니다.
‘태양보다 뜨거운’ 우리의 의지와 열정을 가지고도, 책 만드는 일은 힘든 과업입니다. 우리의 “사회사업 실천 사례집”을 만든다는 각오로, 서점에서 만나 볼 수 있도록 열심히 하자고 모두들 파이팅 넘치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2. “처음부터 많은 기대는 하지마세요.”
검산 주공 1차 통장님들께서 저희를 위해 시간 내주셨습니다. 102동 통장님께서는 원래 못 오신다고 했는데, 함께 오셨습니다. 101동 통장님께서는 저희의 단기사회사업 면접에 직접 면접관으로 참여해주셨습니다. 검산주공은 영구임대아파트단지입니다. 거의 70%의 인구가 독거노인입니다. 이 외에도 장애인, 알코올 중독 등 많은 복지수요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도 만날 수 있고 잘 배울 수 있는 곳이라고 하셨습니다. 101통장님께서는 이미 경험이 있는 마을인사캠페인 활동이나 식사마실 활동과 달리, 생소한 자서전 지원 활동에 관심을 보이셨습니다.
“자서전 사업이 뭐라고요? 이건 좀 생소하네. 그래서 자서전 대상자는 어떻게 모으나요? 선발과정이 따로 있어요?”
“저희는 자서전이 목적이라기보다, 자서전을 구실로 어르신의 둘레사람들과 관계 맺으시고 더욱 돈독해지시기를 위해서 거드는 역할이에요. 그래서 기록도 어르신의 둘레분이 하실 거구요. 자서전 사업은 이미 대상자 어르신이 정해져 있어요. 고00 어머님 자서전 기획하고 있습니다.”
“아, 고00 어르신? 102동 사시는 분 아닌가? 그분이 성격이 싹싹하시고 쾌활하시지요. 복지관의 모든 일에 잘 참여하십니다.”
저희의 설명을 듣던 103동 통장님께서 고 씨 어머님에 대해서 설명해주십니다. 고 씨 어머님의 칭찬이 자자합니다. 더욱 어머님을 만나 뵙기가 기대됩니다.
“아, 그 영상은 잘 봤어요. 아주 잘 놀데~”
101동 통장님께서 정수현 선생님의 SNS을 통해 저희의 뜨거웠던 합동연수 마지막 밤의 파티 생중계 영상을 보셨나봅니다. 어떻게 보셨냐며 저희가 놀라자, 인터넷 방송도 하신다며 멋쩍게 웃으셨습니다.
“우와! 방송도 하세요? 복지관에서 하시는 거예요? 마을 방송으로 나가요? 언제 하세요?”
“아니, 사무실은 따로 있고, 세이클럽으로 ‘라디오김제’ 쳐 봐. 그럼 바로 나올 거야.”
바로 세이클럽 앱을 다운받았습니다. 정말 ‘라디오 김제’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101동 통장님께서는 수요일과 목요일 방송을 진행한다고 하십니다.
“학생들 듣고 싶은 노래 있으면 댓글을 달던지, 카톡으로 신청하던지 해요. 내가 다 틀어줄게~”
“나는 그 때 술을 즐깁니다. 제가 정말 유명해요. 세이클럽에서 애주가 하면 거의 나로 다들 알거야.”
103동 통장님은 자칭 애주가라고 하시며 능청스럽게 이야기하시자, 모두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방송을 시작하신 지는 1년이 거의 다 되어간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마을에도 이런 방송이 있다니!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복지관에 반년이나 봉사활동을 다니며 지역사회를 누볐어도 이런 사실도 모른 채 지냈다는 사실에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통장님들과의 시간이 마무리가 되어갈 무렵, 모든 통장님께서 입을 모아 말씀해주셨습니다. 언제든지 궁금한 일이 있거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하셨습니다. 어르신 댁에 찾아가기 어렵거나 부담스러우면 함께 다녀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천군만마를 얻었습니다.
“처음부터 많은 기대는 하지마세요. 부담 갖지 마시고 조금씩 목표를 세워서 달성해 나가세요. 그렇게 하다보면 다 잘 될 겁니다.”
103동 통장님의 말씀입니다. 처음부터 많은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마음만 급해서 뭐든지 앞서가려는 제게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3. “내일은 춤이랑 노래 준비해서 다시 올게요!”
통장님들께서 가시고 1층이 시끌시끌합니다. 10시 반부터 12시까지 어르신들께서 경로식당을 찾으시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실습생 전원이 내려가서 문 앞에 서서 인사드렸습니다. 한 분, 한 분 인사드렸습니다.
“안녕하세요!”
“맛있게 식사 하셨어요?”
“어디서 온 청년들이래?”
“저희는 이번에 김제사회복지관에서 한 달 동안 실습하는 학생들이예요, 아버님. 잘 부탁드려요~”
인사를 받아주시면서 웃으시는 분도, 멋쩍어하시는 분도, 그냥 지나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남자 어르신께서 먼저 식사를 하면, 여자 어르신들께서 식사를 하신다고 합니다. 여자어르신들께서는 경로당에서 식사시간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경로당에도 찾아가서 인사드렸습니다.
“거기 노인들만 노인이고, 여기 구석에 있는 노인은 사람도 아녀?”
경로당 문 앞에서 인사를 드리니, 문 안쪽에 계신 어르신들께서는 저희의 목소리만 들리셨나봅니다. 바로 신발을 벗고 경로당 안쪽으로 들어갔습니다. 어르신들 한 분씩 손을 잡고 인사드렸습니다.
“그래! 이렇게 안쪽에 들어와서 인사를 해야지!”
인사를 할 때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해야 하지요. 또 한 번 배웠습니다. 내일부터는 모든 어르신이 보실 수 있게, 함께 이야기 할 수 있게 경로당 한 가운데로 들어가서 인사드려야겠습니다.
“인사만 하고 가? 인사를 하려면 뭐 춤이나 노래는 해야지!”
광환오빠가 핸드폰에서 노래를 틀고 막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어르신들께서도 박수를 치시며 즐거워하셨습니다.
“아이고~ 우리 손주 같네. 이뻐.”
“어머님, 저희가 미처 춤이랑 노래를 준비를 못했어요. 내일은 꼭 준비해서 올게요!”
이렇게나 좋아하시는데, 앞으로 한 달간 열심히 어르신들께 인사드리겠습니다. 내일 춤은 무엇을 준비할까, 노래는 무얼 틀어야 신이 날까. 생각만 해도 저절로 흥겹습니다.
4.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두 발로 지역사회에 인사하다.’
오늘은 정수현 선생님의 소개 없이, 저희끼리 인사 갈 곳을 정해서 기관을 나섰습니다. 자서전 출판 지원 사업인 만큼, 인쇄소를 위주로 동선을 계획했습니다. 기관을 나서는데 마을인사캠페인 팀도 지역인사를 나간다고 하여, 함께 차를 타고 ‘영암 광고 기획’을 방문했습니다. 사장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시며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내어주셨습니다. 함께 와주신 이은정 선생님께서 사장님께 궁금한 것들 여쭤보라고 하셨습니다. 자서전 팀은 견적서도 여쭤보면 나중에 기획하고 하는데 좋을 것 같다고 조언도 해주셨습니다. 사장님께 함께 간 동료들과 함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의욕이 너무 넘쳤을까요. 첫 인사 드리러 온 자리에 사업 설명을 하면서 견적서도 부탁드렸습니다. 어느 것 하나 명확한 것 없이 예상을 여쭤봤습니다. 사장님께서 표지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장수는 어느 정도인지, 판수는 몇 판인지, 어떤 종이를 사용할 것인지 기획을 구상해보고 다시 알려달라고 하셨습니다.
잠시 사장님께서 자리를 비운 사이, 동료들이 ‘첫 인사를 드리러 온 자리인데, 너무 앞서간 것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또 마음이 조급해서 먼저 앞서 나갔나봅니다. 아이스커피와 함께 돌아오신 사장님께 감사하고 죄송해서 사과드렸습니다.
“죄송해요. 제가 너무 의욕이 앞서서, 오늘은 그냥 인사드리러 온 거였는데 너무 앞서 간 것 같아요.”
“아이, 괜찮아요. 그래야 무슨 일을 하지. 원래 그렇게 의욕이 넘쳐야 무슨 일이든 하는 거야.”
사장님께서는 오히려 괜찮다며 격려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자서전 사업 활동을 하면서 참고할 만한 내용도 함께 말씀해주셨습니다.
“나만 해도, 누가 자서전 내자고 하면 거절합니다. 내가 저기 잘난 사람들처럼 할 말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이 사람들처럼 할 말이 없어서 거절할거예요. 그래서 활동하면서 어르신들이 안 한다고 할 수도 있어. 그래도 너무 좌절하지는 말고. 나도 도움 되는 데 까지는 열심히 도와 줄 테니까, 어려운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요.”
이렇게 감사한 분이 어디에 있을까요. 더운데 고생한다며 내주셨던 아이스크림, 아이스커피보다도 더욱 감사했습니다. 누군가가 우리를 믿고 응원해주는 것만큼, 힘이 나게 하는 것도 없습니다.
사장님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다시 밖으로 나섭니다. 날이 습해도 즐겁게 걸었습니다. 사장님의 응원에 힘을 얻어 김제 시내 곳곳을 누볐습니다. 경찰서 앞 제본집, 김제시립도서관 근처 인쇄소, 삼화서점, 김제초등학교 근처의 인쇄소 등을 부지런히 다녔습니다. 김제 시내가 처음인 보람 언니와 함께 김제 시내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시장도 구경하고, 시립도서관에서 책도 살펴봅니다.
지역사회 돌아다니며, 인사하고 설명하고 부탁드립니다. 기관의 사업이 아니라 우리의 일로 만듭니다. 자신의 일터, 삶터에서 지역사회 주민들이 함께 인정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인사드리고 설명 드리고 부탁드릴 겁니다.
5.
지역사회 인사를 마치고 기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오후 5시에 고 씨 어머님을 뵙기로 했었는데 어머님께서 일정이 생기셔서 내일 오후에 뵙기로 했습니다. 이왕 나온 김에 바람도 쐴 겸, 회의도 할 겸 슈퍼바이저 선생님과 복지관 옆 정자에 앉았습니다.
‘자서전 출판.’ 이름 참 거창합니다. 그래서 어르신들께서 더욱 부담스러워하실 수도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어르신의 이야기를 끌어낼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희의 첫인상 또한 좋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편안한 인상을 드려서, 이야기를 부담 없이 하실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셨습니다.
“어르신~ 자식/손자 얘기 좀 해주세요~”
“어르신, 젊으실 적 연애하셨던 얘기 좀 들려주세요~”
우리의 자서전에는 좋았던 기억을 담고자 합니다. 좋은 이야기만을 하시지는 않을 테지요. 그래도 어르신께서 가지신 좋았던 기억들을 기록으로 남겨 두고두고 보실 수 있게, 자랑거리 삼으실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어르신의 좋은 기억을 이끌어 내실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어르신의 정적, 침묵에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대신 그 침묵의 의미를 잘 파악하라고 하셨습니다. 거절의 의미인지, 고민하는 의미인지, 이 상황 자체에 대한 불편함의 의미인지 잘 파악하고, 어르신께서 거절하신다 하더라도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인사드리라고 하셨습니다.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고마울 때도 있지만, 부끄러울 때도 있습니다. 자랑할 것 하나 없는 인생이라고 생각하는데 무슨 자서전이냐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서전을 출판하시면서 좋은 기억을 다시 되살리고, 둘레 사람과의 관계가 돈독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김제사회복지관 기관의 목적은 자주와 공생입니다. 지역주민이 주인 되게 하고 복지관의 역할은 조연으로서 주연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우리 지역사회 어르신의 이야기를 듣고 그 분을 자신의 인생의 주인으로 세우고자 합니다. 자신을 세워야 남과 공생할 수 있습니다. 동등한 위치에서 공생이 가능합니다, 상생합니다. 우리는 이번 한 달간 ‘사회사업가’입니다. 주선하고 거들고, 발바닥으로 뛰며, 당사자가 얻게 합니다. 우리의 역할을 생각하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습니다.
첫댓글 공식적인 인사는 오늘로 끝이다라는 말의 뜻이 잘 못 전달된 것 같습니다. 제 의도는 '저와 함께' 공통적으로 인사할 곳은 끝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즉, 여러분은 지역사회를 잘 모르니 반드시 인사드려야 할 곳을 저와 함께 인사한 것입니다. 그 이후로는 각 사업과 관련이 있거나 있을만한 분을 찾아다니며 인사드려야 하니, 인사는 활동이 끝나는 날까지 계속 하는 거지요.
제가 잘못 이해했나봅니다.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영암광고 사장님께 인사드렸군요~ 잘 했어요. 첫 인사라 할지라도 부탁하거나 설명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사장님 말씀처럼 구체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전달하면 사장님도 난감하시겠죠? 그러니 두루 인사다니며 관계 맺는 일에 집중하면서 활동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그려야 합니다. 자서전 팀은 내일 한 번 더 얘기합시다.
실수해도 괜찮아요. 앞서가도 괜찮아요. 처음인데 어때요. 그래도 계속 묻고 또 묻다보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물어야 되는지 눈에 보일 거예요. 너무 조급해 하지 말아요.^^
고 어르신과 첫 만남, 참 좋았습니다. 자서전팀 느낌이 좋아요. 잘 해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태희랑 보람이가 있어 든든합니다.
태희 기록하느라 이렇게 고생했는데 내가 이제야 봤네...미안
글도 마을만들기하면서 갈고 닦은 글쓰기 솜씨가 여기서 빛을 본다.
열정 넘치는 태희, 건강도 좀 챙기자..ㅋㅋ
ㅎ핳ㅎ 감사합니다! 2학기에도 열심히 지도 받겠습니다..!!!